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책임 - 한홍구 역사논설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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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 독서모임 선정도서이다. 오늘 모임이었고, 모임 전에 서평을 쓰려고 했는데 출근 전 책을 다 읽기도 버거울 만큼 요즘 생활이 꽤나 바쁘고 여유가 없다. 책을 다 읽었으면서도 내용이 다 들어오지 않아 대충 훑은 느낌이다. 한홍구의 글은 언제나 명쾌해서 읽고 있으면 울컥하면서 분기탱천하게 된다. 한홍구다운 비유와 화법이 시원해서 좋다. 이 책은 역사 연구자로서 애써 공부하고 사료들을 찾아다닌 흔적이 역력하다. 6편의 호흡이 긴 글이 실려 있는데 논문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대한민국사 이후 한홍구의 저작들이 대한민국사와 비슷한 내용이 겹쳐 읽는 데 애를 먹었지만 이 책은 전작들과 확실히 달라 읽는 맛이 새록새록하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이 경상권에서 보편적으로 유행한 말인 줄만 알았더니 그 출처가 김기춘이었다. 김기춘이라는 생명력 강한 내시(?)에 대해 너무 모르고 살았다. 한홍구가 앞으로 해 나갈 작업이 무척 기대된다. 독재체제를 강화하고 그 속에서 권력을 행사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열전을 만들겠다는 한 역사학자의 의지가 존경스럽다.

 

독립운동시기, 집에서 머슴살던 이들의 빨래를 하고 밥을 지었다던 대가집 마나님들의 모습에서 보수의 참모습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눈발 날리는 매서운 겨울, 이국땅에서 꽁꽁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개울의 얼음을 깨뜨렸을 그늬들을 상상해본다. 이 땅에서 "보수"입네 떠드는 자들이 실상은 그저 이익단체에 지나지 않음을 자신들은 아는지, 진짜 보수는 무엇인지 한번쯤 고민해 보기는 한 것인지 묻고 싶다. 가짜 보수에게 반세기 넘게 휘둘려 사는 이 세계가 변화 가능한지. 지금까지대로라면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지만, 역사를 쭉 훑어보았을 때 그래도 옳은 가치관을 지키고 책임져 온 소수의 사람들 덕분에 꾸역꾸역(?) 이 나라가 버텨온 것이라고. 

 

해방전후사를 짧게 공부하며 스치듯 훑게 되는 것이 해방 후 남과북에서 내세운 강령들인데 공통목표가 거의 비슷하다. 한홍구는 그 중에서도 남한에서 발의한 제헌 헌법에 대해 상기한다. 노동3권도 아닌 4권을 만들어 노동자의 이익분배균점권을 인정했음을 기억하는 이가 있는가 하고. 그것도 좌익세력이 아닌 우파들만 모여 만든 법이 그들 스스로 획기적이었다 자부한 것에 왠지 으쓱하게 되고(내가 한 일도 아닌데) 대단하게 여겨진다. 지금의 보수꼴통들이라면 종북으로 몰아댔을 붉은 물 가득 든 사상이 무척 반갑다. 그때 그 숭고한(?) 법들은 어디로 자취를 감추어 버렸을까.

 

살기등등한 독재시대, 피눈물 나는 세월을 살아야했고, 너무나 억울하게 죽어갔던 우리 선배들 덕분에 그 전보다 덜 억울한 삶을 살고있는데, 여전히 억울한 사건사고들은 계속되고 있다.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배우지 못한 잘못이 반복되는 것이라던 서양사 교수님 말씀이 떠오른다. 역사를 책임지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몫임을 새기자고, 그것이 이 지리멸렬한 인생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임을 기억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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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6-30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교과서 바꾸고 집필진이 누군지도 모르는 역사서 배우면 앞으로가 더 깝깝합니다.벌써 그런 조짐들이 나오죠.

samadhi(眞我) 2016-06-30 07:53   좋아요 1 | URL
정권이 바뀌어서 다 뒤집어 엎어야죠. 그 희망 없이 우리가 당장 못 버티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30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보수들이 막말이라는 프레임으로 진보 진영을 옭매려고 하죠.

요즘은 보수가 한홍구를 막말 지식인을 대표하는 인물로 뽑곤 하는 걸 보고 웃습니다.

참.. 보면 보수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긴해요. 엉뚱한 곳에 머리를 써서 그렇지만...

samadhi(眞我) 2016-06-30 17:1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밤새 일하고 공부한다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시비에 사로잡혀 니들은 잘못이야, 나빠. 라고만 해대고 정작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만날 집니다. 나중에 다시 각자 갈 일 가더라도 할 땐 해야지요. 똘똘 뭉쳐서 제발 다음 대선엔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서루조당 파효 서루조당 시리즈
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교고쿠 나쓰히코는 좋아할 수밖에 없는 작가이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사는 것 같다. 순전히 내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작가가 추구하는 것이 마음에 쏙 든단 말이지. 늘 수행을 가슴에 품고 살지만 말로만 떠들고 마음만 앞설 뿐 행동화에는 이르지 못 하는 내게 용기를 준다. 그래, 그래도 괜찮다, 잊지 않으면. 하고서 다독여주는 듯하다.

 

서루조당(書樓弔堂)이라는 한자가 일본식이 아닐까 싶어 어색했는데 자꾸 보니 자연스럽기도 하다. 겉모습은 등대처럼 보이고 안으로 들어가면 책으로 가득한 여러 층의 누각같은 구조로 된 집. 굳이 조당(弔堂)이라 이름 붙인 것은 주인공이 추구하는 바 또는 스스로에게 부여한 사명 때문인데 읽어보니 그럴 법하다. 유래를 설명하면 책 줄거리를 얘기하게 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 설명하지 않겠다. 그런 서루가 있다는 것을 상상만 해도 궁금해지고 한번쯤 마음 내킬 때 찾아가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상상만으로도 설렌다. 그래서 또다른 주인공-나와 무서울 만큼 닮은 게으르고 무력한 백수 주인공. 그 사람이 나와 너무 비슷해 가깝게 여겨지면서도 거북하기도 하고 괜히 켕겨서 마음이 불편해진다.-이 방앗간처럼 그곳을 드나드는 것일테지.

 

메이지유신 즈음을 그리고 있는데 그 시대 작가들이 여럿 등장한다. 우리 옛 작가들조차 잘 알지 못 하고 관심도 두지 않는데 일본 작가들이야 말해 무엇하랴. 그래서도 쉽게 읽히지 않는 책이다. 책 속 책 이야기는 나쁘지 않으나, 책 전체에 주석이 너무 많이 달려있다. 그 주석도 낯선 일본 문화, 작가들 생몰연대와 저작 같은 내용들이 주류라 집중력이 떨어진다. 작가 특성이 그렇긴 하지만 나처럼 주석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별로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도(요즘 방송매체에서, 그냥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조차 영어식 어법인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남발한다.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일일이 쫓아다니며 그 말 좀 쓰지 말라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그런 것쯤 별 것 아니게 여길 수 있을 만큼 작가의 글이 좋다. 작가의 철학이라고 할까, 사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무어라 이름 붙이든 작가가 툭 던지는 작가의 생각이 왜 그리 좋은지. 끼야아~ 하고, 눈을 게슴츠레 뜨고 혼자 감상에 빠지고는 행복해했다. 늘 수행과 삶, 성불 등 깨달음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그 전에도 이 작가가 좋았지만 이 책을 읽고 더욱 좋아졌다. 몇 권은 조금 시시하게(?) 여겨진 책들도 있지만 이 책을 쓴 작가이니 그저 좋단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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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6 2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6-06-26 23:55   좋아요 1 | URL
불구하고 를 빼는 게 더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도 이거나 그럼에도 만 쓰는 것이 우리식 어법에 맞지요. 영어 in spite of 를 번역해 그 말에 맞추다보니 그리 된 것일 텐데요.

시이소오 2016-06-27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코쿠 전작하고 싶은 작가죠
요 책도 읽고싶네요^^

samadhi(眞我) 2016-06-27 10:17   좋아요 0 | URL
네 제 스타일이예요. ㅎㅎ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교고쿠도 시리즈가 늘 인기겠죠. 이 책은 기존 책들과 내용도 분위기도 다릅니다.
 

1년 만에 캠핑왔다. 와서 보니 이곳을 얼마나 그리워했나 느낀다. 캠핑은 스스로 자, 그러할 연, 이라는 한자 뜻 그대로 자연 속에서 애초부터 그러해 온 것들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것. 내 몸과 마음을 조여왔던 것들을 풀어놓는 것. 바로 그 맛이다.

골짜기 곳곳을 흐르는 세찬 물소리, 새소리, 가끔 약한 짐승의 단말마-작년 어느날 남편과, 캠핑짐 싸고 푸는 번거로움이 싫지만 캠핑 자체는 좋아해 우리 캠핑에서 대리만족하는 시누이랑 셋이서 자려고 텐트에 누웠을 때 힘센 짐승이 약한 짐승을 해치는 마지막 숨소리를 듣고 말았다. 그래서 이번엔 시누이가 무섭다며 자고 가지 않겠다고 한다.- 같은 진짜 자연의 소리에 깊이 잠들지 못 하는데도 으레 늦잠 자기 일쑤인 집에서 지내는 주말과 달리 캠핑을 오면 아침에 깬다. 새들이 가만히 놔두질 않아서...

우리부부는 주로 접대캠핑(?)을 한다. 다들 캠핑짐을 싫어해 우리가 캠핑하는 곳에 놀러와 고기 몇 점 얻어먹고 같이 멍하니 있다 간다. 그러고는 주말 즈음이면 언제 오느냐고 전화를 하는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 속에 있노라면 집에 돌아가기가 싫다. 다시 또 일주일 후를 기약해야 하는데 미적미적거리고 있다.

이 좋은 터 곳곳에서 자연을 파헤치는 작업들을 하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 얼마 안 가 다시 이곳으로 오지 못 하게 될까 두렵고, 우리보다 먼저 이 무릉도원을 알던 사람들은 더 그러했겠다 싶다.

어젯밤에 비가 와서 시누이 부부가 걱정하며 여러차례 전화한다. 위험하지 않냐고 떠내려가지 않겠냐고. 우리가 늘 오는 명당(?)은 나뭇잎으로 둘러싸여 자연지붕을 만들어 비도 잘 안 떨어지건만. 텐트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얼마나 운치있는지. 그저 좋다네. 맑으면 맑은대로 비오면 비오는대로 좋은 게 자연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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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6-19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바로 진정한 의미의 캠핑이죠. 재작년 여행갔을 때 보니까.. 캠핑 촌이 따로 있더라고요..
계단식으로 만들어서 캠핑에서 온갖 편리 시설을 갖춘..
경악했습니다. 이게 무슨 캥핑인지... 야외 카페 테이블처럼 다닥다닥 붙은...



samadhi(眞我) 2016-06-19 17:4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아무도 없는 골짜기에서 우리 둘만 있었지요. ㅋㅋㅋ 그래서 울 시누이가 무섭다고 하는거였지요. 우리는 사람 많은 곳은 가질 않아요. 캠핑장이라는 시설(?)이 갖춰진 곳은 피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9 18:53   좋아요 0 | URL
이야. 진짜 무섭던데..
산속이 은근 무섭더라고요. 아무리 든든한 신랑이 버티고 있다고는 하지만
산중 밤이 저는 정말 으스스하고 무섭더라고요..
옛날에 새벽에 개 산책 시키다가 비가 오길래 지름길로 간답시고 야산을 타다가 중간에 다시 내려와서 빙 돌아서 왔던 기억이 나네요.

조낸 무섭더라고요..
이거 귀신 보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리... 대단합니다.

samadhi(眞我) 2016-06-19 20:02   좋아요 0 | URL
아주 산 속이 아니고요. 계곡을 따라 도로가 나 있고 길 끝에는 절이 하나 있어요. 휴가철엔 제법 사람들이 많이 옵니다. 아직 많이 덥지 않아 그런가 낮에만 잠깐 왔다 가더라구요.
 

 

 

 

 

 

 

 

 

 

 

 

 

 

봉산탈춤에서 취발이가 소무를 보며 "앵도를 똑똑 따는 구나." 라는 대사를 친다. 그때는 그 뜻을 몰랐는데 진옥섭이 이 책에서 그 설명을 한다. 이번 씻김굿 공연을 보며 나도 같은 대사를 읊는다. "앵도를 또옥똑 따는 구나" 이 말을 큰소리로 내뱉고 싶었으나 추임새로는 너무 길어 속으로만 삼켰다.

 

 

자주 보기 힘든 진도씻김굿을 한다기에 차비가 더 드는 한양까지 댕겨왔다. 그 주말에 돌아오려던 일정이 늘어져서 다른 공연 핑계 만날 사람 핑계로 머문 것이 열흘 남짓 됐다. 아들(?남편)을 내팽개치고 미친 듯이 싸돌아다닌 덕에 발바닥이 아파서 걷기도 힘든 족저근막염에 걸렸다.

진도씻김굿 표가 매진 돼서 볼 희망이 없었는데 마침 네이버 책문화 이벤트에 당첨(이런 일에 당첨되는 일이 내게는 잘 일어나지 않는데 세월호 사건 있은 해, 진도씻김굿을 보고 난 뒤에 쓴 글이 있어서인지? 하고 짐작해본다. 그 글을 링크시켜둔 댓글을 단 게 어쩌면 영향을 주었을까? 이벤트 요건이 진도씻김굿에 대한 기대평이었으니 말이다.)되어 날 긍휼히 여기는 언니의 후원으로 차비도 굳히고 공연도 공짜로 보고 오호호. 철없는 백수가 호사를 잔뜩 누렸네. 표가 1인 2매짜리라 이런 쪽에 관심없을 조카를 꼬드겨서(?) 데려갔다.

굿은 역시나 뭉클하다. 내가 왜 진짜 무당이 되지 못 했을까 한탄할 만큼 훌륭하다.(난 노려보기만 특기인 가짜 무당이었으니) 차기 주무가 될 법한 사람의 카리스마에 녹아난다. 재작년에 봤던 주무도 그 분이었는데. 걸판지다고 할까? 구성지다고 말하기에도 부족한, 굿에 빠져들게 만드는 힘을 지닌 그 사람이 언젠가 큰 일(?) 낼 것 같다. 씻김굿을 보노라면 왜 이리 가슴이 미어지는지. 세월호 생각도 나고 할머니가 돌아가셨던, 아주 어릴 때 보았던 우리식 장례가 생각나 그 기억에 빨려들 것 같다. 그런데도 굿이 경쾌하다는 데 또 다른 맛이 있다. 우리식 장례가 그저 엄숙하기만 한 게 아님을 이청준은 ˝축제˝ 란 말로 표현했으니. 이왕이면 일본식 한자조어인 축제 대신 ˝잔치˝라 하였다면 좋았을 것을. 어쩌면 '제사', '제의'의 뜻을 더하기 위해 쓴 말일 수도 있겠구나.

국립극장 공연은 늘 비싸다는 인식이 있어 여태 가보지 못 하다가 저녁에 바쁜 절친(방년 60세.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멋진 분)에게 낮공연이라도 보여드리고 싶어 찾았다. 로열석이 만 오천원이라 싼 값이다 생각하고 예매를 했는데 공연을 본 뒤엔 그 값도 못 한다는 느낌이 들어 아쉽다. 그래도 내 절친이 이런 공연 처음이라 무척 좋았다 하셔 그나마 다행이다. 해오름극장은 오전 공연하는 곳인가 보다.

다음날 민속극장 풍류에서 여는 판소리 공연 표를 예매해 뒀는데 국립극장 내 다음날 춤공연 팜플렛을 보고 만 거다. 우왓, 춤공연 자체도 좋은데 춤을 여덟팀이나 춘다니 그저 오지고 반가워 당장 판소리 공연을 취소하고 춤공연을 예매했다. 그 과정에서 주최자분과 연락이 닿아 이런 저런 문자를 주고 받다가 공연가격도 할인(?) 받았다.

가장 기대했던 승무와 살풀이가 별로여서 민속극장 공연 취소한 것이 후회되기 시작할 무렵 판이 무르익기 시작한다. 국가와 왕실의 안녕을 기원한다는 취지의 태평무 자체에 반감이 있는데 태평무 추시는 분의 몸짓이,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이렇게 움찔움찔 신나는 태평무는 처음이다. 그 뒤로 이어진 춤들이 우와우와아~ 우아하기도 하여라. 마구 소릴 질러대고 박수치고 추임새를 넣었다. 앞자리에 앉은 뭣(멋?)도 모르는 사람들이 자꾸 날 째려본다. 조용히 하라는 무언의 욕설같은 건데. 그러든 말든 우리식 공연의 예에 충실했다. 우리공연은 본래 마당(판)에서 하던 굿이라 연희자와 관객이 따로 없는 것이 특징이다. 같이 춤추고 노래하고... ˝함께 노는˝ 것이 우리 공연을 대하는 법도다. 뭣 모르는 이들에게 일일이 말해줄 여유도 없고. 춤에 빠져들어 좋아서 눈물이 났다. 얼시구나 좋구나 좋아.

저녁공연이라 달오름극장이었는데 무대가 둥근 우리식 판에 가까워 연희자와 관객의 거리가 더 가깝다. 달오름극장은 정말 잘 만들었다. 민속극장 풍류도 이런 식이어서 무척 좋아하는 공간인데 이 곳도 괜찮구나.

주최자분이 뒷풀이에 초대해 주셨다. 평균연령 아마도 70대(?). 내가 왜 이런 자리에 이러고 있나 하면서도 어디든 사람들 모임엔 잘도(?) 끼어서 이런저런 얘길 듣는 것이 좋은, 아직도 새내기 마음을 가진, 철딱서니 없는 나도 이제는 거의(?) 중년이다. 기대(그날 춤추신 모든 분들을 만날 줄 알았으나) 와 달리 한량무 추신분과 음향 담당하신 분 그리고 인천지역에서 공연쪽 일을 하시는 분과 주최자분.
한량무 추신 분과 의기투합해 공연에서 두번째로 나와 살풀이 추신 분을 마구 까댔다. 내가 본 살풀이 중 최악이었는데 의상마저 금박에 무늬까지 들어가 있어서 경악했다.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었구나. 금박이 아니고 공단이란다. 게다가 자기 춤출 때 안개까지 깔아달라고 했단다. 그분들과 3차까지 가서 쓸데없는(?) 얘기들을 잔뜩 나누고 돌아왔다.

볼 거리 많고 만날 이 많았던 서울나들이. 재작년 서울을 떠나 이곳으로 올 때 딱 하나 아쉬웠던 게 공연이었다. 역시나 고 아쉬운 놈 때문에 비싼 차비를 들여 기어이(속없이) 서울엘 다녀왔지만 조만간 또 이 철없는 짓거리(?)를 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좋은 판이 벌어지면 또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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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6-04-14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습니다 멀지않은 곳에 살면서도 이소식을 몰랐네요 양주랑 한량무는 흉내내기도 실패했던지라 꼭 더 나이들기 전에 배워보고 싶네요

samadhi(眞我) 2016-04-14 00:03   좋아요 0 | URL
나이들어 배우는 맛도 있는 듯해요. 이번에 한량무 추신 분이 50대에 시작하셨던 것 같아요. 일단 몸은 건강해야 하겠지만요. 춤출 수 있을 만큼은 짱짱하게요. ㅋㅋ
마음이 있는 곳에 춤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춤 배우셔서 공연 올리시게 되면 꼭 불러주세요 ㅎㅎㅎ 승무랑 한량무는 맛 내기에 오래 걸린다고 하더군요. 그분들과 뒷풀이할 때 나온 얘기예요.

기억의집 2016-04-14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 오신다고 페이퍼에 올리시지.... 커피라도 마시고 싶었는데요. 다음엔 오시면 연락 주세요. 초면이어도 아줌마들은 금방 친해더군요^^

samadhi(眞我) 2016-04-14 00:08   좋아요 0 | URL
에헤헤 그럴걸 그랬나요 ㅎㅎ 곰발님한테는 살짝 연락해보려다 바쁘실 것 같아 망설였습니다. 다음에 올라갈 땐 꼭 만나서 폭풍수다를 떨어봅시다^^

기억의집 2016-04-14 00:08   좋아요 0 | URL
꼭이요~

samadhi(眞我) 2016-04-14 00:10   좋아요 0 | URL
네. 제가 오지랖이 심해서 언니 대학친구들도 만나고 언니아들 친구 엄마들도 만나고 다니는데요. 좋은 공연 소식 있으면 후딱 날아갈게요.
 



이번 필리버스터가 어둠컴컴한 세상에 희미하나마 마음 든든한 달빛이 되어줬는데 그 달빛이 약하다고 하늘을 가리는 짓을 하다니. 오직 정권 획득에만 어두운 이익집단이 되어버린 지 오래인 대의민주주의의 이른바 대표(?)들. ˝보통˝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살아가는 처지에 그 사람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짓밟는 파렴치함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더불어민주당 가입을 할까 말까 하다 문재인에게 힘을 실어주자고 정권교체의 희망을 품고 가입한 우리 언니. 그리고 당명을 바꾸고 새롭게 태어날 것처럼 당원 가입을 호소하던 그 시기, 많은 이들이 그랬을 것이다.
알면서도 속는 기분으로 그래도 믿어주자고.
그래도 난 안 믿었지만 그렇다고 내 불신대로, 예상대로 일이 되기를 바란 것은 아니다.

늘 이해되지 않았던 것은 날고 기는 똑똑한 사람들 천지인데 이 나라는 왜 이 모양으로 불합리하게 굴러가는 것일까. 였다. 역사가 점점 나아갈수록 정신세계가 더 살찌고 마음으로 소통하는 세상, 모든 이가 차별받지 않고 유토피아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행복한 세상이 올 줄 알았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간극은 더 커지고 그것이 이제는 신분처럼 굳어져 카스트제도 못지 않은 계층 간의 벽이 생겼다. 주먹으로 무너뜨리기 힘든 콘크리트 장벽. 거꾸로 가는 세상을 두드려 똑바로 가게 할 수 없을까.

필리버스터 중단 소식에 떠오른 노래(민요)를 그 미련한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제 욕심, 눈 앞의 이익밖에 못 보는 것이 어리석다는 뜻이니.


얄미운 내 임아

길어야 백 년 백 년이오
길어도 백 년이오
그깟 백 년 못 채우고 먼저 가려 하시오
가랑잎에 불 질러놓고
아이고 아이고 얄미운 내 임아
아이고 아이고 얄미운 내 임아
떠난다고 그 고개 넘어갈 줄 아시오
흰 고무신 버릴 리가 없는데

철없는 새내기 땐 이 노래가 청승맞고 우스워 장난처럼
불렀다. 세월이 흐를수록 노랫말이 더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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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2 2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6-03-02 21:21   좋아요 2 | URL
그러니까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렇게들, 그렇게까지 하는지.
안락이 모든 가치의 중심이 된 세상 끔찍합니다.

꼬장꼬장하다 싶을 만큼 자존심 하나 갖고 살던 딸깍발이의 정신문화가 그립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2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민요로군요..
야당은 야심이 없어진지 오래입니다..
투쟁력을 상실했지요. 솔까말 야당에게 필요한 것은

신사의 품격이 아니라 전사의 돌격입니다..

samadhi(眞我) 2016-03-02 22:03   좋아요 0 | URL
네 민요가 노랫말들이 굉장히 재미나고 의미있습니다.

뭐가 그리 무서워 벌벌 떠는지 모르겠어요. 손발톱 다 뽑힌 고양이들 같아요. 쥐도 닭도 못 잡는 애들에게 먹이는 무엇하러 주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