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또예프스키 평전>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도스또예프스끼 평전
에드워드 H. 카 지음, 김병익.권영빈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도스토예프스키는 여덟 명의 아이들 중 둘째로 태어났다. 그가 열다섯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열여덟 살 되던 해 피살당했다. 의사였던 아버지가 남긴 유산이 적지는 않았겠지만 넉넉한 환경은 아니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28세 때 뻬뜨라세프스키 사건에 연루되어 8년의 징역을 언도받았다. 훗날 황제에 의해 ‘4년 징역, 그 후엔 사병으로 복역’으로 감형되었지만 이 때문에 그는 추방되어 족쇄를 차고 수용소에서 4년을 지냈다. 이런 형을 받게된 사건의 근본적인 성격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고 군법회이 공식문서도 하찮은 점만 지루하게 강조될 뿐 뚜렷한 증거도 없는 것 같다. 도스토예프스키 역시 이 사건에 대해서는 어조나 내용이 자주 바뀌기는 마찬가지여서 후세의 궁금증을 더할 뿐이다. 그러나 이 경험은 <죽음의 집의 기록>으로 남았고 <죄와 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그가 감옥을 나와 남은 형기를 병사로 근무하게 되었을 때 세관의 하급관리였던 이사예프의 부인과 사랑에 빠졌다. 이것은 그에게 첫사랑이었으며 그녀의 남편이 술 때문에 죽자 마리야 드미뜨리예브나 이사예프와 결혼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나이는 36세였다. 그러나 그녀는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아들 하나를 남겨 의붓아버지로 만들고는 폐렴으로 사망했다. 이후 도스토예프스키는 그가 운영하던 잡지에 단편을 발표했던 뽈리나 수슬로바와 한 때 사랑했으나 결혼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43세에 첫 번 째 아내를 잃었던 도스토예프스키는 46세에 당시 속기사였던 스무 살의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스니뜨끼나와 재혼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안나는 평생 동안 도스토예프스키의 성숙한 동반자였다. 낭비벽도 심하고, 룰렛에 대한 열정으로 도박에 자주 빠졌으며 값나가는 물건들을 전당포에 맡길 만큼 생활은 곤궁했다. 거기다가 때때로 심각한 지경의 간질 발작까지 일으켰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모든 상황을 나이에 맞지 않게 이해하고 포용하며 도스토예프스키가 작업에만 몰두 할 수 있게 빚을 내어 외국으로 도피하는 모험을 강행하기도 했다.  

그들은 첫 딸 소피를 낳은 지 석 달 만에 감기로 잃었고 후에 아들 하나와 딸 둘을 두었다. 안나는 도스토예프스키에게 넉넉하지는 않아도 경제적인 안정을 주었고 도스토예프스키는 이런 안나에게 심리적으로다 상당히 의존했던 듯싶다. 도스토예프스키는 60세에 폐의 동맥이 터져 유명을 달리했지만 그의 죽음은 문학적 명성이 절정기에 다다랐을 때였다. 3만 명에 이르는 조객이 줄을 이었고 저녁이 되어도 무덤 주위의 군중들은 흩어질 줄 몰랐다고 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벨린스키, 네끄라소프, 뚜르게네프 등 쟁쟁한 인물들과 동시대를 살았다. 특히 뚜르게네프와는 태생도 작품의 성향도 지향하는 바도 서로 달랐지만 여러 가지 인연이 닿아있기도 하다. 그들은 러시아 문학사에서 도스토예프스키와 뚜르게네프 논쟁으로도 유명해졌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창작활동을 시작할 무렵 러시아의 소설은 센티멘털 소설, 괴기소설, 자연주의 소설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센티멘털 소설과 괴기소설에서 많은 것을 빌려왔지만 특히 고골에 의해 창시된 자연주의적 소설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하다. 그가 등장하자 새로운 고골이라는 평가가 따랐으니 말이다.

E.H. 카의 도스토예프스키 평전은 그동안 내가 읽었던 몇 안 되는 평전과 구별되는 점이 있다. 우선은 작가가 역사학자라는 점이 가장 도드라진다. 대상에 대한 냉정할만큼의 객관적 거리확보는 여기에서 기인하는 듯하다. 또 도스스토예프스키 작품에 대한 평전이라할만큼 그의 작품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 것이 다른 평전들과 가장 다른 점이다. 저자는 주제별로 작품에 대한 분석을 해두었는데 이것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읽는데 크게 도움이 될것이다.  

E.H. 카의 도스토예프스키 평전은 박홍규의 카프카 평전처럼 자신이 쓰는 대상에 대해 손가락이 오그라들 만큼 살갑게 굴지 않는다. 카의 도스토예프스키 평전은 리영희 평전처럼 자신이 쓰고자 하는 대상의 글 인용으로 절반 이상을 채우지 않는다. 카의 도스토예프스키 평전은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처럼 박진감 넘치거나 살아움직이게 그리지는 않았지만 작가의 생활과 작품과의 관계를 추적하는데 유용하다. 카의 도스토예프스키 평전은 고모리 요이치의 나는 소세키로소이다와 형식면에서 가장 유사하다.  E.H.카는 역사학자이고 고모리 요이치는 일문학자다. E.H.카는 영국인으로서 러시아인을 다루었고 고모리 요이치는 일본인으로서 일본인을 다룬것이 이들의 차이일 것이다. 평전이 다루는 인물에 대해 객관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면 이 책은 그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평전이 인물이나 작품에 대해 비평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면 그 또한 이 책은 그 책무를 다하고 있다. 

이 책에 대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다. 번역하신 분들은 신뢰할 만한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주어와 서술어의 문장호응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읽는데 두 번 이상 꼼꼼히 읽지 않으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더러 보인다. 오탈자도 당연히 없을 리 없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것은 외래어의 표기다. 도스또예프스키로 하던지 도스토예프스키로 하던지 출판업계에서 통일해 주었으며 좋겠다. 리뷰마감에 쫓겨 아직 찾아보지 못했지만 본문에서 말하는 시들로프스키가 내가 '낯설게 하기'라는 말로 기억하고 있는 쉬클로프스키인가도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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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1-03-27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이님, 저 마지막에서 두번째 대목에서 저는 추천 도서 목록을 막 주워 담아요. 빅홍규의 카프카 평전이 눈에 뜨이네요. 관심있었던 책, 친절하고 정갈한 리뷰 잘 읽고 갑니다.

반딧불이 2011-03-27 23:38   좋아요 0 | URL
아이고 블랑카님 어째서 하필이면 그 책입니까. 도서관에서 먼저 일별하시기 바래요. 오문과 비문과 난무하는 오탈자로 박홍규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 책입니다.

2011-04-04 2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1-03-28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전에 도스또예프스끼의 소설 몇 권을 읽어서 다행이지 평전치고는 재미가
조금 없었던거 같아요,,,^^;; 그나마 도박벽에 대한 내용은 읽어볼만했을뿐이구요,,
어느 역사학자가 말하길 E.H. 카는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게 만드는 역사 주제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체는 무미건조하다고 평한 적이 있어요,,
제 생각이지만 아무래도 카의 서술 자체에 우러나오는 무미건조함에
매끄럽지 않은 번역까지 더해져서 읽는데 쉽지 않았던거 같습니다. ^^;;

반딧불이 2011-03-28 09:51   좋아요 0 | URL
저도 읽을 때는 사이러스님과 비슷한 생각이 들었었는데요. 다시 생각해보니 평전이란 이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객관적인 거리 유지, 작품과 작가와의 유기적인 관계 등은 나무랄 때가 없지 않나요?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것을 즐겁게 읽지 못한 것은 순전히 번역때문이라고 매도하고 있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3-31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국인으로서 소련인을 다루었다...도스토예프스키로서는 자신을 소련인이라고 표기한 반딧불이 님께 항의할 것 같은데요.

반딧불이 2011-03-31 00:38   좋아요 0 | URL
하하.. 정말 그럴 것 같은데요. 얼른 바꾸겠습니다. 지적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루쉰P 2011-04-04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모리 요이치의 '나는 소세키로 소이다'가 혹시 번역돼 있나요? 꼭 한 번 읽어 보고 싶네요. 후반부의 평전에 대한 평가에 대해 좋은 부분이 많아서 좋았네요. ^^ 저도 꽤나 평전을 좋아하는데 이번 평전은 정말 무미건조하고 객관적으로 모든 자료를 가지고 그를 분석하는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최대한의 추측은 삼가하구요. 사람은 100% 완벽하게 다시 재생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알 수 없는 일이라 항상 생각해요. 한 30~40%만 재생해 내도 훌륭한 평전일 것 같다고 홀로 생각하는데 제가 이상한가요? ㅋㅋㅋ

반딧불이 2011-04-05 12:34   좋아요 0 | URL
그럼요. 당연히 번역되어 있습니다. 저는 그냥 평전을 읽을 때는 글쓴이가 어떤 관점을 취하고 있는지 생각하면서 읽어요. 똑같은 사람에 대한 평전도 쓰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E.H.카처럼 객관적 거리를 유지해주는게 좋죠. 나머지 판단은 제 몫이니까요.

루쉰P 2011-04-05 12:5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제 몫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좀 어려운 부분인 것 같기도 해요. 하기사 세상사도 제 멋대로 판단하며 사는데 왠지 평전이라고 하면 마치 사람을 박제해서 전시해 놓듯이 저 사람은 위대하니 저래야 한다거나 라는 등의 고정된 선입관으로 볼려고 하는 정답 찾는 듯한 평전 읽기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제 자신을 보더라도 어느 때는 변태적 일정도로 욕망에 차 있고 어느 때는 봄의 여운을 느끼며 여유로운 사람이 돼 있고 하는 등...어려워요.^^ 하도 학교 다닐 때 정답 찾는 교육만 받아서 그런지 정답이 없는 것이 세상사고 사람도 그러한데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뇌구조가 못 되는 것이 한탄스러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