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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자본 발전사전 - 자본주의의 세계화 흐름을 뒤집는 19가지 개념
볼프강 작스 외 지음, 이희재 옮김 / 아카이브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反자본 발전사전』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어휘들의 사전적 의미와 그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오용되고 있는지를 설명하면서 그 뒤에 숨겨져 있는 의미들을 파헤친다. 제목이 시사 하는 바처럼 자본주의와 관련된 단어들 즉 발전, 환경, 평등, 시장, 진보, 기술, 과학, 환경, 생활수준, 인구 등등 19가지의 개념들에 대해 각기 다른 필자들이 글을 썼다. 이 책을 엮은 볼프강 작스의 글이 두 꼭지 있으니 총 17명의 필자가 있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이반 일리히를 제외하면 모두 처음 대하는 필자들이다.

초판 서문에는 이 책이 결실을 맺게 된 과정이 적혀 있다. 그들은 모두 처지가 달랐으므로 며칠씩 혹은 몇 주씩 함께 모여 요리하고 여행하고 토론했던 모양이다. 그들은 ‘모르는 것은 나누었고 아는 것은 겨루었’으며, ‘같이 헤맸고 같이 깨달음을 얻었다.’ 그들은 또 ‘비강단 지식인은 우정과 공동의 책임감을 빼면 시체라는 것을 체험’했으며 이렇게 나온 책은 이들의 ‘우정의 결실’이면서 ‘서로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밝혔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부러웠던 부분이다.

그들이 가장 먼저 파헤치는 단어는 ‘발전’이다. ‘발전’은 성장, 진화, 성숙 같은 단어들과 팔짱을 끼고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열등한 것에서 우월한 것으로, 나쁜 것에서 좋은 것으로 나아가는 행보를 늘 암시한다.’ ‘발전’이란 무조건 좋은 것, 그래서 누구나 온 힘을 다해 따라해야 하는 것 등 긍정적인 의미로 자신을 포장하므로, 어떤 ‘존재의 합당한 형태를 향해 움직인다는 변형’의 개념에서 점점 ‘완벽한 형태를 향해 움직’이는 것으로 개념이 진화했다. 그래서 ‘발전’은 ‘저발전’이라는 대상을 갖게 되고 이것은 어느 순간 ‘미개인’같은 개념과 동일시된다. 결과적으로 ‘발전‘이라는 단어는 경제중심 세계관의 패권을 강화하게 되는 것이다.

‘발전’이라는 말이 이렇게 원래의 의미와는 다른 뜻으로 쓰이게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후였다. 트루먼 대통령이 취임한 날 그가 천명한 발전 사업으로 인해 ‘저발전’이라는 말이 발명되었다. 1949년 1월 20일, 이날부터 세계 20억 인구는 ‘저발전’인이 되어 자신들이 가진 온갖 다양성을 버리고 저발전이라는 부끄러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이것은 우리로 하여금 다른 사람의 경험과 꿈에 속박 당하게 할 뿐만 아니라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고 ‘절대빈곤’의 수준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발전’이라는 단어는 아무 여자나 집적대는 바람둥이와도 같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단어들은 ‘발전’과 관계 맺는다. ‘한 세계’라는 부분도 예외가 아니다. 고대인들은 하늘의 태양과 별을 바라보면서 인간을 자연의 일부라고 여겼다. 그들에게 인간은 우연에 휘둘리는 지상의 미미한 존재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영원불변의 천상과 관계 맺는 것에 관심을 쏟았다.

반면 과학이 발달(발전)하게 되자 현대인들은 지구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광막한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지구라는 행성을 바라본다. 그리고 지구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한 몸이라는 사실을 떠올린다. 이것은 세계를 하나의 동질적 공간으로 파악하게 만들면서 각 나라 고유의 관습과 문화를 서서히 증발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공간이 중심에 오는 사고는 일체성을 추구하게 되고 한 사람 한 사람이 관계 맺는 장소는 사라지게 만든다. 사이버, 인터넷, 트위터 등의 공간에서만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장소를 자신의 뿌리로 여기면서 더 큰 공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우리는 삶의 많은 부분을 점점 더 공간에 빼앗기고 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아니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들을 뒤집어 그 속을 낱낱이 보여주는 저자들의 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생활수준’은 행복의 다양성을 줄이고, ‘사람’은 ‘인구’로 대체되었는데, 그것은 사람을 ‘규정된 확률로 만나서 짝짓기를 하는 번식 군집’으로 정의하면서 통제와 관리가 필요한 존재로 환원 시킨다. ‘요구’는 호모 사피엔스가 마땅히 가져야 하는 의식과 감각을 갖지 못한 궁핍한 인간으로 탈바꿈 시키면서 새로운 종 ‘호모 미세라빌리스(궁핍한 인간)’를 탄생시킨다. 낙원으로 가는 비밀통로라고 여겼던 ‘기술’은 자연이 이룩해 놓은 것을 약탈하고 자연에, 제3세계에, 미래 세대에게 비용을 떠넘긴다. 이제 미래는 희망이 아니라 궁핍으로, 공포의 저장소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필자들이 이 글을 쓴 것이 내게 협박을 하거나 절망의 나락으로 집어던질 의도는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알던 모든 어휘들의 개념을 다시 생각하다 보니 만약 내가 생의 역사를 써야한다면 그건 ‘교정의 역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쉽지 않은 내용에 분량이 주는 압박감으로 거의 탈진 상태다. 나는 ‘사전’을 이런 식으로 읽어본 적이 없다. ‘사전’에 대한 개념정의도 다시 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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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1-02-25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에는 분량이 주는 압박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단순히 '분량'의 문제가 아니더군요. (처음에는 하루에 3개장만 읽자..생각했는데, 1개장 읽기도 꽤나 시간이 걸리더군요.) 내용이 진중하고, 680여쪽이라는 페이지보다는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잘 정리하신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반딧불이 2011-02-25 23:38   좋아요 0 | URL
읽고 정리하시느라 애 많이 쓰셨지요? 함께 소감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쁘네요. 좀 고단했지만 다음에는 어떤 책이 선정될지 리뷰 올리자마자 금방 또 궁금해지는 마음, 맥거핀님도 다르지 않으실것 같아요.

비로그인 2011-02-26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탈진 상태에 이르면서까지 읽고 써내신 글을 너무 쉽게 읽는 건 아닌가 싶어 부끄러워지네요. 잘 보았습니다. 주말엔 좀 푹 쉬시죠. 건강에도 유의하셔야죠^^

반딧불이 2011-02-26 01:30   좋아요 0 | URL
주말에 부산으로 강진으로의 일정이 잡혀있어서 미루어두었던 일을 한꺼번에 하느라 그래요. 내일 할 수 있는 일을 오늘 하지말자..뭐 이런 심보로 살다보니 이렇게 헐떠덕거리네요. 염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cyrus 2011-02-28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에는 사전이라는 타이틀과 어마어마한 분량 때문에 겁 먹었지만 차근차근히
읽게 되니깐 내용은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은거 같았어요,, 뭐 몇몇 챕터의
내용은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요,,^^;; 그래도 그동안 긍정적인 면만
바라보고 있었던 발전, 개발, 진보, 과학 등 주제의 또 다른 이면을 볼 수 있어서
좋았던거 같아요.

반딧불이 2011-02-28 09:57   좋아요 0 | URL
서평단 도서로 저희가 공부를 참 많이 하지요? 시간적인 압박만 없다면 정말 금상첨화인데 말이에요. 한편 생각하면 날짜가 정해져 있으니까 읽지 그렇지 않으면 읽지도 않을것 같긴해요.

굿바이 2011-03-02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이님, [교정의 역사]라는 표현에서 잠시 쓰러졌습니다 :)
저도 책을 읽으면서, 제 머리속의 온갖 조잡함 개념들을 몽땅 교정하고 싶었거든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반딧불이 2011-03-02 11:31   좋아요 0 | URL
이미 교정하신것 같은데요. ㅋㅋ 늘 굿바이님의 재미있는 글, 다시 생각하게 리뷰 늘 잘 읽고 있습니다.

choi pranchesca 2011-04-09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리 상호 공감대를 형성 지금 병들어있는 인간의 내면적요소를 제거하는것이 지속발전틀이 되는것입 반자본에잇는사상을 읽으면 왜 인간이 살아야 하는가 발전론에 힘입어 살아가는 신자유주의 이념을 버리고 새로운 돌풍을 만들어야합니다
 
평전이란 무엇인가
<리영희평전>을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리영희 평전 - 시대를 밝힌 '사상의 은사'
김삼웅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리영희 평전을 읽는 것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읽는 것에 다름 아니다. 책을 읽다보면 한 나라의 운명이 개인의 운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리영희 선생에게는 그 역도 마찬가지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의 군부체제를 거쳐 소위 문민정부라는 김영삼, 노태우,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까지가 그가 거친 체제다. 그는 이 기간 동안 ‘아홉 번 연행당하고, 다섯 번 구치소에 가고, 세 번 재판을 받아 총 1012일의 감옥생활을 하고, 언론계에서 두 번 퇴직당하고, 교수직에서 두 번 해직 당’했다.

감옥살이를 하거나 퇴직, 해직을 당한 이유는 대부분 그가 쓴 글 때문이었고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읽은 그의 책 때문이었다. 전 노무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는 계기가 된 ‘부림사건’에도 리영희의 책이 들어있었다. 전두환 세력이 저항세력을 뿌리 뽑기 위해 학생운동을 정리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엮어 넣은 부림사건은 ‘사건’ 없는 ‘사건’으로 알려져 있는데, 연루된 사람들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비롯해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 『우상과 이성』같은 책을 읽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사람들이 모여 책을 읽은 것이 문제된 것이다. 이외에도 『분단을 넘어서』, 『베트남 전쟁』『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등 지배자의 논리로 보았을 때 ‘의식화의 원흉’으로 불릴 만한 많은 저작과 편역서가 있다. 그가 과연 '의식화의 원흉'이었는지, '사상의 은사'였는지는 역사가 판단할 것이다.

시대를 꿰뚫어보는 그의 이런 저작들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는 ‘노다지’라는 말이 생겨난 운산광산이 있는 평안북도 운산에서 태어났다. 노다지는 no touch에서 유래된 말이다. 다섯 살 때부터는 삭주군에서 자라게 되는데 그는 이미 유치원 때 한글과 일본어 기초를 다 깨쳤다고 한다. 서울로 유학해 경성공립학교, 해양대학을 나와 유엔군 연락장교로 군에 입대한다. 그는 통역장교로 전쟁이 끝난 후까지 7년 동안 군에 근무한다. ‘혐오스러운 국군 복무의 한 가지 선물’로 받은 영어실력으로 제대 후 그는 합동통신의 외신부기자를 시작으로 언론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기자라는 직업은 특히 정치부나 외신부 기자들은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시대였다. 하지만 그는 결혼 후 40년이 되어서야 온수가 나오는 집으로 처음 이사를 할만큼 궁핍했고 고정적으로 두 개 이상의 부업을 하면서 그 생활을 감내했다. 국군연합참모부의 ‘일일국제정세 분석보고’도 그 부업 중의 하나였다. 그러니까 리영희는 한글, 일본어,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실력에다가 세계정세를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부업과 외신부기자를 겸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는 3·15 부정선거, 4· 19혁명, 5·16 쿠데타 등을 겪으면서 워싱턴포스터지, 뉴리퍼블릭지 등에 원고를 기고하여 한국의 실정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기자로 재직하는 동안 그는 특종 ‘사고’ 메이커였다. 또 베트남 전쟁의 진실을 알리고 참상을 고발하는가 하면 주한 미국감축에 관한 글, 중국 근대화 100년사 탐구, 친일 군상과 일본교과서 왜곡의 본질 등에 관해 정연한 논리를 폈다. 그런가 하면 한겨레신문을 창간하고 극우, 반공세력이 자신들의 영구집권을 위해 부당하게 과장하여 공포와 불안을 조성하자 그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남북한 전쟁능력 비교연구’라는 시론을 발표했다. 정리해보면 폭력과 권력에 맞서 그가 무기로 들고 있었던 것은 오직 붓 하나였던 셈이다.  

   
 

나의 글 쓰는 정신이랄까, 마음가짐이랄까 하는 것은 바로 루쉰의 그것이에요. 글 쓰는 기법, 문장의 아름다움, 속에서 타는 분노를 억누르면서 때로는 정공법으로, 때로는 비유·은유·풍자· 해학·익살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세련된 문장작법을 그에게서 많이 배웠지요.

 
   

 루쉰을 글쓰기의 은사로 삼았다는 그의 생활신조는 Simple Life, High Thinking이다. 자신의 신념과 어긋남이 없이 일생을 살았다는 것을 이 평전은 말해주고 있다. 고은 시인은 리영희 선생의 회갑 기념 문집에

사상의 은사
시대의 선구자
60년대 70년대 80년대 대표적 지성
아 이 한반도의 살아있는 정신

얼음
우리들의 전위와 후방

이라고 썼다. 나는 고은 시인 특유의 오버 액션이 못마땅한 사람 중의 하나다. 때문에 이 평전을 읽지 않았다면 저 말도 오버라고 치부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의 이런 기우와는 달리 시인은 리영희 선생의 삶을 꿰뚫고 있었다. 

600여 쪽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글은 의외로 잘 읽혔다. 평전을 쓴 작가의 글보다 리영희 선생의 저작을 인용한 글의 부피가 더 많았기 때문이었을까? 작가가 리영희 선생의 평전을 쓰는 것이 아니라 리영희 선생이 작가를 끌고 가고 있는 느낌이 들정도로 인용이 많다. 어려운 이론에 기대지 않고 철저하게 현실에 바탕을 둔 논리적인 글쓰기 때문이었을까? 무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으면서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리영희 선생의 다른 저작들도 찾아 읽어야겠다는 각오를 다시 하게 된다.




사족 : 오탈자.

* 374쪽 : 리영희가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것은 한국 정치 즉 정권 담당자를 저들의 이익에 맡은 자(맞는 자)를 ‘간택’했다는 데 있었다.

* 417쪽 : 그 사이에 한국에서는 정태기, 임재경, 임병주(이병주) 등이 해직기자들을....

* 422쪽 : 그 군대가 광주에서 감행한 학살과 여러 해를 듣고(두고) 자행한 수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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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1-02-24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그렇담 저는 이 책부터 읽어야겠어요!! 도서관에서 찾아봐야지,,어제 도서관 책 반납하는 날인데 아직도 반납하지 않고 있으면서,,^^;;
암튼 이 책을 먼저 찾아 읽고서 집에 있는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어야지,,(꿈은 야무지다는,,^^;;)

반딧불이 2011-02-25 01:23   좋아요 0 | URL
좀 두껍기는 하지만 부담없이 읽으실 수 있으실거에요.
인용된 리영희선생의 글이 많아서 맛보기로도 충분하실거구요.

비로그인 2011-02-25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 1학년 때 한 학기가 다 지나도록 <전환시대의 논리>와 <우상과 이성>을 읽지 않았다고 선배에게 혼이 났던 기억이 나네요. 당시에는 필독서였더랬죠. 가방에 항상 넣어다니면서도 오랫동안 읽지 않고 버텼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마도 모두들 그 이름을 들먹이는 탓에 잔뜩 주눅이 들었던 모양이에요. 반딧불이님 리뷰를 읽으니 그때 생각이 문득 나는군요^^

반딧불이 2011-02-25 01:22   좋아요 0 | URL
저희집에서도 아버지가 보자기에 싸서 지붕위 물탱크속에 매달아 놓았던 책이기도 해요. 짭새들이 늘 들락거려서요. 물론 저도 금서중의 하나였던 <꽃파는 처녀>를 몰래 읽었다가 혼찌검이 났었구요. 책읽으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났어요.

cyrus 2011-02-28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리영희 선생의 인용문 덕분에 처음 접하는 선생의 사상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읽어나갔어요. 선생의 빈틈없는 논리성의 글이 아닌 평전을 통해서나마 외부적으로 선생의 사상을 접한 것도 있었지만 덕분에 충분히 선생의 사상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런데 위의 반딧불이님의 답글을 보면서 궁금한거 생겼는데요,, <꽃파는 처녀>가 무슨
내용이길래 금서로 지정되었나요? 저는 처음 들어보는 책이네요.. 이런 것도 세대
차이인가 봅니다. ^^;;

반딧불이 2011-02-28 02:11   좋아요 0 | URL
ㅎㅎ 정말 세대차이 나네요. 저건 북한의 혁명가극을 책으로 만든거에요. 소설이 먼저인지 가극이 먼저인지 까지는 모르겠어요. 물론 저는 읽을 당시에는 그게 가극인지 뭔지도 모르고 읽었는데 슬픈 내용이었고, 왜 이런책이 금서가 되나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었어요. 아마 요즈음은 그냥 읽을 수 있지않을까요? 오래 잊고 지내서 아는 게 없네요.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들을 묶어서 수박 겉핥기식으로나마 살펴보았다. 거시사는 거시사대로 미시사는 미시사대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살펴보는 것은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를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씁쓸한 일이기도 했다. 또 역사에 관한 책들은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작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굳이 말을 하자면 소설만큼 재미있고 시보다 더 깊이 나를 살피게 한다고 해야 할까. 역사를 바라보는 그 시각을 견지하면서 이제 역사서를 읽어볼 차례다.  아무래도 올해 내내 역사관련 책들만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우리가 사용하는 역사라는 말은 옛날 중국에서는 그냥 史라고 했었고 일본어를 번역하면서 부터 ‘역사’라는 말이 굳어져 사용되었다고 한다. 영어의 history는 '과거 사건에 대한 서술을' 나타내는 historia에서 유래되었고 그리스인들에게 ‘진실을 탐구한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histor는 증인 즉 소송이 벌어졌을 때 양측의 다른 주장에 대해 증거를 조사하고 심리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사람을 의미한다. 헤로도토스, 사마천, 일연, 김부식 등 다양한 인물들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이야기로서의 역사를 읽기 위한 리스트를 만들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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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2-21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치즈와 구더기'를 참 재밌게 읽었어요.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끼고만 앉았구요.

"그러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살펴보는 것은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를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씁쓸한 일이기도 했다."라는 표현 씁쓸하지만, 저도 동의하는...참 멋지신 표현이에요~^^

반딧불이 2011-02-21 09:30   좋아요 0 | URL
저두요. <치즈와 구더기>는 영화로 만들어지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지 않으세요? <탐史>라는 책은 미시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인터뷰집인데요. 여기에 긴즈부르크를 인터뷰한 꼭지도 재미있었어요. 언제 관심닿으시면 일별해보세요.

헤로도토스의 역사는...나무꾼님. 지금 한 250쪽 정도 읽었거든요. 이건 비밀인데 말이에요.
치즈와 구더기보다 훨~ 재미있어요~

비로그인 2011-02-21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특히 반딧불이님의 서재를 열심히 들락거려야겠군요.
떨어진 이삭만 주워도 소득이 만만치 않겠는걸요 ㅎㅎ^^

반딧불이 2011-02-21 11:31   좋아요 0 | URL
힛~ 후와님을 낚기 위한 전략이라도 짜야할까 봐요.
그동안 후와님 서재에서 주어온 이삭을 갚는셈 치고 말이죠.

cyrus 2011-02-21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특히 반딧불이님의 서재를 열심히 들락거려야겠군요.
떨어진 이삭만 주워도 소득이 만만치 않겠는걸요 ㅎㅎ^^ (X2)

헤로도토스의 <역사>,, 분량이 엄청나서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반딧불이님께서 재미있다니 읽어봐야겠습니다. ^^

반딧불이 2011-02-22 13:10   좋아요 0 | URL
자주 오시는거야 환영이지만 얻어가실게 없으실까 심란해지는데요. 그리고 뭐 눈과 손이 게으른 저보다는 부지런한 사이러스님이 먼저 리뷰를 쓰실 것 같은걸요.~
 
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 주세요.

 

  

굴원, 사마천, 이백, 두보, 구양수, 루쉰 등 교과서에서나 듣던 중국 문인들의 열전이다.  문인을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이 궁금하다. 더구나 요즈음 거의 문학작품을 못보고 있는 상황이라  중국문학사를 뒤흔들었던 시와 문장들이 영롱하다는 이 책에 급 호감이 간다. 

 

 

 

 

 

 

이 책의 저자는 역사학자다. 거시사든 미시사든 역사학자들의 시각에는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역사를 바라보는 통시적 시각으로 예술을 바라보면 어떤 결론을 얻을 수 있을까.  왠지 도스토예프스기 평전이라는 이름으로 문학, 역사, 사상 등 여러 방면을 아우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지난달 선정된 리영희 선생의 평전을 읽었다. 평전의 많은 부분을 선생의 글을 인용하고 있었다. 작가가 견지하고 있는 큰 줄기를 따라가고자 함이었으리라. 서양에서 수입된 이론 용어에 기대지 않은 선생의 글을 다시 읽고 싶다. 

'리영희 사상의 정수와 빼어난 문장력과 문학성을 담지한 대표적인 명편들을' 골라내어  ‘산문선'이라 지은 이름에 기대어본다. 

 

 

 

 거실 화분에 심어둔 수선화와 석란에 꽃이 피었다.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마음, 피는 꽃과 처음 눈 맞추는 기쁨, 그 여린 꽃잎이 주는 애잔함. 피는 꽃만큼 사람의 마음을 순정하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석란이 피었다는 소식을 내게 전하는 남편과 나의 대화   
'꽃핀거 봤나?'
'응, 아까'  
'향기도 맡아봤어?'  
'향기 없던데...?" 
'향기 나는데, 아주 가느다란 향기가 나' 

'가느다란 향기라니'  공돌이의 입에서 어떻게 저렇게 시적인 단어가 나오는 건지 믿을 수 없었다. 꽃은 철근같은 남자도 부드럽게 만든다. 새봄 이 책 들고 산이며 들이며 싸다니며 꽃과 나무와 눈맞추고 싶다. 

 

최근 보고 있는 책들의 저자가 일본인인 경우가 많다. 인물에 관한 글도 일본학자의 것을 보고 있는데 사마천의 연구가인 하야시다 신노스케, 루쉰 연구자인 다케우치 요시미 등이다. 

이 책의 저자인 시즈미 마사시도 40여년 동안 도스토예프스키를 연구했다고 한다. 한 저자에게 평생을 바친 셈이다. 일생을 바칠만한 대상을 갖지 못했다는 것에서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다. 

나는 문학작품은 안내서 없이 바로 대면하기로 한 규칙을 두고 있지만 도스토예프스키가 말하지 않은 것들이라 하니 또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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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2-16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느다란 향기"라니...
시인이 따로 없네요. 두 분이 꽃 같습니다 ㅎㅎ^^

반딧불이 2011-02-17 00:29   좋아요 0 | URL
ㅋㅋ 이런 순간은 몇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서로 소 닭보듯 합니다.

cyrus 2011-02-16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을 감상하시는 두 분의 모습도 그렇고 시적인 표현을 사용하시는 남편분이 멋지십니다.
요즘은 은근히 <도스또예프스끼 평전>이 끌리네요.

반딧불이 2011-02-17 00:31   좋아요 0 | URL
멋지긴요. 분명히 어쩌다 실수로 나온 말일거에요.

도스토예프스키평전은 사이러스님 신간 페이퍼에서도 봤고 저도 궁금하던 참이었어요.

blanca 2011-02-16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느다란 향기! 근사해요. 안 그래도 도스또예프스키 저 책 표지 보고 궁금했는데 반딧불이님 읽으신다니 리뷰가 기다려집니다.

반딧불이 2011-02-17 00:32   좋아요 0 | URL
신간평가단에 선정이 되면 제가 먼저 읽을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블랑카님께서 먼저 읽으실것 같은걸요.

릴케 현상 2011-02-17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이 따로 없는 공돌이'랑 사시는군요^^ 부럽습니당. 충동질 당한 김에 중국문인열전을 구입해야겠습니다 감솨~

반딧불이 2011-02-17 11:20   좋아요 0 | URL
산책님이 문인열전 좋아하실 줄 알았어요. 신간 평가단의 아무도 이 책에 주목하지 않아서 저도 곧 주문 넣어야할 것 같아요. 먼저 보시고 리뷰 올려주세요. 기대하고 있을께요.

꽃도둑 2011-02-17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이님 페이퍼 보다가 아차 싶네요.
리영희 산문선 [희망]을 추천에서 왜 누락시켰는지....ㅜ.ㅜ

반딧불이 2011-02-17 23:15   좋아요 0 | URL
ㅎㅎ 마감되기전에 어서 고치세요~ 꽃도둑님이 함께 하시면 선정될 확률이 좀 오르려나요?

광기 2011-02-17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다음 신간평가단에는 꼭신청해야겠어요!

반딧불이 2011-02-17 23:14   좋아요 0 | URL
다음에 신간평가된 되셔서 좋은 책 소개 많이 해주시기 바래요.
 
완역 이옥전집 3 : 벌레들의 괴롭힘에 대하여 완역 이옥 전집 3
이옥 지음, 실시학사 고전문학연구회 옮김 / 휴머니스트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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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 전집 3권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서 앞부분은 <백운필>, 뒷부분은 <연경>이라 이름 지었다. <백운필>은 그가 충군에서 해배된 이후 경기도 남양에서 탈고 했다고 한다. <백운필>은 새, 물고기, 짐승, 벌레, 꽃, 곡식, 과일, 채소. 나무, 풀 등에 관한 글이고 <연경>은 담배에 관한 글이다. <백운필>은 거의 박물지라 할만하다. 이옥은 서문에 해당하는 소서(小敍)에 이 글을 어쩔 수 없이 썼다고 밝혀두었다.

그가 있던 백운은 궁벽한 곳으로 사람도 없고 딱히 할 일도 없고 별로 즐기지도 않은 모양이지만 심심풀이 삼을 놀이기구도 없었던 모양이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손으로 혀를 대신하여 이글을 적었는데 또 무엇을 적을 것인가를 두고 깊이 생각한 듯하다.

하늘을 이야기하고 싶지만 사람들이 천문을 공부한다고 생각할 것이고, 천문을 공부하는 자는 재앙을 입게 마련이라 그것을 할 수 없고,  땅을 이야기하고 싶지만 지리를 아는 자는 남에게 부림을 당하니 그도 할 수 없고 사람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남에 대해 얘기를 하자니 남들 역시 자기 얘기를 할 듯하고 문장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만 문장을 우리가 추켜올리거나 폄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또한 얘기할 수 없다. 귀신 이야기도 조정의 이야기도 석가나 노자 얘기도 할 수가 없다.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는 없는데 또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아 그가 택한 것이 짐승, 물고기, 꽃, 곡식, 과일 등이다.

동식물의 생태를 면밀히 관찰하여 그것을 인간사에 빗대어 사람을 관찰하는 표본으로 삼았다. 생물도감을 보는 것만으로도 인간이 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여기에 이옥의 생각이 적확한 언어로 더해지니 스스로를 경금자라 칭했던 그의 뜻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오뉴월의 벌레들>이라는 글은 오뉴월 무덥고 후덥지근한 방 안으로, 몸으로 달려드는 벌레들을 살피다 적은 것이다. 천지에 생명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은 모두 벌레이고 그 중의 대표가 사람이라, 이 사람의 면면을 뭇 곤충과 비교했다.

작은 산 무성한 계수나무 숲속에 깃들어 만승의 천자에 대해서도 오만하고, 청색 자색의 인끈을 지닌 공경을 업신여겨 돌아보려고 하지 않으며 스스로 그 한 몸을 깨끗이 하는 자를 달관의 안목으로 보면 곧 일개 반딧불이다.


고관대작의 집에 잔약한 객이 실세한 자를 등지고 권세 있는 자를 쫓아, 이익이 있는 곳을 백방으로 뚫으려 시도하여 달콤한 것을 핥고 빨기를 혹 남에게 뒤질까 저어하는 자를 달관의 안목으로 보면 곧 일개 파리이다.


감사와 수령처럼 뿔 나팔을 불고 아기(깃발)를 뽐내며 남의 뼈를 깎고 피를 약탈하여 그 백성을 파리하게 하고 제 배를 불리는 자를 달관의 안목으로 보면 곧 일개 모기이다.

이옥의 관찰에 의하면 이백년 전의 사람들도 지금의 우리와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과학문명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러한 통찰은 글 곳곳에 보이는데 눈여겨 보아야할 것은 그의 생각뿐만 아니라 다양한 글쓰기 형식이다. 상추쌈에 관한 글에서는 저절로 입안에 침이 고이고 입맛을 다시게 만드는 생생한 묘사, 밤길에 만난 반디와 모기가 상대방의 흠을 잡아 서로를 공격하는데 사용한 인용과 대화체 형식. 들은 이야기를 실감나게 옮겨 적는 방법 등 참고할 것이 참으로 많다.

‘담배의 경전’이라는 뜻을 가진 <연경>에는 그의 벽이 잘 나타나 있다. 담배 재배방법에서부터 유래와 성질, 담배의 쓰임, 담배 피울 때 쓰는 도구, 맛있게 피우는 방법, 귀격, 복격, 묘격, 염격, 진격 등 담배의 품격까지 다루었다. 그가 적어놓은 담배 피우기 좋을 때를 보면 ‘달빛 아래에서 좋고, 눈 속에서 좋고, 빗속에서 좋고, 꽃 아래에서 좋고, 물가에서 좋고, 누각 위에서 좋고, 길가는 중에 좋고, 배 안에서 좋고, 배갯 머리에서 좋고, 변소에서 좋고, 홀로 앉아 있을 때 좋고, 벗을 마주 대할 때 좋고, 책을 볼 대 좋고, 바둑을 둘 때 좋고, 붓을 잡았을 때 좋고, 차를 달일 때 좋다.’ 담배가 맛있을 때를 보면 또 이와는 다른 많은 상황들이 전개되는데 참으로 담배를 맛나게 피웠을 것 같은 그림이 그려진다. 내가 담배를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은 <공동경비구역>이라는 영화에서 송강호가 담배피우는 모습을 보고 난 후였다. 바람 부는 벌판에서 그가 피우는 담배가 어찌나 맛있어보이던지....... 내가 그려보는 이옥의 모습은 송강호와는 전혀 상반된 모습이다. 그러나 담배 피우는 모습만큼은 닮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왠지 그들과 함께 있으면 담배를 아주 맛있게 피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옥전집을 아껴가며 읽었다. 마무리를 지었다는 편안함보다 아쉬움이 남는다.  나쓰메 소세키의 전작을 읽으면서 이런 아쉬움이 싫어서 마지막 <명암>에 관한 리뷰만은 쓰지 않았다. 마무리 짓지 못했다는 아쉬움으로 늘 소세키를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읽을 책이 넘쳐나므로 다시 보기가 쉽지 않겠지만 이옥의 책을 다시보기 위해 마무리를 지었다. 지난 2010년에 만난 책들 중에서 가장 아끼고 오래 마음줄 수 있는 책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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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2-10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배를 맛있게 피운다'는 표현 오랜만에 듣네요.
요즘은 담배가 맛있다는 말은... 영 눈치가 보여서요 ㅋㅋ
눈 올 때나 비 올 때 혹은 안개가 자욱이 꼈을 때, 습도가 높아서 그런가 이럴 때 담배 맛이 좀 깊게 느껴지긴 하지만... 썩 권장할 일은 아니라서, 이쯤 해둬야겠네요ㅋㅋ^^

반딧불이 2011-02-10 11:52   좋아요 0 | URL
담배가 요즘처럼 이렇게 발붙일 곳이 없을정도로 밀려날 일은 아닌듯해요. 술집이 있듯이 담배집이 있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습도가 높은 날 담배맛을 음미해봐야겠습니다.

양철나무꾼 2011-02-11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여라도 남편이 볼까 무서운 리뷰와 후와님의 댓글이에요.
글에서 맛이 느껴지기도 하는 걸 보면, 저도 조심해야 하는 건가요~?^^

반딧불이 2011-02-11 22:56   좋아요 0 | URL
ㅋㅋ 담배가 문제군요. 담배맛도 글맛도 앞으로 조심해야겠는걸요.

blanca 2011-02-14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이님, 이 리뷰 왜이리 맛나요? 담배 관련해서 저는 거기에 커피를 넣어 봤어요. 나쓰메 소세키의 <명암>이 그렇게 좋으셨어요? 리뷰를 조르면 반딧불이님의 그 아끼는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걸까요?^^;;

반딧불이 2011-02-14 14:48   좋아요 0 | URL
명암이 좋았다기보다는 소세키가 좋았다고 봐야죠. 마지막 작품이 명암이었는데 마무리를 짓고나면 다시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 남겨두었다는거죠. 매듭을 지어야 또 다른 인연이 올테니까..써야겠죠?

이렇게 흐린날은 뜸을 좀 오래 들여서 쓴 커피를 마셔요. 입안에 남는 쓴맛이 시간이 지나면서 고소한 맛으로 바뀌어 한결 기분이 좋아진답니다.

넙치 2011-02-17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구마구 읽고 싶게 리뷰를 쓰셨쎄요.2권 건너뛰고 3권부터 읽어야겠어요.^^;

반딧불이 2011-02-17 11:18   좋아요 0 | URL
넙치님!! 어쩌죠.. 저는 2권이 훨씬 좋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