어렸을 때는 외화가 그리 많지도 않아서 선택의 폭도 좁았지만 볼 게 없어 마지 못해 본 게 아니라 그 시간을 기다렸던 것 중에 '초원의 집'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가난하지만 건강하게 살던 아이들과 건장한 아버지, 자애로운 어머니를 충분히 잘 연기했던 그 프로그램 속 로라 잉걸스. 이제 막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선생님이 된 주인공은 로라 잉걸스를 떠올리게 했다.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 가난한 동네에 부임한 열여덟 살 여교사의 일년치 삶을 송두리째 보여주는 이 책은 보는 내내 날 웃음짓게 했고 울게 했다. 종달새처럼 노래를 불러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던 닐, 선생님한테 성탄절 선물을 주고 싶은데 줄 게 없어서 낙담하다가 엄마가 오래전부터 소중하게 간직해온 빛바랜 손수건을 환한 표정으로 들고 온 클레르, 병든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일을 하던 어른스러운 앙드레, 그리고 첫사랑의 느낌으로 선생님을 대했던 열네 살의 메데릭. 많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울리면서 다가온다. 이 땅 모든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주인공을 닮는다면 학교는 얼마나 즐거운 곳이 될까. 학원에서 배우고 난 뒤 지겨워서 수업 시간에 자는 아이들도 없을 테고 선생님에 대한 존경은 커녕 욕이나 듣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자위하는 맥 빠진 선생님들의 모습도 없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