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부터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에 관한 책들을 훑어보았다. 대문자역사부터 미시사까지, 기원전 이야기부터 불과 30여 년 전의 푸코까지, 서양부터 동양까지 닥치는 대로 살폈다. 부분만을 본 것도 있고 전체를 통독한 경우도 있다. 적고 보니 양이 엄청난 듯 하지만 그렇다고 깊이까지 갖춘 것은 아니다. 내가 살펴본 것들은 다음과 같다.


『탐史』- 마리아 루시아G, 팔라레스 버크

『역사를 어떻게 쓰는가』부분 - 폴 벤느

『공산당 선언』』- 마르크스

『역사철학 강의』부분 -헤겔

『세계역사의 관찰』- 부르크 하르트

『반시대적 고찰』』부분 - 니체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발터 벤야민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장 폴 사르트르

『사기- 본기』- 사마천

『사기 - 세가』- 사마천

 헤겔의 역사철학 강의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들에 놀라워하며 바람든 풍선처럼 몸이 가벼웠다. 그런데 중간에 감기를 앓으면서 잠깐 쉬는 동안 나는 이러한 관점들로 내 삶을 바라보게 되었다. 감기가 몸살로 옮겨가면서 사나흘을 앓았다. 그러면서 지금 몸이 아픈 것은 바이러스나 육체적인 무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비롯된 몸살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들을 지나간 내 삶을 바라보는 망원경 혹은 현미경으로 사용했을 때, 나는 전혀 예기치 못했던 내 마음의 반응과 맞닥뜨려야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번 몸살은 역사를 공부하면서 내가 겪은 커다란 부작용이었던 셈이다. 

 거리를 두고 내가 나를 바라보았을 때 거기 오목렌즈에는 여우 한 마리가 있었다. 바람 부는 저물녘의 거리를 서성이는 털이 거친 여우 한 마리. 그것이 현재의 내 모습으로 부각되었다. 잘못 든 길도 다 지름길이라며 뻔뻔하리만큼 씩씩하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앞만 보고 달려오다가 갑자기 방향을 잃어버린 듯 겁먹어 흔들리는 눈빛, 제 때 식사를 해보지 못한 듯 윤기 잃은 털. 의지할 짝도 없이 기운 빠지고 야윈 다리. 도대체 이런 자기 연민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삶을 위해 역사를 이용하기는커녕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들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인간은 천둥벌거숭이로 이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로 언제나 매순간 만들어져가야 하는 존재라는 사르트르와 성좌구조로서 역사를 바라보았던 벤야민이 결정적인 원인 제공자 같았다. 또 사기 본기의 책장을 넘기면서 한 행마다 사라지고 생겨나는 수많은 나라들, 그 매 순간마다 존재했었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간에 대한 연민까지 보태졌다. 

 
              

 

여기에 우주항공연구원과 천문대 등을 견학하면서 보고 느꼈던 외적인 요인들이 더해졌다. 천체망원경을 통해 바라본 목성은 서늘하게 아름다웠다. 내가 나이를 알 수 없는 북극성과 눈을 맞춘 것은 불과 1분도 되지 않았다. 그나마 그 빛은 북극성이 일주일전에 보내온 빛이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生도 내가 별들과 눈을 맞추는 시간과 다르지 않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인간의 삶이 이처럼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자들을 통해 수없이 읽고 들어왔다. 그러나 내 것이 되지 못하던 것들이 역사를 공부하면서 마음에 압정을 박듯 아프게 꽂혔다. 깨닫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지진아에 다름 아니다. 
 

돌이켜보니 내 삶은 씁쓸한 발견의 역사였다. 아이들이 내 품을 벗어나자 알게 된 것이었으니 그 발견도 뒤늦은 것이었다. 첫 번째 발견은 내가 한 마리 자벌레와 같다는 것이었다. 나뭇가지와 똑같은 모습으로 나뭇가지에 붙어 그 나무의 생명을 빨아먹는 자벌레. 타인의 피로 생명을 유지하는 흡혈귀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발견이 곧바로 실천으로 옮겨가서 자벌레 같은 삶을 살지 않게 된다면 얼마나 좋으랴. 여전히 인간의 형상을 한 자벌레로 살아간다는 것. 매 순간 그것을 확인하면서 숨 쉬고 있다는 것. 씁쓸함은 발견에만 있지 않고 바로 여기에 있다.


자벌레

 

전셋집을 옮겨 앉을 때
꽃사과나무 한 그루 선물 받았네
볕 잘 드는 창가에 놓아두니
연두 빛 혀들의 수다는 즐거워
꽃 같은 사과 달릴 날 손꼽아 기다렸네

바람은 대추나무를 건너오며
가시를 세우는데
꽃 사과나무
어쩐 일인지 빛을 잃었네

짧아지는 겨울 해를 좇아 자리를 옮겨주어도
자꾸만 시들어가서
아주 죽어버린 것은 아닌지
아픈 가지 하나를 꺾으려다가
손가락 끝에 물컹!

가던 마음 저버리고
생생하게 전해져오는 음지의 탄력.
꽃 사과나무 시들어간 만큼
통통하게 살이 오른 벌레 한 마리 
나만큼이나 놀라
온 몸을 오그라뜨리며 나뒹구네  

어떤 보이지 않는 눈 있어
천연덕스레 나 꽃 사과나무였네
어디에도 몸 두지 못한 바람이
생의 흐린 창문을 세차게 흔드는 이 겨울날
마른 꽃 사과나무 가지 아래
온 몸 꿈틀거리며 몸부림치네 

 

언제나 사과가 문제였다. 아담과 이브에게도, 중력이 두 물체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뉴턴에게도, 백설 공주에게도, 한입 베어 먹힌 사과를 회사의 로고로 사용하는 스티븐 잡스에게도. 그놈의 사과가 문제였다. 사과나무 가지 아래서의 내 몸부림은 저들의 몹쓸 사과에 묻어가기로 하자.
또 하나의 발견은 내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면서 살아왔다는 것이다.


울타리



어떤 이는 나를 보고 목련 같다 하고

어떤 이는 잠자리 날개 같다 했다 

또 어떤 이는 배추속잎 같다 했다

 

담장 없는 저 말의 울타리에 갇혀 살았다


사람들은 나를 목련처럼 환한 여자, 잠자리 날개처럼 투명하고 여린 여자, 햇빛이나 바람 한 점 가까이 해 본적 없는 여자로 생각했다. 나는 내가 어떻게 그들에게 그런 느낌을 주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의 말처럼 살려고 노력했다. 남들의 말에 나는 자발적 복종을 하고 산 셈이다. 보이지 않게 강요된 삶을 사는 것이 최소한의 안정은 보장해주었지만 그 속에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이렇게 뒤늦은 씁쓸한 발견들은 여전히 발견으로만 남아있다. 씁쓸한 발견이나 후회의 역사를 쓰지 않고 기쁨과 행복으로 충만한 삶의 역사를 쓸 수는 없는 걸까? 헤겔과 니체와 마르크스, 푸코(니체, 계보학, 역사)에게서는 알 수 없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열정은 내게 담뱃불의 온기만큼도 전염되지 않았다. 아마도 나는 살얼음이 낀 차가운 물의 사주를 타고난 나를 덥힐 만큼 그들 가까이 가지 못했을 것이다. 열정을 가진 학자들의 열정이 내 것이 아니었듯이 행복이나 기쁨 편에서 보면 나는 늘 이방인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기로 하자. 

 
       

 

사람들은 역사를 공부하면서 현재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고 힘을 얻는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역사공부는 내게 힘이 되거나 봉사하기를 거부하고 몸살과 우울의 씨를 흩뿌리고 있다.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들이 있다는 것을 배웠지만 어느 것 하나도 온전히 내 몫이 되지 못한 상태다. 그래도 끝까지 가보기로 하자. 우울에서 어떤 싹이 트고 어떤 꽃이 필지 못내 궁금하다. 언어로 남은 이 역사의 진창을 뒹굴다보면 바닥을 치고 솟아오를 날이 있다고 믿기로 하자.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blanca 2011-02-01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이님, 그저 놀라울 따름이랍니다. 저는 저기에서 사르트르의 <말>만 읽어 봤어요. 역사를 공부하면서 느끼게 되는 그 어떤 처연한 느낌의 일부나마 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까요. 무수하게 죽고 죽어간 사람들을 보다 보면 일순 내 삶의 무의미성을 목격하게 되더라구요. 우울해질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느낌도 하나의 깨달음일 수도 있을까요? 명절 잘 보내세요, 반딧불이님.

반딧불이 2011-02-02 18:09   좋아요 0 | URL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통속적인 말이 제게도 해당되는 말이면 좋겠어요. 그래서 주어도 주어도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을 하나 갖게 된다면 그보다 더 큰 깨달음이 어디 또 있을라구요. 공감해주셔서 고마워요.
동양학에서는 새해의 기준일이 입춘이에요. 설날 다음날이 입춘이네요. 신묘년에 블랑카님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길 바래요.

스트레인지러브 2011-02-01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이님의 삶의 깊이가 느껴지는 글 같습니다.
제가 읽어본 책은 공산당 선언과 사기 시리즈 밖에 없네요.
뭔가 깊은 의미를 주는 듯 하면서도 이해하기 위해선,
제가 좀 더 깊이가 쌓여야 할 것 같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반딧불이 2011-02-02 18:13   좋아요 0 | URL
마음님 오랜간만에 뵈요. 안녕하시지요? 뭐 깊은 의미 같은게 있을라구요. 그저 느끼는대로 적어봤어요.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고마워요. 즐거운 명절 보내시길...

cyrus 2011-02-02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세요. 사기, 사르트르, 벤야민, 헤겔,,, 서로 관련 없는 주제들을
함께 읽으면 미처 발견하지 못햇던 새로운 깨달음을 알게 되어서
좋은거 같아요 ^^ 반딧불이님이 소개하신 책들이 저에게는 아직
어렵지만 언젠가는 꼭 읽어보고 싶네요.
설 연휴 잘 보내시구요,, 명절 증후군 조심하세요 ^^

반딧불이 2011-02-02 18:17   좋아요 0 | URL
모두 다른 관점을 가졌지만 '역사'라는 주제로 한두릅으로 꿸 수 있는 학자들이에요. 혹시 나중에 역사 공부하실때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으네요. 사이러스님께 맛있는 음식과 휴식이 함께하는 연휴가 되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라로 2011-02-02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역사공부를 하면서 1]페이퍼는 어딨어요???
이 페이퍼를 읽기 전에 그것부터 읽으려고 했는데,,,찾아도 안 보임,,
일단 자야겠어요,,,,댓글로 알려주세요..담에.
설 명절 어찌 보내시는지 모르지만 즐거운 시간이 되시길요,,^^

반딧불이 2011-02-02 18:22   좋아요 0 | URL
별것도 아닌것을 찾아보시려고...이게 아마 찾으시려는 걸거에요.
http://blog.aladin.co.kr/734872133/4321436

저는 맏며느리에요. 제사 준비하느라 답이 늦었어요. 해든이가 한복을 입으면 그 얼굴이 귀공자처럼 빛날텐데요. 아직 형이입던 것이 많이 큰모양이에요?
또 제 염장을 지를만큼 가족들과 행복한 명절보내시기 바래요.

비로그인 2011-02-02 0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순히 역사를 공부하시는 게 아니라 시간을 바라보는 시각 혹은 방법론을 깨치고 계시는군요. 결국 삶을 바라보는 방법론 혹은 삶을 견디는 방법론으로 이어지겠네요. 힘드시겠지만 충분히 앓으실 만하다고 말씀드리면 화내실까요? 아주 단단한 씨앗 하나를 품에 안으셨으니까요 ㅎㅎ 명절 잘 쇠세요^^

반딧불이 2011-02-02 18:26   좋아요 0 | URL
그냥 좀 알고싶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이렇게 되어버렸어요. 역사가 제 발등을 찍을 줄을 몰랐죠. 왜 발등은 항상 믿는 도끼에 찍히는 걸까요?

화가 나기는요. 저를 아주~ 많이 위로해주는 말씀인걸요. 혹시라도 나중에 그 씨앗에서 향기로운 꽃이 핀다면 후와님과 함께 나눌께요. 고맙습니다.

2011-02-02 2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이 2011-02-04 11:19   좋아요 0 | URL
명절때면 몸도 마음도 무거워지는 시람이 맏며느리일거에요 평안한명절 보내시기바래요ㅅ스마트폰으로 써보는 첫답글이에요 요거쓰는데 약5분 걸렸네요.!
 

 

마침내 핸드폰을 교체했다. 3 년 정도 사용했는데 치매환자같은 행동을 더러 했다. 통신사에서 무료핸드폰으로 교체해준다고 수시로 연락이 왔었지만 미루고 미루고 있던 참이었다. 한참동안 키가 안먹어 신경질을 부리고 있던 차에 KT의 연락을 받았다.  이런저런 모델들을 불러주는데 확인해본 결과 스마트폰은 없었다. 스마트폰으로는 교체가 안되느냐고 했더니 아이폰은 148000원정도 기기값을 내야하고 구글폰은 무료라고 한다. 값도 문제지만 나는 심플한 구글폰이 마음에 들었다. 단정하고 정갈한 것이 가장 아름답다고 믿는 내 취향에 가장 근접했다.  

 

 

통화량을 확인해보니 한달 평균 사용량이 100분 정도다.  가장 저가인 I-슬림제, 그러니까 한달 요금이 35000원에 부가세 별도이니 38500원이다.  통화 150분에 1년동안 무료 60분을 추가 해주고, 문자는 200건, 데이터 100M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통화나 문자는 알겠는데 데이터가 뭘 말하는지 몰라 이해하는데 한참걸렸다. WI-FI가 뭔지 3G는 뭔지 APN은 뭔지 블루투스며 테더링이며 외계인의 언어같은 것들이 너무 많다. 

아이들이 모두 스마트폰을 쓰니까 뭔가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도움에도 한계가 있었다.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아이들을 부르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모두 다른 종류다. 딸은 아이폰4G, 아들은 노키아다. 그리고 나는 넥서스. 뭐 하나 통일되는 게 없는 집안이다. 참고로 우리집 가족의 혈액형은 모두 B형이다.
 

아들은 자기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음악듣는 것이라며 노키아를 선택했고, 딸년은 우리집 돈덩어리, 스타일을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치고 유행의 첨단을 걸어야하니 아이폰에 요금제도 밸류인지 뭔지 한달 요금이 7,8만원이다.  비록 무료폰이지만 여기에 나까지 합류하고보니 남은 건 이 집의 가장 한 사람뿐이다. 이 사람은 불과 2주 전에 핸드폰이 망가졌는데 통화량이 너무 많아 스마트폰을 쓰면 오히려 손해라고 일반폰을 기십만원 주고 새로 샀다.  

어쨌거나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나서 2주일 정도 나는 거의 원시인임을 통감하면서 보내야 했다.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의 모임 카페에도 가입하고 부지런히 드나들었지만 앱이니 어플이니  넥원이니 전부 말을 반토막으로 잘라 사용하기 때문에 나는 그것이 뭘 말하는지 알아먹는데만도 며칠이 걸렸다. 그나마 스마트폰이 속을 안썩이면 좋겠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비맞은 개가 제 몸의 물 털듯이 화면이 떨렸다. 자판입력에 익숙치 않아서 오타 작렬에 거의 반벙어리처럼 지냈다. 또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이상한 현상들이 생겨나서 그때마다 아이들을 불러댔다. 처음엔 엄마가 뭘 몰라서 그러려니 하다가 자기들이 해보더니 불량폰이라고, 돈생각하지말고 아이폰으로 교체하라고 큰소리다. 지들이 돈내줄 것도 아니면서...... 사실 나는 이 슬림제 요금도 문자며 통화며 데이터량은 남아돌것이다.  그런데 거기다 핸드폰 기기값까지 내야하는건 좀 심한 낭비다.  

두번 교체를 하고 세번째 핸드폰이 어제 도착했다. 오늘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이 생겨났지만 이제 어떻게든 견뎌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내게 필요한 어플리케이션을 일단 깔았다. 그래봐야 Aldiko, Audiobooks라는 책 읽는 프로그램과 뉴스 어플, 그리고 오늘 알라딘에서 전자책을 시험삼아 다운받았다. 그리고 1000원을 주고 칼릴지브란의 <예언자>를 구매했다. 

영문으로 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과 오페라의 유령을 무료다운 받아 보고 있고 한글은 이것이 처음이다.  Aldiko라는 어플은 모르는 단어를 그자리에서 검색할 수 있고 트위터나 블로그 등과 공유할 수 있는 등 다양한 기능이 있다. 반면 알라딘에서 구매한 전자책을 볼수 있는 'K-전자책'이라는 어플은 이런 검색기능은 없는듯 하다. 기능의 문제보다도 나는 아직 익숙치 않은 탓인지 내용에 집중이 잘 안된다.  

그저 유리판 위에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느낌의 책 읽기가 언제쯤 가슴이나 근육에 새겨질지...... 
그때까지 나는 또 얼마나 뜨거운 프라이팬 위의 참깨처럼 뛰어야할지 알 수 없다. 스마트폰보다 스마트해지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예언자여, 제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저의 앞날이 스마트하기를 예언하소서!  첫 전자책 구입기념으로 적어둔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1-01-29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스마트폰을 장만하셨군요. 트위터도 하시는 건가요?
그럼 이제 반딧불이님도 알라딘에 발길이 뜸해지시는 건가요?
음, 갑자기 우울해지는군요 ㅋㅋ
암튼 축하드립니다^^

반딧불이 2011-01-29 19:40   좋아요 0 | URL
트위터계정은 우리나라에 알려지기도 전부터 갖고 있었는걸요. 혼자 주절거리는 일에 익숙치 않아 가끔 들어가볼 뿐이에요. 아직은 스마트폰보다 트위터보다 후와님 계시는 이곳이 훨씬 편합니다.

축하받을 일은 아닌듯 하옵니다. 스마트폰가지고 씨름하는동안 어느 혹성에 와있나 싶었답니다.

넙치 2011-01-29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 달에 스마트 폰으로 바꿨는데 제 경우에는 스마트 폰이 꼭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
교보에서 쌩텍쥐페리의 <바람과 모래와 별들>이란 에세이를 다운 받았는데 내용이 집중 안돼서 아직도 다 읽지 못했어요.25% 읽었다고 표시가 되는데 언제 다 읽을지 기약이 없어요.ㅎㅎ;

반딧불이 2011-01-30 00:44   좋아요 0 | URL
저도 조만간 넙치님과 같은 결론이 나지 않을까 싶어요. 쓸만한 어플아시면 소개좀 해주셔요~

cyrus 2011-01-29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마트폰을 산다고해도 전자북 같은거 잘 안 읽을거 같아요, 쓸데없이
인터넷만 하다가 요금폭탄만 떠안게 될거 같아요 ^^;; 저도 아이폰 구입하려고 생각중이었는데 정말 요금이 장난 아니네요. -_-;;

반딧불이 2011-01-30 00:53   좋아요 0 | URL
전자책은 다운받으면 인터넷이 안되는 곳에서도 볼 수 있는것 같아요. 그리고 wi-fi존에서만 사용하면 약정한 요금만 내면 되는데요. 문제는 약정량을 다사용하고 난다음에 3G사용량에 대한 데이터요금 때문에 비용이 많아지는것 같아요. 더구나 통신사측에서 무슨 짓을 해놨는지 쓰지도 않는데 3G 데이터를 야금야금 갉아먹게 만들어놨어요. 혹시 사시게되면 설정을 잘 해두시면 괜찮으실거에요.

blanca 2011-01-29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이님, 드뎌 스마트폰 유저에 합류하셨군요. 저같은 얼리 어답터가 놀아주지도 않을 것 같은 사람도 쓰고 있으니 반딧불이님은 금세 잘 활용하실 거예요. 구글폰, 궁금해요. 어떤지. 저는 전자책은 다운 안 받아 봤어요.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좋은 걸요.

반딧불이 2011-01-30 00:49   좋아요 0 | URL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면 가랑이가 찢어진다죠. 아마도 곧 피흘릴 날이 오지 않을까 싶은걸요.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게 얼마나 많은데 종이책도 모자라 또 책이냐고 쿠사리 맞았어요. 제가 생체실험 먼저 하면 블랑카님 나중에 합류하시면 도움이 좀 되시려나요?

하이드 2011-01-30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그냥 ... 책으로 읽으시는게 ^^ 폰으로 읽는건 당췌 익숙해질 것 같지가 않던데요.

저희 집은 A형,A형,A형 에 갤럭시스, 갤럭시스, 갤럭시스
한 일주일 전쯤 엄마가 갤럭시스로 바꾸면서 우리 모녀는 카톡(카카오톡)으로 대화중입니다. ㅎ

반딧불이 2011-01-30 01:17   좋아요 0 | URL
ㅋㅋ 혈액형과 스마트폰, 정말 재미있는 현상이군요. 딸과 저는 카카오톡이 되는데 아들은 그것도 안되더군요. 아주 동거하는 이방인입디다.

책은 그냥 책으로~ 아마도 저도 곧 하이드님 말씀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아참~ 일전에 알려주신 컬러타일 깨기 저는 아직도 하고 있어요. 영어버전과 컬러블라인드 모드까지.ㅋㅋ

릴케 현상 2011-01-30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축드리옵니다. 빨리 숙련자가 되어서 사용법 특강을 해 주세요. 저도 자꾸 듣다 보면 장만할 날이 올지요^^

반딧불이 2011-01-30 14:40   좋아요 0 | URL
쳇 쳇 쳇~ 그러시와요. 저는 기능공이 될터이니 산책님은 서정주 시 산책 계속 하시와요~

2011-02-01 0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1 0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1-02-01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마트폰 쓴 지 이제 1년이 된답니다. 유용하기도 한데, 매이는 시간도 많아서 골치도 좀 아프구요.
설연휴 잘 보내세요! 다음 명절은 다른 곳에서 맞을 것 같은데, 이렇게라도 인사 드려서 기쁘네요^^
복 많이 받으시구요!

반딧불이 2011-02-01 11:14   좋아요 0 | URL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누구나 겪는 일들을 저도 겪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다른 곳에서 명절을 맞으시더라도 트위터는 계속하시는거지요? 가시기전에 인사드릴 기회가 있어야할텐데... 벌써부터 섭섭해지려고 합니다. 닥나무님께서도 즐거운 명절 보내시기 바래요.

파고세운닥나무 2011-02-01 11:46   좋아요 0 | URL
그 곳도 인터넷은 될테니까요^^
모르죠? 더 열심히 블로그 활동 할지도요...
반딧불이님도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라로 2011-02-02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가족은 OB에요,,O형 한 명에 B형 수두룩..
지금까지 뭐든 남들보다 먼저 (그렇다고 어얼리 어댑터라는 말은 아니고,,^^;;)
뭐든 사용해야 하는 사람 중 한 명 인듯한데 어째 스마트 폰은 관심 밖일까요? 전???
늙은걸까요???ㅠㅠ
아무튼 반디불이님,,,,대단하십니다.^^
 
史記本紀 까치동양학 22
사마천 지음 / 까치 / 199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기 본기


본기 12권은 제왕의 기록이다. 말 그대로라면 총 12명의 제왕이 등장하는 셈이다. 오제본기, 하본기, 은본기의 우임금까지에는 완벽한 인간형이 등장한다. 권력다툼이 없고 적도 사랑으로 끌어안으며 임금은 세습되지 않았다. 가장 재미있는 인물은 순임금이다. 순에게는 고수라는 아버지가 있었는데 그는 맹인이다. 후처가 낳은 아들을 편애해서 항상 순을 죽일 궁리만 한다. 창고에 올라가 벽을 바르게 하고는 아래서 불을 지르고 우물을 파게 시키고는 흙을 퍼부어 구멍을 막아버린다. 지붕에서 순은 삿갓을 낙하산처럼 사용하여 목숨을 지키고 우물을 팔 때는 몰래 파놓은 다른 길로 도망쳐 나온다. 이렇게 당하고도 복수는커녕 화를 내지도 않는다.

주본기에서 부터 무모한 왕들이 등장하며 악의 축을 이룬다. 익히 알고 있는 진시황제와 여태후가 가장 악랄한 왕은 아니었을까. 죽는다는 말을 가장 싫어했던 진시황제는 그의 무덤이 발견되면서 더 유명해졌다. 실제 인물의 크기로 만든 인형들을 줄 세웠고 자동으로 발사되는 화살, 수은이 흐르는 강, 도롱뇽의 기름으로 양초를 만들어 오랫동안 꺼지지 않도록 한 등불 등을 설치하여 일반인들의 근접을 막았다. 그는 자신의 업적을 찬양하는 비를 세우며 온 나라를 순시했는데 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다. 그의 신하였던 이사는 황제가 외지에서 서거하자 그 사실을 비밀로 하고 상을 치르지 않았다. 여름날 시체를 옮기니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했을 터 시황제의 아들 호해와 이사, 조고 등은 시체를 소금에 절이인다. 그리고 절여말리 고기를 함께 수레에 실어 어물냄새와 시신 썩는 냄새를 구분하지 못하도록 했다. 중국을 통일하고 호령하던 황제의 종말이다.

여태후는 유방의 아내였다. 유방은 항우와의 싸움에서 갖은 수를 다 써서 이긴다. 한나라의 고조가 된 유방은 본색을 드러내 주색을 즐기게 된다. 그는 여태후를 제쳐놓고 척부인과 그의 아들을 총애했다. 유방 사후 여태후는 이 척부인의 눈을 뽑고 귀를 잘라 불태우고 사지를 절단하여 몸둥이만 남은 것을 돼지우리에 넣어 인간돼지라 부른다. 저 많은 신체형을 가하면서 한가지 씩 형벌을 가할 때마다 죽지 않도록 치료를 병행 했다한다. 도대체 여태후는 이런 행동을 통해 무엇을 얻었을까? 사마천은 여태후 본기 뒤에 태사공의 이름으로 ‘고후가 여성으로서 황제의 직권을 대행하여 모든 정치가 방 안에서 이루어졌지만 천하가 태평하고 안락했다. 형벌을 가하는 일도 드물었으며 죄인도 드물었다. 백성들이 농삿일에 힘을 쓰니 의식은 나날이 풍족해졌다.’고 덧붙여 두었다. 여태후는 척부인 한 사람을 본보기로 삼아 나라의 평정을 유지했다는 말인가?

본기의 클라이맥스라 할 부분은 책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항우본기이다. 항우가 등장하는 시간은 5년 남짓에 불과하지만 내게는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이었다. 당시 그의 나이 갓 서른 정도였다.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항우와 유방의 인물비교에서 다루었으니 여기서는 넘어가기로 하자. 항우가 스스로를 서초패왕이라 불렀지만 그 당시 초나라는 남초, 북초, 동초, 서초 등의 구분이 있었으니 초나라를 제패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사마천은 항우를 본기에 그것도 가장 한 가운데에 스펙터클한 인물로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항우본기에는 사실 항우에 관한 이야기보다 유방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다.

한고조 이후의 여태후본기, 효문본기, 효경본기, 효무본기는 모두 한(漢 )나라 제왕의 기록이다. 본기의 대부분을 漢代가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사마천은 어떤 의도로 이렇게 漢代의 비중을 많이 둔 것일까? 본기와 세가, 열전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하며 읽다보니 손이 바쁘고 진도가 안 나간다. 하지만 본기나 세가를 따로따로 읽을 때는 느낄 수 없었던 재미가 배가 된다. 제1참고서로 필수였던 고우영의 <십팔사략>은 잠시 접어두었다. 십팔사략없이 책을 읽으면서 고우영의 가치를 되새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1-01-28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치에서 나온 <사기본기>도 읽어보면 좋을거 같아요. 사실 저는 <사기본기>가
민음사 김원중 교수 번역본만 나온걸로 알고 있었거든요. 반딧불이님은 요즘에는
<사기본기>에 푹 빠지셨군요. 까치 <사기본기>는 권수가 많은걸로 알고 있는데
꼭 완독하시길 바라요 ^^ 저도 틈틈이 <사기열전>을 읽어봐야겠어요

반딧불이 2011-01-28 23:30   좋아요 0 | URL
민음사판이 너무 두껍고 무거워서 이것으로 선택했어요. 제가 본기가 12권이라써서 책이 12권이라는 것으로 이해하셨나보네요? 까치에서 나온 사기는 본기가 한권, 세가가 2권으로 되어있어요. 책은 한권인데 그 안에 12명의 제왕을 다루어서 다들 권1, 권2..라고 부르더라구요. 참고하시라고....

파고세운닥나무 2011-01-29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원중 번역의 을유문화사판으로 읽었어요. 이 책은 절판됐는데, 같은 역자의 번역판이 민음사에서 새로 나왔더군요.
아무래도 사마천으로 하여금 '발분지서'를 짓게 만든 장본인이 한무제이니 근거리의 역사를 깊이 다루지 않았을까 하네요.

반딧불이 2011-01-29 13:51   좋아요 0 | URL
말씀듣고보니 너무 뻔한걸 궁금해했네요. 잠깐 사마천이 한나라 사람이라는걸 깜빡했어요~ 끙
 
<진보집권플랜>을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진보집권플랜 -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조국.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국 교수를 알게 된 건 아마도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을 통해서였을 것이다. 텔레비전을 보지 않은지 오래 되어서 별 기억은 없다. 하지만 그의 수려한 외모에 시선을 빼앗기며 대체 누군고 하는 의문이 생겼던 듯하다. 그러나 궁금증은 텔레비전을 끄는 순간 사라졌다. 잘생긴 남자들이 있어봐야 다 화중지병이니 크게 마음 쓰지도 않았다. 책을 읽는데 자꾸만 그의 얼굴이 나온다. 그의 외모보다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이고 싶은데 말이다. 조국 교수의 얼굴은 크게 클로즈업되어 있는데 오연호 기자는 등을 보여주거나 옆모습이고 상대적으로 크기도 작다. 이런 의도적인 사진배치가 재미있다는 생각도 들면서 내게는 좀 거슬린다. 이건 왜일까? 대한민국이라는 정치공동체에 사는 사람은 그 누구도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그의 말처럼 애교 있는 정치행위(?)로 보여서일까?

에둘러가지 말자. 요즈음 이 책에 대한 얘기가 지나치게 많다. 트위터에 조국 교수를 팔로우 해놓은 탓일까? 이 책에 대한 반응과 그 반응에 대한 저자의 반응까지 한꺼번에 보기 때문일까? 연이어 나오는 그의 다른 책들 때문일까? 내년으로 다가온 대선 때문일까? 그 이유야 어떠하든 폭설과 맹추위가 우리의 생활에 깊이 관여하듯이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정치를 바라보는 새로운 안목이 생기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다.

그 까닭은 4대강 사업, 삼성문제, 서울대 폐지, 반값등록금, 무상의료, 무상급식, 통일, 괴물 검찰, 출산파업 등 사회곳곳의 문제들을 책 한권으로 거칠게나마 훑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제목인 ‘진보집권플랜’이 모든 것을 얘기해주고 있지만 이 책은 차기 대선에서 진보진영이 집권하기 위해 공약으로 내세워야할 그리고 실천해야할 사항들이 각 분야별로 다루어지고 있다. 저런 공약들, 플랜들 다 환영한다. 어쨌든 졸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학자금융자를 받았고 빚쟁이가 되어버린 내겐 너무나 유혹적인 플랜들이다.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오마이뉴스 대표기자, 즉 정치전문가가 나누는 정치 이야기이니 정치에 관해 내가 덧붙이는건 뱀발이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말만 하자.

내 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은 그가 적절한 곳에 인용하고 있는 시인의 이름이었다. 윌리엄 블레이크, 로버트 프루스트 등의 외국 시인뿐만 아니라 이상, 정희성, 이원규 등 우리나라 시인들의 이름과 시가 인용되고 있었다. 사실 번역되어 나온 외국의 과학 서적이나 사회 정치서적을 보면서 내가 가장 부러웠던 부분이 이렇게 적재적소에 시가 인용되는 것이었다. 과학도들이 그들의 이론에 시를 인용하거나 문학적 표현까지 곁들이면 내게는 그들이 기계를 다루는 기계적 인간이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꽤 괜찮은 학자로 보이기도 했다.

두 번째 눈에 띈 것은 그가 개념정리를 정확하게 하고 논의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좌파-우파는 빨갱이 콤플렉스를 활용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니까 그보다는 수구·보수 대 진보·개혁이라는 구분법을 사용했다. 법학자이기 때문인지 원래 성정이 그러한지 분명하고 깔끔해보였다. 그러나 이런 그가 ‘출산파업’이라는 용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아이를 낳는 일이 여성의 직업이 되었나? 그리고 또 언제부터 여성이 파업을 하게 되었나? 언론에 떠도는 말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고 해도, 좀 양보해서 인구감소의 심각성을 실감나게 표현한 말이라고 해도, 정치적 용어는 정확하게 정의하시는 분이 어째서 대한민국의 전 여성을 대리모로 몰아가나 싶었다.

또 삼성 P&A의 3교대근무제를 다루는 부분에서도 그것의 좋은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해고를 하지 않고 너도 나도 윈윈 하자는 의도는 알겠다. 그러나 3교대를 하면 작업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일정부분 급여도 줄어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급여가 조금 줄어들어도 이것을 감수하고 참여할 때 상생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면 굳이 이 내용을 말하지 않아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나름대로 나는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얼마 전 읽엇던 마이클 샌델의 <왜 도덕인가?>가 자주 떠올렸다. 그는 정치철학자로 하버드대 교수다. 그는 보수와 진보의 정책들을, 과거와 현재의 정책들을 비교분석하고 있었다. 과거의 정책이 낳은 결과를 분석하고 주어진 상황에서 보다 도덕적이기 위해서는 어때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학생들에게 질문하고 있었다. 그런 질문을 던짐으로써 다음세대를 짊어질 청년들이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답을 찾아가고 있는 셈이었다.

조국은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그는 정치인보다 학자로서 자신의 임무를 다하겠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당장 내년에 치를 대선이나 총선에서 집권해야하는 진보의 집권플랜도 중요하겠지만 정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 바람직한 시민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을 수립할 것인가 하는 거시적 안목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고세운닥나무 2011-01-27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트위터에서 조국 교수를 팔로우하고 있지요.
아직은 이 분의 진가를 잘 알지 못하겠어요. 법학자로서 이 분이 쓴 책들을 우선 찾아볼 계획이랍니다.
서평 잘 봤습니다^^

반딧불이 2011-01-27 17:23   좋아요 0 | URL
저도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에요. 책 한권 읽고 사람을 판단할 수는 없지요. 기회가 되는대로 저도 좀 관심가져보려구요.

blanca 2011-01-27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엄친아드라구요. 그런데 이런게 태생적 한계도 될 수 있다는 걸 본인이 알고 있다는 내용을 인터뷰에서 본 것 같아요. 가장 우파적일 수 있는 여건에서 진보를 택하고 표방하는 것이 용기라고 생각했었어요. 이 책을 언젠가 꼭 읽어 봐야겠어요. 반딧불이님, 좋은 리뷰 잘 읽고 갑니다.

반딧불이 2011-01-28 11:49   좋아요 0 | URL
속이야 알 수 없지만 겉으로 보기엔 부족한게 없으신 분 같아요. 블랑카님 말씀처럼 용기도 있어뵈구요. 저와는 아무 상관도 없지만 제가 너무 완벽한 인간을 원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아브람 노엄 촘스키.미셸 푸코 지음, 이종인 옮김 / 시대의창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엥디녜 부!> 새해벽두에 들은 말이다. 우리말로 ‘분노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현재 93세인 프랑스인 스테판 에셀이 한 말이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레지스탕스 대원으로 독일 나치에 맞섰던 인물이다. 30쪽 정도의 이 작은 책이 프랑스 사회를 뒤흔들었다고 한다. 그는 무관심과 냉담은 가장 나쁜 태도라고 일갈하면서 젊은이들에게 주변을 돌아보라고, “나치에 저항한 레지스탕스의 정신을 되찾아, 돈과 시장의 무례하고 이기적인 힘을 거부하고 근대 민주주의의 사회적 가치를 수호하자”고 촉구한다.

나는 이 소식을 접하면서 프랑스의 68혁명이 떠올랐다. 저항해야할 대상은 다르지만 분노의 성격은 같은 것이 아닐까. 정치적 급진주의를 세계화한 68혁명은 촘스키와 푸코에게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언어연구에 관해 독창적인 접근을 했던 두 사람이 언어분석으로부터 정치 평론으로 돌아서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68혁명의 여진이 채 가라앉지도 않은 71년 미국인 촘스키와 프랑스인 푸코가 네덜란드에서 대담을 가졌다. 한사람은 영어로 한사람은 프랑스어로 말했는데 이것은 텔레비전으로 방영되었다. 네덜란드의 사상가 폰스 엘더르스가 사회를 봤다고 하는데 그는 영어로 말했을까, 불어로 말했을까?

그들이 다루고 있는 것은 인간 본성의 문제와 정치의 문제다. 인간본성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언어에 대한 출발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인지 좀처럼 합의점에 다다르지 못하고 있다. 사회자가 말하듯이 두 사람을 비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산의 양쪽에서 터널을 뚫어 오는 사람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비록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그들은 상대방이 서로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하고 있다.

정치의 문제에 있어서도 두 사람의 입장은 미묘하게 다르다. 내가 촘스키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인간은 언어습득능력을 타고 난다는 변형생성문법이라는 말밖에 없다. 거칠게 얘기하면 인간은 자기가 사용하는 모국어에 대해 생득적 지식을 갖고 있어서 하나의 문장을 통해 그와 비슷한 다른 문장들을 만들어낸다. 그러니까 ‘나는 너를 사랑해.’라는 문장을 알면 나는 엄마를 사랑해, 아빠를 사랑해는 물론이려니와 너는 나를 사랑해 혹은 ‘나는 사랑해, 너를’ 같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규칙을 촘스키는 인간의 본성에도 적용한다.

그에 의하면 인간성의 바탕에는 진정한 정의 관념이 깔려 있다. 인간은 바로 이 정의를 달성하기 위해 사회혁명도 불사하지만 어떤 집단에게 권력을 넘겨주기 위한 수단으로 혁명을 해서는 안 된다. 또 베트남전쟁을 반대하는 그에 따르면 미국은 범죄적인 행동을 저지르고 있다. 이것에 대해 시민은 국가가 범죄행위를 저지르지 못하게 막을 권리가 있으며 범죄자가(국가) 시민의 행동에 불법 딱지를 붙인다고 해서 그 행동이 불법이 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촘스키가 말하는 정의는 궁극의 정의로서 국가, 법 너머의 정의다. 현실을 넘어 관념으로 넘어가는 부분이다.

반면 푸코는 모든 사회적 투쟁에 정의문제가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의를 이루기 위해 사회투쟁을 벌였다기보다는 사회투쟁에서 이기기 위해 정의를 내건 것이라고 반박한다. 투쟁에서 이기고 나면, 이긴 자가 곧 정의가 되고 진리가 된다는 얘기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이 정의이고 진리이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그 정의와 진리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생산되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이러한 푸코의 생각은 감옥의 탄생을 설명하는 글에서도 잘 나타난다. 18세기말 감옥이 탄생하게 되는데 푸코는 감옥이 왜 생겨났나에 질문을 던지지 않고 감옥이 생겨났을 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에 주목한다. 그러니까 죄인에 대한 고대의 형벌은 신체적이었던 반면 감옥이 생기고 나서는 감금형으로 바뀐다. 신체형으로부터 감금형으로의 이행은 휴머니즘 따위와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이것은 죄를 저지른 인간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범죄성 즉 정신의 영역을 문제 삼는 것으로 바뀌는 것이다.

푸코는 다양한 영역에 이러한 생각의 메스를 들이댄다. 동성애에 가한 의학적 담론뿐만 아니라 성욕, 유아, 가족, 친족 등 그의 사유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이러한 모든 곳에는 권력이 작동하는데 이것은 무엇을 못하게 하는 권력이 아니라 무언가를 계속 하도록 하는 생산적 권력이 된다. 로봇처럼 공부를 해야 하고 의사의 말에 복종해야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물건을 생산해내는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어 돈벌이에 매달려야한다. 이 책의 4장에는 진리와 권력에 관한 푸코의 생각들이 잘 나타나 있는데 <감시와 처벌>이나 <성의 역사> 등을 읽기 전에 보면 관념에서 나온 철학이 아니라 실천으로부터 나온 이론임을 되새기게 될 것 같다.





 P.S : Youtube에서 찾아보니 동영상 몇개가 뜬다. 푸코가 불어로 말을 하면 영문 자막이 뜨고, 촘스키가 영어로 말을 하면 불어자막이 뜬다. 이 대담의 재기발랄한 사회자가 어떤 말을 쓰는지 궁금했는데 동영상 두개를 봐도 사회자는 안나온다. 나는 왜 이렇게 쓸데 없는 일에 에너지를 쏟는걸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1-01-27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겠네요 ㅋㅋ
푸코의 책을 한창 흥미롭게 찾아 읽던 때가 1993년인가 1994년 무렵인데
그동안 절판된 책도 있고 다시 나온 책도 더러 있는 걸로 아는데
전집이 나왔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네요. 저만 모르고 있는 건지...
혹시 알고 계신가요?

반딧불이 2011-01-27 02:37   좋아요 0 | URL
엉? 저도 금시초문인데요. 이 책 재미있어요. 최근에 디디에 에리봉이 쓴 푸코 평전이라고 해야하나...아무튼 <미셸푸코>를 들여다보는데요. 재미있네요. 근데 웃기게도 1권만 있고 2권이 없어요. 출판사에 전화했더니 돈이 안된다고..아주 퉁명스럽더만요. 한군데 도서관에 책이 있던데..제본을 해버릴까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