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과 크레테 폰 하헨은 페른하힝엔에서 온 오누이로 8과 4분의 1의 나이를 먹은 쌍둥이다. 이들 종족은 차모니아 남서부에 사는 작은 난쟁이로 평화를 사랑하고 온순한 특성을 가진 페른하엔이다. 2주째 큰숲에 머물고 있는데 나무 딸기를 찾으러 다니다 지겨워지자 엔젤이 '진짜 숲'에 가자고 한다. 길을 잃으면 어떡하냐는 크레테의 말에 나무딸기를 던져놓으면 된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면서. 그러나, 나무딸기는 몽땅 나선형드릴 모양 머리를 가진 땅꼬마도깨비가 가져가버려 그들은 결국 큰숲에서 길을 잃어버린다.
'내 이름은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다. 아마 여러 번 들어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여러분은 어쩌면 차모니아의 초등학교에서 내가 쓴 '핀스터베르크 구더기'를 편도선이 타버릴 정도로 외워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알아채지 못했겠지만 여러분은 내가 개발하고 '미텐메츠식 여담'이라고 이름 붙인, 완전히 새로운 문학적 서술 기교의 한복판으로 이미 들어와 있다. 이 서술방식은 작가가 작품을 쓰면서 기분에 따라 원하는 곳마다 주석을 달거나 교훈을 하거나 불평을 하며 끼어들 수 있게 한다.' (38쪽)
이 부분에 이르러 내가 무릎을 치며 낄낄대고 웃었음을 미리 밝혀둔다. 이런 식으로 자칭 '힐데군스트'는 이야기를 진행하다 말고 수다 떨기를 밥먹듯 해서, 이야기 끊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내 속을 터뜨리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웃게 만들었다. 그중에 특히 이 부분!
-그러나 문학평론가들은 다르다. 이들은 대부분 뜻을 이루지 못한 작가들이다. 서랍에 무더기로 쌓여 있는 실패한 소설이나 거부당한 시들에 대한 복수를 성공을 거두는 동료들에게 하려고 한다. 수프에 혹시 머리카락이 들어가지 않았는지 살피느라 식사를 전혀 즐길 수 없는, 불쾌하고 까다로운 패거리다. 배설물을 삼키고 식물스컹크 분비물 냄새를 맡는 배수구의 주민이다. 그렇다. 라프탄테델 라투다, 바로 너 말이다!' (98쪽)
평소에 문학평론가들에게 느낀 불만을 이렇게 터뜨리는 작가가 너무 귀엽지 않은가. 아무튼 엔젤과 크레테는 이 세상에 있을 것 같지 않은 풀과 나무, 동물들을 만나고 겁에 질려 도망가고, 풀 늪에 빠져 죽을 뻔했다. 같은 자리를 계속 맴돌다가 위장한 마녀의 집 (집 자체가 마녀인)에 들어가 맛있는 음식을 먹지만 결국 집이 삼켜지고 위액이 차오르는 것으로 끝이 난다. 진짜로 커다랗게 '끝'이라고 써있다.
그러나, 행복한 결말을 부여한다는 가정 아래 이야기는 다시 시작되어 이번엔 그들 앞에 구원군이 도착했다. 마녀버섯을 먹은 후 머리가 이상해진 보리스라는 알록곰이다. 숲의 모든 동물들과 대화가 가능한 보리스는 그들의 힘을 빌어 마녀를 퇴치하려 했으나 결국 집이 가라앉는다. 간신히 둘은 빠져나오고 혀가 있는 난초의 도움으로 보리스까지도 빠져나온다. 그리고 집으로 향하는 것으로 진짜 이야기는 끝이다. 뒤에는 작가연보보다 훨씬 자세한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의 반생(半生)전기'가 부록처럼 붙어있다.
무엇보다,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차모니아의 세계를 창조해낸 것도 그렇지만 삼각형 나무줄기, 피처럼 붉거나 맹수가죽과 같은 얼룩이 있는 나무껍질들, 산호 또는 내장처럼 보이는 나무들과 눈이 코끼리 코처럼 생긴 무당벌레, 솜 같은 안개벌레, 이빨은 나무이며 길쭉한 초록색 잎사귀 혀가 있는 직립보행이 가능한 이파리늑대, 풀 속에 사는 곰치, 입이 있고 꽃받침 두 개가 눈꺼풀처럼 올라가 눈이 되는 난초 등등은 정말 기발하다.
<헨젤과 그레텔>에서 차용해 온 것은 빵 부스러기 (나무딸기), 오누이라는 것, 마녀의 집에 들어가는 정도일 뿐,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봐야 한다.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작가들은 언제나 존경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점을 주지 못한 것은 이름부터 완전히 새로운 것들 투성이라 술술 읽히기보다는 덜컹거리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4부작을 다 읽고 나면 그것들에 익숙해져서 이 평점이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