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테라 - 박민규 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20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잠시 직장을 휴직하고 글을 쓰겠노라 선언하며 문예창작학과 대학원에 들어간 국문과 출신의 우리 시누이를 어제 만났다. 박민규, 『카스테라』중 마지막 단편을 꼭 읽어보라고 한다. 재미없어서 읽다가 포기한 책인데, 언니(우리는 형님, 올케로 부르지 않기로 했다. 물론 내가 옛날 버릇대로 편하게 "언니"라 부르겠다고 졸라댄 거지만)가 자기도 그랬다며 소설수업 교수가 "고시원 얘기의 끝판왕"이라고 했다고 꼭 읽어보라고 한다. 처음으로 책 한 권을 다 읽지도 않고 단편 하나만 읽고서 서평을 쓴다. 책에 실린 다른 단편 몇 개도 읽었을 텐데 도무지 기억에 없다.

 

짧은 분량의 단편인데-짧은 문장이나 문구를 넣어 사이사이 의도적으로 문단을 띄어놓아서 실제로는 더 짧은 분량일 것이다.- 읽는 데 오래 걸렸다. 상념이 자꾸만 끼어들어, 읽다가 쉬다가 한숨 쉬다가, 울다가 겨우 읽기를 마쳤다. 어차피 단편이라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박민규답게 이 속에 참을 수 없는 웃음을 넣어놓았다. 우는 와중에 웃음이 빼꼼히 들어온다. 그리곤 또 눈물을 훔치고 만다.

 

고시원 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울지 않을 수가 없을 거다. 더럽고 서럽고 외롭고 서글퍼 어깨를 들썩이며 온 몸을 덜덜 떨면서 엉엉 소리가 옆집, 아랫집에 들리지 않도록 주의하며 울었다. 조그맣게 훌쩍이기는 어렵다. 그렇게 만만한 감정이 아니기에. 내 감정선이 보통 사람들보다 과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전에 청강한 문창과 수업 중 소피아 로렌 주연의 "해바라기"를 보면서 내가 온 학교가 떠나가도록 엉엉 울어대던 통에 소리죽여 울던 사람들 마저 통곡(?)을 하며 울음바다를 만들었으니까. 장거리 연애 초기라 감정이 더 격해서 그랬던 것이지만, 이놈의(?) 수도꼭지는 살짝만 건드려도 콸콸 쏟아진다.

 

고시원 생활을 한 것은 아니지만 고시원 못지 않게 지독한 공간에서 살아 보았다.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조여들고 힘들고 무거운 기억이 나를 옥죄는 잔인한 그 겨울, 시린 그 땅에서 처절하게 내팽개쳐졌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책도 읽을 수 없고, 음악도 들을 수 없었던 끔찍한 기억이 되살아 났다. 헛된 바람 때문에 내 스스로 뛰어든 불지옥이었지만 그곳에서 견뎌내지 못한 스스로를 한동안 꽤나 자책하기도 했다. 그게 내게 더 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 이후로도 그 못지 않은 공간에서 지낸 기억이 떠올라 박민규의 글이 한 자 한 자 와 박힌다. 우와, 이토록 정확하게 표현할 수가 있는가. 도입부의 "나는 한 마리의 달팽이처럼 느리고 끈적하게 생활정보지의 곳곳을 기어다녔다." 이 부분을 읽는데 전율이 돋았다. 지금 세대 청년백수들 누구나(?) 겪어봤을 일을 가장 적나라한 짐승(?)으로 묘사해내었구나.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가 생각나는 반지하 자취방에서 살던 시절로 어느새 달려가고 있다. 그런 집들은 어찌 그리 외풍이 센 지 칼바람이 살을 엔다.

 

이 책은 완벽하다. 단편집 전체가 훌륭하지 않지만 「갑을고시원 체류기」이 한 편 만으로 제 몫을 하고도 남는다. 손에 꼽을 만큼, 김영하의 단편집 못지 않게 좋구나, 좋아. 이 글 만으로도 박민규를 존경하게 됐어.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표절 논란을 차치하고-,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무척 좋아했지만 잠들지 못한 새벽에 이 단편이 내게 스며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곰생각하는발 2015-06-21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단편집입니다. 처음에는 뭐냐, 이런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다시 봅니다. 갑을고시원... 뭐, 압권이죠.

samadhi(眞我) 2015-06-21 13:11   좋아요 0 | URL
책을 잘 읽지 않지만 장식용으로 두길 원하는 친구네로 보내려다가 그래도 박민균데 하며 책장 한 구석에 두길 잘 했죠.
 
사이더 하우스 2
존 어빙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2008년 생일에 친구가 무얼 받고 싶냐 물어 조금 수줍어(?)하며 콕 집어 얘기해 선물받게 된 책이었는데, 번역이 고르지 못해 몇 번이나 읽기를 시도하다 이제야 겨우 읽었다. 저자의 다른 소설인 『가아프가 본 세상』은 다행히 안정효 번역이다. 작가가 마음에 들어 그 책도 얼른 읽어보고 싶다.

 

처음엔 그저 성장소설이겠거니 여겼는데 속내를 들여다보니 사회고발소설인거다. 시대배경을 아주 오래 전으로 하고서 그 시대에 살았던 진보적인 사람을 주인공으로 선정한 것이 참신하다. 그래서 오히려 설득력을 갖게 된다.

 

소설에서 "낙태"를 정면으로 다룬 것에 무척 놀랐다. 우리가 함께 논의할 문제이긴 하다. 낙태는 오래 전부터 찬반으로 나뉘어 왈가왈부가 끊이지 않는 논쟁거리이고 이 소설의 시간(시점)에서 100년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 생명의 문제와 원치않는 임신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이 옳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사전 피임부터 사후피임까지도 어차피 살인행위가 아닌가까지로 파고 들게 된다. 수정 전이라면 그것들은 생명체가 아니랄 수 있느냐는 말이다. 낙태를 찬성하는 우리부부는 사전, 사후 피임에 대해 함께 얘기하고는 했다. 불과 몇 년 전에야 겨우 사후피임약을 허용했을 만큼 우리나라는 낙태에 대해 부정적이다. 사후피임은 낙태의 전단계인데도 말이다.

 

낙태에 찬성하는 경우를 보통 성폭력 피해자만 예로 들곤 했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산모와 태아의 건강 상 이유는 제외하고. 이 책의 주(註)에 따르면 정식부부 사이에서 출생한 아이들 중 22퍼센트가 원치 않는 아이였다고 한다. 그때가 피임이 지금보다 덜(?) 인식(?)되고 피임방법도 덜 발달된 1960~1965년이긴 하지만 현대에도 원치 않는 임신을 하는 경우가 꽤 되지 않을까.

 

지금 부모가 된 사람들도 사실은 아이를 원해서 낳았다기 보다 어쩔 수 없이(?) 생겨서 낳은 경우가 많지 않을까 남편과 얘기하곤 한다. 불가피(?)하게 아이가 생겨 억지결혼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고. 그렇다고 그런 경우 무조건 아이를 지워도 좋다고 할 수도 없지만 그런 애정 없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가 과연 행복하게 사랑받으며 자랄 수 있는가를 생각하면 그럴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부부가 살아가면서 아이 때문에 성장하고 사랑이 더 깊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을 거다. 또한 아이 때문에 "자기" 인생을 포기하며 지옥같은(?) 부부 생활을 견뎌내는 사람들도 많다. 그냥 내 주위만 둘러봐도 그러지 않냐고. 당장 우리 부모세대만 보아도 실감할 수 있다. 내겐 부모의 불화 때문에 고통스러운 10대를 보낸 친구만 둘이다. 지금까지도 그 영향을 받아 자신의 인생마저 불행 속에 밀어넣고 있다. 그리 살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인생을 숙명처럼 여기며. 

 

소설의 재미를 얘기하려다 주제가 워낙 민감하고 중대해서 심각해져 버렸다. 이 책 정말, 재미있다. 문장 곳곳에 작가의 재기가 흘러 넘친다. 문장 하나하나가 의미를 담고 있어 껄껄 웃다가 한참을 생각하게 된다. 묘사도 탁월해서 문장을 몇 번씩 다시 읽어보고 어떤 문장은 소리를 내어가며 읽기도 하며 어루만지듯 읽었다. 아, 영어는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구나 느끼고 원어로는 어땠을까 궁금해지고 이럴 때마다 원서를 읽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럽다.

 

작가의 의식을 반영한 것인지, 어찌보면 북유럽식의 자유로운 성관념(?)을 보여주는 것도 같다. 부부이기도 하고 아무 사이도 아니기도 한, 그 시대라면 없었을 관계를 그리는데 일부일처제의 폭력성(?)에 대한 반감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놓지 않으려는 이기적인 그 여자가 얄밉다. 두 남자 모두를 힘들게 하고 아들마저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했을테니. 라다크처럼 일처다부가 허용된 나라라면 모를까.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고 살아왔으며 고아 출신이라는 낙인을 안고 살아갈 주인공을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주인공에게 좌절을 안겨주고 사랑이라는 무기(?)로 주인공을 구속하고 "가진" 자를 선택한 그 여자는 계산적이고 권력적이다. 이른바 된장년이 아니냔 말이다. 이런 것도 권력관계로 보는 내가 지나친 건지도 모르겠다.

 

세인트 클라우즈 만큼 이상적인 고아원이 있을까? 닥터 라치처럼 지.극.히. 인간적인 의사이자 고아원장이 있다면 생각만 해도 어둡고 우울한 고아원도 지낼 만 한 곳이겠다. 하지만 고아의 삶이 결코 녹록지 않음을 작가는 얘기한다. '고아는 ... 내색을 하지 않는다' 등등 고아는 이러저러하다고 정의내리며. 세인트 클라우즈 출신 인물들이 매력적이어서 만나서 얘기 나누고 싶다. "후배는 강하게 키워야 써" 입버릇처럼 말하며 만날 갈궈대던 징글징글한 선배들이 떠오르네. 역시, "인간은 강하게 키워야 해" 나도 모르게 되뇐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곰생각하는발 2015-06-21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재미있따니 함 읽어봐야겠네요. 소설책은 안 사기로 결심했으니 도서관 가서 빌려야겠습니다.

samadhi(眞我) 2015-06-21 13:00   좋아요 0 | URL
막상 재밌다고 했는데 곰발님이 재미없다시면 어이한단 말이오리까. 육각수의 ˝흥보가 기가 막혀˝ 를 최근까지 들으며 남편과 이 노래 참 잘 만들었어를 서로 연발하곤 합니다 이 노래 들었다는 표시로 중독적인 노랫말투로 ㅋㅋ

samadhi(眞我) 2015-06-21 23:27   좋아요 0 | URL
크게 결심하셨네요. 저도 그래야지 하고서는 두 번은 읽을거야. 라고 지키지도 못할 다짐을 하며 노란북을 뒤지고 중고책을 뒤져가며 소설을 질러대곤 합니다. 도서정가제 때문에 정부 욕을 바가지로 하면서.
 

 

 

 

미쿡이 세계최강국임을 자랑하며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미쿡식 영웅물을 무척 혐오(?)하며 잘 보지 않는다. 일단 재미도 없고 유치하고 시시하기 이를 데 없고 결론은 늘 미쿡이 세상을 구하는 것으로 귀결되니.

 

그런데 이 드라마는 기존의 뻔한 내용과 매우(?) 달라보인다. 영웅적인 요소로 초감각을 가졌다는 설정이지만 주인공이 맹인인 것 자체가 획기적(?)이다. 영화에서 한 대도 맞지 않는 절대강자(?) 스티븐 시걸과 달리 선(善)으로 대표되는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악의 무리(?)에게 신나게 얻어터진다. 아슬아슬해서 주인공이 곧 죽을까봐 걱정이 될 정도다.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마련인 주인공을 심지어 사람들이 좋아하지도 않고 그다지 관심도 가지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약점이 많은 현실적인 영웅에게 자꾸만 눈길이 간다. 마블사에서 만든 만화가 원작이라고 하는데 작가가, 언론과 사법권을 장악한 소수권력이 다수의 서민을 제 뜻대로 쥐락펴락하는 이 나라 정부의 행태를 보고 만든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만큼 우리나라 현실과 비슷하다.

 

"바윗돌 깨뜨려 돌덩이.... 자갈돌 깨뜨려 모래알"로 만드는 날이 언젠가 올 것임을, 달걀로 바위치기가 부질없지 않음을 믿는 힘 없는(?) 사람들의 희망을 노래한다. 제목이면서 주인공의 별칭인  Daredevil의 뜻(저돌적인, 무모한 사람)도 좋다. 주인공만이 아니라 매력적인 등장인물들 모두를 뜻하는 주제의식을 반영한 것 같다. 특히나 주인공의 아버지가 멋있어서 그에 관한 일화가 조금 더 나왔으면 싶다. 참, 주연을 맡은 영국 배우의 목소리가 와! 헉! 소리 나게 끝내준다. 이런 사람을 캐스팅한 연출자의 의도가 느껴진다. 보다 보면 여러요소가 마음에 들어오는데 일일이 나열하지 않고 한번 볼 것을 권한다. 이번 시즌에 나온 미국드라마, 백스트롬(Backstrom) 다음으로 재미있다. 하우투 겟 어웨이 위드 머더(How to get away with murder) 이것도 빼먹으면 안 되지.원작인 만화도 읽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취발이가 소무에게 젊음을 과시하며 이렇게 말한다. "저 뒷절 중놈에게서는 노린내가 나고, 이 사자어금니같은 취발이님에게서는 향내가 나느니라."

살면서 대학 때 추었던 봉산탈춤 대사들을 읊고는 한다. 전란으로 영감과 헤어져 우여곡절 끝에 재회하였으나 첩을 들인 사실에 분노한 미얄할멈이 영감에게 "이제 너와 나는 더이상 볼 것이 없으니 재산이나 나누자" 를 가끔씩 남편에게 써먹고는 혼자 즐거워 한다. 요즘은 야구를 볼 때도 자주 쓰는데 결정타를 쳐서 기아를 구렁텅이에서 살려내는 필이라는 용병선수를 향해 취발이가 노장을 골리면서 하는 말 중에서 "...이 엉덩이밖에 없다"를 "삐리밖에 없다"로 응원 대신 외치곤 한다.

 

조지 오웰이 쓴 29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는데, 가볍게 읽다 잠들 요량으로 꺼내들었다가 읽는 재미가 쏠쏠해, 흥분으로 잠들기가 어렵다. 이 책은 순서대로 읽을 필요 없이 책의 소제목 중 하나처럼 "나 좋을대로"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읽으면 된다. 거리낌없이(?) 솔직하게 글을 쓰는 것이 김수영과 참 많이 닮았다.

 

가장 좋았던 에세이,「두꺼비 단상 」은 내가 좋아하는 "봄" 이야기다. "봄"을 발음하기만 해도 따뜻하고 행복감이 밀려오던 때 내 아이의 이름을 "봄"으로 지어야지, 했었다. 그 이름이 너무나 흔해서 일찌감치 버렸지만. 하필 둔하고 못생기고 느리작거리는, 징그럽기까지한 두꺼비로 봄의 얘기를 꺼내다니 멋쟁이 아저씨(?)같으니라구. 두꺼비를 조금 좋아하게 될 지도 모르겠잖아.

 

「나 좋을대로 」제목만으로 얼마나 자유로운지. 평범한 일상을 꾸밈없이 그려내는 데도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아줌마들 수다 모임에서 유용한 정보를 알려주는 정보통 큰언니같다. 하지만 과하지 않고 소녀같은 감성을 지녀야 하지.

 

「어느 서평자의 고백」은 처음부터 웃음이 터진다. 책의 서두부터 느낀 건데 조지 오웰은 무엇보다 묘사가 뛰어나다. 묘사의 절정을 보게 된단 말일세. 조직에서 밀려 난 어느 명예퇴직자의 고백처럼 짠해서 남 얘기 같지 않아.

 

「물 속의 달 」은 꿈꾸는 조지 오웰? 하마터면 속아 넘어 갈 뻔 했잖아. 조지 오웰의 글이 당시 사회에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 지도 알게 됐고. 나 또한 조지 오웰이 바라던 곳을 비슷하게 가꿔보고 싶다. 조지 오웰의 다정함이 녹아있다. 그냥 그렇게 바라는 것만으로도 그런 사람일 것 같다고.

 

「정치와 영어」는 말글의 오염이 심각한 것을 마냥 답답해하고 화를 내며 따져 대기만 하는 내 자신에게 잘못 쓰이는 언어를 어떻게 정확히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것인지 보여준다. 싸움의 기술을 전수받고자 싸부로 따르겠나이다. 우리말에 영어의 오남용이 많아 생각 못 해본 것인데, 영어도 외래어 때문에 몸살을 앓는구나.

 

「가난한 자들은 어떻게 죽는가」는 요즘의 현실과 그다지 다를 것 없는 약자의 이야기다. 얼마 전 엄마가 쓰러지셔서 병원에서 지내시는 동안 보았던 병원풍경이 겹친다. 가난한 자에게 "안식"과 같은 죽음이 찾아올 수 있을까? 정신의 자유를 얻는다면 그깟 육신의 죽음이야 무에 대수인가. 하고 수행하는 수밖에 없는가.

 

「정말, 정말 좋았지」이 역설적인 제목은 블레이크의 시집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내용과 딱! 들어맞다. Pink Floyd의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2"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김진표의 "학교에서 배운 것들" 이 떠오르며 학교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모든 장면들이 눈 앞에 밀려든다. 나이만 먹어 미성숙한 가짜 어른들에게 상처받고 잔뜩 주눅 든 겨울나라의 아이들을 "욕봤다" 하며 부등켜 안아주고 싶다. 어린시절, 이른바 후원자라는 배 볼록 나온 영감탱이(?)가  장학금 혜택을 준다며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정말?) 생색내기용으로 함께한 강제산행(?)을 끔찍하게 기억하는 남편과 시누이의 심정을 생각해본다. 그리하여(?) 우리 시누이는 몇 십년 동안 익명으로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어, 이러면 학교에 밥 먹으러 가냐며 무상급식을 중단한 홍거시기(?)가 자동으로 떠오르며 입 안 가득 욕을 물고서 주먹을 불끈 쥐게 되는데...

 

「간디에 대한 소견」은 반인본주의적인 간디를 비판한 조지 오웰의 견해를 인용하고 싶다. 이보다 더 명료할 수 있을까.

"인간됨의 본질은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고, 때로는 신의를 위해 '흔쾌히' 죄를 저지르는 것이며, 정다운 육체관계를 불가능하게 만들 정도로 금욕주의를 강요하지 않는 것이고, 결국엔 생에 패배하여 부서질 각오가 되어 있는 것이다.(이는 특정한 타인에게 사랑을 쏟자면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할 대가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곰생각하는발 2015-06-13 0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 저도 오웰 읽으면서 수영과 꽤 닮았구나, 했습니다.
가만 보면 외형도 좀 비슷해요. 깡 말라서말입니다.
확실히 문장이라는 것은 진실 만큼 좋은 작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가끔 문장질만 현란한 헛것의 글을 읽으면 기분 더러워지고는 하죠... 가장 좋은 작법은 진실인 것 같습니다.

samadhi(眞我) 2015-06-13 09:10   좋아요 0 | URL
정말 닮았어요. 지적인 냄새(?)를 폴폴 풍기면서 모든 껍데기들에 무심한 듯 초연(?)한 표정도. 그 솔직한 글을 보고 배워야겠다 생각해요. 따라하기가 쉽지 않지만.

곰곰생각하는발 2015-06-13 0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신춘문예 시 부분에 당선된 시인(?)이 있는데 평소에는 정말 저질입니다. 입도 거칠고, 남편 몰래 바람 피우는 것을 자랑처럼 말하고 다니는 사람인데 시나 수필만 쓰면 180도 달라집니다. 집에서 아이를 위해 빵을 굽는 시간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사실은 그 시간에 바람 피우느라 새해 첫날에도 애인과 먼곳에 갔으면서 말입니다... 참, 어이가 없더군요...

samadhi(眞我) 2015-06-13 07:11   좋아요 0 | URL
뜨허 무섭네요 보통은 간 떨려서 그렇게 하기 어려울텐데 무지 대담한 사람이네요
 

 

 

문득 해물을 넣어 김치찌개를 해 보면 어떨까 싶었다. 그토록 오랫동안 김치찌개를 끓여왔으면서도 주재료는 늘 돼지고기였다. 어릴 때는 돼지고기가 귀해서 이웃해 있는 작은 할아버지댁에 자주 놀러가곤 했다. 그 집은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자주 끓여먹었더랬다. 우리 남편과 달리, 지금도 그때도 난 국물에 빠진 고기가 좋다. 둘다 국물에 빠진 "물"고기는 싫어하지만.

 

구이용새우의 머리를 버리지 않고 따로 냉동해두고 육수 만들 때 쓰면 아주 시원하다. 다시마, 전복껍질과 새우머리(또는 꼬리)로 육수를 낸 다음 꽃게, 새우, 오징어(해물잡탕을 하고 남겨둔 것)를 넣어 팔팔 끓이고 잘 익은 김치를 넣고 김치가 익을 무렵 바지락 넣어서 한 소끔 더 끓였다. 두부랑 버섯, 대파로 마무리한다.

 

왐마(기아타이거즈 아프리카 방송 BJ 이국장 말투) 시원한 거!

더불어 냉동실 정리까지 할 수 있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8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이가 들면서 해물 쪽이 땡깁니다. 이젠 고기가 잘 안 땡겨요.

samadhi(眞我) 2015-05-28 17:45   좋아요 1 | URL
저는 소화력이 딸리는데도 아직 고기가 땡기는데요. 해물은 쭈욱 좋아했지요. 남녘으로 내려오면서부터 한식이 마구마구 좋아집니다. 집밥의 고수가 되는 것이 작은 소망입니다. 광주 아줌마들 솜씨를 야금야금 배워볼까 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6-13 05:54   좋아요 1 | URL
저는 그냥 고기는 본전은 치니까 먹지 먹고 싶어서 먹은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왐마, 해물이 짱이죠....

samadhi(眞我) 2015-06-13 05:57   좋아요 1 | URL
부럽습니다 저도 고기가 안 땡겼으면 좋겠어요. 제 못된 욕망을 반영하는 것 같아서 거부하고 싶지만 요 간사한 입은 게걸스레 육즙을 탐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6-13 06:03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그렇군요. 전 치킨 빼고는 특별히 땡기는 게 없어요. 삼겹살 그리 좋아하지도 않고... 아, 치킨 땡기네요... ㅎㅎㅎㅎㅎ

samadhi(眞我) 2015-06-13 06:05   좋아요 1 | URL
이러시면 매우 곤난합니다 방금 치킨 사진 보면서 갑자기 땡겼는데 히잉~ 배달도 안 되는 이 시간에 ㅜㅜ

곰곰생각하는발 2015-06-13 06:09   좋아요 1 | URL
함 진아 님이 수제 치킨 만들어 보세요....
아따, 오늘은 치킨이나 먹어야제 ~ ( 사실 어제 동생네가 와서 삼겹살 먹었음다 )

samadhi(眞我) 2015-06-13 09:12   좋아요 1 | URL
만들어 봤어요. 니뽕식으로. 걔네는 가라아게 라고 부르던데요. 따뜻하고 부드러운 맛이 납니다. 손이 많이 가서 좀 그렇지만. 대충 이렇게 만들겠거니, 상상해서 만들다보니 허술하기 짝이 없었지만요. 어릴 때 엄마를 졸라 즐겨먹었던 시장표통닭맛이 조금 나는 듯해서 기분 좋았어요. 그 맛이 디지게^^ 그리울 때가 있어요. 참, 어릴 땐 통닭 이라는 말이 당연했는데, 지금은 치킨이 당연하다는 게 썽나요. 참 좋은 우리말의 오염(?)이 점점 겉잡을 수 없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서 서글퍼요. 이러다가 수준 낮은 외쿡말들에 잡아 먹힐까 두렵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