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 우리 공장에서 주관하는 연수에 다녀왔다. 교육 프로그램중 하나가 이동순 교수의 <노래로 배우는 한국현대사>다. “황성옛터”, “비내리는 고모령”, “굿세어라 금순아” 등 옛 가요의 역사와 노래에 얽힌 여러 이야기들을 한국 현대사와 더불어 살펴보는 내용이다. 여기서는 지면관계상 황성옛터 하나만 소개한다. <황성옛터>는 한국 사람이 작사와 작곡을 한 최초의 대중가요다. 가요사적 의미가 실로 중차대하다.

 

1920년대 말 순회극단의 바이올린 연주자인 전수린이 어느 달밝은 밤, 개성에서 고려의 옛 궁궐터 만월대를 둘러보다 역사와 인생의 무상함을 느껴 즉흥적으로 곡을 만들었다. 이 곡조를 듣고 같은 극단의 배우이자 극작가였던 왕평이 가사를 붙인 것이 바로 “황성옛터”이다. 음반 출판당시의 제목은 <황성(荒城)의 적(跡)>이다. 돌보지 않아 거칠고 낡은 성의 자취라는 뜻이다.

 

황성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

폐허에 서린 회포를 말하여 주노나

아 외로운 저 나그네 홀로 잠 못 이뤄

구슬픈 벌레소리에 말없이 눈물져요

 

성은 허물어져 빈터인데 방초만 푸르러

세상이 허무한 것을 말하여 주노나

아 가엾다 이 내 몸은 그 무엇 찾으러

덧없는 꿈의 거리를 헤매어 있노라

 

같은 극단의 배우였던 당시 18세의 이애리수가 연극무대 막간에 이 노래를 불렀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황성의 적>이 크게 유행하면서 1932년 빅타레코드사에서 정식 음반으로 취입하게 된다. 전국의 가요팬들이 이 음반을 구입하기 위해 레코드가게 앞에 길게 줄을 섰고 이 음반은 5만장이 판매되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가요시장이란 것이 개념조치 없었던 당시로서는 엄청난 성공이었다. 노래에는 나라 잃은 백성들의 설움이 감정이입 되어 있었다.  

 

이애리수가 한창 유명세를 타고 있을 무렵 한 청년을 만나게 된다. 그의 이름은 배동필. 부자집 외아들이자 연희전문에 다니는 잘생긴 엘리트 대학생으로 두사람은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러나 배동필은 양반가 출신이고 이애리수는 말하자면 천한 딴따라였으니 배동필의 집안에서 이를 허락할리 없다. 더구나 배동필은 이미 부모가 맺어준 아내도 있었다. 두사람은 죽어서라도 사랑을 이루겠다는 비장한 의지로 정사(情死)를 계획하게 되고 실제로 동맥을 끊고 극약을 먹고 동반자살을 시도하기에 이른다. 당시 신문기사의 제목 부분이다.

 

死後天國(사후천국)의 佳緣期約(가연기약)코

悲戀靑春(비련청춘)의 情死騷動(정사소동)

- 歌姬 李愛利秀(가희 이애리수), 學生 裵東必(학생 배동필) 동맥을 끈코서 “칼모친”까지 마시었다.

- 鮮血(선혈)로 물드린 사랑

 

다행히 죽지는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부모 허락을 받아 두 사람은 결혼하게 된다. 단 조건이 있었다. 첫째는 결혼식은 올리지 않는다. 둘째는 가수 출신임을 절대로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후 이애리수는 가요계를 완전히 떠나 모습을 감추었다. 이애리수가 대중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은 근 80년만인 2008년 신문 지면을 통해서이다. 경기도 일산의 한 아파트형 요양원에서 자녀과 손자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생존해 있다는 보도였다. 2009년에 돌아가셨다. 향년 99세.

 

영남대 교수인 이동순 시인이 한국가요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 지 몰랐다. 옛가요사랑모임인 <유정천리> 전국회장이다. 1천여장의 가요 SP음반을 소장하고 있다. 1932년 나온 황성옛터는 가격이 1천만원선이라고 한다. 가요관련 책도 여러 권 출간했다. 대구MBC에서 “이동순의 재미있는 가요이야기”를 진행하기도 했다. 오늘 강의에서는 이동순 시인의 수준급 아코디언 연주를 감상할 수 있었다. 시인이 직접 아코디언을 연주하면서 들려주는 우리 옛 가요 이야기는 예상외로 무척 재미있고 또 그 가요에 얽힌 사연들을 알게되니 노래가 더욱 새롭고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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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5-04-16 0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런 책도 있군요. 바로 담아갑니다. 저는 큰 회사생활을 한 적이 없어서 그런지 단체로 연수가거나 놀이가는게 부럽네요. 물론 여러 사람들이 섞이는만큼 문제도 많고 피곤하기도 하겠지만요.ㅎ

붉은돼지 2015-04-16 11:13   좋아요 0 | URL
우리 옛가요에 얽힌 이야기들도 재미있더라구요...
<굳세어라 금순아>의 금순이가 부산 국제시장에 있다가 나중에 대구의 양키시장(지금의 교동시장)에 와서 장사를 했는데 당시 대구 송죽극장 위에 있던 오리엔트 레코드사 관계자가 금순이의 파란많은 이야기를 듣고 깊이 공감하여 <굳세어라 금순아> 곡을 만들었다는 이야기, 그러니까 <굳세어라 금순아>의 노래 배경은 부산이지만 만들어지기는 대구에서 만들어졌다는 등등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아요~~

문단야사도 재미있지만 가요계 야사도 재미가 솔솔....

여운 2015-04-19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동순 교수님과 사석에서 커피 한 잔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멋진 교수님이시죠 ^^

붉은돼지 2015-04-20 14:48   좋아요 0 | URL
연세가 환갑을 훨 넘으셨는데도 청바지에 중절모에 은발에 아코디언까지 멋지시던데요^^

여운 2015-04-20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가요사 책 저도 구해서 읽어봐야겠습니다 ^^
 

그러니까 그게 거의 30여년 전의 일이다. 당시 소생은 꿈없고 철없는 고등학생이었다. 아침 등교시간이 아마 8시까지였나 그랬다. 학생부장 선생님과 선도가 무슨 통행세 뜯어내는 강도마냥 교문에 버티고 있기 때문에 8시가 넘으면 아예 바로 학교 인근 만화방으로 출근했다. 요즘 교육청에서 한창 떠들고 있는 아침독서운동을 소생은 이미 그때부터 선도적으로 생활화하고 있었다. 만화방에는 이런 선도적 학생들이 항상 소복하게 앉아 있었다. 어쨌든 만화방에서 30~40분쯤 독서를 하고 학교 뒤편 담장을 월장하여 아침 조례전에 교실로 들어가면 선생님이나 선도한테 걸릴 일도 거의 없이 깜쪽같았다.

 

 

당시 즐겨보던 만화로는 물론 이현세, 허영만은 말할 것도 없고, 무협만화로는 이재학, 하승남이 단연 독보적이었다. 비슷비슷한 내용의 무협만화가 쏟아져 나왔다. 기업만화로는 박봉성이 기억난다. 박봉성의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라는 만화는 대단한 인기였다. 코믹만화로는 꺼벙한 눈의 구영탄이 등장하는 고행석의 불청객 시리즈가 재미있었다.

 

 

이런 만화를 주로 보던 소생의 만화 경력에 어느날 갑자기 운명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우리 대포석(교실 맨 뒷자리에 앉은 5~6명의 인사는 스스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그들이 앉은 좌석을 대포석이라 명명하였다.) 멤버 중의 누군가가 순정만화를 빌려온 것이다. 아마도 황미나였지 싶으다. 순정만화라고 하면 눈알이 곧 굴러 떨어지기라도 할듯이 비정상적으로 크고 내용도 얼토당토 않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전부인 저급한 만화로 치부하고 있던(사실 무협만화도 얼토당토 않기는 매일반 이지만....) 우리들은 “허..참 이게 뭐야... 내 오래 살다보니 별 꼴을 다보네, 흥흥흥” 모두 콧방귀를 뀌며 미친놈이라고 만화를 빌려온 친구를 놀렸다.

 

 

하지만 자도 자도 끝이 없는 그 기나긴 야간자습시간을 버틸려면 역시 뭐라도 해야한다. <수학의 정석>이나 <성문종합영어>보다는 그래도 이게 낫지 하며 몇장을 읽었는데 아아아!!! 이건 그냥 만화가 아니고 예술인 것이었다. 우리는 완전 매혹되어 만화를 보면서 부르르 몸을 떨었다. 몇몇 친구는 눈물을 주루룩 흘리기도 했다. 우리는 개안했고 놀라운 신천지가 안전에 도래했던 것이다.

 

 

그때부터 대포석 인사들은 이재학이나 하승남의 얼토당토않은 무협만화는 저급한 만화로 치부하고 순정만화를 보기 시작했고 최종적으로 황미나, 김혜린, 신일숙을 순정만화 3대가로 지정하고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우리는 길 잃은 작은새를 보았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 <북해의 별>, <비천무>, <불의 검>, <아르미안의 네 딸들> 등등 그야 말로 편편이 주옥같은 작품들을 보았다. 그런데 순정만화는 다 좋은데 다음 편이 너무 늦게 나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기다리다 눈알이 빠진 친구가 몇 있었고 또 몇은 목이 늘어나서 고생을 좀 했다. 아르미안의 경우에는 소생이 고딩 때부터 봐서 대학가서도 보다가 군대가기 전까지 종결이 안되어서 휴가나와서도 봤던 기억이 난다. 아 유장한 역사여~

 

 

어제 북플을 보다가 황미나의 <불새의 늪> 이 재발간된 사실을 알았다. 찾아보니 <굿바이 미스터 블랙>도 이미 재발간 되었다. 감사한 일이다. 황미나의 작품 중에 베르히만의 <제7의 봉인>과 제목이 비슷한 <일곱 번째 봉인> 인가 하는 작품은 SF 판타지물로 어딘가에 연재했던 작품인데 정말 눈알빠지게 기다려가며 봤던 기억이 난다. 이것도 꼭 좀 재발간 되었으면 하는 간절하고 애절한 바램이다.

 

 

 

<추신>

 

만화이야기를 하면 역시 고우영을 빼 놓을 수 없다. 고우영은 우리나라 성인만화의 신기원을 이루었다. 특히 삼국지는 놀랍고도 놀랍다. 경이로운 작품이다. 보시면 안다. 사건에 대한 독특한 해석과 촌철살인의 위트가 곳곳에서 번쩍번쩍한다. 고우영 삼국지를 두 번 정도 보고(아무래도 한번은 아쉽다.) 이문열이나 장정일이나 황석영 삼국지를 읽으면 머릿속에 영화가 상영된다. 글이 눈에 쏙쏙 들어오면서 머릿속에서 바로 영상으로 재생되는 놀라운 경험을 할 것이다.

 

 

소생은 <삼국지>와 더불어 <일지매>를 적극 추천한다. <삼국지>는 중국 고전을 만화화한 것이지만 <일지매>는 고우영 개인의 창작물이다. 탐관오리들을 벌하고 불쌍한 서민들을 도와주는 로빈후드 같은 일지매의 활약은 흥미진진하고 일지매와 월희와의 비극적인 러브스토리는 너무 애절하다. 이건 만화가 아니라 소설이다. 이런 작품이 왜 영화화가 안되었는지 모르겠다. 진심으로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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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4-12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악 여기에서 이 나이에 황미나를 마주할 줄이야! 저는 강경옥 언니 팬이었어요, 다시 읽고싶은 명작들_

붉은돼지 2015-04-12 21:16   좋아요 0 | URL
저는 황미나 팬이었습니다. 황미나 작품은 빠짐없이 다 봤다고 생각합니다. 강경옥은 당시에도 유명하긴 했었는데 왠지 저하고는 인연이 닿지 않았어요...

cyan 2015-04-12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3 일요일 오후 만화방에서 친구와 영접했던 명작들이 떠올라요. 신일숙 작가, 강경옥 작가, 황미나 작가... 조만간 그 분(책지름신)이 오실거 같네요 ㅎㅎㅎ

붉은돼지 2015-04-12 21:18   좋아요 0 | URL
저도 고민입니다. 그 분이 오셔서요 ㅋㅋㅋ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곧 사야할 것 같구요.. <불새의 늪>은 완간되면 사야할 것 같습니다. 북플 생기고 도서구입비 지출이 더 늘어난 것 같아요...ㅎㅎㅎㅎ

AgalmA 2015-04-12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경옥을 빼다니! 했더니 야나님이 언급해주셔서 고자누룩...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케다 리요코 <올훼스의 창>이 만화방에서의 제 인생의 폭풍이었죠. 방학마다 그 만화책을 빌려다 베껴 그린 게 노트 한 가득;

붉은돼지 2015-04-12 21:40   좋아요 0 | URL
당시에는 이상하게 강경옥은 손이 안가더라구요..옛날에는 순정만화는 정말 황미나 김혜린 신일숙 세 사람 만화만 봤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강경옥의 <별 빛 속에>는 재미있어 보이더군요... 지금이라도 한 번 봐야겠어요. 이케다 리요코는 베르사이유의 장미가 기억납니다.

무스탕 2015-04-12 1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
북별을 정확히 김혜린님을 사랑해주시는 남성분 그다지 많이 않은데 이렇게 만나뵙게되니 무지 반갑습니다.
제 닉네임 `무스탕`이 김혜린님의 작품 <아라크노아>에 등장하는 오토바이 이름이에요 ^^;;
제 경우는 김혜린님 작품 모두 소장하기(비천무의 경우 세가지, 불의검은 두가지, 북해의 별도 두가지, 테르미도르도 세가지 종류를 전 권 세트로 가지고 있지요;;), 팬클럽 가입부터 혜린님 모시고 정모하기, 단체 티셔츠, 점퍼 맞추기 등등.. 거의 이성을 잃고 지내죠.
아.. 김혜린님 이야기 시작하면 저 밤 새는데.. ㅎㅎ
하여간 반갑다는 말씀입니다~~

붉은돼지 2015-04-12 21:42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무스탕님~ 공자님 앞에서 불초한 것이 문자를 쓴 격이 되었네요 ㅎㅎ <아라크노아>는 처음 들어보는 것 같아요. 검색해보니 역시 절판이군요.. <북해의 별>은 정말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지금보면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정말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제목도 너무 멋지잖아요 ㅋㅋㅋ 빨리 재재출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보물선 2015-04-12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운 제목들이예요!

붉은돼지 2015-04-12 21:35   좋아요 1 | URL
그립다 말을 하니 더 그리워지는 것 같아요~~

stella.K 2015-04-12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그럼 님의 연배가...ㅋ

붉은돼지 2015-04-12 21:39   좋아요 0 | URL
언제나 마음은 태양.....이 아니고...마음은 언제나 청춘이죠 ㅋㅋ
저도 한번씩 깜짝깜짝 놀래요...나이가 벌써 이렇게 되었나. 믿기지도 않고요. 마음속에는 어릴 적 제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하고 그대로 있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ㅎㅎㅎㅎ

돌궐 2015-04-13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일숙의 <1999년생>은 3권짜리 SF만화인데, 여동생이 재밌다고 해서 시큰둥하면서 봤어요.
읽다가 보니 핡, 처음부터 흡입력이 장난이 아니었고, 스토리의 탄탄함이나 긴장감, 막판 반전이 어우.. 이건 뭐 제가 본 거의 모든 만화들을 발라버리는 수준이더군요.

붉은돼지 2015-04-15 12:57   좋아요 0 | URL
신일숙은 특히 sf 판타지에 더 뛰어난 것 같아요..<1999년생>도 옛날에 본 것 같은데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요 ㅜㅜ 아마도 소장본을 사야할 것 같아요..돈 좀 생기면 ㅋㅋㅋ

transient-guest 2015-04-16 0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재학 프로의 작품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요즘의 대본소 무협만화와는 그 내용이나 구성의 깊이가 다르죠. 그러면서도 적절히 대본소용이라능..ㅎㅎ 황미나를 비롯한 순정만화는 누님덕분에 좀 봤는데, 여자만화잡지 몇 권이 창간되던게 90-92년 사이거든요. 그때 참신한 작품들이 꽤 있었죠.ㅎㅎ 나이가 들어서 좋은것들 중 한 가지가 만화나 게임같은거 눈치안보고 살 수 있게된거라고 하면 이상할까요?ㅎㅎㅎㅎ

붉은돼지 2015-04-16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어른이 되어 직접 돈을 벌고 하니 만화책이나 프라모델이나 이런 것들도 마음대로 살 수 있어 좋긴합니다. 어릴때 처럼 뭐 하나 살려면 징징울고 때를 쓰거나 몇날 몇달을 모아서 겨우 하나 장만하거나... 참 용을 써야 했는데 말입니다.
뭐, 물론 요즘도 마누라 눈치는 보기는 봅니다만...ㅎㅎㅎㅎㅎ

나와같다면 2015-04-21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우리는 길 잃은 작은새를 보았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 제목 읽는 순간 저도 모르게 헉! 소리가...
순식간에 저를 중학교 시절로 데리고 가네요...

붉은돼지 2015-04-22 08:31   좋아요 0 | URL
저도 <우리는 길 잃은....> 인줄 알았는데 <나는 길 잃은...>이더군요.
황미나 만화 보면서 그 옛날로 그 시절로 한 번 돌아가 보아요 ㅎㅎㅎ

나와같다면 2015-04-22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바이 미스터 블랙. 아뉴스데이 주문했어요 설렘 설렘♡
 

1위. 파블로 피카소, 1조 572억원(15점)

2위. 앤디 워홀, 7021억원(10점)

3위. 프랜시스 베이컨, 6432억원(9점)

4위. 빈센트 반 고흐 4311억원(7점)

5위. 마크 로스코 4171억원(6점)

6위. 폴 세잔 3693억원(3점)

7위. 구스타프 클림트, 3205억원(4점)

8위. 티치아노, 2316억원(3점)

9위. 재스퍼 존스, 1993억원(2점)

10위. 리히텐슈타인, 1960억원(4점)

 

 

이 명단은 포보스 선정 세계 10대 부호 뭐 이런건 아니고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00>에 나오는 최고가 그림을 그린 10대 화가의 면면이다. 엄청난 액수이다. 입이 딱 벌어진다. 언젠가 어디선가 읽으니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물감 값을 좀 보내달라고 편지를 써서 부치려고 보니 우표 살 돈이 없더라는 그런 이야기도 있는데, 비싼 그림 100 중에 7점이 고흐 작품이고 합계금액은 4311억원이다. 현대화가가 많고 옛날 화가가 적은 것은 아마 옛날 유명 화가의 작품들은 거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어서 경매시장에 나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100위안에 이름을 올린 작가는 35명이다. 피카소가 15점, 워홀이 10점, 베이컨이 9점이다. 요즘 알라딘에서 뜨고 있는 마크 로스코가 5위다. 저리 잘 나가는 줄은 몰랐다. 큰 붓으로 붓질 한 두번 한 것 같은 로스코의 그림을 보고 있자면 참 뭐라 할 말이 없다. 말문이 막힌다.

 

 

오늘 토요일이고 아내는 혜림이와 조리원 모임에 놀러 나가셨다. 소생 뭐 별로 할 일도 없고 심심해서 아내의 지시사항인 청소기 한번 돌리고 컴퓨터 앞에 앉아 <세상에서 제일 비싼 그림 100점>을 엑셀로 쭈물럭 쭈물럭 정리해서 최고가 10대 작가를 추려봤다. 아내가 나가면서 한 말씀 하신다. “할 일도 되우 없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가격의 순위가 작품 가치의 순위는 아니다.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들은 예술사적으로 새로운 시대를 여는 선구자적 화가들의 작품, 이 위대한 화가들의 대표적 스타일을 보여주는 그림, 해당 작품을 소장했던 사람이나 기관의 신뢰도, 유통과정의 투명성, 전시기록 등 여러 가지를 들수 있겠지만 역시 가격이 이쯤되면 투기적 성격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개개 작품별로 순위를 살펴 보면,

1위. 폴 세잔, 카드놀이하는 사람, 2622억원

2위. 파블로 피카소, 꿈, 1626억원

3위. 프랜시스 베이컨, 루치안 프로이트 초상 습작 삼부작, 1494억원

4위. 잭슨 폴록, 넘버5, 1468억원

5위. 윌램 드 쿠닝, 여인3, 1442억원

 

 

정말 억소리 난다. 영광(?)의 1위인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은 그리스의 선박왕 게오르게 엠비리코스가 소장하고 있었는데 죽기 직전인 2011년 말에 이 그림을 팔았다. 이 그림을 산 사람은 카타르의 왕족이라고 한다. 거래가격은 최소 2억5천말달러에서 3억달러(2622억원에서 3147억원) 사이로 알려졌다. 정확한 거래가격은 비공개란다. 세잔이 인물을 넣어 그린 작품은 별로 없는데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은 두사람이 들어간 버전과 세사람이 들어간 버전으로 5점이 있다. 뉴욕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파리 오르세미술관, 런던코톨드 미술관, 필라델피아 반스재단 미술관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말했듯이 카타르 왕족이 소유하고 있다.

 

 

최고가 2위는 피카소의 <꿈>이다. 피카소의 연인 중 일인인 마리 테레즈 월터가 잠들어 있는 모습이다. 피카소는 마흔 다섯 살이던 1927년 당시 17살의 소녀 마리 테레즈 월트를 만나 9년간 비밀스러우면서도 정신없는 사랑에 빠졌다. 마리는 피카소의 딸도 낳았지만 피카소 생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다. 피카소의 또 다른 연인인 프랑수아즈 질로는 <피카소와의 나날들>에서 마리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월터의 외모는 놀라웠다. 그년가 파블로에게 조형적인 영감을 준 여자라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고대 그리스 스타일로 아주 매력적이었다.” <꿈>의 소유자인 카지노 업계의 거물 스티브 윈이 2006년 이 그림을 헤지펀드 사업가인 스티브 코언에게 1458억원에 팔게 되었는데 윈이 지인들을 불러놓고 이 사실을 공개하다가 흥분한 나머지 팔꿈치로 이 그림을 쳐서 구멍이 뚫리고 말았다고 한다. 흐미.... 거래는 취소되었다. 그런데 2013년에 이 그림은 결국 코언에게 팔렸다. 1626억원에.

 

 

 

<추신>

 

혹시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몰라서 참고로 알려드린다. 조리원 모임의 유래는 이렇다. 우리 어화둥둥 혜림씨가 2008년 9월에 태어났는데 아내는 인근 조리원에서 2주일간 조리를 했다. 조리원에서 나오기 전날 그 조리원에 있던 10팀의 부부와 거실에 둘러앉아 최후의 만찬을 벌였는데, 이게 차츰 술자리로 변질되어 술을 엄청 퍼마셨다. (물론 아내들은 조리중이어서 음주를 하시지 않았다.) 조리원이란 곳이 뭐 자주 드나드는 곳이 아니라서 이런 사례가 간혹 있는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조리원에서 술판은 좀 거시기 했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어찌된 심판인지 오판인지 당시 조리원 관계자들이 “에...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어쩌고 하며 자제를 당부했던 기억도 없다..

 

 

어쨌든 술을 먹다 보니 또 모임 좋아하는 누군가가 ‘계’를 하자고 제안을 했고 술김에 모두 혼미한 상태에서 아무생각없이 오케이 했는데 여차저차하여 지금 이때까지 모임을 하고 있다. 이것이 조리원 모임의 유래다. 처음 두해 정도는 신랑들도 같이 나왔었는데, 점차 신랑들은 하나 둘 어디론가 사라지고 아내들과 애기들만의 모임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10명이던 회원도 지금은 7명으로 정리되었다. 두달에 한 번 모인다. 아이들 생일이 모두 3~4일 상간이어서 생일도 단체로 같이 한다. 가끔씩 끼리끼리 번개도 때린다. 조리원 입실 당시 엄마들의 나이도 2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까지 다양했다. 안타깝게도 소생과 소생의 아내가 안팎으로 최고령이었다.

 

 

한번씩 아이들을 보면 아이들이 점차 차차로 자라는 것이 정말 신통하고 방통하여 놀랍다. 소생도 어릴 때 우리 엄마 아버지에게 저리 신통방통한 아이였는지 궁금하다. 소생은 역시 불초해서 그러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폴세잔 <카드놀이 하는 사람>

 

 

피카소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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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4-11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싼 그림 순위표를 보면 재미있는 점이 오래된 그림보다는 거의 근래에 나온 그림이 비싸더군요. 그중에 난해하기 짝이 없는 추상 표현주의 화가의 그림 가격이 엄청나요. 잭슨 폴록의 그림이 순위권 안에 없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아요. ^^;;

붉은돼지 2015-04-11 18:17   좋아요 0 | URL
역시 예리하신 cyrus님~~ 폴록이 100위 안에 작품 3점, 금액합계 2505억원으로 종합 8위에 랭크되었습니다. ㅎㅎㅎ 쿠닝이라는 작가도 작품2점 금액합계 2108억원으로 종합 10위에 랭크되었습니다. 심판의 오심으로 탈락되었던 두 선수가 메달권에 새로이 진입하게 됨에 따라 기존 8위였던 티치아노 선수는 9위로 한계단 내려왔고, 9위,10위였던 재스퍼 존스선수와 리히텐슈타인 선수는 각각 11위, 12위로 밀려났습니다. 이상으로 금일 올림픽 중계를 마치겠습니다. ㅋㅋㅋㅋ

폴록의 작품은 보고 있으면 정신 사납지만, 100위안에 포함된 작품 3점의 제목은 정말 깔끔합니다. <넘버5>, <넘버19>, <넘버4>입니다. 제가 보기엔 세작품 모두 똑 같은 작품 같습니다..
 

오늘 (410일) 부산에서 이우환 미술관이 개관한다고 한다. 사실 대구에서는 2010년부터 부산보다 훨씬 큰규모로 이우환과 그 친구들이라는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었다. 설계자로 선정된 안도다다오가 직접 대구에 오기도 했다. 미술관의 위치는 두류공원내 성당못 근처로 결정되었고 청사진도 나왔다. 2016년 완공예정이었다. 아무생각없는 소생은 잘 되어 가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얼마전에 이 계획이 전면 취소되었다는 신문 기사를 봤다. 여러 가지로 복잡한 속사정이 있는 모양이다. 사실 소생은 역시나 불초하여 이우환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시민으로서야 미술관 같은 문화공간이 자꾸만 생기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기는 하나 무슨 국제공항도 아니고 무엇 때문에 부산과 대구가 서로 미술관을 건립하려고 난리인지는 잘 모르겠다. 왜 꼭 이우환이어야 하는지 말이다. 그러나저라나 어쨋거나 대구에서도 안도다다오의 작품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무너져 몹시 안타깝고 실망스럽다. 부산의 이우환 미술관은 안도의 작품이 아니다. 이우환이 직접 설계를 했다.

 

일본 나오시마에도 이우환 미술관이 있다. 나오시마는 일본을 구성하는 4개 섬 중에 가장 작은 시코쿠에 위치한 섬이다. 한때 구리 제련소가 자리하고 있던 그냥 그런 섬이었지만 지금은 예술의 섬으로 이름났다. 1989년부터 시작된 재생 프로젝트로 환골탈태에 성공했다. 프로젝트는 지금도 진행중이라고 한다.

 

안도다다오가 베네세하우스와 지중미술관, 이우환 미술관을 설계했다. 야요이 구사마의 거대한 호박도 명물이다. 뭐 먹음직스러워 보이진 않는다. 더불어 <춤추는 대수사선>의 감독 모토히로 가쓰유키의 영화 우동의 배경이 되기도 한 섬이다. (dvd로 나온건 없는 모양이다. 알라딘에 우동으로 검색해보니 어우동이 나온다. ...) 현의 중심도시인 다카마쓰를 중심으로 900여개의 우동집이 밀집해 있는 우동천국이다. 야간에만 영업을 하는 우동집도 있으며 맛집을 순회하는 우동투어 전문택시도 다닐 정도다. 아,,, 갑자기 우동이 먹고싶네...와삭와삭 닥깡 하고...

 

수년전에 홋카이도에 갔을 때 토마무 리조트 안에 있는 안도다다오의 물의 교회를 본 적이 있다. (여름 휴가철에 갔는데 여름 홋카이도도 멋지더라는, 자연 풍광이 너무 멋지더라는 말씀도 드리고 싶다. 아무리 홋카이도라도 여름에는 역시 덥다.) 안도의 트레이드 마크인 노출 콘크리트 건물은 거칠고 삭막한 듯하지만 각지고 단조로운 노출 공구리가 물과 어우러져 독특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사람이 살고 활용하는 실용적인 건물은 아니라는 느낌.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라는 인상이다. 여기서 가끔 결혼식이나 이런 저런 문화행사도 열리는 모양이지만 주일마다 신자들이 모여 예배를 보고 찬송가를 부르고 하는 교회로서의 역할은 하고 있지 않은 듯 했다. 빛의 교회, 바람의 교회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교회 삼부작?) 아래 세 번째 도서의 표지가 아마도 빛의 교회일 것이다. 물의 교회나 빛의 교회나 모두 규모는 자그마하다. 안도는 한때 권투선수였다. 트럭운전사도 했다. 다리를 달달 떠는 구렛나루의 앨비스씨도 트럭운전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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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4-10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아쉽네요. 안도 다다오 워낙 유명한 사람이라
그가 설계한 건물 하나쯤 우리나라에 있는 것도 괜찮을 텐데...
일본 사람이라 그런 걸까요?ㅋ

붉은돼지 2015-04-10 13:13   좋아요 0 | URL
대구시에서는 아마도 예산문제를 들고 있는 듯 하지만 결론은 지방자치단체 문화행정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습니다. 어쨋든 가까이에서 안도 작품을 볼수 없어 안타까워요~~
더구나 건립예정지인 두류공원은 우리 집 근처여서 요즘 같은 날씨에는 거의 주말마다 산책을 가고 하거든요^^

nama 2015-04-10 16:44   좋아요 0 | URL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미술관이 강원도 원주에 있습니다. `뮤지엄 산`이라고 하는데요.

붉은돼지 2015-04-10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원주에 있는 `뮤지엄 산`이 안도다다오 작품이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nama님^^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제주도의 `본태박물관`도 안도다다오가 설계를 했다고 하는군요~~.

AgalmA 2015-04-10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장 한국 예술가 이우환 미술관이 일본에 있는 건 참 기괴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의심병이 있는 저로서는 논란의 지역에 박정희 기념관 건립 추진 기타에 밀린 거 아니냐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이우환씨를 식민사관 어쩌고 비난하지만 박정희씨는 그에 더 못지 않은데 말입니다. 나치시대에 기여한 바그너 음악은 듣지 않는지 그분들께 물어보고 싶군요.
안도 다다오가 지은 건물이 보고 싶어 섭지코지 코스를 제 올레코스에 넣고는 못가고 있는지가 어언...

붉은돼지 2015-04-11 10:16   좋아요 1 | URL
아마도 박정희 기념관은 구미나 경북지역 이야기이고 대구에서 건립 논의는 없었던 걸로 알고 있어 거기에 밀린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아요...제일 큰 문제는 아마도 예산문제인 것 같았는데 당초 200-300억원 예상했던 것이 이우환의 그림을 구입하려면 100억 정도 더 필요해서 예산이 너무 초과했고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우환과 소통에 문제도 있었고... 2011년도에 대구미술관이 개관했는데 지역과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이우환 미술관을 또 설립하는 것도 사실 말이 많았던 것 같고, 지역문화계 및 시민단체 등과의 의견교류 소통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 같고 하여튼 지자체로서는 과도한 사업을 체계적인 기획없이 전시용 과시용으로 추진하다 보니 이런 사단이 난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설계비 십몇억 날리고 사업은 백지화. 사업추진했던 시장은 퇴임하고 없고....이리 된 것 같습니다.

AgalmA 2015-04-11 12:50   좋아요 0 | URL
김환기나 백남준처럼 재단, 박물관이 각기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이우환씨가 국내소통에 정말 무심했던 건 맞는 거 같아요. 그런 여러가지가 섞여 사람들에게 반감을 불러 일으킨 점도 큰 걸림돌이었던 거 같고... 안타깝네요. 소규모 전시장이라 해도 좋은 문화공간을 조성해 주변에도 파급시킬 수 있었을텐데..

cyrus 2015-04-11 0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대구미술관을 사람들이 많이 올 수 있도록 도심지 주변이라도 이전했으면 좋겠어요. 도시 교외에 있어서 정말 유명 아티스트 전시회가 아니면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것 같아요. 대구 내 지역구에 사는 사람들마다 대구미술관으로 가는 거리 차이에 대한 느낌이 다르겠지만, 제가 사는 집에서 대구미술관까지 버스로 가는데 한 시간 정도 걸려요.

붉은돼지 2015-04-11 10:19   좋아요 1 | URL
대구미술관 처음 개관할 때 부터 너무 시외곽에 있다고 말이 많았던 것 기억납니다. 저도 대구미술관 몇 번 가봤는데요 (뭐 전시회 보러 간 것은 아니구요 ㅋㅋ 결혼식 때문에 몇 번 방문했어요) 차 없으면 가기 어려운 것 같아요...하지만 지금 다 지어 놓은 것을 다시 옮기긴 아마 어려울 듯 합니다. 전시회는 잘 모르겠고 주말에 결혼식은 가끔 하는 것 같아요^^
 

그 옛날 우리가 어렸을 때는 OB파니 양은이파니 이런 건 몰라도 청록파라고 하면... 울던 아이도 울음을 뚝! 그쳤다...는 아니고 다 알았다. 아시다시피 청록파의 삼거두는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이다. 올해가 박목월 탄생 백주년이라고 한다. 박목월의 아들은 서울대교수 박동규다. 검색을 해보니 조지훈의 아들은 조태열이라는 분으로 현재 외교부 제2차관이다. 박두진의 아들은 검색되지 않는다.

 

오늘자 조선일보 정민의 <세설신어>의 제목은 이백과포(易帛裹布). 내용은 대충 이렇다.

 

올해 탄신 100주년을 맞은 박목월 선생의 수필집을 정리하다 명주안감이란 글을 읽었다. 아들은 아침저녁 10리씩 걸어서 학교에 갔다. 혹독한 겨울 날씨에 내의를 안 입은 채 광목옷이 빳빳이 얼면 사타구니가 따가웠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헌 명주옷을 뜯어 아들의 바지저고리에 안을 받쳐 주었다. 살결에 닿는 감각이 간지러울 정도로 부드럽고 따뜻했다. 우연히 손자의 옷 안자락을 보게 된 할아버지가 불벼락을 안겼다. “당장 벗어라그러고는 어린 것을 저리 키워 뭐에 써먹느냐고 펄펄 뛰었다. (중략)

 

김언종 교수가 번역해 실학박물관에서 새로 펴낸 다산의 잡록 혼돈록(餛飩錄)’을 보니 이백과포의 항목이 보인다. 우리나라 조복(朝服)이 여름엔 모시를 쓰는데 비단으로 안감을 대서 겹옷으로 만들었다. 정조가 이를 금지시켜 겉의 천이 모시이면 안감 또한 모시를 두게 했다. 정조의 이 같은 조처는 예기(禮記)’ ‘옥조()’편에서 베옷에 비단으로 안감을 두는 것(易帛裹布)은 예가 아니다라고 한 데서 나왔다. (후략)“

 

훗날 선생(박목월)은 그 때의 소동에서 한 그루 교목처럼 실팍하고 굳세게 자녀를 기르시려는 할아버지의 준엄한 마음을 읽었고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기억했다고 정민은 쓰고 있지만 불초한 소생은 조신들의 조복에 대한 정조의 조처는 아주 적절하지만 어린 손자를 대하는 할아버지의 행동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 광목옷 안에 비단을 댄 것도 아니고, 못쓰는 아버지의 명주 헌옷을 재활용하여 불편한 점을 고쳐쓴 것이니 오히려 잘한 일이라 할것이다. 목월의 할아버지는 그 자신에게도 그리 엄격했는지 묻고 싶다.

    

 

추신 : 소생 서재 당호 <사의재>의 유래 

 

다산 이야기기가 나와서 참고로 알려드린다. 소생 서재의 당호가 가당찮게도 사의재(四宜齋)”이다. 처음 알라딘에 서재를 꾸릴 때 그때 아마 다산 정약용 관련 책을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별 생각없이 서재이름을 사의재라고 정했다. 사의재란 네가지를 마땅히 해야 할 방이라는 뜻으로 다산이 강진에 귀양 가 살 때 거처하던 곳이다.

 

생각은 마땅히 담백해야 하나 담백하지 않은 바가 있으면 그것을 빨리 맑게 해야하고

외모는 마땅히 장엄해야 하나 장엄하지 않은 바가 있으면 그것을 빨리 단정히 해야 하고

말은 마땅히 적어야 하나 적지 않은 바가 있으면 빨리 그쳐야 하고

움직임은 마땅히 무거워야 하나 무겁지 않음이 있으면 빨리 더디게 해야 한다.

이에 방에 그 이름을 붙여 사의재라고 한다. 고 사의재기에는 나와있다. 그런데 어째 말이 조금 이상한 부분도 있다. 외모가 장엄한 것은 어떤 것인지(너훈아쯤 되어야 장엄한 건가?)......빨리 더디게 하는 것은 또 무슨 말인지.....(내용이 맞는 지 원문을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다. 뭐 원문을 본들 잘 알것 같지도 않지만서두..)

 

그건 그렇고 불초한 소생이 감당키 어려운 당호를 쓰고 있으니 무거운 짐을 짊어 진 듯 어깨가 무겁고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 거동이 불편하다. 언제 시간날 때 당호를 바꾸어야 겠다. 이건 어떤가? “딸딸이를 신고 일렁일렁”  딸딸이는 어감이 좀 거시기하니 슬리퍼를 신고 일렁일렁”.  사실 나가이 가후의 게다를 신고 어슬렁 어슬렁이 나왔을 때 이 생각이 들었다.

 

소생은 초등학교 때 일없이 동네 시장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길 좋아했는데, 옆 골목에 사는 친구 홍길이 엄마가 홍길이에게 자주 말씀하셨다고 한다. “홍길아, **이 오늘도 딸딸이 신고 시장에서 일렁일렁 거리고 있더라.” 홍길이는 이름 때문에 별명이 홍길동이었는데 별명만 그렇지 뭐 번쩍번쩍 신출귀몰한 재주는 없었다. 그래도 공부는 곧잘했는데 요즘은 어떻게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 한번 외쳐본다. 오갱끼데스까?~  정말 이야기가 두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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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5-04-08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목월 시인에게 할아버지의 엄격한 가르침의 반면교사의 면이 있었나 보아요~ 박동규 교수가 기억하는 아버지 박목월 시인은 한없이 자애롭고, 큰소리 한번 치신 적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걸 방송에서 봤거든요. 사의재가 다산의 책에서 온 것이구나요~우아,,, 그럼,, 붉은돼지는 역시 지브리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에서 온 것인가요?
아,, 이 페이퍼 사람풍경에 이은 오겡기데스카 시리즈였군요~ ㅋㅋ

붉은돼지 2015-04-09 10:09   좋아요 0 | URL
제가 요즘 읽고 있는 김형경의 <사람풍경>에 나오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적으로다가 말하자면 조부로부터 받았던 엄격한 훈육에 대한 상처와 그 상처를 치유받고자하는 욕망이 자녀에 대한 한없는 자애로 표현된 것은 아닌지요..(말이 되나?)....

붉은돼지는 역시 미야자키하야오의 홍돈입니다. ㅋㅋ 홍돈과 사의재가 전혀 어울리지도 않고....하여튼 그렇습니다. ㅜㅜ

cyrus 2015-04-08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생 때 다산의 사의재기라는 글을 처음 알았어요. 이때부터 다산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

붉은돼지 2015-04-09 10:14   좋아요 0 | URL
저는 이인화의 소설 <영원한 제국>을 읽고부터 다산에 관심을 조금 가졌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뭐 관련도서를 열심히 찾아 읽은 것은 아니구요..그냥 관심만...ㅜㅜ

유부만두 2015-04-11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운동화를 신고 뽈뽈뽈뽈 다닙니다.... 막내가 아직 어려서 데리고 여기저기 다닐 일이 많네요. ^^

붉은돼지 2015-04-12 01:50   좋아요 0 | URL
귀엽게 다니시는군요 ^^
우리파에 들어오셔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