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5일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28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호르스트 렘케 그림 / 시공주니어 / 200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땐 가끔 써먹곤 하던 말이 있었다.

응..그거 2월 30일에 해줄게.

절대로 오지 않을 그런 날인 2월 30일이기에

어떠한 약속을 해도 편안했던 그런 거짓말.

5월 35일도 그런 날이다.

절대로 오지 않을 날이기에 아주 희한한 사건들만 벌어진다

 

우리나라 동화 작가들이 조금은 쭈볏거리면서

판타지 동화를 쓰는데 비해

외국 동화작가들은  아주 천연덕스럽게 한다는 건

언제나 아주 부러운 점이다.

조금은 뻔뻔스러워져야 판타지가 제대로 살아나는 법이다.

 

약사인 링겔후트 삼촌은 조카인 콘라트를 목요일마다 데려와서

함께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날은 5월 35일. 무슨 일이 생겨도 놀라지 않는다는 그런 날이다.

콘라트는 수학을 잘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상상력이 빈곤하다는 선생님의 판단 아래

남태평양에 관한 작문을 숙제로 받아 온다.

고민을 하면서 걷는 그들 앞에 검은 말이 말을 건네고

그의 안내로 옷장문을 열고 들어가서 남태평양으로 떠난다.

 

가는 도중에 만나는 게으름뱅이들의 나라와

위대한 과거로 가는 성, 거꾸로 나라, 엘렉트로폴리스 들.

정말 놀랐던 건, 이 작품이 씌여진 게 1931년이라는데

이 엘렉트로폴리스에 핸드폰과 무빙워크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의 상상력에 경의를!

 

아무튼 결국 남태평양을 둘러 보고

거기서 만난 백마와 결혼하겠다는 검은 말을 남겨두고

삼촌과 콘라트는 집으로 돌아오고 무사히 작문 숙제를 한다.

 

이 책을 읽는 우리 모두는 수학을 너무 잘 해서

상상력이 빈곤하다고 판단을 받은 콘라트일 지도 모른다

언제나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

가끔은 오지 않을 5월 35일도 꿈꿔보고,

어른이 어린이가 되는 거꾸로 나라도 꿈꿔보고.

 

오늘 밤엔 꿈 속에라도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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