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김탁환의 〈읽어가겠다〉를 조금 읽었다. 현재 보고 있는 책이 5권 정도 되는 것 같다. 이것 조금 보다 저것 조금 읽고, 왔다리 갔다리 다소 촐싹스럽고 약간은 경망스러운 것 같다. 김탁환의 이 책에는 23편의 소설이 소개되어 있다. 모두 ‘젊음’에 관한 책이라고 한다. 김탁환이 이르기를 이 소설들에는 ‘열망’과 ‘덧없음’이 가득 차 있다고 한다. 결국 젊음이란 '덧없는 열망'이란 말인지도 모른다. 김탁환은 이 23편의 소설들을 모두 네 번씩 읽었다고 한다. 대단하다. 처음 소개되는 책은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다.
요즘도 가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 공익광고협의회 제공으로 청소년을 선도하는 혹은 공공을 계몽해 보겠다는 광고 방송이 나온다. 소생이 중학교 때였던 것 같다. 그때는 텔레비전보다는 라디오를 훨 더 많이 들었는데 공익광고협의회에서는 주로 청소년 선도 방송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삼십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공익광고가 있다. 바로 크눌프와 관련된 광고다. 내용은 이렇다.
“(청소년) 여러분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 “크눌프, 삶으로부터의 세 이야기”를 읽어보셨습니까? 크눌프는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젊은 시절 유흥과 방랑으로 인생을 낭비합니다. 결국 크눌프는 눈덮인 산속에서 젊음은 결코 충동적인 낭만만은 아니라고 절규하며 죽어갑니다. 청소년 여러분 어두운 밤거리를 방황하지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크눌프처럼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여 훌륭한 사람이 됩시다....“ 뭐 이런 비슷한 내용인데 크눌프가 절규했다는 “젊음은 결코 충동적인 낭만만은 아니다.”라는 말은 너무나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아마 저녁 9시쯤 되면 라디오에서 이 광고 방송이 나왔던 것 같다. 이 광고가 거의 한 일년 정도 방송되었던 것 같다. 하도 많이 들어서 광고 대사를 거의 다 외우다시피 했었다. 동네 만화방에 앉아 정신없이 만화책을 보다가 주인방에 있는 라디오에서 이 공익광고가 흘러나오면 “앗!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빨리 집에 가서 공부해야겠네......불쌍한 크눌프처럼 안되려면...은 아니고....어쨋든 그랬던 기억도 난다.
아마 소생이 〈크눌프〉를 찾아 읽게된 것도 이 공익광고 때문인 것 같다. 소생은 크눌프가 개미와 베짱이의 베짱이처럼 젊어서 놀기만 하다가 결국 늙어서 비참하게 죽는 그런 한심한 인물인줄로 알았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이게 그거하고는 완전 다른 이야기였다. 크눌프가 비록 마지막에는 피를 토하고 죽지만 너무나 자유롭고 멋지고 평화로운 인생을 산 사람이었다. 하느님도 인정했다. 소생도 가능하다면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말 궁금하다. 당시 그 공익광고 문안을 작성한 사람은 〈크눌프〉를 읽어는 봤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소생이 모르고 있는 뭔가가 있는 것인지.... 정녕 그것이 알고 싶다. 이 이야기는 전에도 한번 했었는데 어쨌든 광고 문안 작성자가 크눌프를 읽고 '헛된 짓거리로 젊음을 낭비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