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홍성으로부터 봄이 전송되었다. 은빛 솜털이 후광처럼 빛나는 꽃이다. 이런 빛깔의 봄 앞에서 내 언어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여기저기서 꽃소식이 전해지는데 한편에선 부고가 다투어 세 개나 날아들었다. 겨우 30분 남짓한 시간이었다. 가고 오는 것의 유한함이 사무치는 날이다.  

사람들이 꽃놀이 가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그러면서도 나는 뜬금없이 차를 몰아 과천 미술관 가는 길의 벚꽃그늘을 둘러보거나 하르르 하르르 지는 꽃잎아래서 넋을 놓곤 했다.   

올해는 아주 마음먹고 꽃을 맞으러 가기로 했다. 백련사 동백은 피지도 않은 것이 누군가의 객혈처럼 멍울져 있었다. 봉오리만 점점이 박혀있는 동백을 뒤로 두고 다산의 족적을 따라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오솔길을 걸었다.  

산청의 매화를 보러 가던 날은 찬비가 차창을  심하게 두드렸다. 그 빗줄기가 매화의 꽃모가지를 다 꺾지나 않을까 염려스러웠지만  雨中梅花를 생각하면서 기대도 컸다. 산청에는 삼매가 있다. 원정공 하즙의 원정매, 통정공 강회백의 정당매, 남명 조식이 수식한 남명매를 산청삼매라 한다. 남명매가 수령 400년을 넘었고 나머지는 600년을 넘겼다. 


일찍이 청나라 사람 궁몽인은 《독서기수략讀書紀數略》에서 네 가지 매화를 귀히 여기고 있다.
귀함불귀개(貴含不貴開) 꽃망울은 머금고 있는 것을 귀하게 치고 활짝 핀 것은 귀하게 치지 않는다. 귀희불귀번(貴稀不貴繁) 꽃은 드문드문 핀 것을 귀하게 여기고 번잡하게 핀 것은 귀히 여기지 않는다. 귀로불귀눈(貴老不貴嫩) 나무는 늙은 것을 귀히 여기고 어린 것은 귀히 여기지 않는다. 귀수불귀비(貴瘦不貴肥) 가지는 마른 것을 귀히 여기고 살진 것은 귀히 여기지 않는다.  



남명 조식 선생이 심었다는 남명매다. 위의 네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자태다. 그런데 빗물에 매향이 다 녹아 내렸는지 향기가 나지 않았다. 가지를 살며시 흔들면 그야말로 가느다란 향기가 코끝에 닿을듯 말듯 했다. 아쉬운 마음에 고목 주위를 빙 눌러보는데 그런 내가 가여웠던걸까. 남명매는 그 귀한 향기를 희미하게 흘려주었다. 마치 영혼을 긋고 가는 향기의 메스라고 해야할까. 참으로 야릇하게도 이런 때는 갈증이 심하다.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단속사지 뒤쪽에 있는 정당매는 초라했다. 골다공증에 걸린 다리를 씨멘트로 채우고 있어 안타까웠다. 하지만 더 안타까웠던 것은 그 귀함을 초라하게 만드는 나무 아래의 쓰레기들이었다. 남명매와 참으로 비교되는 모습이다. 남명매가 늙었으나 정갈한 마님같다면 정당매는 그 마님의 시중을 들면서 늙은 삼월이 같았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돌보지 않는 가운데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는 듯 그 늙고 투박한 등걸에는 분첩같은 꽃을 피웠다. 

원정매는 본가지는 고사하고 옆으로 작은 가지 하나가 삐져나와 홍매를 피웠다. 꽃피우는 일이 난산인듯 보여 오래 보기가 힘겨웠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그루누이처럼 향기에 굶주린 나는 멀찍이 떨어져 핀 어린 가지의  꽃모가지를 기어이 비틀고야 말았다. 봉우리가 벙글지 않은 세 송이를 몽돌을 쥐듯 동그란 주먹 안에 감추고 나와 몰래 흡입했다. 두어 번 흡입을 하고 나니 그제서야 갈증이 좀 가시는 듯 했다. 가방에 있던 책 속에 매화와 향기를 가두어 두었다. 

     

 

이 향기 코끝에 스치면 그대는 내게 물을 것이다.  
어찌 이리 향기로운가라고. 
 

나의 대답은 질문이다.
그것이 단지 향기 때문이겠습니까?  


그리고 나는  시린 내  왼손을 내밀겠다.  
거기 생명선에 못다한 내 말이 고여있을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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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매화가 왔다
    from 파란여우의 뻥 Magazine 2011-04-10 16:19 
     “어리고 성긘 가지(柯枝) 너를 밋지 아녔더니, 눈ㄷ 기약(期約) 능(能)히 직혀 두세 송이 퓌엿고나, 촉(燭)고 갓가이 랑헐 제 암향(暗香) 좃넋 부동(浮動)터라” 조선후기 시인 안민영의‘영매가(咏梅歌)’다.‘매화사(梅花詞)’로 불리기도 한다. 어리고 성긴 가지에서 무슨 꽃이 피겠냐고 했는데 촛불처럼 환한 꽃이 피었다. 비록 두 세 송이 성긴 꽃이지만 그윽한 향기가 퍼진다. 이 시조에서‘암향(暗香)’이란 그윽한 향기라는 뜻으로 주로 매화 향기..
 
 
양철나무꾼 2011-03-29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찬란한 봄도 탐났는데, 초라한 언어도 탐나요.
이런 거 욕심부리면 소박한 욕심이 될 수 있을까요?

저 위의 사진, 무슨 꽃이예요?
전 제주도에서 활짝 핀 동백과 유채를 원없이 보고왔는데,
사진 속의 매화를 보며 님의 글을 접하니 생각이 달라지는걸요~^^

반딧불이 2011-03-30 00:22   좋아요 0 | URL
음..소박한 언어라기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욕심 아닐까요? ㅋㅋ

맨 위의 꽃 말씀이세요? 아직 저걸 모르신다고요? 그렇다면 쉽게 가르쳐드릴 수가 없는데.....

할.....미....꽃이에요~ 끙!

양철나무꾼 2011-03-30 00:27   좋아요 0 | URL
저...컨닝 하지 않았구요.
정말 설총의 화왕계에 나오는 할미꽃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근데, 글에서 매화가 하도 앞다투다 보니...살짝~~~^^

반딧불이 2011-03-30 00:38   좋아요 0 | URL
할미꽃 보기가 귀해서 잘난척 좀 해봤어요.~

비로그인 2011-03-30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정갈하면서도 그윽한 향기가 물씬 풍기는 여행기로군요. 굳이 사진은 필요없었겠다 싶을 정도네요. 반딧불이님의 글만으로도 충분히 향기를 만끽할 수 있으니까요^^

반딧불이 2011-03-30 11:47   좋아요 0 | URL
참으로 신뢰가 가면서도 불끈 힘을 솟게 만드는 댓글이네요. 철저한 텍스트지향주의자도 아니면서 글만 쓰다가 혼자보기 아까워서 사진 몇장을 더해 봤습니다.

감은빛 2011-03-30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와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굳이 사진이 필요없는 글이예요!
덕분에 저게도 매화향기가 나는 듯한 기분이예요!

반딧불이 2011-03-30 23:28   좋아요 0 | URL
매향을 조금이나마 전해드릴 수 있어서 저도 기분이 좋아요. 고맙습니다.

cyrus 2011-03-30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이님이 사시는 곳에는 꽃이 활짝 폈네요, 한국에서 제일 따뜻하다는 대구에는
언제 꽃이 필까요,,? ^^;; 제 눈에만 꽃이 안 보이는건가요,, ㅎㅎ;;
<도스또예프스끼 평전> 사이의 꽃 책갈피라,, 은근히 잘 어울립니다. ^^

반딧불이 2011-03-30 23:29   좋아요 0 | URL
저는 서울에 살아요. 꽃을 보러 강진으로 산청으로 먼길을 갔었답니다. 사이러스님 눈에는 사람꽃이 보이시겠지요.

쉽싸리 2011-03-30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화꽃 잘 보았습니다. 꽃보다 글이 더 좋긴 합니다. ^^
냄새를 잘 맡지 못하는 제게도 매화향기가 솔솔 나는거 같습니다.
예전에 산청군 단성면에 있는 매실밭에 종종 가곤 했지요. 참 원없이 꽃 구경?하는 일 이었지요. 매화구경 다음엔 복숭아,배,사과, 포도, 포도도 꽃이 펴요. 다른꽃들 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기후영향인지 올 해 매화꽃 피는게 영 부실하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사는 동네는 매화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노란 산수유를 제일 처음 보게 되지요. 저번주에 마침 보았어요. 올 해 처음본 꽃이죠. 그리고 여기서 매화를 보게 되네요.
홍성엔 할미꽃이 벌써 피었나 보지요? 허리가 휘어 그렇지 매우 아름다운 꽃 이죠. ㅎㅎ 뿌리는 약으로도 쓴다고 하더라구요.

반딧불이 2011-03-30 23:33   좋아요 0 | URL
홍성의 할미꽃은 사진으로 전송되어왔어요. 정말 예쁘죠? 자줏빛 벨벳에 금구슬을 박아놓은듯해요. 보내주신 분의 마음도 그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보니 저는 아직 포도꽃을 보지 못했네요. 언제쯤 피는지 눈여겨 봐야겠습니다.

blanca 2011-03-30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르르 하르르 지는 꽃. 이 말이 너무 좋네요. 저도 운전해서 꽃구경 갈 여유가 올까요? 그리고 이런 아름다운 페이퍼도 함께.

반딧불이 2011-03-30 23:38   좋아요 0 | URL
필 때보다 질 때 더 아름다운꽃은 벚꽃 뿐이 것 같아요. 동백은 섬뜩하고 목련은 지고난 자리가 추하죠. 지금 연습중이시니 엄두가 안나시겠지만 1년쯤 지나면 내 몸이 차인지 차가 내몸인지 구별이 잘 안되실걸요. 사람의 마음을 허무는데는 꽃이 제일 인 듯합니다. 때때로 꽃그늘 아래서 허물어지는 블랑카님을 상상할께요.

노이에자이트 2011-03-31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명 조식...어떤 아저씨가 남인계열 향교에 가서 남명을 칭찬하는 이야기를 했다가 쫓겨나왔다는 일화가 있었죠.그러고 보면 북인계열은 멸종되었나 봐요.

반딧불이 2011-03-31 00:44   좋아요 0 | URL
남명이라 남인으로 알았던건가요?

노이에자이트 2011-03-31 16:37   좋아요 0 | URL
책 내용으로 보면 작심하고 그랬던 것 같기도 하구요.

반딧불이 2011-04-01 11:11   좋아요 0 | URL
노자님. 보신 책이 어떤 책인지 저도 좀 알 수 있을까요?

노이에자이트 2011-04-01 16:50   좋아요 0 | URL
조여항<정인홍과 광해군>. 그다지 학술적인 책은 아닙니다.북인을 칭찬하는 책이라서 읽어봤지요.한때 조선사 서술이 당파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어서 이것 저것 읽어봤네요.

반딧불이 2011-04-02 11:5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시간의안그림자 2011-04-01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문학을 정말로 사랑하고 깊이가 너무 넘쳐 흐르는 것이 느껴집니다. 문학의 깊이를 좋아 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의미들을 정말 오랜 만에 내음으로 받아 들여 봅니다. 한자 글귀들을 마주 대하고 있으니까 정말로 시간의 피드백이란 것이 있지 않나 보입니다. 과거가 잊혀져 갈 때 그 과거의 흔적을 생각나게 해 주는 그 무언가가 어느날, 문득 소리없이 장황하게 눈 앞에 신기루 같이 뿌려져 있을 때 그 느낌 같은 것을 말이죠^^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겠지만, 매화 꽃이랑 글을 마주 대하니 신기생뎐에 출연하는 캐릭터 단 사란이 떠 올라집니다. 배우로써의 임 수향이 아니라 단 사란이란 이미지의 모습과 자테가 연결이 되어 집니다. 양반들의 힘과 여인네들의 한이 서린 듯한 그 느낌 같은 것 말이죠^^ 아마도 산청이 양반네들의 자존감이 강해던 곳이라 그런 생각을 더 해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문학도란 것이 천직이란 것이 글 속에도 들어 앉아 있다는 것도 느껴 봅니다. 본인의 느낌이지만 국문학과 선생님을 만약 하게 되신다면 학생들한테 좋은 뿌리를 지닌 나무를 정신적으로 심어 주실 수 있는 선생님 같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언어의 유희와 어휘의 맛이 너무 담겨 있습니다. 로쟈의 서평 속에도 그것들이 제대로 담겨 있엇고요^^ 정말로 좋은 글 많이 듣고 나갑니다. 글 속에서 좋은 행복 많이 찾으세요^^

반딧불이 2011-04-01 11:16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반이법님. 여러가지 과찬의 말씀 고맙습니다. 신기생뎐을 저는 아직 보지 못했는데 '단사란'이라는 이름이 예사롭지 않네요. 한자로는 어떻게 쓰는지도 궁금하구요.
종종 뵙겠습니다. 이 봄 어김없이 찾아드는 꽃처럼 환한 날들되시기 바랍니다.

루쉰P 2011-04-04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분들을 따라 오다보니 이런 좋은 꽃도 보고 글 향기도 느끼고 가네요. ^^ <도스토예프스키 평전>은 저도 읽고 있는데 리뷰 써 주시면 참고가 많이 될 듯 하네요. 지하에서 봄이 온 지도 모르고 햇빛으로 그냥 감만 잡고 있는데 글과 꽃이 향기를 전해주네요. 근데 국문학에 있어서 포스가 남다르신 듯...만나 뵙게 되서 반갑습니다. ^^ 자주 올께요.

반딧불이 2011-04-04 22:01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루쉬P님. 도스토예프스키 평전은 신간 평가단 도서였어요. 이 글 아래아래에 리뷰가 있습니다. 마감에 쫓겨 급히 쓴 글이라 도움이 되실지는 알 수 없지만요. 번역에 좀 문제가 있긴 했지만 평전이 비평전 전기라면 그에 가장 근접한 글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종종 뵙겠습니다.
 
<대칭>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대칭 - 자연의 패턴 속으로 떠나는 여행 승산의 대칭 시리즈 4
마커스 드 사토이 지음, 안기연 옮김 / 승산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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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수학과 수학자에 관한 책은 처음이다. 수학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숫자와 끝없이 씨름을 해야 하는 것 밖에 없다. 중학교 때인가 음의 정수, 양의 정수, 유리수의 혼합셈 문제를 풀 때 늘 부호를 빼먹어서 답이 틀렸던 기억, 어찌어찌 풀기는 했는데 답이 0이었을 때의 그 허무함, 소금물의 농도도 먹어보고 구하는 것이 빠를 듯싶었고 시간과 거리, 속도 등을 배울 때는 내 지능이 두 자리 수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했었다. 도형은 특히 싫었다. 점대칭 선대칭이 내가 아는 대칭의 전부다. 중학교 때부터 싫어진 수학에 오답을 제출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이런 수학을 아름답게 여기고 여기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 있다. 책은 쉽지 않았지만 재미있었다. 내가 만약 저렇게 오답만을 제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수학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았으니 책이 주인을 잘못 만난 셈이다.

책 속에는 자연에 숨겨진 모든 대칭의 패턴을 목록화하겠다는 야심에 가득한 모험가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주사위, 불가사리, 에셔의 그림, 알람브라 궁전의 17가지 대칭 등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로부터 시작된다. 얼마전 플르타르코스의 영웅전을 읽으며 루비콘 강에 이르렀던 카이사르가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한 말을 마주쳤을 때 나는 새삼스럽게 깜짝 놀랐었다. 주사위가 이미 기원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 책에 따르면 주사위 게임은 그리스 군대가 트로이를 포위 공격하는 동안 시간을 보내기 위해 팔라메데스가 고안했다고 한다. 로마 군인들은 주사위게임을 너무나 즐긴 나머지 그 전쟁중에도 무거운 주사위판을 등에 짊어지고 다녔다고 한다. 알고보니 주사위의 모양도 아주 다양하다. 그러나 완벽한 대칭 다면체는 다섯 개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알람브라 궁전에 있는 17개의 패턴을 찾아나선 작가를 따라다니는 일은 흥미진진했다. 선회대칭이니 반사대칭이니 미끄럼대칭이니 하는 전문 용어는 몰라도 좋았다. 60도를 돌리든, 120도를 돌리든, 90도를 돌리든 점을 중심으로 하든 회전축을 중심으로 하든 아무상관없이도 재미있을 수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더욱 재미있었던 것은 보르헤스에 대한 저자의 언급이었다. 그는 보르헤스를 수학자들의 작가라고 한다. '그의 단편 소설들은 마치 수학 증명처럼 무리없이 엮어진 아이디어들로 정교하게 구성된다. 각각의 단계는 정밀함과 빈틈없는 논리를 갖추면서도, 놀라운 반전과 풍자로 가득하다'니...믿을 수 없다가 아니라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왜 보르헤스의 책이 잘 안 읽히는지 여기에 해답이 있는 듯하다.  

이 책 중에 아마도 내가 완벽하게 이해한 것은 소수를 가지고 하는 수학적 농담이었던 것 같다. 증류소 방문을 마치고 미니어쳐 술병을 주자 알콜도수가 30퍼센트에 불과하고 게다가 소수도 아니라는 사실이 수치스럽다는 말을 농담으로 하는 수학자나 그말을 듣자  술병들을 홱 치워버리고는 한참 있다가 새로운 병들을 가지고 나타나서는 '43퍼센트입니다. 제 생각에는 소수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주인이나 못말리는 수학에 미친자이지만 한편 귀여운 구석이 있다. 

우리의 생활에 퍼져있는 다양한 수학적 요소들을 찾아낸 설명을 듣노라면 수학을 떠나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듯하다. 루브르 박물관의 피라미드, 파리 라빌레트 공원의 라제오드, 신 개선문 등의 건축 뿐만 아니라 일본의 가부키, 쇤베르크와 바흐, 모짜르트의 음악, 현대무용 등 그 범위를 제한 할 수 없다. 이런 재미와는 별개로 5차 방정식의 해를 구하는 논문을 과학원에 제출했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26세에 요절한 닐스 아벨, 그의 뒤를 이어 신체적 자유를 박탈당한 감옥에서 5차 방정식에서 새로운 패턴을 발견하고 자신의 논문을 완성했지만 복잡한 사랑게임의 논리와 규칙을 파악하지 못해 가슴에 총을 맞고 죽은 갈루아의 이야기는 가슴아팠다. '스무살에 죽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모든 용기가 필요하지'라고 했던 그의 말에 가슴이 뻐근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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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3-28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읽은 영국 수학자 하디의 <어느 수학자의 변명>이 떠오르네요. 어릴 때 교회에 가면 너무 지겨워 성가대가 부르는 찬송가의 음의 길이를 숫자화해서 인수분해하는 놀이를 즐겼다는 대목이 나오거든요. 그러면서 신동 소리깨나 들었던 수학자들은 대부분 어릴 때 그런 놀이를 즐겼다고 하더라구요. 아무래도 일반인과는 뇌구조가 다른 것 같아요^^

반딧불이 2011-03-28 01:15   좋아요 0 | URL
후와님께서는 수학관련 책을 많이 보시는 것 같아요. 혹시 후와님도 음의 길이를 숫자화하거나 자연에 숨겨진 대칭을 찾느라 거리를 헤매시는 건 아니에요?

비로그인 2011-03-28 01:19   좋아요 0 | URL
제게 맘 상한 일이 있으시다면 차라리 욕을 하세요. 그런 숭악한 말씀은 마시고요 ㅋㅋ^^

반딧불이 2011-03-28 01:26   좋아요 0 | URL
아유. 깜짝이야. 내일쯤에나 오실줄 알았더니.... 욕은 그만두고 한 대 때려주고 싶은데욧! ㅋㅋ

양철나무꾼 2011-03-28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신간평가단 도서인줄 알고...님의 리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전 신간평가단이랑 상관없이 이 책을 가지고 있는데...무려 읽기도 했는데,
난해하고 넘 어려웠어요~ㅠ.ㅠ

제 자신이 문과적 성향이라고 굳게 믿고 있지만, 실은 이과였거든요.
그래서 수학 잘하는 친구들 종종 봤거든요.
그런 외려 그 친구들 정신세계 유니크 하더라구요~
독특하기도 하고, 단순하기도 하고~^^

반딧불이 2011-03-28 09:37   좋아요 0 | URL
저라고 안어려웠겠습니까? 다만 가끔 난해한 문제를 가지고 씨름을 해야하느니..하면서 이차방정식도 풀어보고 대칭축도 찾아보고 했죠. 머.

저 역시 문과적 성향이라고 찰떡같이 믿고 있는데 아무래도 아닌듯 싶습니다. 그동안 제가 알던 수학과는 달리 추상적인 것을 구상으로 풀어내려는 수학자들의 노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cyrus 2011-03-28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에서 그나마 재미있게 읽은게 알함브라 궁전 이야기에요, 나머지 내용들은
수학적 지식을 요구하는 것들이라서,, 그냥 대충 읽었어요,, ^^;;

반딧불이 2011-03-28 09:39   좋아요 0 | URL
서평이 마감날짜가 지났는데도 절반이 안올라오는걸 보면 누구라도 그러셨을 것 같은데요.
 
<도스또예프스키 평전>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도스또예프스끼 평전
에드워드 H. 카 지음, 김병익.권영빈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도스토예프스키는 여덟 명의 아이들 중 둘째로 태어났다. 그가 열다섯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열여덟 살 되던 해 피살당했다. 의사였던 아버지가 남긴 유산이 적지는 않았겠지만 넉넉한 환경은 아니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28세 때 뻬뜨라세프스키 사건에 연루되어 8년의 징역을 언도받았다. 훗날 황제에 의해 ‘4년 징역, 그 후엔 사병으로 복역’으로 감형되었지만 이 때문에 그는 추방되어 족쇄를 차고 수용소에서 4년을 지냈다. 이런 형을 받게된 사건의 근본적인 성격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고 군법회이 공식문서도 하찮은 점만 지루하게 강조될 뿐 뚜렷한 증거도 없는 것 같다. 도스토예프스키 역시 이 사건에 대해서는 어조나 내용이 자주 바뀌기는 마찬가지여서 후세의 궁금증을 더할 뿐이다. 그러나 이 경험은 <죽음의 집의 기록>으로 남았고 <죄와 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그가 감옥을 나와 남은 형기를 병사로 근무하게 되었을 때 세관의 하급관리였던 이사예프의 부인과 사랑에 빠졌다. 이것은 그에게 첫사랑이었으며 그녀의 남편이 술 때문에 죽자 마리야 드미뜨리예브나 이사예프와 결혼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나이는 36세였다. 그러나 그녀는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아들 하나를 남겨 의붓아버지로 만들고는 폐렴으로 사망했다. 이후 도스토예프스키는 그가 운영하던 잡지에 단편을 발표했던 뽈리나 수슬로바와 한 때 사랑했으나 결혼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43세에 첫 번 째 아내를 잃었던 도스토예프스키는 46세에 당시 속기사였던 스무 살의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스니뜨끼나와 재혼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안나는 평생 동안 도스토예프스키의 성숙한 동반자였다. 낭비벽도 심하고, 룰렛에 대한 열정으로 도박에 자주 빠졌으며 값나가는 물건들을 전당포에 맡길 만큼 생활은 곤궁했다. 거기다가 때때로 심각한 지경의 간질 발작까지 일으켰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모든 상황을 나이에 맞지 않게 이해하고 포용하며 도스토예프스키가 작업에만 몰두 할 수 있게 빚을 내어 외국으로 도피하는 모험을 강행하기도 했다.  

그들은 첫 딸 소피를 낳은 지 석 달 만에 감기로 잃었고 후에 아들 하나와 딸 둘을 두었다. 안나는 도스토예프스키에게 넉넉하지는 않아도 경제적인 안정을 주었고 도스토예프스키는 이런 안나에게 심리적으로다 상당히 의존했던 듯싶다. 도스토예프스키는 60세에 폐의 동맥이 터져 유명을 달리했지만 그의 죽음은 문학적 명성이 절정기에 다다랐을 때였다. 3만 명에 이르는 조객이 줄을 이었고 저녁이 되어도 무덤 주위의 군중들은 흩어질 줄 몰랐다고 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벨린스키, 네끄라소프, 뚜르게네프 등 쟁쟁한 인물들과 동시대를 살았다. 특히 뚜르게네프와는 태생도 작품의 성향도 지향하는 바도 서로 달랐지만 여러 가지 인연이 닿아있기도 하다. 그들은 러시아 문학사에서 도스토예프스키와 뚜르게네프 논쟁으로도 유명해졌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창작활동을 시작할 무렵 러시아의 소설은 센티멘털 소설, 괴기소설, 자연주의 소설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센티멘털 소설과 괴기소설에서 많은 것을 빌려왔지만 특히 고골에 의해 창시된 자연주의적 소설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하다. 그가 등장하자 새로운 고골이라는 평가가 따랐으니 말이다.

E.H. 카의 도스토예프스키 평전은 그동안 내가 읽었던 몇 안 되는 평전과 구별되는 점이 있다. 우선은 작가가 역사학자라는 점이 가장 도드라진다. 대상에 대한 냉정할만큼의 객관적 거리확보는 여기에서 기인하는 듯하다. 또 도스스토예프스키 작품에 대한 평전이라할만큼 그의 작품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 것이 다른 평전들과 가장 다른 점이다. 저자는 주제별로 작품에 대한 분석을 해두었는데 이것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읽는데 크게 도움이 될것이다.  

E.H. 카의 도스토예프스키 평전은 박홍규의 카프카 평전처럼 자신이 쓰는 대상에 대해 손가락이 오그라들 만큼 살갑게 굴지 않는다. 카의 도스토예프스키 평전은 리영희 평전처럼 자신이 쓰고자 하는 대상의 글 인용으로 절반 이상을 채우지 않는다. 카의 도스토예프스키 평전은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처럼 박진감 넘치거나 살아움직이게 그리지는 않았지만 작가의 생활과 작품과의 관계를 추적하는데 유용하다. 카의 도스토예프스키 평전은 고모리 요이치의 나는 소세키로소이다와 형식면에서 가장 유사하다.  E.H.카는 역사학자이고 고모리 요이치는 일문학자다. E.H.카는 영국인으로서 러시아인을 다루었고 고모리 요이치는 일본인으로서 일본인을 다룬것이 이들의 차이일 것이다. 평전이 다루는 인물에 대해 객관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면 이 책은 그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평전이 인물이나 작품에 대해 비평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면 그 또한 이 책은 그 책무를 다하고 있다. 

이 책에 대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다. 번역하신 분들은 신뢰할 만한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주어와 서술어의 문장호응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읽는데 두 번 이상 꼼꼼히 읽지 않으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더러 보인다. 오탈자도 당연히 없을 리 없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것은 외래어의 표기다. 도스또예프스키로 하던지 도스토예프스키로 하던지 출판업계에서 통일해 주었으며 좋겠다. 리뷰마감에 쫓겨 아직 찾아보지 못했지만 본문에서 말하는 시들로프스키가 내가 '낯설게 하기'라는 말로 기억하고 있는 쉬클로프스키인가도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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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1-03-27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이님, 저 마지막에서 두번째 대목에서 저는 추천 도서 목록을 막 주워 담아요. 빅홍규의 카프카 평전이 눈에 뜨이네요. 관심있었던 책, 친절하고 정갈한 리뷰 잘 읽고 갑니다.

반딧불이 2011-03-27 23:38   좋아요 0 | URL
아이고 블랑카님 어째서 하필이면 그 책입니까. 도서관에서 먼저 일별하시기 바래요. 오문과 비문과 난무하는 오탈자로 박홍규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 책입니다.

2011-04-04 2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1-03-28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전에 도스또예프스끼의 소설 몇 권을 읽어서 다행이지 평전치고는 재미가
조금 없었던거 같아요,,,^^;; 그나마 도박벽에 대한 내용은 읽어볼만했을뿐이구요,,
어느 역사학자가 말하길 E.H. 카는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게 만드는 역사 주제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체는 무미건조하다고 평한 적이 있어요,,
제 생각이지만 아무래도 카의 서술 자체에 우러나오는 무미건조함에
매끄럽지 않은 번역까지 더해져서 읽는데 쉽지 않았던거 같습니다. ^^;;

반딧불이 2011-03-28 09:51   좋아요 0 | URL
저도 읽을 때는 사이러스님과 비슷한 생각이 들었었는데요. 다시 생각해보니 평전이란 이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객관적인 거리 유지, 작품과 작가와의 유기적인 관계 등은 나무랄 때가 없지 않나요?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것을 즐겁게 읽지 못한 것은 순전히 번역때문이라고 매도하고 있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3-31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국인으로서 소련인을 다루었다...도스토예프스키로서는 자신을 소련인이라고 표기한 반딧불이 님께 항의할 것 같은데요.

반딧불이 2011-03-31 00:38   좋아요 0 | URL
하하.. 정말 그럴 것 같은데요. 얼른 바꾸겠습니다. 지적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루쉰P 2011-04-04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모리 요이치의 '나는 소세키로 소이다'가 혹시 번역돼 있나요? 꼭 한 번 읽어 보고 싶네요. 후반부의 평전에 대한 평가에 대해 좋은 부분이 많아서 좋았네요. ^^ 저도 꽤나 평전을 좋아하는데 이번 평전은 정말 무미건조하고 객관적으로 모든 자료를 가지고 그를 분석하는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최대한의 추측은 삼가하구요. 사람은 100% 완벽하게 다시 재생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알 수 없는 일이라 항상 생각해요. 한 30~40%만 재생해 내도 훌륭한 평전일 것 같다고 홀로 생각하는데 제가 이상한가요? ㅋㅋㅋ

반딧불이 2011-04-05 12:34   좋아요 0 | URL
그럼요. 당연히 번역되어 있습니다. 저는 그냥 평전을 읽을 때는 글쓴이가 어떤 관점을 취하고 있는지 생각하면서 읽어요. 똑같은 사람에 대한 평전도 쓰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E.H.카처럼 객관적 거리를 유지해주는게 좋죠. 나머지 판단은 제 몫이니까요.

루쉰P 2011-04-05 12:5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제 몫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좀 어려운 부분인 것 같기도 해요. 하기사 세상사도 제 멋대로 판단하며 사는데 왠지 평전이라고 하면 마치 사람을 박제해서 전시해 놓듯이 저 사람은 위대하니 저래야 한다거나 라는 등의 고정된 선입관으로 볼려고 하는 정답 찾는 듯한 평전 읽기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제 자신을 보더라도 어느 때는 변태적 일정도로 욕망에 차 있고 어느 때는 봄의 여운을 느끼며 여유로운 사람이 돼 있고 하는 등...어려워요.^^ 하도 학교 다닐 때 정답 찾는 교육만 받아서 그런지 정답이 없는 것이 세상사고 사람도 그러한데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뇌구조가 못 되는 것이 한탄스러워요. ㅋㅋ
 
인문/사회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거장 처럼 쓰지 못해도 좋다.  오노레 드 발자크, 찰스 디킨슨, 도스토 예프스키, 프란츠 카프카, 조지 오웰 등 그야말로 거장들은 다 모았다.  윌리엄 케인이 거장이라 칭하고 분석한 그들의 글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울 듯하다. 모방을 통해 창작의 도구를 완벽하게 갖춘 다음 자신만의 독창적인 창작에 이를 수 있고 또 능가할 수 있다는 추천의 말에 기대어 한번쯤 자신을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라틴 아메리카는 언제나 내게 구체성을 얻지 못하고 상상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라틴 아메리카의 전통적 요소가 무엇인지 또 근대적 요소는 무엇인지 그것들이 어떻게 혼종되고 착종되는지 살펴 볼 수 있을 듯싶다. 더불어 마르케스, 보르헤스, 요사 등의 상상력의 원천을 짐작할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랄 것인가. 

 

 

 

 

 

  

 마루야마 마사오는 내게 후쿠자와 유키치와 함께 기억되는 인물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정치학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일본 근대에 대한 관심때문에 접했던듯 싶다.  

그의 글이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패망을 기준으로 분류된 것이 이채롭다. 또 후쿠자와 유키치의 유교를 비판하는 글이 궁금하고 마사오의 눈을 통해 일본의 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역사를 또하나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듯해서 기대가 된다. 말이라는 것이 원래의 의도와 얼마나 달리 왜곡되는지 또 한 마디 말 속에 얼마나 많은 말들을 감추고 있는지는  일상생활에서도 비일비재하지만 <반자본 발전 사전>에서 넘치게 경험했다. 나는 세도정치 역시 원래의 뜻은 알지도 못한 채 부정적 의미로만 이해해왔다.  

이 책은 세도 정치기의 대외관계를 다룬다고 하는데 이것을 통해 세도정치의 의미를 새롭게 정립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여전히 부정적 의미로만 남을 것인지, 세도정치가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는지, 결과는 반대라도 그 과정을 인정해야할지 등 여러가지가 궁금해서 기대되는 책이다. 

 

 

2400bps모뎀으로 통신을 시작했었다. 당시에는 스크롤의 압박이 심해서 타이핑을 했던 글들이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한꺼번에 화르륵 올라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문명은 아니 컴퓨터는 업그레이드를 계속하며 빛의 속도로 진화해갔지만 그렇다고 내 몸이나 정신까지도 진화한 것은 아니다. 자전거도 타지 못하는 나는 자동차를 운전하고 스마트 폰을 사용하곤 하지만 가끔 내 모양새를 살펴보면 뱁세가 황세따라가려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이 떠오르곤 한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통해 이런 내 모습이 과연 어떤 것인지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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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좋아 2011-03-16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장처럼 써라 와! 이런 책이 있었군요!!! 음 재밌겠어요^^

반딧불이 2011-03-17 10:34   좋아요 0 | URL
네..이런책도 있더라구요. 저도 차좋아해요^.~ 썰렁한 농담. 반갑습니다. 차좋아님. 언젠가 차좋아님께서 로스팅한 커피를 맛볼 수 있어야할텐데요...

비로그인 2011-03-16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루야마 마사오 하면 오규 소라이나 후쿠자와 유키치 등이 떠오릅니다. <전중과 전후 사이>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반딧불이 2011-03-17 10:36   좋아요 0 | URL
저도 무척 궁금해요. 후와님이야 뭐 도서관에 가시면 저보다 먼저 확인하실테니까 먼저 보시게되면 제게도 좀 이삭을 떨궈주십시오.

맥거핀 2011-03-17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조 사후 63년> 이라는 책에 관심이 가네요. 저도 세도정치라면 부정적인 인상만 가지고 있는데요. 어떻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지..역사 공부 좀 해야하는데..;;

반딧불이 2011-03-18 00:26   좋아요 0 | URL
학교다닐땐 지긋지긋하던 역사공부가 요즈음은 소설보다 더 재미있어요. 그래서인지 소설이 안읽히는게 문제긴 하지만요. 그러고보니 신간평가도서에역사서가 없었던것 같네요.이책이선정되면 겸사겸사 좋겠는데요.

herenow 2011-03-18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장처럼 써라>가 참 궁금하네요. 진작 알았더라면 찾아보기라도 했을것을...
모뎀 이야기를 보니 ATDT 01410 치고 들어가
한 자 한 자 명령어 두드리며 글 쓰던 그때가 떠올라 반갑습니다.
그동안 눈팅만 하다가 신간평가단 마칠 무렵에 뒤늦게 인사 남깁니다. ^ ^;
앞으로도 좋은 글 보러 종종 들리겠습니다.

반딧불이 2011-03-19 23:37   좋아요 0 | URL
herenow님. 반갑습니다. 종종 '지금여기'님의 글을 읽으면서도 인사를 남기지 못했습니다. 과학관련 책은 한권도 선정 되지 못하고 8기 평가단은 마무리를 하게 되네요. 저는 덕분에 과학관련 서적을 눈여겨 보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거의 석기시대 이야기처럼 들리는 모뎀 이야기를 공감할 수 있는 분을 여기서 뵙다니요. 앞으로도 종종 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양철나무꾼 2011-03-19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조 사후63년>이 참 궁금해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한참 머뭇거렸구요.
그렇네요, 컴퓨터는 빛의 속도로 진화하지만 내몸과 정신 상태는 천천히라도 진화하는게 아니라 그 자리에 멈춤, 단단히 고착이네요~
돌이켜봐야 겠네요~^^

반딧불이 2011-03-19 20:59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께서 특히 이쪽에 관심이 많으시지요? 책 읽으시게 되면 정보좀 흘려주세요.

컴퓨터가 진화하는 속도에 반비례해서 오히려 인간의 감각은 퇴화하는 건 아닌가 싶어요. 기억력만 해도 그렇잖아요. 예전에 다 외우던 전화번호 지금은 거의 못외우고 사니까 말이에요.

감은빛 2011-03-24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거장처럼 써라>가 가장 궁금하네요.
<혼종문화>도 좀 재밌을 것 같구요.
신간평가단이신가봐요.
반갑습니다! ^^

반딧불이 2011-03-25 13:3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감은빛님. 답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거장처럼 써라를 사놓고 평가단 리뷰도서 때문에 앞부분만 조금 보았는데 느낌이 좋은데요.다음주쯤이면 편하게 읽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느새 신간평가단 마지막 추천도서네요. 저도 반갑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3-31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루야마 마사오<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은 전후 시사문제에 대한 글도 꽤 있죠.<전중과 전후 사이>도 <현대~>에서 다루는 문제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반딧불이 2011-03-31 00:33   좋아요 0 | URL
그럴까요? 저는 아직 마루야먀 마사오에 대해 이름외에는 아는 바가 없어서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루타르코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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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전』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플루타르코스의 『비교열전』은 23쌍의 그리스 로마 영웅의 일생을 기술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이 책에 실려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의 영웅 5명, 로마의 영웅 5명 총 10명의 모습을 실었다. 플루타르코스가 알렉산드로스 전에서 밝혀 두었듯이 그가 쓰려는 것은 역사가 아니라 전기이다. 때문에 수천 명이 전사한 전투나 전쟁장비 같은 이야기보다 한 인물의 우연한 발언이나 농담 같은 사소한 일들에 더 비중을 두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영웅’이라 불리는 ‘인간’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영웅’에 대한 현대의 사전적 의미는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이다. 지혜와 재능과 용맹이 영웅의 세 가지 조건처럼 여겨진다. 이것은 플루타르코스가 다룬 그리스 로마의 영웅 열 명 모두에게서 찾아 볼 수 있었다. 때로는 지혜가 때로는 재능이 또 때로는 용맹이 돋보이기는 했지만 어느 한 사람도 그것이 결여되어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영웅의 현대적 의미를 기원전 사람들에게 똑같이 적용해도 될지는 의문이다. 키케로는 그의 책에서 지혜, 정의, 용기 등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러한 요소들이 우리가 소위 '영웅'이라 칭하는 당대의 사람들에게 더 부각되는 모습이다.  

플루타르코스는 이 영웅의 조건을 ‘탁월함’이라 부른다. ‘탁월함’은 완벽함과는 구별되어야 하며 미덕 혹은 한 사람이 가진 고유하면서도 빼어난 자질이라 하는 편이 더 가깝겠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만의 고유한 탁월함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탁월함은 평상시에 잘 연마했다가 필요한 때에 발휘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구두장이에게는 구두장이만의 탁월함이 있고 달리기 선수에게는 그만의 탁월함이 있는 것이다. 플루타르코스는 이러한 탁월함을 그리스인에게서는 의사와 키잡이에 비유하고 로마인에게서는 운동선수에 비유하여 그리고 있다.

그리스의 영웅 다섯 명 중에서 나는 알렉산드로스가 가장 매력 있게 느껴졌고 로마의 영웅들 중에서는 안토니우스였다. 헤로도토스의 『역사』에서 참으로 멋지게 그려졌던 솔론이 이 영웅전에서는 빛을 잃었다. 대신 뤼쿠르고스가 돋보였다. 그는 왕들에 의한 참주제와 원로들에 의한 과두제, 백성에 의한 민주제 등을 혼합한 혼합정체를 만들었다. 토지를 재분배하고 부에 대한 욕망을 근절하기 위해 공동식사제도를 도입했다. 그가 돈에 대한 가치를 평가절하하기 위해 철제 돈만을 사용하게 한 것은 웃음을 금치 못하게 한다.  

그는 또 법을 성문화하지 않았다. ‘성문법이란 거미줄과 같은 것이어서 약하고 작은 것이 걸려들면 붙잡을 수 있어도 힘 있고 돈 있는 자가 걸려들면 갈기갈기 찢어진다.’고 한 아나카르시스의 말이 그 이유인 듯싶다. 그리스의 영웅들에게서는 참으로 많은 제도와 정책들이 만들어진다. 어떤 사람의 권세가 압도적이어서 민주주의의 평등과 양립할 수 없다고 여겨지면 그들은 10년 동안 도편추방하여 그의 명성과 권위를 훼손했다. 그런데 이 제도는 처벌의 수단이 아니었다. 오히려 탁월한 자들을 비하하기 좋아하고 그렇게 특권을 박탈하고 한풀이를 함으로써 시민들의 시기심을 달래게 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레오니다스 등을 스승으로 삼았던 알렉산드로스는 빼어난 외모와 자기 절제, 섬세한 심성 등이 돋보였다. 고열에 시달리다가 갈증이 나서 포도주를 마시고는 정신착란에 빠져 헛소리를 하다 죽었다고도 하고 또 독살설도 있는데 그 독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었다는 얘기가 있다. 어떤 것이 사실인지 알 수도 없고 어떻게 죽었는지가 중요한 것도 아니지만 그의 죽음이 아까운 것만은 사실이다.

로마의 영웅 다섯 명 즉 마르쿠스 카토, 티베리우스 그락쿠스, 가이유스 크라쿠스, 카이사르, 안토니우스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에게서 탁월함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것은 이미 플루타르코스의 검증을 거쳤으니 말이다. 그러나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도 여전히 커다란 울림으로 남아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주사위는 던져졌다.’라든가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같은 수많은 명언들을 남기고 삼두동맹, 갈리아전쟁, 역법개혁 등 서양사에 큰 영향력을 끼쳤지만 끝내 암살당하고 만 카이사르가 아니다.  

그런가 하면 역자로부터 ‘탁월한 자질과 유리한 조건을 살리지 못하고 허송세월하다가 무비유환의 삶을 살다 간 반면교사’라는 소리를 듣지만 제2차 삼두정치를 성립했고 동방원정을 했던 안토니우스도 아니다. 그것은 이런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를 정복한 클레오파트라다.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가 드넓은 영토를 정복했다면 클레오파트라는 두 정복 왕을 정복한 셈이다. 과연 진정한 영웅은 누구인가? 플루타르코스가 기술한  그리스 로마 영웅 23쌍 중에는 아무리 살펴보아도 여성의 이름은 없는 듯하다. 영웅은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당시에 여성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클레오파트라는 최소 9개 국어를 구사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플푸타르코스에 의하면 그녀는 자신의 혀를 여러줄의 현악기처럼 다루었다고 한다. 그녀는 또 안토니우스를 유혹하기 위해 엄격한 식이요법으로 체중을 줄이기도 하고 안토니우스가 다가오면 황홀하다는 듯 쳐다보고 떠나가면 괴로워 기절할 것 같은 모습을 지어보였다고 한다. 그녀는 미모뿐만 아니라 매력과 자기 절제, 정치적 술수까지 모조리 갖추었던 듯하다. 옥타비아누스의 개선행렬을 장식하는 전리품으로 사용될 수 없어 자신의 죽음마저도 아름답게 치장할 줄 알았던 여자. 순간의 기지는 말할 것도 없고 교활함까지도 사랑스러운 이런 여자를 어떻게 남자로서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나는 클레오파트라의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는 내가 그리스 로마시대에 태어나지 않았음을 한탄했다. 이 매력적인 영웅들을 유혹하느라 일생을 탕진하더라도 아깝지 않을 듯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클레오파트라의 이야기를 읽고 당시에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는 아폴론과 디오니소스 같다. 카이사르가 신념과 원칙에 따라 움직였다면 안토니우스는 흥분과 격정이 꿈틀거리는 감정의 원초적 공간으로 달려갔기 때문이다. 카이사르가 위험을 무릅쓰고 권력과 통치를 추구 했다면 안토니우스는 사랑을 좇았다. 카이사르가 공적인 제도 수립 등에 힘썼다면 안토니우스는 ‘모방 수 없는 생활인의 동아리’, ‘죽음을 함께 하기로 한 동아리’같은 사적인 놀이도 즐겼다. 카이사르가 생김새와는 다르게 지도자의 면모로 묵직한 모습이라면 안토니우스는 스스로를 조롱거리로 만들어 즐기기까지 하는 경박하지만 귀여운 모습을 지녔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은 죽음이다. 카이사르의 권력에 대한 지나친 야심은 암살을 부르고 안토니우스의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집착은 자살을 소환한다. 카이사르는 예기치 않은 죽음이 가장 훌륭한 죽음이라고 자신이 말했던 것처럼 죽었다. 안토니우스는 자신이 누렸던 온갖 행운을 생각하며 세상에서 최고의 명성과 권력을 누리다가 죽는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플루타르코스의 말대로 운명이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기보다 피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면 아름답고 가치있게 죽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았던 당시의 사람들을 지금의 우리와 비교해보게 된다.  

플루타르코스가 인물들을 그려낼 때 단지 영웅적인 모습만을 그리는 것은. 비교열전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이 그들이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탁월함과 인간이기 때문에 가질 수 밖에 없는 결점까지 모두 보여준다. 영웅들이 남긴 수많은 명언들과 플루타르코스의 수사학이 빚어내는 이 책은 말의 향연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플루타르코스의 화려한 문장이 페르시안 카펫처럼 펼쳐진다. 당시의 시민들이 글을 몰랐기 때문에 정치가들에게 웅변술은 생명이었을 것이므로 끊임없이 웅변술을 갈고 닦았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것이 플루타르코스의 수사학인지 당시 그리스 로마인들의 수사학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스 영웅들의 웅변은 다분히 철학적이고 도덕 교과서 같은 반면 로마의 영웅들에게서는 민중의 영향력이 보이고 인간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그리스인들이 신탁에 의존하며 신을 숭배했다면, 로마인들은 실존인물들을 신격화하며 그들을 숭배했다. 각각의 인물들을 살피노라면 물질문명은 극한까지 발달했지만 인간의 본성은 병아리 눈물만큼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사족, 3월 15일이 알렉산드로스인지 안토니우스인지가 헷갈리지만 둘중의 한사람이 죽은 날이었던 것같은데... 어디서 봤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저주받은 기억력같으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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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치 2011-03-15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레오파트라는 모든 일에 올인하는 스타일이었나봐요.ㅎㅎ;;
읽고 싶게 리뷰를 쓰셨어요.^^

반딧불이 2011-03-15 13:17   좋아요 0 | URL
네..그런것 같죠? 참으로 열정적이었던 여자 같아요. 정복왕을 정복하려면 저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이참에 클레오파트라에게서 좋은 것 뿐만 아니라 나쁜 것까지도 다 배우려구요.~

맥거핀 2011-03-15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웅의 신화가 사라져버린 우리들의 세계에 영웅전을 읽는다는 것은 단지 사라져버린 것에 대한 향수만은 아니겠지요. 왜곡된 영웅화나 영웅화에 대한 맹목적인 반감만이 남아있는 이 시대에 영웅전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케해보는 글입니다.
그러나저러나 옛날 분들 글 참 잘써요. 글쓰기에 어찌 그렇게 힘이 있는지..

반딧불이 2011-03-16 11:04   좋아요 0 | URL
'비교열전'이 '영웅전'이라는 제목으로 둔갑한 걸 보면 우리나라의 출판성향이랄까 하는 것도 읽혀지는 것 같아요. 당시 사람들은 '도편추방'이라는 제도를 통해 개인이 영웅화되는 걸 경계했으니까 말이에요. 굳이 영웅이라는 말을 사용해야한다면 당시 사람들의 영웅은 자기절제에서 영웅이었다고 봐야할 것 같았어요. 현대인들에게 특히 정치가들에게 강력하게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하구요.

훌륭한 문장때문에 저는 이 책을 거의 글쓰기와 상상력의 독본으로 읽은 셈이 되었어요.

감은빛 2011-03-24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때 문고판으로 읽었던 것 같아요. 굉장히 심하게 축약된 책이었던 것 같구요.
클레오파트라 이야기가 굉장히 인상적이네요.
9개 국어를 구사했다니 대단하네요!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반딧불이 2011-03-25 13:40   좋아요 0 | URL
클레오파트라를 연기했던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타계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만큼 클레오파트라가 아름다웠던것 같지는 않지만 같은 여자인 제가 매료될만큼 매력덩어리였던 것 같아요. 저는 갑자기 궁금해져서 셰익스피어의 <안토니오와 클레오파트라>를 준비해놓았답니다. 여러줄의 현악기같은 클레오파트라의 혀를 셰익스피어가 어떻게 연주하는지 맛보려구요.

starover 2011-04-22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꼭 읽어봐야 할 이야기로서, 그의 영웅전이 찬사받는 이유는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모든 인간이 영웅이 될 수 있는 조건을 저자는 '영웅들'을 통해서 드러냈기 때문이죠.

반딧불이 2011-04-22 21:17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이프리트님.
영웅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저는 이 세상을 치열하게 살다간 사람들을 만나는 것 같아 부끄럽고 즐겁고...그랬습니다.

kampfwagen 2021-08-23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월 15일에 사망한 인물은....

율리우스 카이사르 입니다.

반딧불이 2021-08-24 19:5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