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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계약결혼 ㅣ 살림지식총서 282
변광배 지음 / 살림 / 2007년 2월
평점 :
계약결혼이라는 말은 아직 결혼하지 않은 남녀가 계약 조건에 따라 일정기간 같이 사는 것을 의미한다.
결혼전에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으로 이혼에 이를 수 있는 여러가지 요인들을 미리 경험함으로써 불행을 미리 막는다는 취지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위한 예비단계인지 이혼을 하지 않기 위한 수단인지 모호해지려고 한다.
사르트르와 보봐르는 1929년 철학교수 자격시험에 각각 수석과 차석으로 합격하면서 같은해 11월 부터 계약결혼에 접어든다. 처음 그들은 2년간의 계약 결혼을 약속했지만, 그 계약은 그들이 죽을 때까지 50여년이 넘도록 유지된다. 계약결혼의 내용은 경제적으로 서로 독립한다, 상대방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어떤 것도 숨기지 않는다, 서로 사랑하고 관계를 지키는 동시에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을 서로 허락한다 등이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단순히 계약내용은 지키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사르트르와 보봐르의 계약결혼은 그들의 사유를 실행하는 과정이었고, 사유와 경험을 작품을 통해 형상화해 내었다.
사르트르에 의하면 인간은 이 세상에 아무런 까닭없이 내던져진 존재이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의 존재이유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사르트르는 인간을 세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데 첫째는 자기 자신을 사물같은 존재로 여기는 유형, 두번 째 유형은 인간 스스로 존재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류로 사르트르는 이러한 형태를 자기기만의 형태로 취급하면서 통렬하게 비판한다. 세번째는 자기 아닌 다른 사람에게로 관심을 돌리는 유형으로 여기에서 타자의 존재가 중요하게 등장한다. 사르트르에 의하면 타자는 나의 존재 이유를 담고 있는 자이다.
사르트르의 사유체계 안에서 인간은 항상 주체성을 유지해야하며 사랑 역시 타자와 내가 모두 주체성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맺는 관계여야한다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 언어는 사랑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인간은 타자를 사랑하거나 타자의 사랑을 구하는 과정에서 언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표현한다. 그리고 이때의 언어는 '말' 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스스로 생산해 내는 모든 기호를 사르트르는 언어에 포함시킨다.
이러한 사유를 토대로 살펴볼 때 그들의 계약 결혼은 육체와 정신을 좀 더 알기위한 단순한 결합이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사유를 기초로 한 삶을 살았고, 그들 자신의 삶을 통해 인간관계의 이상을 세우려하였다. 작고 못생긴데다 사팔뜨기인 사르트르는 지적 반려자 없이는 살 수 없었고, 말과 글을 더 없이 사랑했던 보부아르에게 그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였던 사르트르는 그가 가진 육체보다 훨씬 더 매력적으로 작용했을지 모른다.
한동안 오자가 눈에 띄지 않아 편안했었는데 또 보이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도 세 근데서 오자를 발견했는데, 오늘 문득 든 생각에 의하면 오자가 발견되는 책들이 철학적 사유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소하다고도 할 수 있는 몇개의 오자때문에 나는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을 심하게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나 스스로도 오타를 치기도 하고 시간에 쫓기다보면 다시 읽을 여유도 없이 그대로 활자화시키기도 하면서, 더구나 잘못된 글자들을 충분히 교정하여 읽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이렇게 유난스레 민감하게 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