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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 상 - Mr. Know 세계문학 15 ㅣ Mr. Know 세계문학 15
움베르토 에코 지음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장미의 이름을 처음 만난 것은 숀 코네리가 법의자락을 멋지게
펄럭이면서 등장한 영화에서였다.
다른 무엇도 생각나지 않고 그 두툼한 눈썹을 꿈틀거리며
시자에게 이야기하던 부분만 기억나니
나는 영화를 배우로 기억하는 모양이다.
왜 그랬을까?
정확한 기억이 없는데도 나는 그 영화가 참 재미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서점에 진열된 책을 보았을 때도 굳이 다시 볼 필요를 느끼지
않았으니 (이래서 우리나라 책읽는 인구가 줄어드는 모양이다)
장미의 이름은 7일에 걸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 1시과니 2시과니 만과니 종과니 하는 것들을 시간을
외우려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내게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도 않거니와 글을 따라 읽으면
자연스럽게 터득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실을 말하자면 외우는데 소질이 없으므로..
나와 다른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참고 듣는 데 한계가 있는 법이다
교황 누가 선출되고 황제가 어찌 되었으며 성자인 누구는 어떻게 추앙을 받고..무슨 회, 무슨 회 종파에 따라 나뉘어지고 그들의 교리가 어떻고..
사실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다.
그나마 끝까지 읽어낸 것은 고등학교 시절 3년 내내 수녀님들과
지내던 버릇이 있었기에
점심시간마다 삼종기도를 올리던 버릇이 있었기에,
게다가 종교시간마다 성당에 가서 장엄한 분위기에 압도당한 기억이 있기 때문일 게다.
나는 원래 이야기에 치중하는 버릇이 있어서 이 책도 그렇게 읽었다. 꼭 초등학생처럼.
아이들하고 수업을 하면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면 반드시
이 책에서 이야기하려는 게 뭘까?
라면서 주제를 집어내길 원하는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하려는 얘기가 뭘까에 대한 답을
콕 찝어내지 못하고
뒷꼭지에 달려있는 역자의 해설이나, 강유원박사가 쓴 해설을 보고
아하..맞다 이렇게 맞장구나 치고 있는 바보스러운 나를 발견했다.
난 뭘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아마도 굉장한 책, 인류의 종말을 다룬 또다른 책이거나
그리스도의 탄생을 둘러싼 또다른 비밀의 책, 성인으로 추앙받는
이들에 대한 사실을 다룬 책
이런 것들을 추측하고 있었을 테니 이런 놀람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어쨌든 움베르토 에코는 대단한 사람이다.
어느 한 군데 삐걱거리는 부분 없이 모든 게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7일 동안의 일정, 요한 묵시록과 어울린 살인 사건, 장서관의 불로
마무리짓기까지...
수도원에 대한 세세한 설명이나, 그들이 갖고 있던 보물에 대한 장광설, 종교적 사실에 대한 치밀한 조사들은 닮고 싶은 부분이다.
'우리에게서 사라지는 것들은 그 이름을 뒤로 남긴다.
이름은, 언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존재하다가 그 존재하기를 그만둔 것까지도 드러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움베르토 에코는 기호학자라나..그래서 이런 말을 한 것일 게다.
'지난 날의 장미는 그 이름뿐,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 덧없는 이름뿐'
뭐든 그런 게 아닐까? 장미가 단순히 장미 뿐이랴..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들, 사람들, 사물들, 사건들, 시간들...
인생무상이라던가..돌아보면 다 헛되고 헛되도다.
이렇게 보면 또 불교와 닮아있다. (완전 엉터리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