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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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래 잡고 있던 책이다.

벌써 20일이나 지났다

흔치 않은 일이다.

600쪽이 넘는다고 쳐도 이건 너무 했다

 

덴마크 작가.

처음 만나는 사람이기에 약간의 거리감을 두고

읽을 수밖에 없었다.

스밀라..이름마저 생소한 그 덴마크와 그린란드에서

나는 읽는내내 추웠다

얼음과 눈..추위가 엄습했다

한 아이가 죽었고 그 죽음 주위에 보이는 눈에서

이상을 발견한 스밀라는 죽음의 정체를 향해 한발씩 돌진한다.

그래..이건 돌진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점점 드러나는 빙산.

위로 솟은 것은 얼마 안 되는데 숨어있는 것들이 거대한 빙산.

 

결국

사람은 무엇을 위해서 사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추리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어서 어딘가는

레이먼드 첸들러의 입김을 느낄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주 치밀하게 잘 짜인 작품이다

 

눈이 올 것 같은 오늘.

스밀라가 다시 생각난다.

그린란드에 내리던 눈이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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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나라의 앨리스 네버랜드 클래식 1
루이스 캐럴 지음, 존 테니엘 그림, 손영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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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이 작품을 읽는 내가 영국에서 태어났더라면

작가의 의도대로 웃어야 할 때 아무 생각없이 낄낄대고 웃으며 무척 재미있게 느꼈을 텐데.

 

그러나, 나는 원서로 읽어낼 만큼 영어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자랄 때 영국 아이들과 같은 전래동요를 부른 것도 아니고

그들과 똑같은 놀이를 하며 지낸 것이 아니라서

여기 등장하는 달걀과 똑같이 생긴 험프티 덤프티 이야기나

스냅드래곤 이야기가 그리 썩 재미있게 다가오지도 않고,

중간중간 끊임없이 이어지는 말놀이가 상큼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런 점들을 배재하고 나면

 (물론 그러한 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게 흠이지만)

넘치는 상상력과 비유는 대단하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아쉽다..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의도한 대로

진정 재미있게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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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왕들의 비밀 동화 보물창고 15
E. L. 코닉스버그 지음, 이현숙 옮김, 최혜란 그림 / 보물창고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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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교 다닐 무렵, 장학퀴즈가 굉장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일요일 아침마다 밥상을 앞에 두고 그 프로그램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문제, 제시어가 '스승' 이었는데 '보지도 못하고..' 하는 데서

'설리번 선생님'이라고 내가 대답하자마자 고등학교 다니던 언니가 부저를 누르고

'설리번 선생님'이라는 정답을 맞혔다.

그 뒤로 맨날 책만 본다고 구박하던 엄마의 잔소리가 뚝 끊어진 것도 생각난다.

 

뉴욕주 퀴즈대회의 결승전에서 무대는 시작한다.

이제 6학년인 주인공 네 명은 보통 8학년들이 하게 마련인 결승전에 올라온 것 만으로도

굉장한 파란을 일으킨다.

문제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노아가, 때로는 나디아가 때로는 에탄이, 그리고 또 줄리안이

침착하게 답을 맞혀나가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곁들여 풀어놓는 방식인데

얽히고 설키고 하여 정신없이 보이는 듯 하지만 각자가 경험했던 것들이

퀴즈를 맞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도 참 마음에 들고,

그것이 모두 가족들의 사랑안에서, 혹은 몰랐던 가족의 사랑을 다시 깨닫게 되면서

그리고 친구들과의 우정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단단해지는 과정이 너무 멋지다.

참으로 멋진 놈들이다.

 

이 작가의 다른 책들 <내 친구가 마녀래요>나 <클로디아의 비밀>도 모두 좋은 책이고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책들이지만, 그녀의 작품 중엔 이게 제일 마음에 든다.

우리 아이들에게 교과서 내용만이 전부가 아닌 다양한 질문을 했을 때

맞힐 수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험프티 덤프티는 어떤 소설에 나오며 또 그 소설의 지은이는 누구입니까?'

-이것은 루이스 캐롤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읽어봐야 아는 것이고,

'캘리그래피는 무슨 뜻이며 어느 나라에서 유래되었습니까?

-이것은 노아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낸 뒤 할머니께서 가르쳐주셔서 안 것이다.

 

책에서 배우는 것들과 직접 경험한 것들의 적절한 조화가 이 퀴즈왕들을 만들어 낸 것이다.

시험을 위해 무조건 외우는 것만 시킬 게 아니라 함께 손 잡고 밖에 나가서 돌아보고,

가기 전에 무엇을 어떻게 얻을 것인가를 함께 조사한다면 주인공들보다 훨씬 멋진 아이들이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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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의 전화박스 아이북클럽 7
도다 가즈요 글, 다카스 가즈미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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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이 주는 이미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 느끼는 범주 안에서 얘기하자면

이 책을 읽고 느끼는 색은 단연코 '노란색'이 으뜸일 것이다.

 

죽은 아기 여우도, 슬픔에 빠져 있던 엄마 여우도

엄마가 사는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된 꼬마 아이도,

철거되기로 한 공중전화도 모두 행복해진 이야기

 

굳이 학년을 구분하자면 1학년 후반기 부터 읽으면 좋지만

틀을 깨버리자.

3학년이고 4학년이고 이 책을 안 읽어 본 사람은 모두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포근한 스웨터에 감싸인 느낌을 알고 싶으면 꼭 이 책을 읽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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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아, 내 외침을 들어라! 내인생의책 책가방 문고 8
밀드레드 테일러 지음, 이루리 옮김 / 내인생의책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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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앤딩이 되기를, 여느 동화책처럼

'주인공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기를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바라면서 읽었다.

기적처럼 어떤 일이 일어나 이 가족들에게서 불행의 그늘을

거두어가 주기를 바랐지만 끝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고

덕분에 그 여운으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남의 불행은 내 일처럼 뼈저리게 느끼기란 쉽지 않다

하물며, 나와 전혀 상관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흑인이야기일 때는

그저 어디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 같기만 할 뿐이다.

 

1933년 미시시피.

대부분의 흑인들이 소작농으로 겨우겨우 입에 풀 칠을 할 뿐일때

캐시의 가족들도 역시 흑인으로 땅을 소유하고 있으나

은행에 빚을 갚느라 허덕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흑인들을 동물이나 하인 취급하려는 백인들과 사사건건 부딪히며

캐시는 세상이 마음 먹은대로,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으며 성장해간다.

그리고 믿는다. 언젠가는 희망 찬 내일이 올 것이라는 것을.

 

지겨운 백인우월주의자들!

이렇게 내뱉고나니 우리가 저지르고 있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이들과 다를 게 뭐가 있을까.

 

 

이것이 단순한 옛날 일이라고, 지금은 그런 차별 따윈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지만

우리 머리 위엔 분명히 사람들이 바글거리고

우리 다리 아래에도 분명히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사람들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기 전엔 절대로

이 '차별'들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왕따라는 것에 길들여진 아이들과

자기 아래 사람들이 수두룩하다고 믿는 어른들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읽어야 할 책이다.

 

이야기의 화자인 캐시의 엄마가 이렇게 말한다.

"백인은 대단하단다, 캐시.

흑인이 대단한 것처럼 백인도 대단하단다.

그리고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은 모두다 대단한 존재란다.

그래도 피부색이 무엇이든 어떤 사람도 어떤 사람보다

잘난 것은 아니란다. "

 

모두 다 대단한 존재로 인정받는 그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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