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7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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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은 내가 별로 넘고 싶지 않는 산 중 하나였다

어느 순간에는 자기가 원하지 않은 곳으로도

가게 되는 게 사람인가 보다.

그 영향을 주는 이는 어김없이 있게 마련이고.

어쨌든 <동물농장>을 시작으로 내친 김에 <1984>도

보게 된 것인데,

이 책이 처음 나온 게 1949년이라니까

너무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좋은 책은 늘 그렇듯이 언제 읽느냐가 중요하진 않다.


여태껏 읽어온, 미래를 그린 다양한 소설들의 공통점을

이 책도 갖고 있었다. 암울함.

뭐. 이 책을 쓸 당시 조지 오웰의 상황이 안 좋았기 때문에


더 그랬을 거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의 미래를 그린 책들은

모두 암울하다.


1984가 굉장히 특별한 년도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다 읽고나니

특별한 이유는 없는 듯하다.

그 당시로서는 굉장히 먼 미래였으리라.


<멋진 신세계>에 등장했던 '버나드'나

<1984>의 '윈스턴'은 묘하게 닮아있다

체제에 굴복하지 않는 자.

그러나, 결국 다시 체제로 돌아간.


2+2=5  ?

'별들은 우리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이 있을 수도

또 멀리 있을 수도 있는 걸세. 자네는 우리의 수학자들이

그런 일을 못할 줄 아나?

자네 혹시 '이중사고'란 말을 잊었나?"

"만약 미래의 얼굴이 보고 싶으면, 인간의 얼굴을 짓밟고 있는 구둣발을 상상해 보게"


무엇을 하든 나를 감시하고 있는 텔레스크린으로

사람들은 자유롭지 못하다. 게다가 늘 사람들마저 항상

나를 감시하고 있다. 개인의 산책마저 허용되지 않는 삶.

역사는 늘 바뀐다. 권력의 필요에 의해서 '사실'이 조작되고

있는 셈인데 아무도 그걸 깨닫지 못한다.


이 책보다 다들 늦게 나온 영화들이니 그렇겠지만

옛날 물건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장면에서는 '이퀄리브리엄'이

윈스턴을 고문하는 장면에서는 '시계태엽오렌지'가 떠올랐다.

(갈수록 영상에 의존하는 나는 사고하는 기능이 마비되는 걸까?)


아무런 의심 없이 나도 지금 기록된 모든 것들을,

역사라고 불리는 것들을,

뉴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들을 받아들이고 있는데

이것이 과연 진실인가?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은 나는 이미 세뇌된 것인가?

세뇌된 나의 삶은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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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불명 야샤르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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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나이트!

밤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세헤라자드처럼

교도소에 들어온 야샤르의 이야기는 밤마다 이어진다.


살아 있어도 죽은, 그렇다고 죽은 것도 아닌 야샤르 야마샤르

(야샤르- 살다, 생존해있다, 야마샤르- 죽다)는

이름에서도 풍겨오는 것처럼 어떤 때는 죽었다가

어떤 경우에는 살아있는 사람이다.


어려서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주민등록증을 떼러 갔을 때

그는 이미 전사한 사람이었고

아버지의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미리 빚을 해결할 때는

다시 산 사람이었다가,

정작 유산을 받기 위한 소송을 걸었을 때는 죽은 사람이었다.


터키의 공무원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이 작품은

군데군데에서 우리와 비슷한 점들을 발견하게 해준다.

답답하고 우울하기 그지없는 현실이지만

실소를 터뜨리게 만드는 입심 또한 대단하다.

있을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어딘가에서는 일어날 것 같은

이 기막힌 이야기는 마지막에 야샤르가 출소할 때

그렇게 만나고 싶었던 '카라캅르 니자미씨'가 되어버린다.

씁쓸한 대목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고서 그가 세상을 제대로 산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리라.


아지즈 네신은 터키의 국민작가로 추앙을 받는데

작품을 쓰는 족족 내란선동이나 좌익활동이란 죄목으로

대략 250번의 재판을 받고 유배생활을 제외하고 5년 6개월동안

수감생활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자신의 신념을 붓 속에 담아내는 작가를 만날 때마다

나는 한없이 작아진다.

이 책을 권위로 부푼 '그들'에게 읽어보라고

던져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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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공화국
샘 테일러 지음, 이경식 옮김 / 김영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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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보다 충격적이고,

조지 오웰의 <1984>보다 날카롭다

영국 언론이 극찬한 문제작!'


윽..속았다

이 문구에 혹해서 샀는데 400쪽 가까이 되는 걸 읽는 동안

도대체 어디 쯤에 <파리대왕>보다, <1984>보다

나은 게 나타난다는 거야?

혼잣말을 하게 만든 책.


물론 완전 엉터리는 아니지만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 강렬하지도

날 흠뻑 빠지게 하지도 못한 책이다.


감히,

노벨문학상을 받은 윌리엄 골딩의 작품과 비교를 하고

조지 오웰의 문제 의식과 어깨를 견주려 하다니

쯧..

(하긴 기요틴을 직접 만든 놈들이라니 충격적이긴 하지)


가출한 아이들이 만든 나라..나무공화국

나름대로 법률을 만들고 국기를 만들고 국가도 만들고

계절도 다시 나누고 언어를 다시 만들려고 노력했던

그 창의성은 높이 사는 바이지만

성장소설로밖에 봐줄 수 없는 나는 실망이 크다.


루소의 <사회계약론>얘기가 하도 많이 나와서

그걸 한 번 제대로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살짝 일기는 했다.

나무공화국 아이들이 아예 신처럼 받드는 이가

장 자크 루소다.


이 책이 처녀작이라니 그걸로 위안을 삼고

후속 작품을 기다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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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골의 서
로버트 실버버그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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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을 얻는다면 과연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나는 과연 영생을 바라기나 하나?

아니다. 난 영생 같은 거 싫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차례로 내 앞에서 사라져 가는 것을

묵묵히 지켜볼 자신이 없다.

영원히 사는 게 뭐 그리 좋단 말이냐.


하지만, 나만 그럴 뿐 다른 사람들은 꽤나

영생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네 명의 남자들

일라이, 네드, 올리버, 티모시는 영생을 얻을 수 있다는

'두개골의 서'라는 글을 발견하고 실제로 영생을 얻은

수사들이 살고 있다는 사원을 향해 길을 떠난다.

네 명이 축을 이루어야 하고

그 중 둘이- 하나는 자살을 하고 하나는 다른 동료의 손에 의해-

죽어야만 나머지 둘이 영생을 얻을 수 있다는 묘한 비의에

어느 정도 매료당하면서 하는 여행.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결말을 알고 나면

맥 빠지는 책이니 예비 독자를 위해 여기서 함구하련다.


네 명이 번갈아 자신의 입장에 서서 이야기하는 구조로 된

이 책은 꽤 두껍지만 순식간에 읽힌다.

대단한 흡인력이다.


로버트 실버버그의 책 중 가장 잘 된 책은 아니라지만

그의 문체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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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디아의 비밀 비룡소 걸작선 21
E. L. 코닉스버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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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을 읽을 때면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신선함이 느껴져서 좋다.

어른이 쓴 것임에도 아이들의 세상을 그리고 있어서 그럴까?


이 책 삽화도 지은이가 직접 그렸다는데

솔직히 마음에 끌리는 정도의 그림은 아닌 지라

첫 장을 넘겼을 때 프랭크와일러 부인의 모습을 보곤

더 읽을 마음이 살짝 없어졌던 것을 고백한다.


아무튼 첫 장은 프랭크와일러 부인이 자신의 변호사에게

유언장의 한 구절을 고쳐줄 것을 요청하는 편지로,

왜 유언장을 고치게 되었는지는 이 글을 읽어보라는 말로 시작한다.

클로디아는 소위 말하는 모범생이다.

남동생만 주르르 셋이 있는 집안의 맏이로 태어나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하며, 그런 차별이 싫어서 가출을 결심한다.

경제력이 있고(용돈을 제대로 모을 줄 아는 한도 내에서)

라디오를 갖고 있다는 장점 때문에

동생 제이미를 끼워주기로 한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가출 장소를 정하고

1주일간 그곳에서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생활을 한다.

그러던 중, 미켈란젤로의 작품일 지도 모르는 천사상이 전시되고

클로디아와 제이미는 그 천사상을 만든 이가 미켈란젤로인지를

확인해보고자 하는 열망에 불타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아보기도 하고 천사상에 지문이 없는지도

조사를 하지만 결국 그 천사상을 미술관에 판

프랭크와일러 부인을 찾아가 비밀을 알게 된다.


그리고 아주 개운한 마음으로

가출하기 전에 클로디아가 그렇게 열망하던 것을

손에 넣고 당당하게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프랭크와일러 부인의 유언장은 그렇게 해서

고쳐지게 된 것이다.

참으로 유쾌한 이야기다.


나를 다른 사람이 아닌 '나'로 만들어 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나는 너가 아니고 왜 나인가?> 인디언들의 생활방식을

글로 옮겨두었던 이 책을 읽으면서도 제대로 안 잡혔던 이것이

이 책에서는 한 쪽 귀퉁이나마 보인다.

풋..인정해야 한다.

그것도 정말 '나'를 '나'로 만들어주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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