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이 넘나들면 자그락 자그락 예쁜 소리가 들린다는 바로 그곳, 몽돌해수욕장이다.
바닷물이 맑고, 인적이 드문 것까지는 좋았는데, 정작 듣고 싶었던 그 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만조가 되었기 때문이란다.
적당한 물이 흘러들어와야 돌멩이들과 어울려 그렇게 예쁜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해서
너무나 서운했다.
겨우 1박 2일의 일정으로 온 터라 더 이상 지체할 시간도 없었다.
그 소리를 들어야 진짜로 다녀왔단 소릴 할 텐데 난 언제 또 저길 가서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을런지.
그렇게 낙담하고 있는데 저 멀리 가버릴 듯 둥둥 떠 있는 배 한 척이 눈에 들어온다.
작년에 이곳을 다녀간 친구 말에 의하면, 작년에도 저 놈은 저러고 있었다한다.
바람이 흔드는 대로 파도가 밀고 지나는 대로 한가롭게 세월을 낚는 듯해 보여 귀여웠는데
집에 돌아와 다시 저 사진을 보고 있자니 전혀 다른 생각이 떠오른다.
바닷가에 가만히 앉아야 돌멩이들이 자그락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그걸 듣자고 한복판까지 나아가는 열정은 보여줬으되 그게 말짱 헛된 짓이라는..
오늘은 6월 10일.
6.10항쟁 21돌을 맞아 100만 촛불 집회가 열린다고 한다.
국민이 내는 목소리를 듣겠다면서도 귀에 솜 틀어막은 채 박근혜 총리론이니 내각 개편이니 하면서
엉뚱한 곳만 쳐다보는 우리 어르신께서는 저 배와 참으로 닮아있구나.
제발 바닷가에 앉아서 귀기울여 들으시라는 말씀이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