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는 어디에서 오나요 웅진책마을
구드룬 파우제방 지음, 김중철 옮김 / 웅진주니어 / 200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떤 책들은 작가의 이름으로만 골라도 후회하지 않는다

이 작가 '구드룬 파우제방'이 그렇다.

이 책에는 8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짧다고 해서 팔락팔락 넘겨서는 안 된다.

한 편마다 우리에게 주는 게 너무나 크다.

 

우리집은 단독이긴 하지만 구조가 조금 특이해서 창문 밑으로는 다닐 수가 없는데

어제 청소를 하려고 창문을 열었다가 기겁을 했다.

창 밖으로 먹다가 버린 빵 조각, 과자 부스러기들,

꾸불꾸불한 먹다 남은 라면 가닥들이 가득했다.

아들을 불러서 물어봤더니 먹기 싫어서, 맛이 없어서 거기다 버렸다고 한다.

안 먹었다고 엄마한테 혼날까봐 그랬다고..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걸 참으면서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죽는 아이들이 일 년에 천만 명이라고, 먹을 것을 저렇게 함부로

버리는 것은 큰 죄라고, 먹을 것을 만들어주신 농부 아저씨나, 음식을 해준 엄마한테나,

저것만 있어도 살 수 있는 아이들에게 큰 죄를 짓는 거라고 설명을 했다.

 다시 안 그러겠노라는 아이의 다짐을 받으면서 이 책을 다시 떠올렸다.

 

'디륵은 인도 사람과 무슨 관계가 있지?'에도 우리 아이와 닮은 디륵이 등장한다.

껍질에 갈색 점이 몇 개 있다고 바나나를 쓰레기통에 던졌다가 사촌누나 니르마라의 설명으로

인도에 사는 가난한 친구 디에쉬를 알게 되면서 자신의 생일잔치에 쓸 돈을 모아서

디에쉬에게 보내주기로 결심을 하고 친구들에게도 이런 편지를 보낸다.

 

내 친구에게

8월 17일이 내 생일이야

그런데 올해 난 생일 잔치를 안 하려고 해

선물과 잔치에 드는 돈을 모아서

인도에 있는 굶주린 어떤 아이에게 보내려고 해

그 애는 그 돈이면 몇 주나 배불리 먹을 수 있어

이해해주길 바래.

네 친구 디륵 씀

 

이렇게 해서 아이들도 디륵의 계획에 동참하게 되고 그야말로 멋진 생일을 보내게 된다.

 

이 책에는 평화와 평등에 관한 이야기가 어렵지 않게, 굉장한 설득력으로

아이들을 기다린다. 말로 할 필요가 없다고나 할까?

오늘 저녁엔 아들에게 다시 한 번 이 책을 읽어보라고 머리맡에 놔줘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1
조은수 지음 / 창비 / 199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들이 살아있다고 느끼는 건 정말이지 가끔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 책속에 인물들은 모두 살아있었다.

어이~ 하고 부르면 다들 돌아볼 것처럼 그렇게 생생하게.

내가 아는 풍속화가라고는 고작 김홍도, 신윤복이 다였는데

강희언, 김득신, 김후신, 유숙, 윤덕희, 김준근, 조영석, 김두량, 마군후, 윤두서,

권용정, 오명현,이인상의 작품이 가득하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노릇인데, 작가는 그림을 읽어준다.

미술관에 가도 쓰윽 훑어보고 나오느라 바빴을 아이들에게

한 작품씩 천천히 읽어보라고 하면 좋은 책이다.

 

풍속화에는 '그 시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까닭에

우리 옛 어르신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이거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닐까?

좋은 그림도 감상하고, 옛날도 여행할 수 있고, 오늘날과 얼마나 다른지 비교를 통해서

발전이 어떤 면에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아이들에게 다 읽고나서 다음 세대들을 위해 우리도 풍속화를 그려보자고 했더니

재미난 작품들이 많이 쏟아져나왔다.

다음 수업때에는 사진으로 찍어서 좀 올려야겠다

 

*초등학교 4학년 이후가 읽기에 적당하지만 책을 잘 읽는 3학년도 괜찮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80일간의 세계 일주 - 개정판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4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무엇때문일까
서점에 가서 쥘베른 컬렉션을 보는 순간 다시 갖고 싶은 충동이 인 것은.
80일간의 세계일주.
어릴 때 보았던 영화의 장면이 먼저 다가오는 이 책
사실 어릴 때 읽었던 명작들이 전부 다이제스트였다는 걸 아는 순간
심한 혼란과 사기를 당했다는 느낌이 진해서 한동안 울었던 기억이 난다
마치, "이건 비밀인데, 너에게만 말해줄게" 이렇게 말해서
나는 소중하게 비밀을 지키고 있었는데
다른 애들도 모두 알고 있다는 게 확인되었을 때와 같았다고나 할까

아무튼
이 책을 다시 사들고 나와서 괜히 행복감에 젖어
(새로운 인물이 나타났을 때 제일 먼저 정보를 수집하고
아는 척할 때 느끼는 자랑스러움처럼, 유치하긴..)
신나게 읽었다. 워낙 줄거리야 뻔한 거고 많이 삭제되었던 묘사,
설명 부분을 황홀하게 음미하면서 읽었다.
마약하면 이런 기분이 들라나?

후다닥 해치우고 나서 읽지도 않은 것처럼
아직도 빤딱빤딱한 내 책을 들여다 본다
내 아들이 얼렁 커서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르케스의 글은 <백년 동안의 고독>에서 질린 터라
다시는 잡지 않으려고 했었다
마르케스가 1928년생이니까 벌써 몇 살이 된 게냐.
서점에서 이 책을 보는 순간
왠지 모르게 아주 녹녹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거다
두께도 괜찮고 (170페이지) 나이가 드신 분이 하시는 말씀
한 번 들어나 보자는 어줍잖은 느낌까지 가세해서
나는 결국 이 책을 고르고야 말았다.

'나'는 아흔 살이 되는 날 풋풋한 처녀와 함께 뜨거운
사랑의 밤을 나 자신에게 선물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하여튼 남자들이란 젊으나 늙으나 똑 같다
나는 아흔 살까지 살고 싶지도 않거니와 그렇게 오래 산다고 해도
풋풋한 총각 대신 내 옆을 지켜 줄 그 누군가가 필요한데 말이다

그리하여 만나게 된 그녀, 델가디나.
참으로 기이한 만남이 지속된다.
잠자는 그녀 곁에 가만히 누워있기만 하면서도
'나'는 충만한 사랑을 느낀다. 너무 행복하다

몇 가지 가벼운 사건들이 진행되지만
그건 책의 흐름에 크게 방해를 하지 못한다
모르겠다.
책을 읽는 동안 집중해서 읽지 못한 탓에
그 아흔 살 먹은 노인의 입장에서 완벽하게 따라가지 못했음을
시인한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이 사람의 사랑 방식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면 내게 아직 열정이 남아있다는 뜻이 되는가?

결론을 말하자면,
오히려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던
<백년동안의 고독>이 훨씬 마음에 든다
거장이라고 해서 늘 좋은 작품을 만드는 건 아닌가 보다.
이 책이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지만
내 맘이다.
맘에 들지 않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아빠 닥터 푸르니에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김남주 옮김, 이형진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객관적으로 자신의 가족을 돌아보는 게 쉬운 일일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들어 있는 이상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기는 참 어렵다.

이 책은 작가가 아버지를 바라보는 자전적인 이야기다.

완벽하게 열 살 짜리 아이가  되어 그 당시의 아빠를 회상하는 이 책은

다 읽고 나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특히 아빠가 돌아가신 후 신문에 난 기사

'모든 사람을 도울 줄 아는 이' 라는 문장을 보고 이렇게 말하는 부분에선 눈물이 났다

'그렇다면 아빠에게 나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일까?'

 

알콜중독자인 아버지가 죽기를 바라는 아이의 심정이란 게 바로 이런 것이겠구나

절실히 느끼게 해 준 책이다. 그렇지만, 작가가 나중에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이젠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아니..세월이 흐른 후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그 당시에도 아버지를 미워하기보다는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는 게 너무 아프게 드러난다.

 

우리 아이들은 단순히 그것만을 바랄 지도 모른다.

엄마와 아빠가 함께 있고 거기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것

이 단순한 것을 들어주기 어려운 부모들이 얼마나 많던가.

이 책은 아이들이 읽기엔 좀 어렵고 중학생 이상이 읽으면 좋겠다

더불어, 가족에게 소홀한 엄마와 아빠가 함께 읽어야 한다..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