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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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렌즈로 안중근을 만났다. 역사적 인물 안중근의 삶에 대해서는 학교 교육을 통해서, 위인 전기를 통해서, 다큐를 통해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제 소설가 김훈의 눈에 비친 안중근을 만났다. 김훈은 청년 시절부터 안중근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겠다는 포부를 갖았다. 오랜 기간 그의 어께를 짖눌렀던 짐을 이제 '하얼빈'이라는 작품으로 내려놓았다. 역사를 전공한 나로서는 소설책도 역사와 비교하며 읽는다. 그것이 나의 모습이니 어쩔 수 없다. '하얼빈'이라는 창문을 통해서 안중근을 만나보자.

 

1. 작가 김훈, 안중근을 그리다.

소설은 영친왕 이은과 메이지와의 대면으로 시작한다. 고종과 메이지는 동갑이다. 둘다 조선과 일본의 국왕이며 황제이다. 그러나 고종의 나라는 망국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했고, 메이지의 나라는 대륙으로 침략의 발톱을 길게 드러냈다. 아버지 고종과 나이가 같은 메이지를 만났을 때 영친왕 이은은 어떠한 심정이었을까? 조선의 현실을 김훈은 이 한장면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평생을 충실한 포로의 삶을 살아간 영친왕 이은!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한 독립 투쟁에 뛰어들지 못한 원망이 샘솟았다. 충량한 포로의 삶을 살아야 일제하의 안락함과 목숨을 보존할 수있다는 생각을 했을 그에게 나는 너무도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조선왕조를 대표하는 또 한명의 인물이 소설에 등장한다. 영친왕 이은의 배다른 형 순종이다. 순종 이척은 김홍륙 독차사건으로 여러개의 이가 빠졌다. 말을 하는 내내 그의 소리가 셀수밖에 없다. 영친왕 이은을 보호하지 못하고 일본에 볼모로 보내는 못난 대한제국의 황제 순종의 모습은, 백성을 보살피지 못하는 대한제국이라는 나라의 모습이기도했다. 촉의 마지막 황제 유선이 나라가 망했는데도 행복하게 천수를 누린 것 처럼 대한제국의 황손들은 일제에 맞서기 보다는 행복한 순응을 택했다.

이들 대한제국의 지배자들과 대비되는 인물이 있다. 젊은 그들의 이름은 안중근이다. 안중근과 우덕순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다. 작가 김훈은 작가의 말에서 "한국 청년 안중근은 (중략) 세계적 규모의 폭력과 야만성에 홀로 맞서있었다.'(305)라고 적고 있다. 김훈은 안중근과 우덕순의 젊음에 심취했다. '포수', '백수', '담배팔이'라는 그들의 직업을 언급하며 '안중근의 빛나는 청춘을 소설로' 그려내려 노력한다. 소설가 김훈이 청춘에 방점을 두었다면, 나는 역사에 방점을 두고 싶다. 안중근은 대한의군참모중장이라고 재판과정에서 분명히 말했다. 자신을 만국공법에서 규정한 포로로 대우해줄 것을 당당히 요구했다. 김훈이 청춘을 그리려 안중근 독립투쟁을 소략했다면, 나는 안중근을 바로 보려면 그의 독립투쟁을 바로 보아야한다고 말하고 싶다.

독립운동을 하려면 자금이 필요하다. 김훈은 안중근이 권총으로 이석산을 위협하여 100루블을 빼앗았다고 서술하고 있다. 젊은 청춘이 의협심으로 이석산을 위협해서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했다는 김훈의 서술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묘사된 안중근의 삶과 너무도 맞지 않은 서술이다. 이토를 처단하고 나서도 천주교 신부 빌렘에게 자신을 의탁하고 싶다고 말했던 안중근이 아닌가! 사실 안중근의 독립운동 자금은 페치카 최재형의 손에서 나왔다.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인 최재형은 안중근이 국내 진공작전을 추진할 때 자금을 대주었던 인물이다. 대한의군참모중장인 안중근은 지속적인 독립운동을 위해서 최재형을 보호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일본 경찰의 심문과정에서 최재형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를 보호하려 노력했다. 이러한 학계의 연구결과를 인정해야 역사의 진실을 바로 알 수 있다. 독립운동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조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한다.

김훈의 작품 구성은 탁월하다. 하얼빈으로 향하는 안중근과 이토의 행로가 교차 편집되어 있다. 그러면서 작품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박진감 넘치도록 장면들을 배치한 노 작가의 탁월한 역량이 빛을 발한다. 그리고 하얼빈에서 안중근이 이토를 처단한다. 이후 이야기는 안중근의 법정투쟁과 안중근 주변 인물들에 대한 서술로 이어진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조마리아 여사가 아들 안중근에게 보낸 편지가 소개되지 않은 것이다. 감동적인 이 내용을 소설가 김훈은 왜? 소설속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일까? 대의를 먼저 생각하는 여장부 조마리아 여사의 풍모가 안중근을 가리지 않을까하는 걱정에서였을까?

 

2. 안중근과 주변인물들

이책을 읽는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인물들이 이책 속에는 등장한다. 그 첫번째 인물이 안중근이다.

안중근은 의병을 이끌고 국내진공작전을 전개한다. 소규모 전투에서 일본군 포로를 잡지만 만국공법에 따라서 그들을 풀어준다. 그 댓가는 혹독했다. 그는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되고, 그를 따랐던 많은 사람들이 그를 떠났다. 포로를 풀어준 안중근의 선택은 옳았는가? 적이 반칙을 사용하며 우리의 상식에서 벗어난 만행을 저지르는데, 나는 규칙과 윤리에 따라서 적을 상대해야할까? 신이 적을 사랑하라했지만,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을 돌려대라'라고 하였지만, 용서받을 자격이 없는자를 용서하는 것은 만용이 아닐까? 춘추전국시대 송나라 양공이 강을 건너는 초나라 군사를 맞아, 강을 건너고 있는 적을 치는 것은 인의를 해치는 일이라며 공격하지 않았다. 결국 강을 건너 전열을 정비한 초나라 군대에게 송나라 양공은 목숨을 잃는다. 악을 상대할 때는 악이 사용하는 무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안중근이 위대한 인물이지만, 포로를 풀어준 그의 행동에 공감할 수 없다. 안중근 의사가 나를 소인배라고 몰아붙인다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안중근은 천주교 신자이다. 그의 세례명이 토마스 즉, 도마인 것도 그 때문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빌렘 신부는 뮈텔 주교와는 달리 안중근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가 뮈텔주교의 불허에도 불구하고 안중근을 만나러 여순으로 출발한 것만 보더라도 그는 조선인을 이해하는 것 처럼 그려졌다. 그러나, 안중근의 사촌 안명근이 독립운동 자금을 모금한다는 사실을 빌렘이 뮈텔에게 알리고, 뮈텔이 조선총독부 경무총장 아카시 모토지로에게 알린다. 바로 이것이 안악사건의 시초이다. 결국, 친일의 댓가로 진고개에서 명동성당에 이르는 구역을 일본인들이 무단 점거한 일이 순조롭게 해결된다. 명동성당에는 민주화의 역사뿐만 아니라, 친일의 역사도 담겨있다. 빌렘과 뮈텔을 믿고 따르는 조선의 천주교도들의 고통에 그들은 공감할 수 없었나보다. 안중근은 뮈텔 주교의 판단에 따라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범한 '죄인'으로 남아 있다. 강자의 폭력을 합리화하며 자신들의 어린양의 헌금을 걷는 그들의 모습에서 씁쓸함이 감돈다.

안중근의 의거에 유동하와 조도선도 함께했다. 유동하는 17세의 어린 나이에 의거에 참여하였고, 유동하는 러시아어 통역을 맡았다. 작품의 전개를 위해서 이 두 인물을 삭제했다. 그리고 우덕순을 의인으로 묘사했다. 우덕순이 친일파로 변절했다는 연구 결과를 알고 있는 나는 작품을 읽는 내내 불편했다. ‘이러한 인물을 비중 있게 그릴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후기에도 우덕순의 친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자료조사를 철저히했을 김훈이 우덕순의 친일을 모를리가 없다. 그래서 친일인명사전을 펼쳤다. 우덕순의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자료조사를 하니, 우덕순의 친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1920년대 조선인문회 하얼빈 지회에 참여한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그의 친일 논란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1930년대 조선총독부 경무국 자료에는 "농후한 배일사상을 갖고 있다."라고 적고 있다. 서로 다른 자료를 보면서, 혼란이 밀려왔다. 한 인물의 친일 여부를 판가름하기가 너무도 힘들다. 일단은 그를 친일파로 규정하는 것을 유보하자. 그의 전체 행적을 본다면, 친일파가 아니라 일본을 이용하려했던 시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안중근의 아들 안준생이다. 안중근의 막내아들이 그가 누나 안현생과 함께 친일의 길을 걸었다. 19391015일 안준생은 총독부 관리들과 함께 박문사를 참배하고 이토의 명복을 빌었다. 16일에는 조선호텔에서 이토의 차남 이토 분키치를 만나 아버지 안중근의 의거를 '사죄'했다. 그로부터 일년 오개월이 자난 1941326일 안현생은 남편 황일청과 함께 박문사를 참배했다. 326일은 아버지 안중근의 기일이었다. 백범 김구는 '호부견자(虎父犬子)'라며 안준생을 제거 대상으로 규정했다. 호랑이에게서 개같은 아들이 태어났다며 독립운동가들은 분노했다. 그러나, 안중근의 가족을 우리가 지켜주지 못한 죄는 없을까? 첫째 아들은 독이 묻은 과자를 먹고 죽었다. 상하이에서 안중근의 가족은 일제의 감시를 받으며 굶주려야했다. 그들에게 아버지는 고통의 유산을 만겨준 인물일 것이다. 그들이 굶어 죽어야했을까? 그들을 지켜주지 못한 우리의 잘못은 없었을까? 참으로 고통스러운 질문을 던져본다.

 

책장을 덮었다. 너무도 유명한 안중근의 일대기이기에 별로 새로울 것이 없으리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너무도 많은 생각들이 나를 짖누른다. 쉽지 않은 질문들이 나를 괴롭힌다. 조선의 한 청년이 시대의 아픔을 짊어지고 이토를 쏘았다. 그의 짊은 가족에게도 넘겨졌다. 그의 가족이 고통 속에서 굴복했다. 그리고 안중근의 유해조차도 광복이 된 조국에 묻지 못하고 있다. 한미일 연합훈련이라는 핑게로 우리 독도 인근에 일본 군함이 와서 작전을 했다.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군이 올 수도 있다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 안중근을 생각하며 착잡한 심정을 가라앉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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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11-18 18: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어느 교수가 이 작품이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며 논문을 썼더라구요.
물론 역사와 소설이 다를수 있지만 이젠 어느 정도 일치시키는 작업을
해야한다며 자기는 드라마 슈룹도 잘 보고 있다고 말을 맺더군요.
독자나 시청자는 아무래도 알려고 하기 이전엔 무방비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으니 역사학자의 입장에선 걱정할 수 밖엔 없겠죠.
작가로선 좀 찔릴 것 같습니다.
전에 김훈 작가는 칼의 노래를 역사 소설로 보지 말라고 당부하더군요.
역사를 가장한 실존 소설이라나 뭐라나…

2022-11-18 1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종이달 2022-11-24 2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강나루 2022-11-25 04:40   좋아요 0 | URL
서평을 썼을 뿐인데 고맙다니
제가 감사할뿐입니다.
 
미움받을 용기 2 (반양장) - 사랑과 진정한 자립에 대한 아들러의 가르침 미움받을 용기 2
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케 지음, 전경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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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프레드 아들러 심리학이 교육학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아들러 관련 원격연수도 늘어났다. 아들러 관련 연수를 들으며, 학생들을 대하는 새로운 길을 보았다. 그래서 '미움받을 용기1'에 이어서, '미움받을 용기2'를 오디오북으로 읽었다. 오디오북은 비교적 쉬운 내용의 책을 짬짬이 시간을 내어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종이책을 읽으며 깊은 사색의 시간을 갖는 시간을 갖기에 한계가 있기는 하다.

  '미움받을 용기1'에 비해서 '미움받을 용기2'는 많은 과제를 떠넘겨준다. 읽으면서 책속의 청년이 느끼는 반항감을 나도 느꼈다. 1편을 읽었을때, 느꼈던 상쾌함이 2편을 읽고서는 무거운 과제로 다가온다. 그 무거운 과제를 살펴보자.


  첫째, 아들러는 칭찬도 채벌도 하지 말것을 주장한다. 칭찬과 채벌이 타인의 인정을 받기를 원하는 존재로 학생을 길들인다는 아들러의 주장을 수긍할 수 없다. 칭찬은 하나의 도구이다. 인간은 태어날때부터 부모의 보살핌이 없다면 생존자체가 힘들다. 그러하기에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것은 청소년기의 커다란 과제가 된다.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서 하나의 단독적 개체로 성장하기 위해서 교사가 칭찬을 하지 않는 것은 나의 몸의 해충을 죽이기 위해서 아무것도 먹지 말라는 극단적 처방과 무엇이다를까? 오히려 칭찬이라는 도구를 잘 사용한다면 올바른 인간을 기르는데 더 유용한 도구가 되지 않을까? 같은 칼이라할지라도 수술용칼과 요리용칼은 사람의 생명을 살린다. 반면 도둑이 사용하는 칼은 사람을 죽인다. 우리는 칭찬이라는 칼을 사람을 살리는 도구로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둘째, 아이들을 신용하지 말고, 신뢰하라고 말한다. 신용은 은행에서 담보를 믿고 돈을 빌려줄때 사용한다. 반면에, 신뢰는 인간을 인간이기에 있는 그대로 믿는 것을 뜻한다. 교사에게 학생을 신용하지 말고 신뢰하라는 말은 단순히 직업인으로 학생을 대하지 말고, 무조건적으로 믿고 교사의 모든 시간을 학생을 위해서 바치라는 말이다. 이것이 가능할까? 학교에서는 교사이지만, 집에서는 남편이자 아빠이고, 아들이다. 워라벨이 중요시되는 현대사회에서 학교와 학생에게 모든 것을 바친다면 가정에서 버림받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교사도 번아웃되어버린다. 

  작년에 연쇄살인자가 되는 것을 꿈꾸는 학생을 담임했다. 학생을 바른 곳으로 인도하기 위해서 부단히도 상담을 했다. 한번 상담이 3시간을 넘기는 때가 많았다. 그학생과 상담을 하면 나의 기가 모두 빨려나간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상담 결과는 도돌이표였다. 다음날이 되면 학생은 원점이 되어 온다. 

 "왜? 사람을 죽이면 안되죠?"

 "난 죽고 싶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나를 안죽여요. 그래서 유영철과 같은 사람이 될거에요."

 "선생님이 가슴이 떨리는 일을 하라고 했잔아요. 근데, 나는 사람을 죽이는 것을 보면 가슴이 설레여요."  

라는 학생의 말을 듣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트라우마로 다가왔다. 올해 담임을 쉰것도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아들러가 나의 모습을 본다면 심한 책찍질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이다. 물속에 빠진 학생을 건지려 손을 내밀었지만, 그 학생은 나의 손을 잡아당기며 같이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려한다. 그때 나는 그 손을 뿌리칠 수밖에 없다.

  셋째, 자기 중심성에서 탈피에서 나에서 우리로 나아가자! 부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자기 중심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배고프면 부모가 힘들어하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울음을 터트린다. 이제 우리로 나아가자는 아들러의 말은 개인중심적 서구사회에서 과연 수긍을 받을 수 있는지 의문이든다. 일본의 집단주의와 한국의 관계주의와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혹시 일본의 집단주의자들에 의해서 악용될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


  저자는 아들러 심리학은 새롭게 갱신해야한다 주장한다. 아들러 심리학을 교조화해서는 안된다는 저자의 말이 참으로 마음에 든다. '미움받을 용기1'에 비해서 '미움받을 용기2'는 많은 의문을 던져주었다. 진정한 사랑을 선택하기를 바라는 아들러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면서도 그의 이상이 너무도 높기에 현실을 살아가야하는 나에게는 무거운 짐을 짊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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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2022-11-13 14: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런 얘기를 선생님 앞에서 하는 학생들이 있군요. 요즘 선생님들 정말 힘드시겠어요.

2022-11-13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2-11-14 1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저런 학생 상담하고 나면 나의 기가 다 빨리고 말거 같아요. 올해 담임 쉬신거 잘하셨어요. 쉬어주지 않으면 결국 내 몸이 병이 나더라구요.

2022-11-14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역행자 - 돈·시간·운명으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얻는 7단계 인생 공략집
자청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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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청은 사회의 루저였다. 학교에서 흔비 볼 수 있는 게임만 할 줄알며 미래에 대한 희망 보다는 절망을 안고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좀비였다. 그런데, 그가 남들이 부러워하는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자가 되었다. 돈! 돈! 돈! 지겨운 단어이다. 하고 싶은 일도 돈이 없다는 이유로 그만두어야한다. 하기 싫은 일이 있어도 가장 좋은 핑게는 돈이 없다는 말이다. 자청은 가난이라는 지긋지긋한 늪을 자신만의 방식을 탈출했다. 그 탈출 방식 속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자청의 비결은 무엇일까?


  자청은 타고난 운명대로 사는 95%의 순리자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정해진 운명을 거역하는 자를 뜻하는 '역행자'라는 단어를 창조했다. 그리고 순리자에서 역행자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7단계를 거쳐야한다 주장한다. 역행자 1단계 자의식 해체, 2단계 정체성 만들기, 3단계 유전자 오작동 극복, 4단계 뇌 자동화, 5단계 행자의 지식, 6단계 경제적 자유를 얻는 구체적 루트, 7단계 역행자의 쳇바퀴가 바로 그것이다. 

 자청이 제시한 7단계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책읽기라고 말할 수 있다. 게임 오탁구였던 자청은 친구들과 게임을 할때 게임 공약집을 먼저 보았다. 그러면 자청은 항상 게임에서 승리했다. 자청은 이것을 현실에 적용했다. 게임을 잘하려면 게임 공약집을 먼저 보아야하듯이, 인생에서 승리하려면 이에 필요한 책들을 읽어야한다. 책은 자청의 인생에 특별한 공약집이었다. 철학과 심리학책들을 탐독한 자청은 점차 새로운 사람을 변해갔다. 마치 어리숙한 시골뜨기였던 내가, 대학에서 많은 책들을 읽고 대학 강의를 경청하면서,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이 서로 연결되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확 트였던 경험을 자청도했던 것이다. 

  물론, 자청이 자기계발서로 독서를 확장하면서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한 지식을 얻어갔다면, 나는 역사관련 서적과 심리학, 철학 관련 서적을 읽으며 나의 내면으로 관심을 돌렸다. 자청이 가난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서 투쟁했다면, 나는 가난이 싫어서 돈과는 담을 쌓고 싶었다. 돈을 떠올리면 가난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자청과 나의 삶이 다른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청이 게임만 할 줄아는 오탁구였다면, 타인의 눈에 나는 어리숙하고 할줄 아는 것이 없는 불쌍한 존재였다. 그러나, 독서는 자청과 나를 새롭게 다시 태어나게 만들었다. 자청이 '경제적 자유'를 얻은 사람으로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의 우상이 되었다면, 나는 대화를 하면 아는 것이 많은 사람으로 인정받았다. 때로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하는 주변인들이 나에게 궁금한점을 자주 물었다. 나의 한마디에 감탄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독서는 사람의 영혼을 다시 태어나게 만들었다. 

  자청은 뇌과학책을 자주 거론하며 자신이 순리자에서 역행자로 어떻게 변신했는가를 설명한다. '클루지'라는 책이 자청의 인생을 바꾼책이다. 인간의 뇌는 파충류의 뇌위에 포유의 뇌가 있고, 그위에 인간의 뇌가 있다. 결국 인간은 석기시대 수렵 채집하던 시기에 알맞은 뇌구조가 아직도 존재한다. 그 본능에 따라서 의사결정을 한다. 결국, 95%의 순리자는 원시 수렵 채집 시절에 살아 남기 위한 본능을 안은채 살아간다. 자청은 이를 거스르기로 결정했다. 뇌과학책을 몇권 읽은 나로서는 뇌과학을 자신의 삶에 적용시켜 삶을 바꾼 그의 모습이 놀랍다. 배운것을 삶을 인생을 살아가는 도구로 활용하는 지혜는 배워야한다. 

  '더닝-크루거 효과'를 아는가?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소 평가한다는 이론이다. 이말은 공자가 말한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것이야말로 참된 앎이다.' 라는 격언과 일맥상통한다. 조금 아는자가 자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자칫 오만해진다. 반면에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앎에 대해서 메타인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은 앎의 바다의 조그만 조약돌 정도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니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 나도 뇌과학책을 1년에 1권 이상은 읽자. 뇌과학책 몇권을 읽었다고, 뇌과학에 대해서 잘안다는 오만을 가지말자!

  역행자, 자청은 정체성을 쉽게 바꾼다. 자신의 정체성을 사업가로 설정했을 때는 모든것을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식당에 들어가면 테이블 수와 직원수 그리고 회전율을 계산했다. 그러던 그가 아마추어 운동가로 정체성을 바꾸었다. 스포츠 영상을 시청하고, 골프와 테니스에 매진한다. 아마추어 운동가 모임에도 나가서 그들과 어울린다. 스스로 정체성을 자유롭게 바꾸는 그의 모습에 놀라면서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라는 의문이든다. 그가 자신의 정체성을 쉽게 바꿀 수 있는 비결은 독서와 글쓰기이다. 자청은 뇌를 발달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독서와 글쓰기를 제시한다. 그의 표현대로 독서와 글쓰기는 우리 인생을 레벨업 시킬 수 있는 첩경이다. 

  

  실패를 경험했을 때, 순리자와 역행자는 다른 태도를 보인다. 순리자가 외부의 탓으로 책임을 회피하며 자신을 보호하려한다면, 역행자는 자신에게서 그 원인을 찾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려하지 않는다. 자기계발을 위해서는 순리자의 태도보단느 역행자의 태도가 좋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잘못을 내부에서 찾는다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발견하지 못할 수 있다. 헬조선을 고치기 위해서는 헬조선 속에서도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연꽃이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하지만, 우리 사회를 헬조선이 아닌,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대한민국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순리자에서 역행자로 다시 태어났다면, 그 다음 목적지는 통합자가 되어야한다. 순리와 역행을 고루 살피며, 개인과 구조의 모순을 함께 살펴 인간이 인간답게 살수있는 대동세상을 만드는 통합자가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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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11-24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강나루 2022-11-25 04:41   좋아요 0 | URL
제가 감사합니다.
 
미움받을 용기 (반양장)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미움받을 용기 1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활자책에 익숙한 나는 오디오북을 이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8개월 동안 오디오북을 듣지 않았다. 책이주는 물성과 책읽기를 멈추고 생각에 잠기게하는 여유를 오디오북은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미움받을 용기'를 펼쳐보았다. 그리스 철학을 연구하는 철학자와 젊은이와의 대화! 이러한 책이라면 오디오북으로 읽기에 적격이다. 스마트폰을 켜고 오디오북 앱을 실행시켰다. 출근준비를 하면서 설걷이를 하면서 오디오북을 읽었다. 평이한 내용이라 부담없이 1.8배속으로 듣기 시작했다. 


  제3의 심리학이라고 불리는 아들러 심리학은 알면 알수록 동양철학과 비슷한 면이 많았다. 우선, '장자'와 비슷한 면부터 살펴보자. 이 책속의 철학자는 어떠한 외부의 자극이나 사건이 있다하더라도 내 자신이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는가, 어떠한 해석을 하는가는 나에게 다려 있다고 말한다. 장자라는 책에 어느 배가 내배에 부딪치자 화가 났지만, 그 배가 빈배임을 확인하고는 화가 풀렸다는 이야기가있다. 타인의 배가 나의 배에 부딪혔다는 사건은 같지만, 빈배라는 사실을 알자 화가 사라졌다. 현상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나의 해석이 달라졌다. 그에 따라 나의 마음도 달라졌다. 아들러가 제3의 심리학을 말하기 이전에 동양의 철학자들은 이미 현상보다 그 현상을 해석하는 인간의 마음의 중요성을 이미 깨닫고 있었다. 

  아들러 심리학은 노자와 비슷한 면도 있다. 노자는 허(虛)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릇은 가운데가 비었기 때문에 그 쓰임새가 있는 것이다. 허(虛)는 인간관계에서 중요하다. 나와 타인 사이에 적당한 허(虛)가 있어야한다. 그래야 안정감을 갖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이룰 수 있다. 그 관계는 부모와 자식, 심지어는 연인 사이에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말을 아들러도 했다. 관계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라!'라는 부분이다. 타인이 설정한 프레임에 내가 말려들 필요는 없다. 나는 나의 인생을 살면된다. 단순하지만 명쾌하게 삶을 주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한 명 문장이다. 알렉산드로스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기 보다는 자기 식대로 칼로 끊어버렸다. 나는 남이 낸 문제를 풀려 나의 인생을 허비하지는 않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며, 나의 인생을 살려 노력해본다. 


  시골에 내려가는 주말마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다큐멘터리를 즐겨본다. 재방송을 너무 많이 하기에 하루에 2~3편을 본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다큐 속에는 여러 종류의 자연인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는 한때 남부럽지 않은 돈을 손에 쥐고 살다가 지인에게 배신당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산으로 들어온 사람이 많다. 분노에 휩싸인 그들은 대자연에서 치유를 얻는다. 그리고 세속적 욕망을 떨쳐버리고 진정한 치유의 삶을 살아간다. 그들은 현재를 사는 행복한 존재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들에게 알맞은 명언이 이책의 마지막 부분에 있다. "내 이생에 의미를 줄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이다."라는 문장이 있다. 타인이 만들어 놓은, 내가 알지 못하는 선조들이 만들어 놓은 규칙과 관념에 사로잡혀서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 헛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세속적 출세의 기준에 얽매여 배신당하고 분노에 고통스러워하다가 이를 떨쳐버리고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사는 자연인! 우리는 아들러 심리학을 통해서 도시 속에 사는 자연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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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1-07 2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대화식으로 구성된 책이라면 오디오북도 괜찮을듯도 하네요. 하지만 전 진짜 듣는거에 약해서.... 듣다가 공감가는 부분 나오면 딴 생각하기 시작하고, 그러면 오디오는 저 멀리 가있고.... ㅎㅎ 그래서 진짜 오디오북 힘들더라구요.

강나루 2022-11-07 21:03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래서 메모지를 옆에 두고 오디오 북을 읽어야해요. 사색이 필요할 때는 오디오북을 멈추고, 메모지를 꺼내 나의 생각을 적어두는 여유가 필요하지요. 깊이 생각하고 시간을 두고 읽어야할 때는 종이책을 택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의 경우는 오디오북도 괜찬을 것 같아요.^^
 
이재명의 스피치 (부록 : 윤석열의 말과 심리) - 심리학자 김태형과 스피치 전문가 박사랑이 분석한
김태형.박사랑 지음 / 서해문집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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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자는 말잘하는 사람을 싫어하면서 정작 본인은 말을 잘했다.'는 말을하는 학자가 있다. 《논어 (論語)》 〈학이편 (學而篇)〉에  “교묘한 말과 아첨하는 얼굴을 하는 사람은 어진 사람이 적다 (巧言令色 鮮矣仁)”는 글귀를 그 근거로 제시하면서 동양사람은 말잘앟는 사람을 싫어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교묘한 말과 아첨하는 얼굴을하는 사람은 간신이나 사기꾼을 뜻한다. 이들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이 아니라, 타인의 비위를 맞추거나 속이기 위한 말들을 늘어 놓는 자이다. 이러한 사람을 참된 말잘하는 사람이라고 할수 있을까? 공자는 타인을 속이거나 비위를 맞추어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을 어질지 못한자라고 말했을 뿐이다. 공자가 말잘하는 사람을 싫어하지는 않았다. 공자에 대한 오해는 말잘하는자 = 사기꾼이라는 오해로 이어졌다. 그래서인지, 한국 사회에서도 말잘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로 이어지는 역대 대통령도 그다지 말을 잘한다는 평을 받지 못하고 있다. 거꾸로 말하면, 한국 사람들은 말잘하는 사람이 나라도 잘 통치할 것이라는 확신을 못갖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은 말잘하는 지도자가 그립다. 그래서 김태형 박사의 '이재명의 스피치'라는 책을 꺼내들었다. 

  김태형과 박사랑이라는 걸출한 심리학자와 스피치 컨설턴트가 협업한 책치고는 두께가 얇다. 읽기에도 수월하다. 핵심도 간단하다. 말을 잘하려면 진심을 담으란다. 2021년 2월 부산 MBC인터뷰를 보면, 즉흥 인터뷰에서 이제명은 국민에 대한 믿음을 표명해다. 국민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평소에 있지 않으면 즉흥 연설에서 이런말이 나오지 않는단다. 평소에 진심으로 살아가고 그 마음을 담아 연설을 한다면 좋은 연설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더 이상 부언 설명이 필요치 않는 말이다. 건성으로 하는 사과와 진심어린 사과의 차이를 학생을 지도하면서 많이 느낀다. 

  학폭 사고가 났을 때, 가해자가 사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은 학생과 학부모가 피해 학생의 학부모와 학생을 만나서 진심어린 사과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처음에 화를 내던 피해부모들도 화를 누그러뜨리고 침착하게 사태를 해결하려한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학생을 지도하다가 학생을 다치게했다.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를 했다. 치료비는 제가 모두 드리겠으며, 모든 잘못은 저에게 있다는 말을 누차 말했다. 그런데, 학부모는 오히려 웃으며 나를 격려해주었다. 학생을 위해서 지도하시다 그런건데 치료비도 받지 않겠다고 말하며 더욱 엄히 자식을 지도해 달란다. 너무도 송구스러워서 학생에게 여러권의 책을 사서 전해주었다. 물론, 그 학생은 웃으며 '그때 그일 이후로, 비가 올려고 하면 여기가 가려워요'라고 말한다. 그러면 나는 그학생에게 다가가서 '많이 아프니?'라고 물어보고는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러면 '아니에요. 괜찬아요.'라며 웃는다. 교사 생활 중에서 가장 위험한 일을 진심어린 사과로 무사히 넘겼다.

  이재명의 말하기의 가장 큰 힘은 아마도 그의 경험담에서 우러나오는 스토리텔링일 것이다. '청년기본소득'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돈이 없어서 학원을 다닐 수 없었던 자신의 경험을 그림을 그리듯이, 영화를 보듯이 설명한다. 그의 말에 빨려들지 않을 재간이 없다. 다산 정약용도 글을 쓸때는 예화를 들어서 설명하라고 말했다. 이재명은 다산이 제시한 글쓰기 방법을 말하기에 적용하고 있었다. 예화를 들더라도 감질맛나게 말하는 힘이 이재명에게는 있다. 

 '이재명의 스피치'에는 부록으로 '윤석열의 말과 심리'가 있다. 부록이라기 보다는 비교적 대등한 분랑으로 윤석열의 말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서 그의 심리를 제시하고 있다. 


  "방어적 말하기는 가장 나쁜 말하기 중 하나다. 특히 열려 있는 사고와 유연하고 순발력있는 대응이 절실한 외교 무대에서는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211쪽


  김태형은 윤석열의 말하기와 심리를 분석하면서 윤석열의 말하기를 반면 교사로 삼아 올바른 말하기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은 대통령이 된, 윤석열이 이책을 읽는다면 자신의 부족한 점을 상당부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캐나다 총리와 말하면서 종이쪽지를 보고 말한다든지, 미국을 방문해서 벌어진 부적절한 표현 논쟁도 김태형과 박사랑 저자의 코칭을 받고 노력한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보인다. 단, 김태형과 박사랑이 윤석열을 코칭할 기회가 올지는 미지수이다. 

  

  '민주주의는 말잘하는 사람이 설쳐대는 제도이다.'라면서 정치에 대한 염증을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에게 이책의 에필로그의 일부분을 들려주고 싶다. 


  "말하기 능력을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과 그에 기초해 형성 발전된 심리, 연습을 통해 습득한 말하기 전략과 기술의 결과다."-282쪽


  말은 그 사람의 인생과 노력이 담겨져 있는 거울이다. 우리가 진심과 허위를 구분할 지혜를 가지고 있다면, 말만 번지르하게 잘하는 사람과 참된 인물을 구분할 수 있다. 진심과 허위를 구분할  지혜가 없기에 우리는 참되게 말하는 사람을 '말만 잘하는 사람'으로 무시한 것은 아닐까? 대선주자 토론회에서 이정희 후보에게 망신을 톡톡히 당하던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듯이, 많은 수의 유권자는 아직 참된 사람과 말만 잘하는 사람을 구분할 지혜가 형성되지 않았다. 언젠가는 그 지혜를 많은 유권자들이 갖게 되길 고대하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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