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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산나물
자연을 담는 사람들 지음 / 문학사계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한창 나물 맛에 빠져 산다. 그렇다고 매끼 먹지는 못하고 여전히 고기에 환장하는 호랭이과지만(고기를 하도 좋아해서 어릴 때 언니들이 '정육점 아들한테 시집가라.' 고 할 정도였다.). 어릴 땐 나물맛을 몰랐다. 맛없고 싱겁고 시퍼렇기만 한 풀을 대체 왜 먹는 걸까. 투덜대곤 했다. 요즘 맛들인 말린 나물은 조리 전에도 후에도 차향이 나서 조리하는 동안(조리과정이 많아 조금 고되지만)콧노래가 나올 만큼 기분이 좋아진다. 차를 즐겨마시는 수행자가 된 기분에 혼자 취해본다.
책 크기가 예상 외로 작아서 놀랐다. 보통 책의 3분의 2 정도 되는데, 이 크기여서 좋다. 무겁고 두껍고 큰 책은 안그래도 무거울 가방에 넣고 몸에 지니고 산에 가기가 부담스러울테니.
우리가 알게 모르게 먹어봤을 나물들을 그 유래에서부터 먹는 부위, 조리법, 채취장소, 시기, 등등 자세히 소개해놓았다. 약재로도 쓰이는 나물이 꽤 있다. 참 버릴 것 없는 기특한 존재다. 재미난 이름을 가진 나물얘기를 읽다 보면 풋, 웃음이 난다. 사진도 여러 장 찍어서 이파리, 줄기, 뿌리, 꽃까지 알아보기 쉽게 실어놓았다. 이런류의 책은 읽다가 금방 질리기 마련인데 소책자라 보통 도감에 비해 값도 저렴할 뿐더러 도감처럼 지루하지 않고 잘 읽힌다. 책 자체도 가볍고 표지가 퐁신퐁신해 감촉이 참 좋다.
이렇게 많은 나물들이 있나 신기하고 전세계에서 먹을 수 있는 나물을 찾아보면 또 얼마나 많은 먹거리가 생기게 되는지 세계인들이 서로의 먹거리를 공유하는 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흔히 그냥, 잡초라 여겼던 풀들이 죄다 먹을 수 있는 나물이라는 사실에 놀라며 머리 나쁘고(?) 게으른 우리에게 먹을 수 있는 나물을 알려주기 위해 이것저것 잡수어보셨을 조상님들께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그러다가 여러번 탈도 나셨겠지. 그분들의 지혜와 실험 정신에 존경을 보낸다. 보릿고개를 넘어 그저 살아남기 위해, 굶주림과 싸우다 발견한 먹거리가 대부분이었을지 모르지만.
나물의 잎 모양은 얼마나 다양한지, 그리고 꽃들은 어찌나 고운지. 흔하디 흔하다 여겼던 풀들이 제각기 독특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겉모양이 꽤 닮아 보이는 나물 중 독초도 꽤 있어서 주의도 해두었는데 나물 좀 캐본 사람 아니면 구분하기 어려워 보인다. 봄이 오면 이 책을 들고 산과 들과 갯가로 가서 심봤다! 소리치며 새로운 나물을 찾아 볼 생각에 설렌다. "이산, 저산 나물이 나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노래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