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진 1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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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국내소설 코너쪽은 쳐다보지도 않을 정도로

항상 똑같은 집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소위 잘나간다는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을 싫어했었다.

그러다가, 신문에선가 신경숙의 신간소개를 우연히 보게 되었고

그의 설명대로 역사소설이 아닌 역사속 인물을 다룬 그 책이 궁금해졌다

책이 왔던 날, 펼쳐보는 내게 가장 먼저 다가온 건 노란 빛을 배경으로  선 나비였다.

팔랑!  떨어지던 그 나비처럼 팔랑팔랑 닿을 듯 가까이 왔다가는

'아스라이 사라진' 듯한 리진.

 

무엇보다도 얼마 되지 않은 자료를 가지고 인물을 이렇게 살려낸 그녀가 부러웠다.

너무나 생생하게 살아 있어서 그녀가 춘앵무를 출 때나

향수병에 시달리면서 몽유병의 증세를 보였을 때나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을 힘들어했을 때에도

항상 홀로그램처럼 내 곁에 떠도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렇지만, 역사소설이 아니라는 작가의 말처럼

역사적사실을 두르고 있으나  앉은 자리에서 그림 속 바다를 보는 것처럼

내가 뛰어들어 함께 물장구칠 수 없다는 것,

물방울들이 튀는 걸 느끼지 못하고, 그저 상상으로 바다를 느껴야만 했다.

이런 것들이 그녀가 노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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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손님 베틀북 그림책 70
앤서니 브라운 그림, 애널레나 매커피 글, 허은미 옮김 / 베틀북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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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인 안나레나 맥아피보다 그림을 그린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으로 착각하기 쉬운 책이다.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에 너무 익숙한 탓이다.

 

이 책을 3학년 아이들에게 읽어주었을 때, 아이들 대부분은 왜 케이티가 아빠와만 사는지

엄마는 왜 가끔 보러 가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왜 그럴까? 질문을 했더니

'엄마가 아파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다'

'그냥 아빠가 좋아서 아빠랑만 살고 엄마는 가끔 보러 가는 것 같다'

또, 메리 아줌마와 션이 왜 특별한 손님인지 이해하는 것도 어려워했다.

어른들의 눈에는  쉽게 이해되는 것들이지만 그들의 문화를 많이 접해보지 못한

우리 아이들에겐 낯선 이야기일 수밖에 없고, 그저 션의 장난만이 생생할 뿐이다.

결혼을 한 것도 아닌데 '같이 살러 짐을 갖고 왔다'는 동거의 개념을 이야기해주느라 진땀을 뺐고

아직도 혈연 중심의 가족 개념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입양을 통해서나 이렇게 서로 다른 사람끼리 만나서 새로운 가족이 만들어진다는 얘기를

제대로 전해주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어떤 책들은 아이들이 편하게 읽고 그림을 감상하는 것으로도 충분하지만

이 책은 함께 읽고 의미를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겠다.

너무 어려워한다면 지금은 당장  숨은 그림 찾기를 통해 기발한 상상력만을 즐거워해도 좋고

덮어두었다가 아이가 조금 자란 후에 다시 읽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점점 출산율이 줄어들고, 원인 모를 불임도 늘어나 입양은 자연스러워지고

이혼율의 증가에 따라 새로운 가족이 만들어지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친구가 그런 경우라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 3학년 후반부터 읽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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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지음, 정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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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인력 있는 책을 잡으면 행복해진다.

자폐아인 '루'는 인간적인 매력이 넘친다.

항상 책을 읽고나면 책 내용을 정리했었지만

이번엔 그냥 넘어가고 싶다.

그냥 나 혼자 갖고 싶은 기분이랄까?

읽어볼 사람의 궁금증을 그대로 갖게 해주고 싶은 맘도 있다.

이 책은 멀지 않은 미래를 그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재로 착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모든 걸 받아들였는데

'2004년 네뷸러 상 최우수 장편상 수상작'이라고 해서

나중에 '왜 그렇지?' 하고 혼자 대답을 구했었다.

 

목사님과 대화하는 부분이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저는 하나님이 부여하셨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모님은 이건 사고였다고, 어떤 사람들은 그저 이렇게

태어나기도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만약 하나님이 부여하셨다면,

바꾸는 것은 잘못이 아닐까요?"

 

"만약 사람들의 요구가 정당하다면,

그들이 저의 한계가 -자폐증이-

하나님으로부터 왔다고 믿지 않는 셈입니다.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 부분입니다."

 

자신에 대해 성찰해보는 루를 따라 그의 말을 따라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내가 있었고

그의 결정에 가슴 아팠다고만 말하겠다.

한동안 매력적인 '루'를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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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육에 이르는 병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시공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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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별로 길게 쓸 만한 거리가 별로 없다.

정말이지 비닐을 뜯기 전까지는 흥미진진했었는데

'19금'이 붙은 이유 때문에 전철 안에서 읽기도 민망했으며

다 읽고 난 뒤에 허전한 마음을 뭐로 달래야 좋을지 모르겠다.

친구에게 앞 부분을 약간 이야기해주었을때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거 예술 작품을 가장한 포르노야?"

글쎄. 꼭 맞는 표현은 아니지만, 근사한 추리소설을 기대했던 나는 왕 실망이다.

멋진 트릭이라는 그것도 사실 내겐 별로였으니..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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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를 위하여 파랑새 청소년문학 4
곤살로 모우레 지음, 송병선 옮김 / 파랑새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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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아주 가난한 건 아니었지만 음악 교육을 따로 받을 만큼의 여유는 없었다.

책을 풍요롭게, 마음껏 읽을 수 있으면 행복했던 나는 음악교육을 못 받은 것에 대해

미련도 없었거니와 오히려 그 시간이 온전히 내게 주어진 것이 행복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듣기 시작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에 매료되었으며

그 이후 조금씩 가요까지 영역을 넓혀가면서 기타를 배워볼까 하고 잠깐 생각했으나

타고난 작고 짧은 손가락 탓에 쉽게 그 욕구도 사그러들었다.

 

그렇게 클래식을 들을 기회가 없었던 내가 그나마 모짜르트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영화 '아마데우스'가 처음이었는데, 끊임없이 깔깔대고 방정맞고 시끄러웠으며

깊이 생각하거나 고민하지 않아도 술술 쏟아지는 곡들 때문에 가상의 적을 슬프게 만들었던

그 모짜르트가, 그 음악들로 나를 전율케 했던 그가

 150CM도 안 되는 키에, 고르지 못한 치열과 사시의 주인공이었다는데 그게 바로 '윌리엄스 증후군'이란다.

음악에 뛰어난 재능이 있으나, 음악 이외의 정상 생활이 힘든 장애를 가진 소년 토미도 그렇다.

신경학자인 이레네의 아버지는 연구 목적으로 토미가 살고 있는 마을로 여름 휴가를 온다.

어릴 때부터 음악에 천재이길 바랐으나 천재가 아닌 걸 깨닫고 힘들어하는 딸 이레네를 통해

토미의 상태를 알아보려고 하는데 마지못해 아버지의 뜻에 따랐던 이레네는

토미의 천진난만함과 다정함, 그리고 그 음악적 재능에 반해 결국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하고

토미를 그냥 내버려두려고 하였으나, 자신이 토미의 인생을 결정할 권리가 없다는 걸 깨닫고

토미에게 선택권을 넘겨버린다.

 

이레네가 토미를 만나 음악 속에서 하나가 되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보면서 나도 내 친구가 생각났다.

비록, 음악에는 둘다 문외한이지만 서로가 좋아하는 책 이야기에 몰두할 때 내가 느끼는 감정도

이레네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초등학생이 읽기엔 약간 어렵지만 그래도 꾸준히 책을 읽어온 친구라면 6학년도 무리는 없다.

중학생, 고등학생 구분 없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무거운 짐을 진 시기에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나아가야 할 길을 찾았으면 좋겠다.

읽는 동안 내내 모짜르트의 음악이 휘감겨들어와 도저히 그냥 읽을 수가 없었는데

이렇게나 간절하게 모짜르트의 음악이 듣고 싶기는 또 처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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