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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이 넘나들면 자그락 자그락 예쁜 소리가 들린다는 바로 그곳, 몽돌해수욕장이다.

바닷물이 맑고, 인적이 드문 것까지는 좋았는데, 정작 듣고 싶었던 그 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만조가 되었기 때문이란다.

적당한 물이 흘러들어와야 돌멩이들과 어울려 그렇게 예쁜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해서

너무나 서운했다.

겨우 1박 2일의 일정으로 온 터라 더 이상 지체할 시간도 없었다.

그 소리를 들어야 진짜로 다녀왔단 소릴 할 텐데 난 언제 또 저길 가서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을런지.

그렇게 낙담하고 있는데 저 멀리 가버릴 듯 둥둥 떠 있는 배 한 척이 눈에 들어온다.

작년에 이곳을 다녀간 친구 말에 의하면, 작년에도 저 놈은 저러고 있었다한다.

바람이 흔드는 대로 파도가 밀고 지나는 대로 한가롭게 세월을 낚는 듯해 보여 귀여웠는데

집에 돌아와 다시 저 사진을 보고 있자니 전혀 다른 생각이 떠오른다.

바닷가에 가만히 앉아야 돌멩이들이 자그락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그걸 듣자고 한복판까지 나아가는 열정은 보여줬으되 그게 말짱 헛된 짓이라는..

오늘은 6월 10일.

6.10항쟁 21돌을 맞아 100만 촛불 집회가 열린다고 한다.

국민이 내는 목소리를 듣겠다면서도 귀에 솜 틀어막은 채 박근혜 총리론이니 내각 개편이니 하면서

엉뚱한 곳만 쳐다보는 우리 어르신께서는 저 배와 참으로 닮아있구나.

제발 바닷가에 앉아서 귀기울여 들으시라는 말씀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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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1박 2일 코스로 통영 나들이에 나섰다.

고교시절 이후 그리워만 했던 실체를 접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라고나 할까.

어디에서도 <김약국의 딸들>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길거리를 떠도는 공기 속에, 떠나지 못하고 남아  흔들리는 배 위를 지나는 바람 속에

내가 그리워 하던 것들을 찾았으니 그것으로도 만족이었건만,

아름다운 미류나무를 만나는 행운까지 주어졌으니

이번 여행은 축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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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고양이는 우리 집에 한 마리밖에 없었다. 우리 큰 언니.

식구들 중에 원산이 고향이신 울 아버지와 함께 딸 넷 중 유독 큰 언니만 생선을 즐겨먹었는데

본인은 정작 비린내를 못 참아 하시면서도 두 명이나 되는 사람이 좋아하는 지라

항상 밥상에 생선 반찬을 올리시던 울 엄마 덕분에 나도 구경은 실컷 하면서 자랐다.

어릴 때는 대문을 열기만 해도 맡아지는 갈치 굽는 냄새, 조기 굽는 냄새, 고등어 조림 냄새

갖가지 생선 반찬 냄새에 인상을 잔뜩 찡그리기부터 했는데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또 나와는 다르게 생선을 좋아하니까 울 엄마처럼 나도

생선 반찬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난 우리 엄마의 발 뒤꿈치도 따라가기 어렵다.

가끔은 억지로도 하지만 싫은 건 정말 싫어서 생선 냄새 안 맡아도 되는 멸치만 이렇게 볶아대고 있다.

이것도 생선이라고 자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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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철원은 추웠다.

비가 오락가락해서 우산을  쓰다가 접었다가..그리고 잃어버렸다.

틀림없이 백마고지 어디 쯤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내려놓았다가 두고 온 것 같은데

워낙 우산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어서 그런가 별로 아쉽지는 않은 걸 보면

나도 물질적인 풍요 때문에 물건 챙기기가 생활화되었던 옛날 일을 잊은 거다.

그래도 사진은 그대로 남아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저녁 어스름이 내려 앉으려는 시간 때문인지 사람들이 별로 없는 고석정에

우리들이 우르르 몰려 갔을 때 이상권 선생님이 물수제비 뜨기 시범을 보여주셨다.

다섯 번이나 통통통 튀는 돌멩이가 얼마나 날렵해뵈던지

다들 돌멩이 한 개씩 들고 따라해봤지만 물에 닿자마자 바로 잠수를 감행하는 바람에

여기저기 웃음만 터졌지만 덕분에 아이들이 되어 다들 신나는 유희를 즐길 수 있었다.

<똥이 어디로 갔을까>를 읽을 때 느꼈던 이상권 선생님은 굉장히 쾌활하고

사람들하고 섞여 있는 일을 즐겨하실 것 같았는데,

실제로 뵌 선생님은 조용하고 수줍음도 많으시지만 이야기를 구수하게 잘 하시고

은근히 재미있는 분이셨다.

정면에서 찍은 사진보다 이 사진이 마음에 든다.

다음에 또 뵙게 되면 이 사진을 건네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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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슬복슬 탐스러운 하얀 털에, 얌전하고 조용한 성격.

그 무리 뒤를 조용히 따르는 자그마한 체구의 양 모는 강아지 한 마리.

그리고 풀밭과 나른한 고요.

이런 것들이 내가 양을 떠올릴 때 함께 따라오는 이미지들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본 양은 마구 엉킨 듯한 잿빛 털과 무시무시한 먹성

먹을 때 드러나는 아랫니의 음험한 기운과 엄청한 냄새로 숨쉬기가 힘들었다.

현실과 상상은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난다.

어떤 것들은 그저 상상으로 그치는 게 좋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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