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숙소는 아야소피아에서 도보 10분 거리다. 아야 소피아 바로 앞에 노면전차인 트램바이역이 있다. 역 이름은 술탄아흐메트역. 트램을 타고 카바타쉬역에 내려서 조금만 걸어가면 유명한 4층 구조의 시계탑이 보인다. 네오바로크 양식이라고 한다. 바로크도 잘모르는데 네오가 붙으니 그냥 그런갑다 싶다. 프랑스 시계 제작자 장 폴 가르니에가 만들었다고 한다.

 

시계탑을 지나면 매표소가 있다. 우리는 박물관 패스가 있어서 그냥 패스. 휘황찬란한 출입구를 지나면 분수대가 있는 정원이 있고 궁전 본관이 보인다. 별로 크게 보이지도 않는다. 이게 육지쪽 입구 방향에서 봐서 그렇지 보스포러스 해안 쪽에서 바라보면 눈부신 하얀 흰대리석 건물이 248미터에 걸쳐 뻗어있다. 궁전은 정원과 부속 건물을 합치면 총 길이가 장장 600미터에 이른다. 본관 앞에서 30명 정도씩 조를 짜서 터키어가이드 혹은 영어 가이드를 따라 들어간다. 가이드가 안내해주는 제한된 부분만 관람할 수 있다. 신발위에 비닐 덮개 양말을 신어야 하고 내부 촬영은 금지다.

 

궁전은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을 모방하여 만들었다. 1843년에 착공해서 1856년에 완공되었다. 건축은 카라베트 발얀과 그의 아들이 맡았다. 궁전은 크게 술탄의 집무 공간, 그랜드 홀, 하렘의 세부분으로 나뉜다. 285개의 방과 43개의 홀, 6개의 발코니와 6개의 하맘(목욕탕)이 있다. 내부장식은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설계한 프랑스인 세샹이 맡았다. 아내는 벡사이보다 훨씬 화려하다고 연신 감탄을 한다. 소생이 보기에는 그놈이 그놈이다. 벡사이가 조금 날리게 화려하다면 돌마는 약간 진중하게 화려한 느낌이다. 내부장식에 금 14톤, 은 40톤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진짜 금을 많이 써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금 14톤이면 도대체 얼마인가 궁금하다. 별로 할일도 없는 소생이 여러분을 위해 계산해 봤다. 금일 금시세는 1g이 42,374원이다. 그럼 1kg는 42,374,000원이고, 1톤은 42,374,000,000원이고, 14톤은 593,236,000,000원이다. 은은 국제시세가 없는 모양이다. 오늘자 전국 도매가가 1g은 592원이다. 그럼 1kg은 592,000원이고 1톤은 592,000,000원이고 40톤은 23,680,000,000원이다. 금값에 비하면 껌값이다. 합계 6169억원. ‘유럽의 환자’라는 오명을 쓰고 있던 오스만 제국의 수명이 별 쓸데없는 궁전 건축으로 더욱 단축되었다는 말이 허사는 아닌 듯하다. 일종의 하우스푸어다. 폼 나는 집 한 채 장만하려다가 집구석이 콩가루가 되었지만 그래도 덕분에 우리는 좋은 구경한다.

 

소국의 작은 궁전이나 저택 말고 제국의 정궁이 이렇게 바닷가 해안에 착 달라불어 지어진 경우는 소생이 알기로는 베네치아의 총독관저인 두칼레 궁전을 제외하고는 유일한 것 같다. 견문이 일천한 소생이 뭘 모르는 한심한 소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해풍으로 인한 부식 등으로 건물 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줄은 모르겟지만 어쨌든 풍광 하나는 끝내준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노를 저어라 뱃놀이 하기도 그만이고 유사시에 여차하면 배타고 망명도생하기도 제격이다.

 

소생이 알기로 돌마궁전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거대한 수정 샹들리에와 수정 계단일 것이다. 특히 수정계단은 이채롭다. 이런 건 처음 보는 듯 하다. 계단 난간대를 받치고 있는 길이 70~80cm가량의 기둥이 모두 수정으로 만들어졌다. ‘바카라’ 크리스탈이라고 한다. 가이드의 한마디는 나도 알아들었다. “all cristal, not glass” 그랜드 홀(대연회장)에는 세계에서 제일 큰 샹들리에가 걸려있다. 이 거대한 샹들리에는 무게가 자그마치 4.5톤이고, 등이 750개나 된다. 보헤미아 크리스탈로 만들어졌으며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선물했다

 

‘바카라’는 ‘스와로브스키’에 필적하는 프랑스의 명품 크리스탈 브랜드다. 1764년 유리공장으로 시작해서 1817년 크리스탈 생산회사로 변신했다. 18~19세기 유럽의 여러 궁전과 대저택에 샹들리에나 촛대, 꽃병 등 다양한 크리스탈 제품을 납품했다. 한편 체코의 보헤미아 지방은 크리스탈 산지로 유명하다. 보헤미아 크리스탈은 17세기부터 시작해서 18세기 패션 주얼리와 샹들리에 제품으로 유럽시장을 장악했다. 특히 보헤미아 샹들리에는 18세기 중엽 유럽 귀족사회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파리와 빈의 여러 궁전에 설치되었다. 뉴욕 카네기홀, 크렘린궁과 사우디아라비아 왕궁에는 스와로브스키 샹들리에가 설치되어있다고 한다. '스와로브스키'는 오스트리아 브랜드라고 알려져있지만 창업자 스와로브스키는 바로 보헤미아 출신이다.

 

영국 여왕이 거대한 샹들리에를 선물했다고 하니 문득 열국지의 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전국시대 오왕 합려는 월왕 구천과의 전쟁에서 패하여 죽으면서 오나라와 월나라는 철천지 원수지간이 된다. 합려의 아들 부차는 절치부심 끝에 복수전에 성공하여 월왕 구천을 포로로 잡는다. 구천은 오나라 왕실 마구간에서 말을 돌보며 오왕 부차의 똥까지 먹는 등 거짓 충심을 보여 구차하게 살아남는다. 구천은 나중에 석방되어 고국으로 돌아와서 와신상담한다.(땔나무 위에 누워자고 쓸개를 빨면서 복수를 다짐한다. 아시다시피 와신상담의 고사는 여기서 나왔다.)

 

귀국한 구천이 오왕 부차에게 거대한 들보 기둥을 선물로 보내는데, 겉으로는 들보로 쓰기에 너무나 좋은 제목이 있어 대왕께 보낸다고 하지만 속내는 다른 곳에 있다. 그 들보에 맞춰 궁전을 지으려면 거대한 규모가 될것이고 대규모 토목공사는 결국 민심이반과 국고탕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꿍꿍이다. 오왕의 자만을 방조하고 사치를 조장한다는 계략이다. 영국 여왕에게 저런 꿍꿍이가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거대한 샹들리에를 보니 문득 그 생각이 떠올랐다. 결국 월왕 구천은 복수에 성공하고 부차는 전쟁에 패하여 죽는다. 들보 이야기가 월왕 구천 이야기가 맞는지 모르겠다. 기억이 가물하다.

 

 

돌마바흐체 궁전 내용은 아래 책들을 참고했다.

 

 

 

 

 

 

 

 

 

 

 

 

 

 

 

시계탑이다.

 

시계탑을 지나면 궁전의 출입문인 술탄의 문이다.

 

술탄의 문 앞에서 근위병 교대식 비슷한 행사가 있었다. 

 

궁전앞 분수대는 공사중이어서 물이 다 빠지고 없다. 

 

분수대를 지나면 궁전의 육지쪽 정면 모습이다. 조촐해 보인다.  

 

 궁전은 보스포러스 해협에 바로 면해있다.

바다쪽으로는 배를 댈 수 있는 선착장이 있는 이런 문이 몇 개 있다.

 

 궁전의 측면 모습이다.

 

바닷쪽에서 바라본 돌마바흐체 궁전의 모습

 

 그랜드 홀의 거대한 샹들리에. 돌마바흐체 궁전  책자에 나오는 샹들리에를 찍었다.

 

수정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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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0-28 22: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료 사진도 좋지만, 실제로 보고 오신 붉은돼지님의 사진이라서 여행지의 생생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구경 많이 했습니다.
붉은돼지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붉은돼지 2015-10-29 10:13   좋아요 2 | URL
다녀와서 사진을 보니 찍기는 엄청 찍었는데 잘 나온게 별로 없더라구요...
또 다녀와서 정리하며 돌이켜 보니 못보고 놓친 것들도 많구요..ㅜㅜ

북다이제스터 2015-10-28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근래 다른 곳 수백장 찍고 왔는데, 붉은돼지 님처럼 정리가 잘 안 되네요 ㅠ

붉은돼지 2015-10-29 10:15   좋아요 1 | URL
다이제스터님도 천천히 정리하세요....
저는 이스탄불 다녀온지 두달이 넘었는데 아직 정리하고 있어요
정리하면서 복습을 하니 공부도 좀 되고 놓친 것들도 많아 아쉽기도 하고 그렇네요 ^^

챔피언 2015-10-30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시무시한 화려함입니다^^ 다음달부터 이사가는집 인테리어 한달간 할 예정인데, 집사람에게 꼭 구천이 보낸 대들보 이야기를 해줘야겠습니다. 요즘 안티크 가구에 꽂혀가지고, 가구에 맞는 인테리어를 시도한다는데, 후덜덜 합니다.

붉은돼지 2015-11-01 18:13   좋아요 1 | URL
저도 엔틱 좋아합니다 ^^
구천이 대들보 이야기는 안하시는 게 좋을듯 합니다 ㅋㅋ
 

일요일 해인사에 다녀왔습니다. 

 

 

 

 

 

 

 

 

 

장판각은 2016년까지 출입통제다.

 

나무창살 사이로 대장경판이 보인다.

 

 

해인사 단풍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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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10-26 2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녀가 점점 더 이뻐지고 있어!
머리에 꽂은 낙엽이 불꽃 같군요

붉은돼지 2015-10-27 10:5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아갈마님 ㅋㅋㅋ
어쩌면 좋아요... 점점 예뻐지고 있어요 ㅋㅋㅋㅋㅋ
양해해주십시오. 딸 하나 둔 아버지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

기억의집 2015-10-26 2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풍소녀가 아빠의 카메라에 순수히 응해주네요. 이쁩니다~ 초1 이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세월 참 빠르네요. 딸 낳으셨다고 페이퍼에 올리신 게 엊그제 같은데... 어디 데리고 가면 편하긴 하죠. 어리면 힘들지만 크면 어딜 가도 부담이 안 되더라구요. 저의 가족도 이번에 대관령 가기로 했다가 남편이 주말마다 약속이 있어 못 갔어요. 울 애들은 다 커도(고1, 중1) 어디 가자 하면 잘 따라 다녀서 부담 없더라구요. 단풍소녀와 좋은 시간 많이 보내세요~

붉은돼지 2015-10-27 11:08   좋아요 0 | URL
아!!!! 예전에 제가 혜림이 낳고 얼마 안되어 올린 페이퍼 보셨군요.(아! 제가 낳은 건 아니죠 ㅋㅋㅋ) 생각해보면 세월이 정말 빨라요...꼬물거리던 것이 벌써 어엿한 초등학생이고 ...저도 이러저러다가 곧 땅 속으로 들어가는 거 아닌가 생각하면 참 쓸쓸하고 허무해요...(이야기가 너무 나갔죠 ㅋㅋㅋ) 지금 다니기 딱 좋은거 같아요 대관령 아니라도 어디라도 다녀오세요 가족들과 ^^

북다이제스터 2015-10-26 2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수학여행 후 여태 가보지 못했습니다. 좋은 여행 되셨을 듯...

붉은돼지 2015-10-27 11:09   좋아요 0 | URL
해인사가 대구에서는 1시간 정도 밖에 안걸려요^^ 그래도 몇년만에 가보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해인사 아니라 근처 어디 산이라도 다니시면 좋을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15-10-26 2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인사 사진구경 잘 했습니다. 우리 가족들도 카메라 들면 도망치기 바빠서, 많이 찍어주세요.

붉은돼지 2015-10-27 11:10   좋아요 0 | URL
이제 애가 크니 당근이 필요하더라구요... 과자나 아이스크림, 음료수 등등
조금 더 크면 당근도 안먹히겠죠 ㅋㅋㅋㅋ

지금행복하자 2015-10-26 2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학여행 갈때 가보고 한번도 못 가본 해인사. 교과서에서만 보던 해인사

붉은돼지 2015-10-27 11:12   좋아요 0 | URL
대구에서는 고등학교 수학여행은 무조건 설악산이었죠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요^^ 저도 설악산은 정말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가보고는
못 가본 것 같아요. ㅜㅜ

transient-guest 2015-10-28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김살없는 따님의 사진을 보면 붉은돼지님은 좋은 부모님일 듯..ㅎㅎㅎ

붉은돼지 2015-10-28 10:19   좋아요 0 | URL
자식있는 모든 분들이 다 그렇겠지만...저도 좋은 부모가 되고자 항상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만....
행동이 따르지 않고.....그것보다도 어떤 부모가 좋은 부모인지를 잘 모르겠어요.ㅜㅜ

세실 2015-10-28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 야무져 보입니다^^ 예쁘기도 하여라~~~~
해인사 가는 길도 멋집니다!

붉은돼지 2015-10-29 14:20   좋아요 0 | URL
혜림씨는 아직 천지분간을 못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해인사 단풍이 참 곱더군요^^
 

 

 

 

 

 

 

 

 

 

 

 

 

요 앞전(이건 잘못된 표현같다. 역전앞 같은....그래도 흔히 ‘요 앞전에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 많이 쓰고 있어 고치지 않았다. 잘못 된 줄 알면서 고치지 않는 것은 선비의 자세가 아니다.) 페이퍼에서 소생이 신영복이 현자같이 생각된다는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이 책 〈담론〉을 읽다보니 역시 내 짐작이 맞았다. 신영복에게 선지자와 같은 능력이 있는 것이다. 책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나는 오랜 수형(처음에 소생은 수형을 수행으로 읽었다. 사실 수형이 곧 수행일 것이다.) 생활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지하철에서 누가 어느 역에서 내릴 것인가에 대해서 거의 정확하게 예측합니다.” (이건 수형생활과는 별로 상관없는 듯 하다. 하지만 이게 장시간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단한 능력임에 틀림없다. 일찌기 이런 은사를 입은 선지자가 없었다.)

 

이건 신영복이 지하철에서 직접 겪은 일이라고 한다. 언젠가 신도림역에서 내릴 사람을 골라 그 앞에 서 있었다. 전철이 신도림역에 도착하자 아니나 다를까 그 사람이 일어섰다. 신영복이 그 자리에 앉으려고 하자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던 여자분이 잽싸게 그 자리로 옮겨앉고 앞에 서있던 친구를 자기 자리에 앉혔던 것이다. 그 순간 신영복의 머리에 떠오른 생각이 ‘이양역지(以羊易之)’ 였다는 것이다. 상상해보면 조금 웃긴 시추에이션이다. 선생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분통했겠지만 어쩔 수 없다. 

 

신영복은 이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나름대로 신도림역에서 내릴 사람의 정면에 서서 누가 보더라도 그 자리에 대한 연고권이 내게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선언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불법적(?)으로 차지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이지요”(108쪽)

 

‘이양역지(以羊易之)’는 맹자에 나오는 이야기로 전에 한번 이야기 했었는데 제선왕이 제물로 끌려가는 소를 보고 불쌍하게 여겨 소를 양으로 바꾸라고 했다는 이야기다. 지하철 자리 이야기에서 왜 맹자의 이양역지가 나왔는지 사정을 이야기하려면 복잡하니 생략한다. 궁금하신 분은 이 책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소생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옵고 바로 지하철 좌석 소유권이랄까 점유권이랄까 하여튼 지하철에서 좌석을 이미 선점하고 앉아 있던 사람이 일어났을 때 그 빈 좌석의 승계권은 누구에게 있나하는 뭐 그런 이야기다. 신영복같은 현자도 역시 소생의 생각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소생이 뭐 현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책을 전국 지하철에 비치해서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한다. 

 

 

 

 

 

 

 

 

 

 

 

'담론'에는 이런 대목도 나온다. “‘삼십폭공일곡(三十輻共一轂)’은 수레의 바퀴살 30개가 한 개의 홈통에 모여있다는 뜻입니다. 서안에 갔을 때 진시황이 타던 수레의 모형을 보았습니다. 노자의 이 구절이 생각나서 바퀴살을 세어봤습니다. 일행에서 뒤쳐져 가면서 세어 봤습니다. 정확하게 30개였습니다.”(123쪽) 

   

‘삼십폭공일곡(三十輻共一轂)은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뒤에 당기무(當其無) 유거지용(有車之用)라는 문구가 이어 나온다. 수레의 바퀴살 30개가 한 개의 홈통에 모여있는데 그 가운데가 마땅이 비어있기 때문에 수레의 쓰임이 있다는 뜻으로, 말하자면 그릇은 속이 비었기 때문에 그릇으로 쓰임이 있다는, 결국은 ’없음‘이 '쓰임'이 된다. '유용'한 것이 된다는 뭐 그런 이야긴데...역시 소생이 하고자하는 이야기는 그런 것이 아니옵고......

 

신영복이 서안의 진시황 병마총에 갔을 때 수레를 보고 도덕경의 이 구절을 생각해낸 것도 놀랍고 또 직접 세어본 것도 놀랍다. 그리고 그 수레 바퀴살이 정확하게 30개 인것도 놀랍다. 노자가 춘추전국시대 사람이고(노자가 실존 인물인지에 대해서 논란이 있다고 하지만 어쨌든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의 일가이니....) 진나라가 춘추전국을 일통하게 되니 시대적으로 동시대가 맞다. 뭔가 공부를 하고 연구를 할 때 이렇게 아귀가 착착 맞아주면 참 신기하고 기분이 좋은 것이다. 소생 혹시나 해서 인터넷에 병마총 수레 이미지를 찾아 바퀴살을 세어봤다. 맞다. 30개다.

 

수레 사진은 <최선의 세계일주>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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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4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4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5-10-24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담담하게 쓰신 서평 잘 읽었습니다.

붉은돼지 2015-10-24 22:55   좋아요 0 | URL
다이제스트님 ~~서평은 아니구요 그냥 페이퍼로 쓴 글이어요^^
요즘은 페이퍼에 중구난방으로 되나마나한 글만 쓰다보니
조금 정리된 서평같은 글은 잘 못 쓰겠더라구요ㅜㅜ

북다이제스터 2015-10-25 17:55   좋아요 0 | URL
아, 페이퍼는 서평의 형식, 틀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봅니다. 제가 잘 못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ㅠ

붉은돼지 2015-10-25 21:58   좋아요 0 | URL
아! 페이퍼는 서평의 형식, 틀이라는 님의 말씀도 맞다고 생각해요
저는 글쓰기 처음 작성할 때 리뷰가 아니고 페이퍼로작성했다는 그런의미였어요^^

해피북 2015-10-25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요앞전`이란 표현이 잘못된 표현이였군요 ㅎㅎ 잘못된 표현인줄도 모르고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ㅋㅂㅋ. 신영복선생님의 글도 참 신통방통했지만 그 모든 이야기를 이해하시는 붉은돼지님 글 역시 놀라웠어요 ㅎ 저는 `담론` 읽으며 아, 그렇구나 정도로 읽곤했는데 말이죠. 이 글 읽고나니 다시 펼쳐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ㅋㅂㅋ~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붉은돼지 2015-10-25 10:04   좋아요 0 | URL
`앞전` 이란 말은 `역전앞`처럼 내용이 중복되는 말이라 잘못된 표현이 아닌가 하는 제생각이에요^^
저도 사실은 지하철 자리 이야기와 이양역지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그 대목을 다시 읽어봐도 잘 이해가 안되더라구요ㅜㅜ

보물선 2015-10-25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하철 신공을 터득하려면 `수행`을 해야겠네요^^

붉은돼지 2015-10-25 10:1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근데 이게 왠만큼 정진한다고 되는 건 아닐거예요 신영복선생님쯤은 되야 도가 터질듯요 ^^

서니데이 2015-10-26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진속 수레의 바퀴살을 세어봤습니다^^
붉은돼지님, 좋은하루되세요

붉은돼지 2015-10-27 11:31   좋아요 1 | URL
바퀴살은 30개 맞는데 홈통 가운데가 비어있지는 않아요....
전쟁용 수레여서 그런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제는 김탁환의 읽어가겠다를 조금 읽었다. 현재 보고 있는 책이 5권 정도 되는 것 같다. 이것 조금 보다 저것 조금 읽고, 왔다리 갔다리 다소 촐싹스럽고 약간은 경망스러운 것 같다. 김탁환의 이 책에는 23편의 소설이 소개되어 있다. 모두 젊음에 관한 책이라고 한다. 김탁환이 이르기를 이 소설들에는  열망덧없음이 가득 차 있다고 한다. 결국 젊음이란 '덧없는 열망'이란 말인지도 모른다. 김탁환은 이 23편의 소설들을 모두 네 번씩 읽었다고 한다. 대단하다. 처음 소개되는 책은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 

 

요즘도 가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 공익광고협의회 제공으로 청소년을 선도하는 혹은 공공을 계몽해 보겠다는 광고 방송이 나온다. 소생이 중학교 때였던 것 같다. 그때는 텔레비전보다는 라디오를 훨 더 많이 들었는데 공익광고협의회에서는 주로 청소년 선도 방송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삼십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공익광고가 있다. 바로 크눌프와 관련된 광고다. 내용은 이렇다.

 

“(청소년) 여러분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 크눌프, 삶으로부터의 세 이야기를 읽어보셨습니까? 크눌프는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젊은 시절 유흥과 방랑으로 인생을 낭비합니다. 결국 크눌프는 눈덮인 산속에서 젊음은 결코 충동적인 낭만만은 아니라고 절규하며 죽어갑니다. 청소년 여러분 어두운 밤거리를 방황하지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크눌프처럼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여 훌륭한 사람이 됩시다....“ 뭐 이런 비슷한 내용인데 크눌프가 절규했다는 젊음은 결코 충동적인 낭만만은 아니다.”라는 말은 너무나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아마 저녁 9시쯤 되면 라디오에서 이 광고 방송이 나왔던 것 같다. 이 광고가 거의 한 일년 정도 방송되었던 것 같다. 하도 많이 들어서 광고 대사를 거의 다 외우다시피 했었다. 동네 만화방에 앉아 정신없이 만화책을 보다가 주인방에 있는 라디오에서 이 공익광고가 흘러나오면 !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빨리 집에 가서 공부해야겠네......불쌍한 크눌프처럼 안되려면...은 아니고....어쨋든 그랬던 기억도 난다.

 

아마 소생이 크눌프를 찾아 읽게된 것도 이 공익광고 때문인 것 같다. 소생은 크눌프가 개미와 베짱이의 베짱이처럼 젊어서 놀기만 하다가 결국 늙어서 비참하게 죽는 그런 한심한 인물인줄로 알았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이게 그거하고는 완전 다른 이야기였다. 크눌프가 비록 마지막에는 피를 토하고 죽지만 너무나 자유롭고 멋지고 평화로운 인생을 산 사람이었다. 하느님도 인정했다. 소생도 가능하다면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말 궁금하다. 당시 그 공익광고 문안을 작성한 사람은 크눌프를 읽어는 봤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소생이 모르고 있는 뭔가가 있는 것인지.... 정녕 그것이 알고 싶다. 이 이야기는 전에도 한번 했었는데 어쨌든 광고 문안 작성자가 크눌프를 읽고 '헛된 짓거리로 젊음을 낭비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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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0-23 15: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제가 <크눌프>를 읽어서 서평을 쓰는 날이 오게 되면, 붉은돼지님의 글을 모티브 삼아서 크눌프를 평가해보고 싶군요. ^^

붉은돼지 2015-10-24 10:06   좋아요 1 | URL
네~~ cyrus님 서평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살리미 2015-10-23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저도 그 광고 기억나요. 어찌나 집에 가라던지..... ㅋㅋ 저도 <크눌프> 꼭 읽어봐야겠어요. 근데 그 사람, 크눌프 읽었어도 그렇게 이해할 수 밖에 없을거란 생각도 드는군요. 내가 가진 생각의 틀로 이해를 하게 마련이라는 걸 요즘 뼈저리게 느끼거든요.

붉은돼지 2015-10-24 10:09   좋아요 1 | URL
오로라님도 크눌프 꼭 한번 읽어보세요^^
양도 그리 많지않고 나름 재미도 있었던 것 같아요^^
서평도 남겨 주세요...ㅋㅋ ㅋ 숙제 ㅋㅋ

초딩 2015-10-23 1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눌프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다˝ 를 인정하게 되었어요 ㅎㅎ

붉은돼지 2015-10-24 10:11   좋아요 2 | URL
크눌프가 왜 인생을 낭비한 사람의 대명사가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ㅜㅜ

초딩 2015-10-24 10:37   좋아요 1 | URL
˝낭비한 사람˝은 보통의 성실한 사람들의 관점인것 같아요. 저는 크눌프 동방순례 같이 있는 책을 읽었는데 둘다 자서전적이었어요. 크눌프는 헤세이면서 또 문학 자체의 존재를 가리키고 있는 것 같아요. :-)
 

 

 

 

 

 

 

 

 

 

 

 

옛날에 김민이라는 만화가가 있었다. 혹시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검객 불나비시리즈는 소생이 소싯적에 무척 감명깊게 봤던 작품이다. 불나비는 단순한 검객이 아니라 구도자와 같은 모습이었다. ‘불나비시리즈는 기존의 무협 만화와는 달리 다소 형이상학적인 내용이었다고 기억한다. 목이 댕강 잘리고 팔이 뚝 떨어져 나가는 유혈 낭자한 칼싸움만 있는 그런 만화가 아니었다.

 

불나비가 유랑 수행 중에 깊은 산속의 고찰에 몇 일 묵게되는데, 늙은 중이 내어놓은 천년 노송이 그려진 그림을 끝내 베지 못한 이야기라든지(만화에 의하면 천하제일검 불나비가 이 종이 조각을 베지 못한 것은 그림에서 노송의 천년 세월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불나비를 꺾고 찬하제일검이 되려는 욕망에 불타는 검객 불나방(정확한 이름이 기억나지 않음)은 불나비의 행적을 쫓다가 그 고찰까지 찾아오게 되는데, 불나방은 늙은 중이 내놓은 노송 그림을 단숨에 베어버린다. 그리고는 그림 값으로 금덩이 하나를 던져놓고 총총히 떠난다. 늙은 중은 혀를 끌끌 차며 그 금덩이를 똥통에 던져 버린다는.......그런 내용이다.)....강물 위에 비친 달을 검으로 가르는 이른바 월광검법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난다.

  

또 이런 것도 있었다. 어느 청년이 친구인가 누구인지의 음모와 모함으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힌다. 처음에는 복수심에 불타던 이 청년이 감옥에서 할 일이 없어 책을 읽게 되는데, 책을 읽는 동안에 계절이 바뀌고.... 한해, 두해, 세해가 십년, 이십년, 삼십년이 되는 사이 점점 공부가 깊어져 마침내는 허연 수염을 길게 기른 현자가 되었고......출옥한 후에는 자신을 배신했던 친구인지 누구인지를 다 용서하고 불쌍한 중생들의 정신적인 스승이 된다는 뭐 그런 이야기도 있었다. 이것도 무척 감명깊게 봤던 기억이 난다.

 

신영복을 생각할 때 마다 자꾸만 김민의 만화책에 등장하는 그 현자가 떠오른다. 신영복이 뭐 현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니 어쩌면 그는 현자일지도 모른다. 담론은 오래전에 사놓은 책이다. 그동안 미루고 있다가 어제 잠자리에서 펴 들었다. 초장부터 눈길을 끄는 대목이 나온다. “에피쿠로스는 우정이란 음모라고 합니다. 음모(陰謀)라는 수사가 다소 불온하게 들리지만 근본은 공감과 다르지 않습니다. 정작 불온한 것은 우리를 끊임없이 소외시키는 소외 구조 그 자체입니다. 그러한 현실에서 음모는 든든한 공감의 진지(陣地)입니다.”(14) 우정은 음모이고 음모는 공감의 진지다....멋진 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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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0-22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런 만화책을 헌책방에 발견하면 구입하고 싶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만화책을 보기가 힘들어요. 있어도 희귀성에 따라서 가격이 높아져요.

붉은돼지 2015-10-23 10:12   좋아요 1 | URL
옛날에 보던 만화 잡지 `어깨동무` 도 창간호의 경우는 상당히 고가인 것 같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