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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왕들의 비밀 ㅣ 동화 보물창고 15
E. L. 코닉스버그 지음, 이현숙 옮김, 최혜란 그림 / 보물창고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초등학교 다닐 무렵, 장학퀴즈가 굉장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일요일 아침마다 밥상을 앞에 두고 그 프로그램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문제, 제시어가 '스승' 이었는데 '보지도 못하고..' 하는 데서
'설리번 선생님'이라고 내가 대답하자마자 고등학교 다니던 언니가 부저를 누르고
'설리번 선생님'이라는 정답을 맞혔다.
그 뒤로 맨날 책만 본다고 구박하던 엄마의 잔소리가 뚝 끊어진 것도 생각난다.
뉴욕주 퀴즈대회의 결승전에서 무대는 시작한다.
이제 6학년인 주인공 네 명은 보통 8학년들이 하게 마련인 결승전에 올라온 것 만으로도
굉장한 파란을 일으킨다.
문제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노아가, 때로는 나디아가 때로는 에탄이, 그리고 또 줄리안이
침착하게 답을 맞혀나가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곁들여 풀어놓는 방식인데
얽히고 설키고 하여 정신없이 보이는 듯 하지만 각자가 경험했던 것들이
퀴즈를 맞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도 참 마음에 들고,
그것이 모두 가족들의 사랑안에서, 혹은 몰랐던 가족의 사랑을 다시 깨닫게 되면서
그리고 친구들과의 우정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단단해지는 과정이 너무 멋지다.
참으로 멋진 놈들이다.
이 작가의 다른 책들 <내 친구가 마녀래요>나 <클로디아의 비밀>도 모두 좋은 책이고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책들이지만, 그녀의 작품 중엔 이게 제일 마음에 든다.
우리 아이들에게 교과서 내용만이 전부가 아닌 다양한 질문을 했을 때
맞힐 수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험프티 덤프티는 어떤 소설에 나오며 또 그 소설의 지은이는 누구입니까?'
-이것은 루이스 캐롤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읽어봐야 아는 것이고,
'캘리그래피는 무슨 뜻이며 어느 나라에서 유래되었습니까?
-이것은 노아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낸 뒤 할머니께서 가르쳐주셔서 안 것이다.
책에서 배우는 것들과 직접 경험한 것들의 적절한 조화가 이 퀴즈왕들을 만들어 낸 것이다.
시험을 위해 무조건 외우는 것만 시킬 게 아니라 함께 손 잡고 밖에 나가서 돌아보고,
가기 전에 무엇을 어떻게 얻을 것인가를 함께 조사한다면 주인공들보다 훨씬 멋진 아이들이 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