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정말 좋았다.
내 기준으로 별 다섯 개짜리 책이었는데 우연히 보게 된 영화도 별 다섯 개를 기꺼이 주고 싶다.
사고로 80분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수학 박사와 혼자 아이를 키우는 가정부 쿄코의 아름다운 만남이다.
거기에 사랑스러운 아이 루트가 끼어있다.
자네 생일이 몇 월 몇 일인가?
2월 20일인데요.
자네 생일은 2월 20일. 220, 정말 귀여운 숫자로군.
그리고 이걸 좀 봐. 내가 대학 다닐 때, 초월수론에 관한 논문으로 학장상을 탔을 때 받은 부상인데...
여기 새겨져 있는 숫자, 보이나?
역대 284번째 영예란 뜻인가요?
아마 그렇겠지. 문제는 284란 숫자야. ..220과 284라구.
220의 약수의 합은 284. 284의 약수의 합은 220. 바로 우애수야. 쉬 존재하지 않는 쌍이지.
페르마도 데카르트도 겨우 한 쌍씩밖에 발견하지 못했어. 신의 주선으로 맺어진 숫자지. 아름답지 않은가?
어떤 숫자도 사랑하고야 마는 박사.
그런 박사의 영향으로 루트도 수학을 사랑하게 되고 결국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된다.
이 영화는 책과는 달리 루트가 첫 장면에서 등장해 아이들에게 자신과 엄마와 박사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중간중간 등장하는 수식에 대해 설명하는 방법을 쓰는데 그게 참 좋다.
책에서는 잘 이해되지 않았던 몇 가지 수식을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주어서 수학 시간이 저렇다면
다시 수학공부에 몰두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로.
아이들의 야구 시합이 아니라 프로야구였고, 선물로 마련한 게 야구점퍼가 아니라 골드카드였지만
이런 약간의 변형도 감동을 흠집내기는 어려운데 배우들이 역할에 너무나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박사로 출연한 테라오 아키라의 순수한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