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캐넌의 세계 환상문학전집 5
어슐러 K. 르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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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시 시리즈 이후로 다시 읽은 르귄의 책.

헤인 시리즈 중 첫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둠의 왼손>,<빼앗긴 자들>을 먼저 읽고

<로캐넌의 세계>를 이제야 읽다니 뭔가 뒤죽박죽인 듯 보이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온 게 그 순서였으니..

 

이 작품이 첫 장편이라고 해서 그런지

오히려 어스시 시리즈와 비슷하고 다른 헤인 시리즈 라는

<어둠의 왼손>이나 <빼앗긴 자들>이 꽉 짜이고

생각할 거리도 많고 미로를 걷는 느낌이라고 하면 

이 책은 편안한 옛날 이야기를 듣는 그런 느낌이다.

 

스타워즈 시리즈도 거꾸로 시간을 거슬러서 우리가 봤던 것처럼

이 책도 그렇게 읽은 것 같다. 선조를 찾아 가는 여행.

가슴이 아릿하다.

자신이 구하려고 애썼던 세계에 이름으로 남은 로캐넌

편히 잠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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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겊 토끼의 눈물
마저리 윌리엄즈 지음, 윌리엄 니콜슨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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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이 많은 아이일수록 가지고 노는 장난감의 수는 한정되어 있기 마련이고,

손이 가지 않은 채 아이가 커버려 다른 아이의 손으로 넘어가거나, 버려지는 게 많다.

나 어릴 때에야 장난감이 그리 흔하지 않았으니

벽돌도 깨진 그릇도 길가에 핀 꽃도 엄마가 쓰던 자투리 실도, 종이로 만든 인형까지도

모두가 소중한 장난감이 되었고 그것마저도 아끼고 사랑했던 기억이 난다.

장남감의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행복했을 만큼의 사랑을 퍼부었던 그 시절의 아이들과는 다르게

요즘 아이들은 넘쳐나는 장난감을 주체하지 못해서

싫증도 장난감이 생기는 속도만큼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

 

헝겊으로 만들어진 토끼가 꼬마에게 선물로 주어졌지만

곧 다른 선물에 밀려 벽장 속에 잠을 자게 되는데

항상 같이 잠자던 강아지 인형이 눈에 띄질 않자

대역으로 침대 옆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병이 나고 모든 장난감들은 태워야 한다는

의사에 말에 따라 자루 속에 담겨져 버려져 눈물 짓는 헝겊 토끼의 앞에

아이들 방의 요정이 나타나 헝겊 토끼를 진짜 토끼로 만들어준다.

 

꼬마가 헝겊 토끼를 계속 사랑해줬다면 진짜 토끼가 되고 싶었을까?

꼬마의 사랑을 받는 동안은 행복했던 토끼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는 동안 행복했다가 그 사랑이 식어버리면

슬퍼하고 아파하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가 될 때 아프지는 않나요?"

"때로는 아프기도 하지"

 

진짜가 된다는 건, 내 모습이 처음과 달라졌을 때

그 모습을 인정하고 나를 새롭게 바꾸려고 노력한다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 책이지만 정말 어른들도 한 번씩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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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다의 환상 - 상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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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다 된 친구 네 명의 갑작스러운 Y 섬으로의 여행

아키히코를 제외한 세 명은 고등학교 동창이며

아키히코는 마키오의 대학동창

고교시절부터 대학때까지 연인이었던 마키오와 리에코

어찌보면 전혀 얽히지 않을 것 같지 않은 네 명은

아키히코의 주도 하에 갑작스럽게 여행을 계획하게 되고,

'아름다운 수수께끼'를 갖고 나와달라는 주문을 받게 된다.

 

본격적인 Y섬 등산이 시작되면서부터 일행은

아름다운 수수께끼가 과거로부터의 탈피 내지는

자신을 압박하는 그 무엇인가를 내려놓는

기회라는 걸 깨닫게 된다.

 

요 근래 어릴 적 친구들과 많은 여행을 했지만

어느 것이든 하루 안에서 이루어진 일이라

이런 식의 감흥을 동감하기는 참 어려웠지만

나이대가 비슷해서 그런지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여행지에서 겪는 가벼운 설레임에서부터

네 명의 감상들이 모두 내 것인 것 같은 묘한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런 것들을 작가가 우리에게 주는 보너스라고 할까?

우리끼리 알고 있는 암호를 어느 순간 발견할 때의

흥분을 여기에서도 만나게 된다.

<보리의 바다가 가라앉는 열매>의 이야기가 겹쳐진다.

연극을 했던 사라진 친구 유리의 이야기 속에서.

 

총 4부로 되어 있는데 각 장마다 한 명씩

자신의 입장에서 여행을 보는 시각이다.

그리고 각 장에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비밀들이 숨어 있고

그 비밀들이 밝혀지는 순간 엄청난 충격이 모두들 강타하지만

아주 태연하게,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다들 받아들인다.

 

온다 리쿠의 다른 작품들을 쭈욱 읽어온 터라 그랬을까?

이 책 역시 굉장히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같은 반찬을 몇 달씩 먹어 이제는 조금씩 물리는 느낌이 든다

당분간 조금 쉬어야겠다. 온다 리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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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쇼 선생님께 보림문학선 3
비벌리 클리어리 지음, 이승민 그림, 선우미정 옮김 / 보림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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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에 이름을 붙이던 때가 있었다.

한참 머리가 어수선하던 고교시절,

인천에 살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듯

문을 열고 나서면 바로 바다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나는 늘 바다를 그리워했고 그 영향으로

내 일기장 이름은 촌스럽게도 '바다'였다

바다에게 답답한 마음을 털어 놓으면 마음이 가라앉았으며

그렇게 짧고 토막난 글들을 쓰면서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던 때가 있었다.

 

헨쇼 선생님.

주인공인 '리'가 존경하는 작가 선생님이신데

연필에 침 묻혀 꾹꾹 눌러 썼을 법한 이 편지글들을 보자니

갑자기 고등학교 다닐 때 국어 선생님이 생각난다.

 

세로로 2단 편집되어 읽기도 힘들었던 <몽테크리스토 백작>에

푹 빠져 지냈던 1학년 여름방학에 나는 에드몽이 되어

내가 존경했던 국어선생님을 모렐선주님이라 부르며

편지쓰기를 시작했다. 그 편지들은 졸업할 때까지 계속 되었고

갓 졸업하셨던 선주님이 아기를 낳고 그 아기가 무럭무럭

클 때까지 연락을 주고 받다가 어느 순간 에드몽이 훌쩍 커버려

아니, 여기 '리'처럼 헨쇼 선생님께 편지를 보내는 대신

일기쓰기와 잡다한 일들에 얽매여 소식을 끊고 말았다.

참으로 죄송한 일이다.

 

어쨌든 이 책은 가슴이 따뜻해져서 자꾸만 그리운

옛 추억들이 슬금슬금 고개를 들게 만들었다.

학교 숙제 때문에 작가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햇던 '리'는

헨쇼 선생님이 답장을 하시면서 덧붙였던 몇 가지 질문에

한두 개씩 대답을 하며 처음엔 그렇게 어려워했던 글쓰기에

차츰 익숙해지고 결국 문집에 글이 실릴 정도가 된다

 

부분부분 헨쇼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와 '리'의 일기로 구성된

이 책은 일기 쓰기도 지겨워 하고 글 쓰는 것 자체가 고역인

아이들에게 한 번 읽혀보면 좋을 것 같다.

좋아하는 작가들에게 편지를 직접 써보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실제로 답장을 해 주는 작가가 몇 명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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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랜드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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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릴 때에는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한다는 것에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었는데 한 번도 해보지 못하고

학창시절이 다 흘러가버렸기 때문일까?

기숙사 얘기만 나오면 나도 모르게 몸이 앞으로 쏠리면서

눈을 반짝이게 되는 것은.

 

촌구석에 있지만 진학 명문고로 이름을 날리는 사립고등학교.

겨울방학이 되어 다들 집으로 돌아간 후

기숙사인 '쇼라이칸'에 남은 학생은 이 책의 화자이며

극히 평범한 것 같아 보이는 요시쿠니,

곱게 자란 도련님 티가 나지만 남에게 드러내지 않은

엄청난 비밀을 갖고 있는 듯한 미쓰히로,

건장한 체격에 분위기를 잘 맞출 줄 아는 간지,

이렇게 세 명이다.

 

연말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추운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는데

여기에 기숙사에서 생활하진 않지만 불쑥불쑥 나타나길 좋아하는 오사무까지 끼여들어 네 명의 흥미로운

일 주일 간의 이야기가 쏟아진다.

서먹하던 분위기는 게임을 해서 진 쪽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씩 털어 놓으면서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결국 마음을 괴롭히던 힘든 부분들 역시

이야기를 털어 놓으면서 어느 정도 해소되어

결말에 이르면 나도 모르게 다행이다..잘 되었다..

이런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다.

 

추리소설도 아니면서 이렇게 긴박하게 만드는 건

역시 온다 리쿠의 장점이다.

일 주일 동안 이렇게 팀을 만들어 각자 생활해보게 하면

여기에도 술이니 담배니 하는 것들이 계속 등장하니까

어른들은(나를 포함하여) 우려하겠지만

각자의 고민을 누구에게 털어 놓을 틈도 없이

공부에 찌들어 친구들 간의 우정이 무엇인지

학창 생활의 재미란 게 무엇인지 도통  모르고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아주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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