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에서 혼자 살던 함민복 시인이 결혼을 했다. 그의 나이 50이다. 오금의 주름이 다림질로도 전혀 펴질 것 같지 않은 츄리닝 바지 입은 모습을 보다가 턱시도 차림의 모습을 보니 딴 사람같다. 다른 사람보다 많이 늦었지만 늦은만큼 그의 결혼생활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자 위


성기는 족보 쓰는 신성한 필기구다 

낙서하지 말자, 다시는 

 

이미 오래전에 다짐했었지만, 이제 시인은 이런 시는 더 이상 쓰지 않을 것이다.  결혼을 하지 않았을 때 시인은 이미 <부부>라는 시를 쓴 적이 있다. 

 

부부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부부가 어때야 하는지 이미 시인은 다 알고 있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다만 결혼 후에 시인의 시가 어떻게 변화할지 못내 궁금하다.

 

 결혼식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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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3-12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결혼식이었네요. 일본 지진 소식에 멍해 있었는데 덕분에 웃었습니다^^

반딧불이 2011-03-12 01:31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시인이기도 하죠. 저도 일본의 지인이 연락이 안되어서 걱정하고 있습니다. 별일 없어야 할텐데요.

프레이야 2011-03-12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쁜 소식이군요. 쉰살의 두분 얼굴이 참 좋아보입니다.
뒤로 당기지않고 서로를 향해 앞으로, 거꾸로된 줄다리기를 하며
살겠다는 말을 한 시인, 참 미더워 보이네요.

반딧불이 2011-03-12 22:11   좋아요 0 | URL
미더워 보인다는 말, 참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말씀이네요. 잘 사실것 같죠?
프레이야님께서 기뻐해주시니 틀림없이 행복하게 사실거에요.

노이에자이트 2011-03-12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민복 씨가 저렇게 생겼군요...아담하고 귀엽게 생기셨네요.

반딧불이 2011-03-12 22:11   좋아요 0 | URL
웃는모습도 아이처럼 맑고 귀엽더군요.

릴케 현상 2011-03-12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선천성 그리움>을 덧붙여야 좀 더 흐뭇할 것 같네요. 축하합니다^^*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반딧불이 2011-03-13 00:15   좋아요 0 | URL
앗, 여기까지는 미처 생각을 못했네요. 고맙습니다. 우리끼리 뒤늦게 마구 축하하는 분위긴데요. 평안하시죠?
 

 

굴뚝 

 

아궁이에서 굴뚝까지는 
입에서 똥구멍까지의
길 

비좁고,
컴컴하고,
뜨겁고,
진절머리나며, 
시작과 끝이 오목한 길 

무엇이든지 그 길을 빠져나오려면
오장육부가 새카매지도록
속이 타야한다 

그래야 세상의 밑바닥에 닿는다, 겨우 

 

저 빈집의 굴뚝을 들여다보면
매캐한 슬픔이 타는 아궁이가 있을 것 같고, 아궁이 앞에 사타구니 벌리고 앉아 불을 지피는 여자가 있을 것 같고, 불꽃이 혀를 날름거리며 눈가의 주름을 핥을 것 같고, 아이들은 대여섯이나 바글바글 마루 끝에서 새처럼 울 것 같고, 여자는 아이들 입에 뜨신 밥알 들어가는 것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릴 것 같고, 

 

그러나 지금 굴뚝의 비애는
무너지지 않고 제 자지를 세우고 있다는 거 
 

쌀 안치는 소리,
끝없는 잉걸불의 열정,
환한 가난의 역사도
뱉고 토해낸 지 오래된
 

저 굴뚝은 사실 무너지기 위해
가까스로 서 있다 
삶에 그을린 병든 사내들이 
쿵, 하고 바닥에 누워
이 세상의 뒤쪽에서 술상 차리듯이
 

  

지난 며칠 내 속도 저 아궁이에서 굴뚝까지의 거리와 다르지 않았다. 아마도  삶의 구들장 어딘가로 매캐한 연기가 새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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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3-10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어릴 적 친구 시골집에 놀러갔다가 본 아궁이 생각이 나네요. 아궁이 냄새도 떠오르구요. 아궁이 안을 두려운 마음으로 들여다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음, 별일 없으시죠?

반딧불이 2011-03-11 12:12   좋아요 0 | URL
저는 거기 들여다보면 불꽃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더라구요. 갑자기 고구마 구워먹고 싶다는 생각이...
저 잘 지내고 있어요. 후와님 글을 자주 읽을 수 있으면 더 잘 지낼 수 있을텐데요~
 

 

 

 

 

 

 

 

 

 

도끼/안도현 

 

도끼 한자루를 샀다
눈썹이 잘생긴 놈이다  

이 놈을 마루 밑에 밀어 넣어두고 누었더니 잠이 오지 않았다
나도 드디어 도끼를 가졌노라,
세상을 명쾌하게 두 쪽으로 가를 수 있는 날이 오리라,
살아가다 내 정수리에 번갯불 같은 도끼날이 내려온다해도 이제는 피하지 않으라라, 생각하니
내 눈썹이 아프도록 행복하였다
 

장작을 패보겠다고 
이튿날 새벽, 잠을 깨자마자 도끼를 찾았다 
나무의 중심을 향해 내리치면 나무는 장작이 되고 장작은 불꽃이 되고 불꽃은 혀가 되고 혀는 뜨거움이 되고 뜨거움은 애욕이 되고 애욕은 고독이 되고
그리하여 고독하게 나는 장작을 패다가 가리라 싶었다 

도끼를 다룰 줄 모르는 나는 서두르지 않았다 
옛적 아버지처럼 손바닥에 침을 한입 뱉고
균형을 읽지 않으려고 양발을 벌린 다음
호흡을 천천히 가다듬고
조심스럽게 도끼를 치켜들고는
(허공으로 치켜올려진 도끼는 구름의 안부와 별들의 소풍날짜를 잠깐 물어보았을 것이었다)
있는 힘을 다해 고요한 세상의 한가운데로
도끼를 힘껏 내리쳤다 

그러나 내 도끼는 
나무의 중심을 가르지 못하였다
장작을 패는 일이 빈번히 빗나가는 사랑하는 일과 같아서
독기 없는 도끼는 나처럼 비틀거렸다
 

 

 '나무는 장작이 되고 장작은 불꽃이 되고 불꽃은 혀가 되고 혀는 뜨거움이 되고 뜨거움은 애욕이 되고 애욕은 고독이 되'는 과정. 수많은 과정을 거쳤지만 나무는 결국 고독이 되었다. 나무와 고독은 한 족속이었구나.  

 백련사 마당에 빈가지를 허공에 뿌리처럼 박고 강진만을 내려다보는 배롱나무. 고독의 열매인 듯 붉은 입술을 열지 않는 동백에게 왜 마음이 끌렸는지 이제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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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3-10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시, 잘 읽었어요, 고맙습니다^^
동백꽃 붉은 입술을 보러 가까운 곳이라도 찾아봐야겠어요.

반딧불이 2011-03-11 12:15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지난주말 백련사 동백은 아직 벙글기 직전이었어요. 다음 주 쯤이면 만개하지 않을까 싶어요. 봄맞이 환하게 하시길...
 
고요로의 초대 민음의 시 171
조정권 지음 / 민음사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독락당(獨樂堂)


독락당 대월루(對月樓)는
벼랑 꼭대기에 있지만
예부터 그리로 오르는 길이 없다.
누굴까, 저 까마득한 벼랑 끝에 은거하며
내려오는 길을 부셔버린 이.


시집 『산정묘지』에 실려 있는 시다.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참으로 독한 시인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시인이 깊이 은거할 것 같은 예감과 시집에 실려 있는 ‘산정묘지’ 연작들이 마치 그 은거에 필요한 주문처럼 느껴졌었다. 내려오는 길을 부셔버리고, 맑은 달빛을 마주 하며 홀로 즐기는 집에 거한 이. 그것은 이름처럼 즐거운 집이 아니라 외롭고 쓸쓸한 고행을 달게 견디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시인의 새 시집 『 고요로의 초대』를 읽으면서 그 때의 예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한다.


은둔지



시는 무신론자가 만든 종교.
신 없는 성당.
외로움의 성전.
언어는
시름시름 자란
외로움과 사귀다가 무성히 큰 허무를 만든다.
외로움은 시인들의 은둔지.
외로움은 신성한 성당.
시인은 자기가 심은 나무
그늘 밑에서 휴식을 취하지 않는다.
나는 나무에 목매달고 죽는 언어 밑에서
무릎 꿇고 기도한다.
시인은 1인 교주이자
그 자신이 1인 신도.
시는 신이 없는 종교.
그 속에서 독생(獨生)하는 언어.
시은(市隱)하는 언어.
나는 일생 동안 허비할 말의 허기를 새기리라.


‘독락당’이 ‘은든지’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다. ‘내려오는 길을 부셔버린’ 그곳은 ‘외로움의 성전’이 되었다. 시인은 그곳에서 스스로 교주이면서 스스로 신도이다. 그가 교주로서, 신도로서 읽고 쓰는 것은 오로지 詩라는 성전. 그는 쓸수록 허기지는 말=시를 새겼고, 새기고, 새길 것이다. ‘독락당’이면서 ‘은둔지’이고 또한 ‘외로움의 성전’이기도한 이곳에서 시인은 교주이면서 신도이듯이, 실체이면서 그림자이고, 초대하는 자이면서 초대받는 자다. 아무도 없는, 시인이 혼자 거하는 이곳은 고요한 장소다. 아니 고요 그 자체다.



고요로의 초대



잔디는 그냥 밝고 마당으로 들어오세요 열쇠는 현관문 손잡이 위쪽
담쟁이넝쿨로 덮인 돌벽 틈새를 더듬어 보시구요 키를 꽂기 전 조그맣게 노크하셔야합니다 적막이 옷매무새라도 고치고 마중 나올 수 있게
대접할 만한 건 없지만 벽난로 옆을 보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장작이 보일 거예요 그 옆에는
낡았지만 아주 오래된 흔들의자
찬장에는 옛 그리스 문양이 새겨진 그릇들
달빛과 모기와 먼지들이 소찬을 벌인 지도 오래 되었답니다
방마다 문을, 커튼을, 창을 활짝 열어젖히고
쉬세요 쉬세요 쉬세요 이 집에서는 바람에 날려 온 가랑잎도 손님이랍니다
많은 집에 초대를 해봤지만 나는
문간에 서 있는 나를
하인처럼 정중하게 마중 나가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그 무거운 머리는 이리 주시고요
그 헐벗은 두 손도



시를 가만히 읽고 있으면 화자는 고요 자체이다가 ‘초대하는 나’로 바뀌고 ‘무거운 머리’와 ‘헐벗은’두 손을 가진 ‘초대받는 나’로 등장한다. 중복되는 화자들, 그러나 그들은 각각이 아니라 모두 한 사람이다. 내게는 외롭고 쓸쓸한 고행을 달게 견디겠다는 뜻으로 읽히던 ‘독락당’이 비로소 홀로 즐기는 ‘독락당’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그곳은 시인이 ‘대지가 갓 발행한 파릇한 풀잎을 붙이고/나도 모르는 곳으로 나를 발송해 버’(<우표에 대한 상처>)린 곳인지도 모르겠다.


시집 전체에 분열된 자아들이 그림자처럼 움직이고 있다. ‘왕벚꽃 온 사방에서 몰려와 내 눈을 염해 버린다.’(<벚꽃 하품>)에서 처럼 ‘염’한다는 단어들도 자주 등장한다. 시집을 덮고 나서도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시인의 각각의 모습들과 ‘염’이라는 단어가 가슴에 박혀있다.  시집 곳곳을 배회하는 분열된 자아들이 다만 시적 전략이기를, '염'이라는 단어 역시 시인과 아직은 멀리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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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3-05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열된 자아들이 그림자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표현... 정말 시적이로군요.
'고요로의 초대'란 시집을 소개하는 문장으로는 딱이다 싶습니다^^

반딧불이 2011-03-05 13:05   좋아요 0 | URL
시를 너무 오랜만에 읽었더니 생면부지의 남의 집에 들거간것 같습디다. 제가 쓰고나서도 제가 쓴것 같지가 않아요. 후와님의 말씀을 들으니 제게도 분열된 자아가 있어 저도 모르게 그것이 쓴게 아닌가 싶어지네요.

양철나무꾼 2011-03-0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정묘지' 읽었던 것 같아요, '독락당'이 기억나는 걸 보면...
'고요로의 초대', 찾아 보겠어요~

자아를 관조하는 느낌의 페이퍼라 저도 수선 떨지 않고 조용히 지나가요~^^

반딧불이 2011-03-05 18:36   좋아요 0 | URL
관조는요. 무슨...저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말인걸요.
나무꾼님 시도 많이 읽으시던데요. 새해엔 시를 좀봐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저는 잘 안되네요
 

 

희랍어 원전을 번역했다는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감히 집어들었다. 생소한 어휘들이 난무하는 책을 무슨 소린지도 모르면서 한참을 읽었다. 그런데 도무지 이런식의 읽기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언제 어느 나라의 이야기인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도대체 감이 잡히지 않았다. 뤼디아나 아이귑토스가 대체 어느나라를 말하는지, 크로이소스니 퀴로스, 캄뷔세스 등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구글, 어스, 위키피디아를 검색하고, 스텔라노바 지구본, 지도책 등을 뒤지면서 책을 읽자니 진도도 안나가고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무엇보다도 오른쪽 엄지 손가락의 고생이 말이 아니어서 뒷목이 땡기는 것이 곧 마비증세가 올 조짐을 보인다. 집안꼴도 당연히 말이 아니다. 공부하는데서는 잔꾀를 부리지 않기로, 그저 무식한 방법이 최고라고 믿었지만 꼭 필요한 책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래서 동네 도서관에 가서 이것 저것을 뒤졌다.  개괄식 서가를 숨바꼭질하듯 돌아다니면서 한아름 책을 뽑아와 살피고 도움이 될만한 것을 찾아냈다. 우선 개괄서로는 <청소년을 위한 역사란 무엇인가>가 내 수준에 딱 맞았다.  

 

 이 책은 고등학교 역사교사로 근무하던 지은이가 역사를 암기과목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을 위해 이해하기 쉽고 상상력과 비판력을 키우게 하기 위해 지었다고 한다. 목차를 보니 꼭 나를 위해 쓴 책 같았다.  

나는 이 책에서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페르시아 전쟁에 관한 기술이고 이 전쟁에는 테르모필레 전투, 마라톤 전투, 살라미스 해전 등의 유명한 전투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영화 <300>과 마라톤 전투의 유래 등에 관한 정보를 알게 되었다. 서양사뿐만 아니라 동양의 <사기>에 관한 글도 신뢰할만 했다. 영화 <300>은 직장동료들에게 거의 끌려가다시피해서 본 영화였다. 내가 좋아하는 거의 다 벗은 멋진 남자들이 300명이나 나온다는 유혹에 못이기는 척 따라갔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나는 머리는 없고 힘만 센놈은 질색이야'라고 무식을 감추지 않았던 영화였다. 300명의 스파르타 군이 페르시아 군을 맞아  단 두 명만을 남기고 모두 죽었지만 승리했다고 하는데 중장보병이 어떻게 기병과 궁병으로 무장한 페르시아군을 무찌를 수 있었는지 궁금하기 짝이없다. 그래서 찾아든 것이 <전쟁의 역사>였다.   

 

                                                                              

이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모든 전쟁에 관해 기술한 책이다. 이 책에서 아테네의 중장보병이 무장한 페르시안아군을 어떻게 물리 칠 수 있었는지, 당시에 사용하던 방패는 어떻게 생겼는지, 아테네 군이 펼친 작전이랄 것도 없는 작전은 어떤 것이었는지, 지형은 어땠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었다.  

불구경과 싸움구경을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실감했다. 교보문고에서 50%할인할 때 냉큼 사두었던 것을 요긴하게 쓰고 있다.

 

 

 

<말랑하고 쫀득한 세계사 이야기>의 원제는 Technology in World History 이다. 우리말 제목만 보면 품격이 확 떨어지지만 시원시원한 도판과 연표, 지도 등 볼거리도 많고 내용도 충실한 책이다.   이책은 동대문구 정보화도서관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진행되는 <강유원의 역사 고전강의>에서 소개받은 책이다.   강좌는 5분안에 모두 마감되어버려 나처럼 손이 게으른 사람은 언제나 놓치기 일쑤다. 트위터에 올라온 강의를 다운받아 듣고 있다. 강의를 듣다보면 도대체 이 사람의 지식의 깊이와 넓이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최근에 산 책중에 가장 크고 맘에 드는 책은 <지도로 보는 타임스 세계 역사>다. 동네에 커다란 서점이 있는데 이 서점에서는 중고책도 함께 판매한다. 재고도서도 많다. 이 책의 정가는 120000원인데 나는 포장도 뜯지 않은 새책을 거의 주워오다시피 했다. 자그마한 스텔라노바 지구본만 돌리다 이 책을 들여다보니 속이 여간 시원한 것이 아니다. 특히 페르시아제국이 어떻게 영토를 확장해 나갔는지, 전국토의 96%가 사막이고 나머지 4%중의 불과 2.6%만 밭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이집트의 나일강 등을 한눈에 보고나니 방석처럼 크고 벽돌처럼 무거운 이 책이 제 값 이상을 하는 것 같아 흐뭇하다.  

 

  

 

이것으로 헤로도토스를 읽는데 필요한 책은 대강 준비가 된 셈이다. 이제 읽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몇장 넘기지도 않았는데 칸타울레스니 귀게스니 하는 어디서 들어본 이름들이 나온다. 자기 아내를 이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로 착각했던 칸타울레스가 자신의 경호원 귀게스에게 아내의 알몸을 몰래 보여준다. 이것을 눈치챈 아내는 귀게스를 불러 네가 죽든지, 왕을 죽이고 왕이되던지 선택할 것을 강요한다. 당연히 귀게스는 왕을 죽이고 자신이 왕이 되었다.  

201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다. 그의 책 <새엄마 찬양>의 두번째 이야기는 바로 이 리디아의 왕 칸타울레스의 이야기가 손가락이 오그라들만큼 야하고 실감나게 그려져있다.  그의 또 다른 책 <판탈레온과 특별 봉사대>의 판탈레온도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나오는 인물이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상상력의 보고라 할만 하다. 이제는 이 책을 읽으면서  삼천포로 빠질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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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2-26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마트폰과 트위터를 굉장히 학구적으로 이용하시는군요 ㅎㅎ
슬슬 제 이삭 줍기가 시작되는 느낌인데요^^

반딧불이 2011-02-28 00:28   좋아요 0 | URL
그래서 스마트폰 아닌가요? ㅋㅋ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는지 잘 몰라요. 언제 스마트 폰으로 할 수 있는 100가지..뭐 이런 페이퍼를 한번 만들어볼까봐요.

쭉정이만 줍게 되지 않으셔야 할텐데...제가 되려 걱정입니다.

blanca 2011-02-27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이님, 아아 이 페이퍼 너무 좋아요. 저도 후와님처럼 이삭 줍기를. 제 기억이 맞다면 <잉글리시페이션트>에서 남자 주인공이 이 책을 너무 좋아해서 이 책을 마치 다이어리처럼 쓰거든요. 얼마나 좋았으면. 하지만 역시 그러한 책을 정복하는 일은 쉽지 않군요. 기대가 큽니다.

반딧불이 2011-02-28 00:31   좋아요 0 | URL
랄프파인즈가 들고다녔던 그 두툼한 수첩같은 것이 이 책이었군요? 제가 시도할 정도면 블랑카님이라면 누워서 잣죽먹기 일것 같은데요. 이참에 블랑카님도 한번 잡아보세요.

oren 2011-02-27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로도토스의『역사』는 저도 여러 사람들한테 '강추'하는 책이랍니다.

님의 글을 읽어보니 저도 『역사』라는 책을 읽을 때 다소 힘들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책의 중반부와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이 책을 읽는 재미에 푹~ 빠졌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특히 테르모필레 전투에서의 레오니다스王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의 백미였던 것 같습니다.

헤로도토스라는 인물이 유난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또 한가지 측면은 그가 까마득한 옛날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넓은 지역을 두루 여행했던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도 쉽사리 흉내내기 어려울 만큼 말입니다.

님께서 소개해 주신『전쟁의 역사』라는 책은 저도 작년에 구입만 해놓고 여태 읽어보지 못했는데, 여기서 다시 만나보게 되니 반갑군요.
* * *
『역사』에 대한 제 서평글 ☞ http://blog.aladin.co.kr/oren/1037919
레오니다스의 경우 ☞ http://blog.aladin.co.kr/oren/4297944

반딧불이 2011-02-28 00:37   좋아요 0 | URL
앞부분 시작할때만 좀 어려웠지 말씀처럼 정말 재미있어요. 저는 전투장면 보다도 옛도시들의 지리, 풍습같은 것이 훨씬 재미있네요.

사마천도 그렇고 헤로도토스도 그렇고 정말 여행을 많이 했죠? 교통수단도 없던 그 당시에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 정말 놀랍더라구요.

좋은 참고자료를 알려주셨네요. 책읽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cyrus 2011-02-28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로도토스의 <역사>라는 책 한 권으로 이와 연관된 내용들을 찾아서 읽는 독서가
좋은거 같아요. 저도 아주 좋은 글의 이삭을 줍게 되었네요. ^^

반딧불이 2011-02-28 00:40   좋아요 0 | URL
한번에 쫘~악 읽을 수 있으면 더 좋을텐데..제가 워낙 아는게 없다보니 이렇게 유난을 떨어야 되네요. 쭉정이를 주우시더라도 너무 실망하지는 않으시길...

저는 cyrus를 영어식으로 사이러스라고 읽었는데 희랍어로 읽으면 키루스가 되네요. 페르시아제국 영토확장에 크게 기여한 키루스왕이 나와서 알았어요. 혹시 그 키루스왕을 본따서 만드신건가요?

파고세운닥나무 2011-03-03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쓰메 소세키의 <道草>가 <한눈 팔기>란 제목으로 문학동네에서 번역되었네요. 전엔 <노방초>로 번역되곤 했는데요.
저는 근래 철학 공부를 좀 하고 있어요. 전공한 문학과 역사, 철학이 가깝다지만 막상 공부하면 그렇지도 않은 듯 해요.
기다리는 봄이 아직 안 오네요. 글 잘 읽고 갑니다^^

반딧불이 2011-03-03 19:23   좋아요 0 | URL
저는 道草를 '길위의 생'이라는 제목으로 이레에서 나온 걸로 읽었어요. 이전에 '한눈팔기'로 나왔었다고 하던데 재출간 되었나 싶네요. 읽을때는 별 재미가 없었는데 소세키를 생각할때마다 생각나요. 반가운 소식 고맙습니다.

두루두루 공부를 많이 하시네요. 문사철이 고루 어우러진 닥나무님의 글을 볼날이 저는 봄보다 더 기다려 지네요. 오던 봄이 얼기야 하겠습니까. 저도 닥나무님도 모든 사람이 기다릴때까지 기다렸다가 올모양입니다. 건강하시길...

파고세운닥나무 2011-03-03 15:29   좋아요 0 | URL
가야할 미국의 대학이 이제 거의 정해지는듯 합니다. 봄소식과 더불어 새삶의 시작 소식도 듣고 싶네요^^
건강을 빌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 역시 '반딧불이'님의 건강을 빌어 드립니다!

반딧불이 2011-03-04 15:03   좋아요 0 | URL
어김없이 계절이 오듯이 뭔가 착착 진행되는 느낌이 들어요. 무리없이 진행되는 것 같아 섭섭하면서도 안심이 됩니다. 저야 비실거리기는 해도 골골팔십이라는 말에 기대어 살면 되구요. 닥나무님은 수술까지 하신 분이시니 각별히 유의하셔야죠. 체력이 있어야 공부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