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인문학 - 천재들의 놀이터,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박중환 지음 / 한길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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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재들의 놀이터는 어떤 곳일까? '천재들의 놀이터 숲의 인문학'을 서가에서 꺼내며 호기심이 발동했다. 칼비테의 '자녀교육법'이라는 책에도 칼비테는 반드시 자녀와 산책을 한다. 숲이 영재교육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근거를 알지는 못했다. 그래서 책의 내용이 더욱 궁금했다. 

  이 책에 제시된 여러 천재들의 공통점은 숲과 함께했다는 것이다. 숲이 천재들에게 영감을 주고 그의 능력이 발현할 수 있도록 돕니다. 단, 에디슨과 스티브 잡스만은 숲과 함께하지 못했고 그래서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천재로 자라났다고 저자 박중환은 말한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다가 문득 '나뭇꾼은 천재들 이었겠군?'이라는 생각이들었다. 선녀의 옷을 훔쳐 장가든 나뭇꾼이 천재였단 말인가? 숲과 천재의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논리적 비약을 한 것은 아닐까?

  저자 박중환은 이에 대한 답변도 준비해 놓았다. 천재성이 발현되려면 6가지를 갖추어야한다. 남다른 호기심, 관찰력, 끈질긴 탐구심, 천착근성, 숲 놀이나 정원 가꾸기, 열정적인 독서가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는데 어찌 하나의 요인만이 작용했겠는가? 한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듯이, 한 천재가 재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해서 상승작용을 일으켜야한다. 

  숲을 놀이터 삼아서 천재의 재능을 발휘한 이야기 부터, 지구의 탄생 부터 숲의 출현과 지금의 숲 파괴와 도심 속 숲 정책에 대해서 저자 박중환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안토니 가우디의 말을 제시하며 글을 마무리하려한다. 


  "자연에 직성은 없다. 자연은 인간이 만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자연이 만든 곡선을 좋아하고 고집한다."-145쪽


  인공적인 직선에 익숙해져 가우디의 곡선의 미를 신기해하는 나 자신을 보며 숲 속을 더 거닐며 사색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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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이 세계라면 - 분투하고 경합하며 전복되는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의 사회사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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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흡연하지 않습니다. 그저팔 뿐이지요. 우리는 그 권리를 젊은이, 가난한 사람, 흑인 그리고 멍청한 사람들을 위해 남겨둡니다."-31쪽


  담배회사 알 제이 레이놀드의 광고모델로 활동하던 데이비츠 괴릴츠가 흡연을 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이에 대해서 사장이 한 답변이다. 담배를 피는 당신은 알 제이 레이놀드 사장이 말한 부류 중에서 어느 부류에 해당되는가? 젊은이인가? 가난한 사람인가? 흑인인가? 그것도 아니면 멍청한 사람인가? 당신에게 담배를 팔면서도 담배회사 사장은 당신을 존중하지 않는다. 

  '우리 몸이 세계라면'이라는 책에서 김승섭 교수는 담배를 팔기 위해서 담배회사들이 펼치는 사악한 저주가 묻어있는 판촉행위를 소개한다. 저소득층 여성에게 접근하기 위해서 푸드 스탬프에 한갑당 25센트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그녀들에게 자신은 돈을 절약하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어 담배 판촉을 늘리려는 속셈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최저 소득 위에 있는 여성보다 저소득층 여성이 1.72배 높은 흡연율을 기록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하루 하루 살아가기에도 버거운 사회적 약자들에게 발암물질을 팔기 위해서 최소한의 양심마져 던져버린다. 

  그들의 사악함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담배의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지만, 과학자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지식을 생산하고 있다. '연기 없는 세상'이라는 슬로건을 들으면 당신은 무엇이 상상되는가? 금연 운동 슬로건이 아니다. 연기나는 연초담배 연기 없는 전자담배를 피우자는 슬로건이다. 2017년 필립 모리스는 '연기 없는 세상' 재단을 만들고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한다. 담배회사가 막대한 자금력으로 과학자들을 어떻게 섭외하는지 날카롭게 비판하던 데렉 야크를 재단 이사장에 앉혔다. 전자 담배가 연초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전자담배는 연초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주장을 하며 전자담배 판매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렇게 그들은 지식을 생산하며 대중을 멍청한 사람으로 남겨두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질서를 내면화합니다. 그 사회의 권력을 가진 이들이 아름답다고 뛰어나다고 규정하는 것들을 그 사회 전체의 표준이 되곤합니다."-174쪽

  

  사회적 약자들은 스스로를 보호할 지식을 생산하지 못하고있다. 오히려 지식권력자들이 생산한 질서를 내면화한다. 일제 식민지 시대가 아닌데도 이토 히로부미를 탁월한 인재라 칭찬하는 친일적 발언을 서슴치 않고 하는 정치인이 있는 것도, 하루하루 근근히 먹고 사는 노동자들이 진보 정당을 빨갱이라고 욕하며 보수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도 그들에게는 스스로의 지식을 생산할 지적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돈에 혈안이 되어 지식권력을 장악한 그들에게 우리들은 어떻게 저항해야할까? 담배는 해롭다는 진리를 머리로는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그들을 멍청하다고 말해야할까? 담배회사에 유리한 근거를 들이대며 담배를 끊는 것이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오히려 몸에 해롭다는 그들의 어리석음을 안타까워해야만 할까? 이에 대한 이해를 김승섭 교수가 흑사병이 유행할 당시의 어리석은 유럽인의 행태를 설명하는 글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잘못된 광신도들은 조롱하기란 쉬운 일이다. (중략) 그러나 이들은 비난하기에 앞서 이 고행단들이 극단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던 절망적인 공포를 기억해야만 한다."-220쪽

  

  거대한 재앙 앞에 나약한 도시민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비난은 쉽지만 대처는 힘들다.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야하는 가난한 노동자에게 가장 값싼 휴식을 제공하는 것은 한까치의 담배일 수 있다. 사회 구조가 변화하지 않는 이상 담배회사의 사악한 판촉을 막을 수 없다. 

  그럼 현실을 변혁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나는 김승섭 교수에게서 희망을 찾는다. 누군가는 사회적 약자에게 측은지심을 갖고 그들을 위한 지식, 아니 우리 모두를 위한 지식을 생산해야한다. 그러한 지식을 생산해야만이 사회를 변혁할 수 있는 동력이 만들어진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이라는 책에서 김승섭 교수는 자신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연구 조사를 한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리라고 확신하지 못한다. 그렇다. 김승섭 교수의 연구와 조사, 글쓰기가 단번에 우리 현실을 바꾸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물방울이 모여서 큰강을 이루듯이, 김승섭 교수가 생산한 지식이 우리 사회를 바로보는 안경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땅의 많은 깨어있는 시민들이 함께 노력하여 우리 사회를 보다 나은 세상으로 만들 것이다. 물론, 지식권력을 가진자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힘든 그 싸움이 외롭지 않은 것은 우리에게는 깨어있는 동료 시민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ps. 김승섭 교수의 의견을 대부분 존중한다. 그러나 다음의 글에는 동의할 수 없다. 


   "OECD 국가 중 다른 인종에게 가장 적대적인 한국인들이 한국사회의 인종차별을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 가해 행위가 문제로 인지되지 않을 만큼 한국사회에 인종차별이 깊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177쪽


  우리사회는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인종차별이 심한 사회일까? 나는 동의할 수 없다. 유튜브 'Q언니'에서 세계를 두르두르 다녀본 Q언니는 유럽 거리에서 백인남성에게 얼굴에 침을 맞았다. 그때 그녀는 무서워서 반항할 수조차 없었다고 한다.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묻지마 폭행을 당하며 "고홈 옐로우 멍키" 소리를 들어야하는 우리들이 가장 인종차별이 심한 사회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있을까? 영국의 경우 유색인종이 거주지에서 경찰에 범죄 신고를 해도 그들은 출동조차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것보다 더 노골적인 인종차별이 있는가? 겉으로는 인종차별적이지 않은 척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종차별의 본모습을 숨기고 있는 그들과 우리를 비교하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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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이 세계라면 - 분투하고 경합하며 전복되는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의 사회사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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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회사는 죽음을 판다
우리는 흡연하지 않습니다. 그저 팔 뿐이지요. 우리는 그 권리를 젊은이, 가난한 사람, 흑인 그리고 멍청한 사람들을 위해 남겨둡니다.(Wedon‘t smoke the sh--, we just sell it.... We reserve that ‘right‘ for theyoung, the poor, the black and the stupid.)‘ - P31

(스에덴 기자 아손의 기록,1905.1.1)
8시였다. 5분 후에는 기차가 출발할 예정이었다. 플랫폼은 이 대사건을 구경하러 나온 코레아인들로 온통 흰색 일색이었다. 그들 대부분은처음 역에 나온 것이고, 따라서 기관차도 처음 보는 것이다. 기관차의역학에 대해서는 조금도 아는 바가 없는 그들이었기에 무슨 일이 일어 - P72

날지 몰라 대단히 망설이는 눈치였다. 이 마술차를 가까이에서 관찰하기 위해 접근할 때는 무리를 지어 행동했다. 여차하면 도망칠 자세를취하고 있으면서도 서로 밀고 당기고 하였다. 그들 중 가장 용기 있는사나이가 큰 바퀴 중 하나에 손가락을 대자, 주위 사람들은 감탄사를연발하면서 그 용기 있는 사나이를 우러러보았다.
그러나 기관사가 장난삼아 환기통으로 연기를 뿜어내자 도망가느라고 대소동이 일어났다. 나는 객실 창가에서 이 소동을 지켜보았다. 참흥미진진했다. 가장 웃음이 나오는 것은 키가 난쟁이처럼 조그마한 일본인 역원들이 얼마나 인정사정없이 잔인하게 코레아인들을 다루는가를 지켜보는 일이었다. 기관차가 마침내 기적을 울리고 천천히달리기 시작하자 주위의 일본 사람들은 우렁차게 ‘반자이‘(만세)를 외친 반면, 이 열차를 타고 갈 예정이었으나 플랫폼에서 지체된 코레아사람들은 기차를 타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왔다. 그들은 또 한 차례의 회초리 세례를 받아 결과적으로 기차와 더 떨어질 뿐이었다. 장면장면이 우스꽝스러움을 더해갔다. 부산역의 이 북새통에서 내가 마지막 본 장면은, 그 무리들 중에서 제일 왜소한 일본인이 키 크고 떡 벌어진한 코레아 사람의 멱살을 거머쥐고 흔들면서 발로 차고 때리다가내동댕이치자, 곤두박질을 당한 그 큰 덩치의 코레아 사람이 땅에 누워 몰매 맞은 어린애처럼 징징 우는 모습이었다.
-아손그렙스트, 스웨덴 기자 아손, 100년 전 한국을 걷다 - P73

대동아공영권에는 일본인 외에 지나·인도지나 · 적도제도·호주·남태평양에 걸쳐 수백 종 혹은 그 이상의 다수 인종이 존재하며, 각 인종에는 각각의 장점이 있다. 이들 인종은 서로 관련하여 일환環을 이루어그 특장特長으로서 타 인종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그럼으로써 공존공영의 결실을 거두어야한다. - P77

우리는 "제도가 사람을 모욕할 때" 그것을 모욕이라고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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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반복된다
배기성 지음 / 왕의서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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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에서 배기성의 동영상이 추천 되었지만 나는 클릭하지 않았다. 믿을 수 있는 학자들의 역사 강좌만 듣고 싶었다. 그런데, 팟캐스트 '매불쑈'에서 그의 강의를 들었다. 피맷힌 목소리에 울분을 쏟아내는 그의 강의를 들으며 그에게 빠져들었다. 

  '역사 독립군'!! 그에게 보내는 찬사는 그치지 않았다. 그가 갑자기 '매불쑈'에 나오지 않자 많은 궁금증이 생겼다. 왜? 갑자기 출연을 하지 않는 것일까? 다시 돌아온 그의 목소리는 너무도 파리했다.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책을 쓰다가 쓰러진 것이다. 이 사회를 위해서, 건전한 역사 의식을 시민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 그는 더 살아야한다. 그는 힘없는 목소리로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책을 읽어줄 것과, 자신의 팟캐스트를 구독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래, 그의 책을 한 번 읽어봐야겠다 결심했다.

  그의 책은 '매불쇼'를 열심히 들은 독자라면 쉽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었다. 좀 길이가 길다 싶으면 2부로 나누어서 서술했다. 독자에 대한 배려인듯 싶다. 

  배기성의 책을 다 읽고 그의 책을 내려 놓았다. 책을 읽는 동안 '매불쇼'에서 열강하던 그의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매불쇼'를 떠올리며 그의 강의에 고개를 절로 끄덕였다. 가볍지만, 그가 말한 역사의 무게는 너무도 무거웠다. 친일파가 승리하고, 독재자가 찬양받는 현실 속에서 역사 독립군 배기성의 책은 가볍지만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그의 책이 가볍게 느껴지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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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장자수업 2 - 밀쳐진 삶을 위한 찬가 강신주의 장자수업 2
강신주 지음 / EBS BOOKS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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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주가 자신의 전공으로 돌아왔다. '장자'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가 다시 대중앞에 섰다. '강신주의 장자수업 1,2'는 그가 탐구한 장자에 대한 집대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미 10여년전, 나는 강신주가 쓴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이라는 책을 읽었다. '강신주의 장자수업'을 읽으며 10여년 전의 어렴풋한 기억을 떠올리며 그때와 달라진 강신주의 생각을 떠올렸다. 강신주! 그는 어떤 성숙한 모습으로 장자를 다시 초대했을까?


  '밀쳐진 삶을 위한 찬가'라는 부제가 나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20여년전,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을 쓸 때는 세상과 맞서며 자신의 카리스마를 내뿜었던 강신주가, 이제는 쇠약해져서 세상으로부터 밀쳐진 이들을 위한 찬가를 부르고 있다. 피튀기는 경쟁 사회에서 탈출하고 싶은 현대인들에게 강신주가 이상향으로 제시하는 것은 유목민의 삶이다. 정착민 vs 유목민의 삶을 끊임없이  제시하며 장자를 유목민적 사유를 가진 책으로 소개한다. 정착민을 대표하는 사상가 공자, 유목민의 대표 사상가 장자의 대립구도 속에서 강신주는 장자의 글을 빌어서 공자를 비판한다. 지배자의 논리를 대변하는 공자를 비판하며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유목민의 삶을 찬양한다. 아마도, 경쟁에서 승리하라 강요하는 현대사회에서 밀쳐진 현대인들에게 강신주는 유목민처럼 자유롭게 떠나라고 말하는 것 같다.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이라는 책에서 강신주가 말했던 강조점이 달랐다. '수영이야기' 즉, 46번째 주제 '두 세계가 만나는 곳에서'라는 글은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에서는 차이를 뛰어 넘어 소통과 자유의 연대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소재였다. 

 

  "섯부르게 나의 '성심'으로 나의 '아비투스'로 상대방을 설득시키려하기보다는 나의 생각을 판단중지하고 망의 단계에 접어들어야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그치지 말고 서로 연결될 수 있는 유영의 단계에 접어들어야한다. 거친 물결에 자신의 몸을 맞기듯이, 행글라이드에 몸을 싣고 세찬바람에 자신의 몸을 맡기듯이 우리는 차이에 자신을 싣고 포월해야한다. 그리고 이를 넘어서 자유로운 연대의 단계로까지 나아가야한다."-'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서평에서...


  그러나, '강신주의 장자수업'에서 '수영 이야기'는 '소통과 자유의 연대'를 말하는 소재로 쓰이기 보다는 유목민적 삶의 태도와 정착민적 삶의 태도를 극명히 대비시키는 소재로 사용되었다. '장자'의 같은 우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강신주가 현대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달라졌다. 이제는 자유인으로 유목민처럼 떠나라고 말한다. 강신주는 우리가 자유인이 되길 권한다. 

  '에태타'는 대단한 추남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주어 그의 마음을 얻고 싶어하는 매력적인 추남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외모마져도 자신을 상품성을 돋보이는 도구로 사용한다. 수많은 성형외과 수술이 이어지고, 어떻게든 예쁘고 젊게 보이고 싶어한다. 세계 언론이 50대 여성이 20대의 외모를 가지고 있다며 한국의 한여성이 받은 성형수술을 심도 있게 소개한 기사가 있다. 그러나, 그 성형수술의 주인공인 K 여사를 자유인은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강신주에게는 그녀보다 에태타가 더 아름다울 것이다. 그렇다. 현대 자본주의 산업사회에서 자신을 상품으로 만들며 많은 값으로 팔려나가길 바라는 우리에게 강신주는 자유로운 에태타가 되라 말하고 있다. 피튀기며 밀쳐지지 않으려 자신의 모든 것을 갈아 넣지 말고, 자유로운 그곳으로 떠나라 말한다. 


  "없음은 아직 마주하지 않은 다자들의 있음으로, 삶은 마주침이 지속되는 다자들의 있음으로, 그리고 죽음은 마주침이 와해된 다자들의 있음으로 긍정했던 것입니다." -76쪽


  강신주는 '장자'의 입을 빌어 죽음까지 포월하라 말한다. 자유롭게 떠나라! 심지어는 이 세상에 대한 미련도 없이 삶을 긍정하며, 죽음도 긍정하는 평온한 자유를 만끽하라 말한다. 그렇다. 우리의 있고 없음을 고뇌하기 보다는 내가 없음에도 존재하는 우리의 삶을 예찬하자. 이 세상을 마음껏 여행한 유목민이 미련없이 떠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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