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숙소는 아야소피아에서 도보 10분 거리다. 아야 소피아 바로 앞에 노면전차인 트램바이역이 있다. 역 이름은 술탄아흐메트역. 트램을 타고 카바타쉬역에 내려서 조금만 걸어가면 유명한 4층 구조의 시계탑이 보인다. 네오바로크 양식이라고 한다. 바로크도 잘모르는데 네오가 붙으니 그냥 그런갑다 싶다. 프랑스 시계 제작자 장 폴 가르니에가 만들었다고 한다.

 

시계탑을 지나면 매표소가 있다. 우리는 박물관 패스가 있어서 그냥 패스. 휘황찬란한 출입구를 지나면 분수대가 있는 정원이 있고 궁전 본관이 보인다. 별로 크게 보이지도 않는다. 이게 육지쪽 입구 방향에서 봐서 그렇지 보스포러스 해안 쪽에서 바라보면 눈부신 하얀 흰대리석 건물이 248미터에 걸쳐 뻗어있다. 궁전은 정원과 부속 건물을 합치면 총 길이가 장장 600미터에 이른다. 본관 앞에서 30명 정도씩 조를 짜서 터키어가이드 혹은 영어 가이드를 따라 들어간다. 가이드가 안내해주는 제한된 부분만 관람할 수 있다. 신발위에 비닐 덮개 양말을 신어야 하고 내부 촬영은 금지다.

 

궁전은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을 모방하여 만들었다. 1843년에 착공해서 1856년에 완공되었다. 건축은 카라베트 발얀과 그의 아들이 맡았다. 궁전은 크게 술탄의 집무 공간, 그랜드 홀, 하렘의 세부분으로 나뉜다. 285개의 방과 43개의 홀, 6개의 발코니와 6개의 하맘(목욕탕)이 있다. 내부장식은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설계한 프랑스인 세샹이 맡았다. 아내는 벡사이보다 훨씬 화려하다고 연신 감탄을 한다. 소생이 보기에는 그놈이 그놈이다. 벡사이가 조금 날리게 화려하다면 돌마는 약간 진중하게 화려한 느낌이다. 내부장식에 금 14톤, 은 40톤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진짜 금을 많이 써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금 14톤이면 도대체 얼마인가 궁금하다. 별로 할일도 없는 소생이 여러분을 위해 계산해 봤다. 금일 금시세는 1g이 42,374원이다. 그럼 1kg는 42,374,000원이고, 1톤은 42,374,000,000원이고, 14톤은 593,236,000,000원이다. 은은 국제시세가 없는 모양이다. 오늘자 전국 도매가가 1g은 592원이다. 그럼 1kg은 592,000원이고 1톤은 592,000,000원이고 40톤은 23,680,000,000원이다. 금값에 비하면 껌값이다. 합계 6169억원. ‘유럽의 환자’라는 오명을 쓰고 있던 오스만 제국의 수명이 별 쓸데없는 궁전 건축으로 더욱 단축되었다는 말이 허사는 아닌 듯하다. 일종의 하우스푸어다. 폼 나는 집 한 채 장만하려다가 집구석이 콩가루가 되었지만 그래도 덕분에 우리는 좋은 구경한다.

 

소국의 작은 궁전이나 저택 말고 제국의 정궁이 이렇게 바닷가 해안에 착 달라불어 지어진 경우는 소생이 알기로는 베네치아의 총독관저인 두칼레 궁전을 제외하고는 유일한 것 같다. 견문이 일천한 소생이 뭘 모르는 한심한 소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해풍으로 인한 부식 등으로 건물 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줄은 모르겟지만 어쨌든 풍광 하나는 끝내준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노를 저어라 뱃놀이 하기도 그만이고 유사시에 여차하면 배타고 망명도생하기도 제격이다.

 

소생이 알기로 돌마궁전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거대한 수정 샹들리에와 수정 계단일 것이다. 특히 수정계단은 이채롭다. 이런 건 처음 보는 듯 하다. 계단 난간대를 받치고 있는 길이 70~80cm가량의 기둥이 모두 수정으로 만들어졌다. ‘바카라’ 크리스탈이라고 한다. 가이드의 한마디는 나도 알아들었다. “all cristal, not glass” 그랜드 홀(대연회장)에는 세계에서 제일 큰 샹들리에가 걸려있다. 이 거대한 샹들리에는 무게가 자그마치 4.5톤이고, 등이 750개나 된다. 보헤미아 크리스탈로 만들어졌으며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선물했다

 

‘바카라’는 ‘스와로브스키’에 필적하는 프랑스의 명품 크리스탈 브랜드다. 1764년 유리공장으로 시작해서 1817년 크리스탈 생산회사로 변신했다. 18~19세기 유럽의 여러 궁전과 대저택에 샹들리에나 촛대, 꽃병 등 다양한 크리스탈 제품을 납품했다. 한편 체코의 보헤미아 지방은 크리스탈 산지로 유명하다. 보헤미아 크리스탈은 17세기부터 시작해서 18세기 패션 주얼리와 샹들리에 제품으로 유럽시장을 장악했다. 특히 보헤미아 샹들리에는 18세기 중엽 유럽 귀족사회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파리와 빈의 여러 궁전에 설치되었다. 뉴욕 카네기홀, 크렘린궁과 사우디아라비아 왕궁에는 스와로브스키 샹들리에가 설치되어있다고 한다. '스와로브스키'는 오스트리아 브랜드라고 알려져있지만 창업자 스와로브스키는 바로 보헤미아 출신이다.

 

영국 여왕이 거대한 샹들리에를 선물했다고 하니 문득 열국지의 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전국시대 오왕 합려는 월왕 구천과의 전쟁에서 패하여 죽으면서 오나라와 월나라는 철천지 원수지간이 된다. 합려의 아들 부차는 절치부심 끝에 복수전에 성공하여 월왕 구천을 포로로 잡는다. 구천은 오나라 왕실 마구간에서 말을 돌보며 오왕 부차의 똥까지 먹는 등 거짓 충심을 보여 구차하게 살아남는다. 구천은 나중에 석방되어 고국으로 돌아와서 와신상담한다.(땔나무 위에 누워자고 쓸개를 빨면서 복수를 다짐한다. 아시다시피 와신상담의 고사는 여기서 나왔다.)

 

귀국한 구천이 오왕 부차에게 거대한 들보 기둥을 선물로 보내는데, 겉으로는 들보로 쓰기에 너무나 좋은 제목이 있어 대왕께 보낸다고 하지만 속내는 다른 곳에 있다. 그 들보에 맞춰 궁전을 지으려면 거대한 규모가 될것이고 대규모 토목공사는 결국 민심이반과 국고탕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꿍꿍이다. 오왕의 자만을 방조하고 사치를 조장한다는 계략이다. 영국 여왕에게 저런 꿍꿍이가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거대한 샹들리에를 보니 문득 그 생각이 떠올랐다. 결국 월왕 구천은 복수에 성공하고 부차는 전쟁에 패하여 죽는다. 들보 이야기가 월왕 구천 이야기가 맞는지 모르겠다. 기억이 가물하다.

 

 

돌마바흐체 궁전 내용은 아래 책들을 참고했다.

 

 

 

 

 

 

 

 

 

 

 

 

 

 

 

시계탑이다.

 

시계탑을 지나면 궁전의 출입문인 술탄의 문이다.

 

술탄의 문 앞에서 근위병 교대식 비슷한 행사가 있었다. 

 

궁전앞 분수대는 공사중이어서 물이 다 빠지고 없다. 

 

분수대를 지나면 궁전의 육지쪽 정면 모습이다. 조촐해 보인다.  

 

 궁전은 보스포러스 해협에 바로 면해있다.

바다쪽으로는 배를 댈 수 있는 선착장이 있는 이런 문이 몇 개 있다.

 

 궁전의 측면 모습이다.

 

바닷쪽에서 바라본 돌마바흐체 궁전의 모습

 

 그랜드 홀의 거대한 샹들리에. 돌마바흐체 궁전  책자에 나오는 샹들리에를 찍었다.

 

수정계단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15-10-28 22: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료 사진도 좋지만, 실제로 보고 오신 붉은돼지님의 사진이라서 여행지의 생생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구경 많이 했습니다.
붉은돼지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붉은돼지 2015-10-29 10:13   좋아요 2 | URL
다녀와서 사진을 보니 찍기는 엄청 찍었는데 잘 나온게 별로 없더라구요...
또 다녀와서 정리하며 돌이켜 보니 못보고 놓친 것들도 많구요..ㅜㅜ

북다이제스터 2015-10-28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근래 다른 곳 수백장 찍고 왔는데, 붉은돼지 님처럼 정리가 잘 안 되네요 ㅠ

붉은돼지 2015-10-29 10:15   좋아요 1 | URL
다이제스터님도 천천히 정리하세요....
저는 이스탄불 다녀온지 두달이 넘었는데 아직 정리하고 있어요
정리하면서 복습을 하니 공부도 좀 되고 놓친 것들도 많아 아쉽기도 하고 그렇네요 ^^

챔피언 2015-10-30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시무시한 화려함입니다^^ 다음달부터 이사가는집 인테리어 한달간 할 예정인데, 집사람에게 꼭 구천이 보낸 대들보 이야기를 해줘야겠습니다. 요즘 안티크 가구에 꽂혀가지고, 가구에 맞는 인테리어를 시도한다는데, 후덜덜 합니다.

붉은돼지 2015-11-01 18:13   좋아요 1 | URL
저도 엔틱 좋아합니다 ^^
구천이 대들보 이야기는 안하시는 게 좋을듯 합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