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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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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걷는 걸 참 좋아한다.

잘 걷는다. 많이 걷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팔짱 끼고 걷는 일은 좋다.

그럴 때면 눈물이 나려고 한다. 너무 행복해서..

 

이 책 <밤의 피크닉>은 걷는 이야기다.

24시간 동안 걷는 이야기.

북고(北高)에 다니는 3학년생인 니시와키 도오루와 고다 다카코.

두 인물의 시점으로 번갈아 옮아 가면서

전통적인 행사인 단련보행제를 하는 만 하룻동안의 일을

그리고 있다.

사실은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책에 너무 매료된 상태라

그와 비슷한 추리서설류의 책일 줄 짐작했었는데

이 책은 전혀 다르다.

청춘로맨스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렇지만 너무 가볍지 않을 뿐더러

하루동안의 일을 이렇게 호흡 흐트러뜨리지 않고

쓸 수 있다는 것에도 감탄을 하게 만든다.

 

다 읽고나면,

'아, 참 잘 되었다!'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물론, 내가 해피엔딩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할 테지만

보는 내내 속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이

쑤욱 체증이 내려가듯 없어져버리는 게 마음에 든다.

천상 이야기꾼이다..온다 리쿠.

 

*근데, 왜 일본 애들 이름은 이렇게 헷갈리는지 모르겠다.

 다 읽은 다음에도 외워지지 않는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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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브라질
장 크리스토프 뤼팽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어떨 때는 그저 제목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어떨 때는 첫 장을 펼친 순간 첫 문장이

기가 막히게 아름다워서 처음 보는 작가의 책을 갖고 나오지만

이번엔, 2001년 공쿠르상 수상작!

공쿠르상 수상작이라면 믿을 만하니까.

내가 처음 보는 작가의 책을 선뜻 집어들 수 있었던 이유다.

 

온통 붉은 색 투성이인 이 책은 제목만을 보자면

점수를 아무리 잘 준다해도 10점 만점에

겨우 2점을 획득했을 뿐이다. 물론 내 기준으로.

하지만 내용상으로 보자면,

이야기를 좋아하는 내 구미에 맞는 고로

10점 만점에 8점 정도?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등장인물들도

대부분 실존인물들이다.

겨우 도착한 브라질에는 식인풍습이 있는 인디오들이 있고

뒤늦게 무리에 합류한 이들의 종교 갈등으로 인하여

결국 프랑스의 식민지 건설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통역의 역할을 맡고 따라갔던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들이 무척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영화를 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지지부진한 면도 없고, 실화라고 해서 정치적인 얘기를 잔뜩

늘어놓는 것도 아니어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게다가 보너스로 에필로그까지.

 

브라질에 가볼 수 있다면 작가가 영감을 얻었다는

리우의 '파소 레알'이라는 작은 박물관에 꼭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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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생각하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 제목부터가 그러하지만

그런 독특함은 없다.

뭐, 물론 알고 산 거다.

뭐랄까..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다 읽고 싶다는 욕망에서 비롯되는

치기어린 욕심 같은 거다.

수원으로 오가는 전철 안에서 다 읽어버렸는데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도 내게 남은 거라곤

옮긴이 스스로가 우리에게  던진 몇 가지 질문들.

 

남녀 사이의 사랑은 영원할 수 있는가,

아니면 순간적인 환상에 불과한가?

성과 사랑의 관계는 무엇인가,

사랑은 성관계의 전제 조건인가?

사랑이 없는 성관계는 도덕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가, 없는가?

배타적 소유욕의 표현일 뿐인가?

사랑은 사람들을 현명하게 만드는가, 멍청이로 만드는가?

 

 

명확한 해답이 주어지지 않는 질문들..

그렇다.

나는 물론 사랑이 삶을 살아가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필수요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리 배타적 소유욕의 표현일지라도,

그것이 설혹 거짓일지라도,

 

어떻게 보면 그런 생각들 때문에

이미 늙어버린 나는 가끔씩 서글퍼지는 것일 게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덕분에

나도 '사랑'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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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산도르 마라이는 헝가리 작가이다.

부다페스트밖에는 모르는 헝가리인지라

산도르 마라이라는 작가가 있다는 것도

당연히 모를 수밖에.

274쪽. 얇은 책 부류에 속하는 이 책은,

그러나 쉽게 책장이 넘어가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재미없는 편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다만, 역자가 밝히고 있는 것처럼 아주 간단한 이야기 속에 작가가

담은 게 워낙 많다보니 음미를 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야기는 사십 일 년 전 홀연히 곁을 떠났던 친구가 방문하면서부터 활발하게 전개된다.

소년 시절 사관학교에서 만나 평생을 함께 보냈던 친구인

콘라드와 헨리.

부유한 헨리와 가난한 콘라드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

선천적으로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어울리는 헨리에 비해 늘 경직되어 있는 콘라드,

음악을 느낄 줄 아는 콘라드와 음악이란 그저 사람들과 어울리는데 배경으로 쓰일 뿐이라고 믿는 헨리..

인간을 분류하는 잣대가 되는 두 사람.


헨리의 아내인 크리스티나를 사랑했고,

헨리를 살해하려고 마음먹었던 것을 실천하지 못하고

열대지방으로 떠났던 콘라드가 돌아오자 두 사람은 하룻밤 동안

사십 일년간 마음 속에 담아온 대화를 나눈다.

대화라기보다 헨리의 독백에 가깝지만..

이걸 연극으로 만든다면, 주인공이 대사 외우기에 진땀을 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사랑했느냐고, 언제부터였냐고,

왜 죽이려고 했는지도 묻지 않는다. 헨리가 궁금한 건

오직 두 가지..

떠나기 전날 사냥터에서 헨리를 죽이려고 한 것을 크리스티나가

알고 있었는가 하는 것(이 물음에는 나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나였어도 굉장히 궁금했을 터)


두 번째 물음은 조금 많이 생각하게 만든다.

“어느 날 우리의 심장, 영혼, 육신으로 뚫고 들어와서

꺼질 줄 모르고 영원히 불타오르는 정열에

우리 삶의 의미가 있다고 자네도 생각하나?


무슨 일이 일어날지라도?

그것을 체험했다면, 우리는 헛산 것이 아니겠지?

정열은 그렇게 심오하고 잔인하고 웅장하고 비인간적인가?

그것은 사람이 아닌 그리움을 향해서만도 불타오를 수 있을까?

아니면, 선하든 악하든 신비스러운 어느 한 사람만을 향해서,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 정열적일 수 있을까?

우리를 상대방에 결합시키는 정열의 강도는 그 사람의 특성이나 행위와는 관계가 없는 것일까?”


이 질문에 나는 뭐라 대답을 할 것인가?

정열을 경험한 적이 있노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사랑=영원한 정열이라도 되는 건가?

영원한 사랑을 믿지 않는 나는 정열을 절대로 경험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건가?

크리스티나라는 그리움의 대상.

배반당해 증오하면서도 사랑을 결코 놓지 못했던 헨리는 평생

정열 속에 산 것이 되는 건가?

이야기는 질문을 쏟아내서 아주 편안해진 헨리의 표정으로

끝이 난다.


결국 사십 일 년 동안 자신이 정리해 놓은 것을 알려주기 위해

고집스럽게 삶을 이어온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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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의사 삭스
마르탱 뱅클레르 지음, 윤정임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의사가 마음에 든 적은 없다.

게다가 아름다운 의사라니..

내 아름다운 친구가 선물한 책만 아니라면 뚜껑도 열지 않았을

책이다. 

제목을 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한 말은

'양말?' '사스?' 였다.


630페이지. 

들고 다니기엔 좀 버거운 무게이지만

편안하게 자리잡고 앉아 읽을 시간이 부족하기에

가벼운 척 들고다니며 읽었다.

책 날개에 작가 사진이 있는데

살짝 앞머리가 벗겨지고 커다란 안경을 낀 채 웃고 있다.

흠,,그래 사람은 좋아보이누만..


'나는' 이라고 시작을 하기에

'아하, 이 책도 주인공 시점이구나' 했는데

웬걸..나오는 등장 인물들이 모두 '나는'이라고 얘기를 한다.

진료를 받는 중이거나, 옆집에 사는 사람이거나,

친구이거나,엄마이거나 간에

모두 브뤼노 삭스라는 의사를 지켜보고 쓴 얘기다.

처음에는 각자 얘기하는 걸 기억하느라 굉장히 혼란스러웠는데

진행이 될수록 모두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는 걸 발견했다.

재미있다. 

밤중에도 호출이 와도 아무 소리 하지 않고 왕진을 가주고

아무리 까탈스러운 환자라도 몇 시간씩 얘기를 들어주고

세심하게 관찰해주고 인간적으로 다가가는 의사. 삭스


..마침내 나는 한숨을 쉬고 애써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더 이상 선생님을 괴롭히지 않겠어요. 돌아가야 해요.

아들이 이웃집에 있거든요.

그 집 아들과 제 아이는 같은 반이에요..

제 얘기를 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조금 거북하네요..'

'거북하다고요? 왜죠?'

'제가...선생님 시간을 빼앗았잖아요...환자도 아니면서...'

'그렇지 않습니다.부인은 고통받고 있으니까요.'


삭스라는 의사를 몽땅 보여주는 부분이다.

난 여기 읽으면서 감동해서 탄성을 질렀다.


작가인 마르탱 뱅클레르는 실제로 이야기의 배경이 된

플레이에서 일반의로 진료소를 개원한 적이 있어서인지

겪어보지 않고 자료에 의존한 책과는 다르게 생활의 맛이 묻어난다.

제임스 헤리엇이 지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을 때도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이렇게 예쁜 글을 쓸 수도 있구나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감탄을 했다.

그리고 글은 아무나 쓸 수 있다는 걸 내가 또 잊고 있었구나

반성했다. 


의료체계가 조금 달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길어야 5분인 진료시간은 너무하지 싶다.

들어가서 이런 얘길 해야지 하고 증상을 정리하고 있어도

막상 이름이 불리고 의사 앞에 앉으면 그 권위적인 분위기에

주눅이 들어 하고 싶은 얘기를 몽땅 까먹고 집에 돌아와

후회를 한 일이 허다한 나는

이런 의사를 좀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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