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통령의 이런 논리에 따라 자기 목소리를 내는 걸 잊었던 주민들은 나중에서야 후회하지만 이미 늦었다. 처음부터 반기를 들었던 소설가는 어디론가 끌려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고 나머지 주민들은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화자인 나는 사랑하는 라라를 보지 못하는 괴로움을 견디며, 처음부터 소설가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정신을 돌릴만한 일을 하려고 이 이야기를 썼노라고 한다.
-우리는 굴복해서 패배했다. 점차 수위를 높여가던 권력의 폭압이 얼마나 더 극에 달할 수 있는지 예상하지 못했기에 패배했다. 그 나무들이 잘려 나갔을 때, 그리고 구멍가게 아들이 얻어맞았을 때,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 저항했어야 했다. (286쪽)
나무가 만들어준 그늘에서 쉬고 자유로운 옷차림으로 산책하고, 음악을 듣고, 그 섬에만 나는 피누스 피네아 라는 흥미로운 잣나무를 수확해서 공평하게 나눈 돈으로 신문, 우유 같은 필수품을 구매하는 평화로운 삶은 전 대통령이 섬을 관광지로 개발하면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다고 섬의 실질적 주인인 1호를 꼬드기고, 나중에는 섬에 대한 증여세와 부동산세가 미납이니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모두 쫓겨날 거라는 협박을 하면서 무너졌다.
전 대통령은 사관학교를 졸업, 진급하며 높은 계급까지 올라갔고 쿠데타로 행운을 잡아 대통령이 되었다. 누가 생각나는군. 심지어 발음도 똑같잖아. 전 대통령. 평행이론을 들먹이고 싶어진다고.
-어째서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사악한가에 대한 답이 이거야. 자기 내면에 있는 두려움! 자기가 저지른 살인들이 평생 그를 따라다닐 거고, 결국은 저주로 다가올 거야.도망치고 싶어서 찾아온 이 외딴섬에서조차 말이야.(166쪽)
-누가 먼저 시작했고, 누가 정당한지 같은 논리적 사고는 질식할 것 같은 공포와 증오 앞에서 모든 의미를 상실했다. 모두가 복수를 원했다. 공포는 증오를, 증오는 공포를 키우고 있었다. (191쪽)
갈매기의 공격으로 목수가 죽으면서 사람들은 패닉 상태가 되었다. 처음부터 나뭇가지를 잘라내는 일이 없었더라면, 갈매기를 죽이는 일이 없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는 건 모두에게 잊혔다. 공포는 이성을 마비시킨다. 영화에서 공포를 먹고 자라는 괴물이 바로 그것을 제대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