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영국 신문을 읽는데 광고란에 개가 목을 매달고 있는 사진이 실려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읽어보니, 그건 애견가협회에서 보내는 메시지로 ‘한국에서는 개를 먹는 습관이 있는데 이건 야만적 행위이니 저지합시다.’ 란 내용이었다. (중략) 내 기억에 의하면 백 년 전쯤에도 한국과 영국 사이에 개소동이 한 번 있었다. 그때 빅토리아 여왕(이었던 것 같다)이 우호의 뜻으로 조선의 왕에게 선물로 보낸 개를 조정에서 완전히 잘못 받아들여 요리해 먹어버리는 바람에, 당시 상당한 정치적 문제가 되었다. 재밌다고 하면 안 되겠지만 재밌다. (하략)” (p230-231, 편식에 대하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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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침대에 누워 위에 적힌 부분을 읽다가 아차차 생각났다. 작년엔가 읽었을 때에 역시 상기한 부분을 보다가 의문이 생겨 알아볼려고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어쩌다 보니 그냥 넘어갔다. 영국 여왕이 선물로 보낸 개를 조선 조정에서 잡아 먹어버렸다는 이 황당한 사건이 역사적 사실이 맞는지 모르겠다. 저 정도 이야기면 제법 인구에 회자되었을 터인데 소생은 처음 듣는 이야기다. 물론 소생 견문이 일천한 탓이겠지만 인터넷을 뒤져봐도 비슷한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근현대사 매니아분 계시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외교적 선물로 짐승을 보낸 역사는 유구하다. 가축 자체가 재화였으니 뭐 당연한 이야기다. 과거에는 주로 소, 말, 낙타, 양 등 이동수단, 먹거리 등의 쓰임이 있는 짐승이 주가 되었고, 점차 근현대로 오면서는 완상용 동물이 대세인 느낌이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정주영은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넘었다. 어쨌든 중국은 오래전부터 이른바 팬더외교를 펼치고 있으며, 지난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풍산개 두 마리를 선물로 보냈고 김대중 대통령은 답례로 진돗개를 두 마리 보낸 사실도 있다.
우리나라에 외교 선물로 보내진 동물 중 이야기 거리가 있어 제법 알려진 놈으로는 낙타와 코끼리가 있다. 먼저 낙타의 경우를 살펴보면(코끼리 이야기는 나중에~), 서기 942년에 거란은 고려에 사신을 보내면서 낙타 50필을 선물로 바쳤는데, 거란을 금수의 나라로 여기는 고려에서는 사신들을 유배하고 낙타는 만부교 다리 아래에서 굶겨 죽였다. 이로써 고려와 거란의 외교관계는 단절되었다. 이른바 만부교 사건이다. 고등학교 국사시간에 배웠다. 총명하신 분들은 기억날 것이다. 그때에 억울하게 굶어 죽은 낙타들의 원혼이 오늘날 우리나라의 메르스 사태에 어떠한 영향을 준 것은 아닌지...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만부교 사건은 고려조정의 정식 외교정책의 일환이었지만 구한말의 개소동은 얼토당토않은 오해로 인한 말하자면 일종의 소동인데, 그래도 일국의 왕 그것도 대영제국의 여왕이 선물로 보냈을 때는 나름 혈통있는 우수한 견종이었을 테고 잘 기르라고 보낸 것을 두들겨 패서(짐작하기에 만약 잡아 먹었다면 죽이기 전에 아마 두들겨 팼을 것이다.) 잡아먹었다는 것은 충분히 외교적 문제가 될 만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그게 사실이었다면 말이지만.......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말 그런 일이 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