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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 스승님이 늘 하시는 말씀이다. 중요한 건 대답이 아니라 질문이라고. 그래서인지 스승님도 대답을 잘 안 하시고 질문을 하신다^^ 정답을 콕 집어 알려주셨으면 좋겠는데. 그게 똑 떨어지는 답을 원하는 한국인들 성향이라고도 하신다. 또 말을 왜 그렇게 잘 듣는지 좀 엇나가라고도 하신다. 자기가 하는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라고.

요가수업 마무리로 하는 송장자세(샤와사나)를 할 때 하는 말이다. ˝오직 여러분 자신만 생각하세요. 하루종일 종종거리며 바빴던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이 세상에, 온 우주에 여러분 혼자 있다고 상상하고 자기 자신만 느껴보세요. 내 몸 느낌,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 자신을,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끊임없이 호흡을 느껴보세요...˝

가치가 뒤집혀가는 세상에서, 인간으로서 존엄이 무너져가는 이 세계에서 우뚝 서려면 자신을 잘 살피고 느끼는 시간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인간 본질은 대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위대한 사상가들은 인간을 자기 목적으로 보았다. 그들 모두가 인간에게는 의식으로 체험하고 감탄하며 자기 실존 분열을 해소하는 최적 방법인 가치와 목표를 발견하는 능력이 있다고 보았다.
인간은 사물이 아니고 누구에게도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된다고 확신할 때 현개 산업사회처럼 인간 본성을 이해하기 힘들었던 시대는 없다. 이 사회는 이성을 이용해 100년 전이라면 꿈도 꾸지 못했을 방식으로 자연 지배를 끝마쳤다. 지속하여 성장하는 기술력을 통해 고무된 인간은 전 에너지를 물건 생산과 소비에 집중하였다. 이 과정에서 자기 스스로를 기계를 조작하고 그 기계에 조작당하는 사물로 느낀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착취당하지 않는 그만큼 자기 자신을 착취한다.
인간은 인간 본질을 생계비 벌이에 투자하고, 대부분 인위적으로 조장된 쉼 없이 증가하는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인간 힘을 이용한다. 그러느라 자신이 인간임을 망각할 위험에 처한다. 따라서 인간 본질을 바라보는 전통 시각을 새롭게 고민하기가 지금보다 어려운 때가 없었으며, 지금보다 시급한 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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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나와 마주 서는 순간 - 숨으로 인생을 헤쳐온 제주해녀가 전하는 나를 뛰어넘는 용기
서명숙 지음, 강길순 사진 / 북하우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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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사는 언니가 마흔 넘어 여태(?) 시집을 안 갔다. 경복궁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야하는 궁중떡집에서 아르바이트 하다 알게 된 언니인데, 몇 년 전에는 궁중떡 전수를 접고 제주로 돌아가 떡집을 차렸다. 떡집 일이라는게 어지간한 사람은 못 버틸 만큼 고된 노동이다. 게다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정통 궁중떡을 전수받는다는 명목으로 이른바 '열정페이'를 받고 일하고 있었다. 제주여자여서 그 힘든 시간을 버텨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언니에게 왜 시집 안 가는지 물었더니, 게으른(?) 제주 남자와는 함께 살고 싶지 않아서 라고 했다. 제주에 살다보니 제주남자 외 선택권이 없다고 했다.

 

오래 전부터 그런 얘기를 들었다. 제주여자는 해녀가 되어 남편을 벌어먹이고 살림하고 육아까지 해내지만 제주 남자는 그냥 놀고 먹는다는 얘기. 그런데도 '기꺼이' 그 삶을 수용한다는 것. 그래서 내 머릿속 해녀 라는 말은 '모질고 고단한 인생' 이라는 뜻을 지녔다.

  

제주 여행을 다니면서 부터 잠녀(해녀)에 관심이 생겨났다. 제주에 머무는 동안 해녀들의 쉼터이자 탈의장이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시름을 푸는 곳인 불턱을 찾아 헤매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 바깥을 걸어다닐 여건이 되지 않아 처음으로 해녀박물관을 찾은 것도 그래서였다. 예전에 디자인을 전공한다는가 했던 사람이 해녀가 되었다는 기사를 본 것도 같다. 그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그 사람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아마도 이 책에 언급된, 조소를 전공했다는 사람인가보다. 책을 읽고 나니 그 마음, 조금 알 것 같다.

 

차라리 소로 태어날 것이지 제주 여자로 태어나 물질을 해야하는 운명을 한탄할 만큼 고통스럽고 한 많은 해녀의 삶을 풀어놓은 얘기에, 해녀박물관에서 잠깐 보여주었던 영상이 떠오른다. '우리 어멍이 이 힘든 일을 하라고 시켜서 너무나 서러웠다' 며 울먹이는 해녀의 노래가 구슬퍼 박물관 기념품 가게에서 허접스러운 해녀노래 CD를 사서 여행동안 듣고 다녔다. 좋은 취지를 살리지 못 하고 이토록 허술하게 만들어 파는 것이 안타깝다.

 

작가가 오랜 세월 기자로 일했기에 취재가 가능했을 듯하다. 당장 해녀들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마음먹는다고 해도 이런 섭외, 인터뷰는 어려울 것 같다. 제주 출신이고 제주올레길을 만든 사람이라고 하니 제주 구석구석을 잘 알아 내용이 알차다. 글과 함께 실린 사진도 제주에 오래 살며 제주 사진을 찍어 온 사람의 솜씨라서 해녀들의 모습, 제주바다를 잘 담아냈다. 해녀를 알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글과 사진이라니 이보다 더 나을 수 있으랴.

 

얼마 전 인터넷에 누군가 제주 사람들은 집에 귤나무가 있다면서요? 그랬더니 제주 사람들이 댓글 달기를, 그렇게 생각하는 건 착각이라면서도 자기네 할머니집에는 귤나무가 있긴 있다. 또 다른 댓글에, 모든 제주 사람이 다 그렇지는 않지만 자기네 집에 한 그루 쯤 있다고 되어 있는데 이런 댓글이 여럿이었다. 작가의 친동생 마저 해녀에게 장가들었다고 하니 어쩌면 제주 사람은 다들 해녀랑 가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너털웃음 웃었다.

 

해녀학교에 대한 글을 읽으니 그 학교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해녀가 되기에 한참 늦은 나이이고 몸도 건강하지 않지만, 해녀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산소통 없이 오로지 자기의 숨으로 해내는 물질을 배워보고 싶다. 인간물고기(?)라 우길 만큼 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두 번 체험해 본 스쿠버 다이빙으로 들여다 본 바닷속 세계는 환상이었다. 다시 물 밖으로 나오기 싫을 만큼 신기하고 즐거웠다. 바다생물을 보는 것 자체가 기쁜 것이지 해산물 채취에 욕심은 없다. 물고기가 미끼를 물었을 때, 마침내 힘찬 생명체가 온 몸을 뒤틀며 하늘로 솟구쳤을 때 낚시꾼이 느끼는 그 짜릿한 감각, 팔딱거리는 생명을 다시 놓아주는 빈 낚시질이 그저 좋을 뿐이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삶을 추구하는 그네들이 인류가 나아가야 할 본래의 길 아닌가. 인간의 손을 타면 무엇하나 부스러지고 망가지지 않는 게 없는 세태를 보며 해녀들의 삶에서 우리가 잊고 살았던 가치를 찾아보는 것은 어떠한가. 해녀박물관을 둘러보면서 해녀들의 삶이나 업적에 대해 지나치게 과장하는 것 아닌가 하는 위화감이 들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해녀들에게 더 많은 흥미가 생기고 그네들에게 조금 다가간 기분이 든다.

 

 

해녀박물관에 있던 해녀조각상이다. 전에는 해녀박물관 밖 풀밭에 있었던 모양인데 훼손 위험 때문인지 전시장 앞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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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7-01-03 2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명숙씨의 글은 [제주 올레 여행]을 통해 읽었어요.
산티아고 길을 다녀온 얘기와 제주에서 올레길을 일군 이야기가 꽤 흥미로웠어요.
해녀 이야기도 관심이 생기네요.
오래전에 [숨비소리]라는 소설을 읽다가 말았는데,
이 글을 읽으니 그 소설을 다시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samadhi(眞我) 2017-01-03 21:35   좋아요 1 | URL
네 산티아고길에서 힌트를 얻어 올레길을 만들었다고 하니. 전국에 올레길 열풍을 일으킨 것만으로도 참 대단하다 생각돼요. 작가가 일한 곳이 꼴통 신문이 아니라서 더 믿음이 가더라구요.
명랑한 사람 같았어요.

겨울호랑이 2017-01-03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녀 조각상만 보더라도 그분들의 고단한 삶이 느껴지는듯 합니다...

samadhi(眞我) 2017-01-03 21:39   좋아요 1 | URL
그렇죠? 게다가 얼굴은 실제 그분들 얼굴을 본뜬 걸로 압니다.

2017-01-04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7-01-04 10:15   좋아요 1 | URL
그네들의 숨이 삶이죠. 어떻게 그리 견뎌냈나 싶어요.

하나 2017-01-04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라리 소로 태어날 것이지... 제주 여자로 태어나 물질을 해야한다는 말이 참 마음을 울리네요. 제주에 놀러갔을 때, 잠녀들을 보면서 와 대단해!!! 라고만 감탄하고 있었는데... 그녀들의 속내를 잘 몰랐던 거...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는 생각만 드네요.

samadhi(眞我) 2017-01-04 10:38   좋아요 0 | URL
정말 고달픈 삶을 헤쳐나오신 분들이죠. 제주여자로 태어나지 않아서 저는 아직 살아있는지 모르겠어요. 저같은 의지박약이 제주여자였다면, 물질을 해야했다면 못 버텼을 거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1-04 1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 참 좋네요. 다른 글보다 정성을 쏟은 느낌이 듭니다.
글구.. 저도 떡집에서 아르바이트 한 적이 있어서 그 노동 강도를 알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 중 유독 떡집 알바가 비싸서 무작정했는데... 아휴.. 힘듦....힘듦..

samadhi(眞我) 2017-01-04 11:14   좋아요 0 | URL
앗 곰발님께 칭찬을 받으니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제 생각대로 글을 풀지 못 해 어리바리 어중간한 글이 됐다 여겼거든요.

떡집 일은 떡시루 설거지가 최강이지요. 그때는 20대라 잘도 해냈는데 재작년에 추석 대목에 일 할 때는 몸이 우라지게 아파서 죽겠더라구요. 사장의 스카웃(?) 제의를 거절했습니다. ㅋㅋㅋ 제 떡 빚는 솜씨가 괜찮다고 하였으나 제 몸이 그 고된 노동을 배겨낼 수 없어서.

오거서 2017-01-04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amadhi 님의 여행을 통한 체험과 사색 덕분에 책 내용을 좀더 실감나게 전달하는 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

samadhi(眞我) 2017-01-04 19:40   좋아요 1 | URL
그렇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사색이라 부를 것도 없어 부끄럽네요.
 
지식 e - 시즌 1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1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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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다음 홈페이지에 뜨는 EBS 지식e채널을 클릭해 보곤 한다. 흥미로운 주제들을 파헤쳐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잠깐 스쳐지나가는 이 방송을 한번도 안 본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우리집엔 TV가 없어 인터넷으로 가끔 찾아본다. 이 책 1권 초판 발행이 2002년이고 책에서 최근이 2007년이라고 언급되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뉴스타파 김진혁 PD가 아직 공중파 방송에서 일할 때였구나.

 

하나의 주제가 짧아서 아쉽지만 그래서 더 좋기도 하다. 독자에게 틈을 주어 하나를 읽고 나면 머릿속에서 이 생각, 저 생각이 가지를 친다. 한국화처럼 여백의 미가 있는 책이다. 각 주제마다 얘기를 풀어놓고 말미에 그 주제에 대한 참고문헌을 적어두었다. 이 책 내용보다도 참고문헌이 더 끌려서 얼른 메모해 둔다. 며칠 전부터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 미국 인디언 멸망사 』라는 책을 사야지 하고서 보관함에 담아두고 온라인서점 마다 중고책 있나 찾아보았는데, 마침 『지식e - 시즌1』맨 처음 이야기가 바로 그 내용이다. 반가워라.

 

여태 모르고 지내왔거나 알면서도 모른척 해온 일들을 이해하는 시간이 된다. 지나온 일들과 지금도 계속되는 세상의 일들를 살펴보고 내 자신을 돌아본다.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다닌 이 책을 읽는 내내 훌쩍거리느라 어깨가 들썩인다. 김진혁 PD가 기획한 것이라 더욱 그랬겠다. 「시속 0km」 라는 일화에 나온 글이 눈에 들어온다.

 

나무는,

태양, 물, 이산화탄소만 있으면

지구 어디에서나 자신의 자리에 서서

다른 생명체를 잡아먹지 않은 채

지구 생명체 중 가장 크게

지구 생명체 중 가장 오래 살 수 있다.

 

시속 0km

다른 생물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영양분을 섭취하고 만들어내는

나무는

지구상에서 가장 독립적인 생명체

 

시속 8000km

갈수록 속도를 높이며

자연을 착취하고 파괴해야 살 수 있는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종속적인 생명체

 

 

욕심없이 살고 싶다. 나무처럼 말없이,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바로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을 우적거리며 스마트폰이 버벅거리기라도 하면 답답해하고 뭐든 조금만 불편해도 투덜거리면서... 아직 난 헛된(?) 꿈을 꾼다. 원시공동체로 돌아가 자연으로 살고 싶다. 조금 불편해도 좋은, 세상을 꿈꾼다.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세상에서 매일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이토록 까무러치게 놀라고 상처받지 않아도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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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11-28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즐겨 보던 1인.. 역시 이비에스죠.. 이명박근 통틀어 가장 볼만한 지상파... 근데 이비에스 지상파 맞나요 ?

samadhi(眞我) 2016-11-28 16:35   좋아요 0 | URL
네 그렇죠. 유선 안 달아도 나오는 방송이니. 당연하다 생각하는데 요즘은 제가 틀리는 일이 많으니 단언하지는 않을게요 ㅎㅎㅎ
 
사랑을 물어봐도 되나요? - 십대가 알고 싶은 사랑과 성의 심리학 사계절 지식소설 2
이남석 지음 / 사계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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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참 진하게(?) 해 본 내게는 아주 익숙하고 어찌보면 뻔한 얘기들이었다. 우리 부부가 연애하며 부부로 지내면서 늘 나누었고 지금도 주고받는 이야기들이다.

 

연애 한번 못 해봐서 인지 내가 발정기(?)라고 별명을 붙여주었는데 길 가다가 눈에 띈 아무(녀석은 아니라고 뭔가 느낌이 통했다며) 여자만 보면 사귀는 사람 있어요 묻고 거절당하기를 여러 차례인 사랑에 서툰 조카녀석에게

얼마 전 빚없이 34평(이렇게 구체적인 평수를 언급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리고 새로 지은 브랜드 아파트여야 한단다) 아파트를 구해줘야 혼례를 올려주겠다는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이 혼례 반댈세!) 남편 회사 동료에게

뜨거운 연애를 하였으나 부부생활은 최악으로 치달아 1촌 관계를 끝낼까 고민하는, 아는 사람에게

이와 비슷한 상황(?)으로 정 따위 없이 오직 의리로 살아가는 숱한, 우리와 가까운 부부에게......

들려주는 우리의 사랑론이 이 책에 나왔다고 할 법하다. 저번달 독서모임 책이었는데 망설이다 이제야 서평을 적어본다.

 

하지만 10대에게는 꼭 필요한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10대시절엔 뭐가 그리 답답했는지 세상일이 온통 모르는 것 투성이인데도 누구하나 속 시원히 얘기해 준 적이 없다.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는 고1 생물 선생님에게 처음으로 솔직한 얘기를 들었다. 그 전까지 받은 성교육은 막연하고 뭔가 확실히 말해주지 않아 정말이지 몸만 닿아도 아기가 생기는 줄 알았다. 중 1때 시작한 달거리가 중 2때 6개월 정도 멈췄는데 남자 손 한번 못 잡아본 내게 친구들이 임신했다고 놀려댔다. 정말일까 불안해했을 정도이니 내가 10대 시절 성교육이 얼마나 엉망이었나 새삼스럽다. 요즘처럼 지식인에 물어볼 수도 없었다. 대학 때 선배들이 새내기들을 데리고 문화비디오라는 것을 보여줬다 들었는데(그 새내기들도 나보다 한참 윗선배들이었고 우리 땐 그런 게 없었다.) 우린 그나마 고등학교 때 빨간비디오를 접했으니 선배들보다는 나아진 거지만.

 

10대에는 워낙 성에 관심이 많고 무지하기도 하니까 얘기가 길어졌지만 성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사랑의 본질에 대해 말한다. '지우개로 깨끗이 지우고 다시 써도 되는' 사랑이라는 얘기다. 책, 영화, 드라마... 온갖 매체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말하고 고민하는 고것. "사랑이 변하니?" 라고 했던 광고 카피처럼 사랑은 변해야 제대로라는 얘기를 한다. 자꾸만 고여있고 똑같은 사랑만 바라다 보니 서로를 할퀴고 오해하고 힘겨워하는 것임을. 인간의 성장과 더불어 사랑도 똑같이 커가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사람들이 잊고 지낸다고 일깨운다.

 

우리 부부가 사랑 때문에 고민하는 다른 부부나 연인에게 하는 말이 그거다. 언젠가 죽을 때가 되어서 "수십억 인구가 사는 지구에서 우리보다 더 사랑한 사람들이 있을까?" 하고 말할 수 있게 죽도록(?) 정말로 혼신을(?) 다해 사랑하라!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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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10-09 0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어찌 지내셨습니까. 내일 모래인가요? 엘지랑 가을 야구 하죠 ? ㅎㅎㅎ.
재미있게 관람합시다요... 오늘 다저스 대 워싱턴 경기 있는 거 아시나요..
저 이거 보려고 대기중입니다....

samadhi(眞我) 2016-10-09 05:17   좋아요 0 | URL
네 월요일 화요일인데요. 기아 사랑을 배신한(?) 엘지에게 기아가 한방에 나가떨어질 듯합니다. 5위로 올라간 것도 운빨이죠. 결정적일 때 쪼그라드는 애증의 호랭이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는 이 팬심.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10-09 0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시바 !!!!!!!!!!!!!!!!!


경기 할 때가 되었는데 안하길래 메저리그 홈피 갔더니 허리케인으로 경기가 취소됬다고....
아...

samadhi(眞我) 2016-10-09 05:0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얼른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수마에 붙들리시길 바라나이다.

samadhi(眞我) 2016-10-09 05:04   좋아요 0 | URL
아까 여기도 바람이 미친 듯이 불어대더니 미쿡도 그렇군요. 바람이 너무나 씨게 불어서 현관 밖 복도 창문을 열고 얼굴에 바람을 쐬었습니다. 기분 째지게 좋더라구요. 이렇게 바람부는 뭔가 일어날 듯한 어두운 날이 좋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10-09 05:1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뚜껑 열리네요. 2시일 줄 알았더니 5시였고, 5시까지 기다렸더니 느닷없이 태풍 불어서 경기 취소라니... 무지 서운하네요.. 개 데리고 산책이나 다녀와야겠습니다..

samadhi(眞我) 2016-10-09 05:16   좋아요 0 | URL
아니, 그 녀석까지 덩달아 잠 못 자게 하는 겁니까? 아님 개들은 늘 주인의 생리대로 움직이는 건지. 개를 안 키워봐서 잘 모르겠네요. ㅋㅋ 언제든 함께 산책할 수 있는 곰발님 절친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10-09 06:10   좋아요 0 | URL
새벽에도 개 데리고 나가면 든든합니다. 덩치가 소만해서 사람들이 무서워합니다..
방금 갔다 왔는데 오, 올해 들어 가장 추운 가을이 아닌가 싶네요.

samadhi(眞我) 2016-10-09 06:21   좋아요 0 | URL
거의 한 시간을 다녀오셨네요. 그 개 한번 안아보고 싶어요. ㅋㅋㅋ 꽉 찬 느낌, 포근한 기분이 들 것 같아요. 윗녘이라 더 춥겠네요. 여기도 추워서 슬리퍼 신은 맨발이 시렵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10-09 0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가 사나워서 아마 진아 님 물거임.. ㅋㅋ

samadhi(眞我) 2016-10-09 06:28   좋아요 0 | URL
뜨허. 근데 제가 개를 안 무서워해요. 아기들이나 짐승들은 저 알아보는데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10-09 0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물어뜯을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

samadhi(眞我) 2016-10-09 07:03   좋아요 0 | URL
무서븐 놈이네요, 거 참. 방금 남편이랑 컵라면 먹고 남편은 식후땡 하러 갔어요. 목발 짚고. 발목 인대 끊어지면 재활 참 오래 걸리네요. 뜻하지 않게 환자, 보호자 둘이 폐인생활을 아주 길게 하고 있답니다. 둘 다 백수가 체질이라 잘 지내 탈이지만.

2016-10-09 0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6-10-09 08:11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덴마크인가? 거긴 음란물이라 부르는 영상을 보는게 불법이 아니라더군요. 그래서 성범죄가 줄었다고 해요.
그런게 차라리 나은 듯해요. 못 보게 하고 안 알려주니까 더 궁금해하고 이상하고 나쁘게 생각하지요.
그렇죠. 주고 받는 거지만 주고도 주었는지 까먹는 마음.
 
10대를 위한 빨간책 목수정 셀렉션 2
소렌 한센 외 지음, 목수정 옮김, 공현 해설 / 레디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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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거리에 나섰을 거다. 요즘은 1인 시위도 보편적인 일상으로 자리잡았지만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못 했다. 늘 가슴 속 가득 분노만 켜켜이 쌓아두고 부글부글 끓는 것을 어디에 어떻게 풀어야 할 지 몰라 답답하기만 했다. 고 3때 같은 반 친구가 내게 그랬다. 너는 어떻게 아직도 날을 세우고 사냐고. 이제 무뎌질 때도 되지 않았니? 하고. 그 친구는 자연계열 대학을 거쳐 재수해서 의대를 갔으니 지금쯤 어디선가 잘 나가는(?) 의사 노릇을 하고 있을테지. 나는 여전히 주위사람들이 못 미더워하는 찌질한 인생을 살고 언제든 싸울 준비를 하고. 그래도 신영복 선생님 말씀이 위로가 된다.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 밤이 깊을 수록 별이 빛난다는 것. 그냥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꼴통 인생인 걸.

 

요즘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내가 자꾸만 꼰대가 되어가는 것 같다. 아이들을 통제하려 들고 이른바 잡으려(?) 드는 자신이 무섭고 한심하다. 그렇지 않으면 교실이 엉망이 될 것 같은 두려움을 안고 있다. 주위 사람들은, 요즘 아이들이 다 그래. 라고들 한다. 사실 조금 심한 아이들이 많긴 하다. 자율성은 좋지만 예의없는 것들은 딱 질색인데, 예의를 모른다. 그렇다고 화를 내는 것도 문제일 텐데, 날마다 버럭버럭버럭버럭 거리고 있다. 그러고는 이 아이들을 어찌할꼬. 그 생각만 머리 속에 가득해 스텐(트)레스 폭발 직전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책은 교사의 할 일, 10명 중 8명이 아닌 2명의 다른(제대로 된) 방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것을 얘기한다. 학교와 달리(물론 사립은 비슷하겠지만) 자기가 주인인 원장이 있고, 여러가지 환경이나 여건을 조율할 수 없어서 뒤집어질 것 같은데 나더러 어쩌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머리를 쥐어 뜯어보지만 별 수가 없다. 당장 아쉬워서 버티고 있는데 그러자고 저 초롱초롱한 눈을 한 어린 생명들을 못 본 체 해야하는 것인지. 갈수록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라 어느 일터이건 노동자가 감내해야 하는 일 투성이다. 고용주의 전횡(?)에 휘둘려 "예" 라고 할 수밖에 없고 더러우면 나가라는 것이고. 교사와 학생들 얘기를 하려는데 자꾸 울컥하고 마네.

 

꼰대 만큼은 되지 말자고 마음 먹었는데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그때 그 선생들처럼 행동하는 내 자신을 인식하고 잠시 멈추기도 한다. 애들이 "선생님, 얘가 이랬어요, 저랬어요." 라고 하면 일단 화부터 나기 시작한다. 함께 사는 세상 이라고 했잖아요! 이르는 짓. 하지 말라고. 어른들 세상이 어지럽다 보니 아이들이 배우기 쉬운 못 된 것부터 익히나 보다. 이 책에서 교사가 부당한 행동을 할 때, 학생들의 정당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때 학생들이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70년대 유럽에서 금서가 되었다고 하니, 보수의 정점에 서 있는(?) 학교에서 난리가 났던게지. 너도 알고 나도 아는데 솔직하게 까발려보자고. 뭐 이런 얘기다. 어리다고 놀리지 말란 말이야.

 

옹알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이나 말을 전혀 하지 못 하는 아기들을 볼 때면 아무것도 모르는 게 아니라 다 알면서 단지"미숙" 이라는 인간의 발달과정을 밟고 있을 뿐이고 능청을 떠는 게 아닐까. 아니면 어쩔 수 없이 기다리고 있는거야. 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낄 때가 있다. 꼰대가 되어버린 우리가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잊은 것 뿐인데. 자, 기억해 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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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7-15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꼰대가 되지 않으면 살기 힘든 구조를 꼰대가 만들어놯죠..
봐봐 너희들도 꼰대면서 꼰대 욕하니, 이런 구조를 꼰대가 만들어버린 사회가 아닐까. 한국 사회는..

samadhi(眞我) 2016-07-15 10:37   좋아요 0 | URL
끔찍하네요. 꼰대의 재생산. 학원을 박차고 나가라! 고 소리치고 싶지만. 악덕고용주에게 죽도록 당한 남편이 곧 실직자가 될 거라, 아이들을 볼모(?)로 얼마동안은 꼰대짓을 해야한다는 것이 서글프네요.

소망 2016-09-23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학생으로서 정말 감명깊게 읽은 책이었습니다. 요즘 말하는 꼰대를 만들면서 선생님들은 정말 학생들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 아닌가 한 번 더 느꼈습니다.
그야말로 교사(분)들을 샅샅히 파헤치고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도 않던 것을 이 책에서 모두 알려줍니다. 블로그에 리뷰를 쓰면서 어른들도, 특히 10대는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번역가의 부연 설명으로 냉철하게 학교를 바라본 책인 것 같네요.

samadhi(眞我) 2016-09-23 17:45   좋아요 0 | URL
지하철 가는 길에 만난 대학생에게도 권해주었습니다. 지하철역 가는 길이 유난히 길어서 어쩌다보니 이런저런 얘기까지 하고 그 학생이 청소년복지쪽 일을 하고 싶대서 이 책 얘기도 들려주었지요.
학생 시절에 이 책을 읽었다니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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