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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나 이 구절을 읽다가 문득 익숙하고 맛있는 냄새가 올라왔다. 가만 떠올려 본다.
뭔고 하니 노란색 허니콤보 치킨 냄새다.
언니네 와서 거의 처음으로 치킨을 안 시켜먹었더니 금단증상처럼(?) 노란색이라는 글귀만 봐도 치킨이 당기나보다. 언니가 요즘 너무 살쪄서 입이 심심하다고 끄떡하면 뭘 집어먹으려 할 때마다 옆에서 뜯어 말리고 있는데 이 밤에 환청 대신 환후라고 해야하나. 이런 내가 어처구니가 없다.

형광빛 도는 노란색 장식물이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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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주인공인 티나식 KISS 뜻이 괜찮다. 단순한 문장, 단순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나한테 딱이네. 머릿속도 좀 단순해져야 하는데. KISS는 역시나 좋구나.

무조건 간단히, 이 멍청아(Keep It Simple Stupid)‘, 줄여서 KISS‘는 내가 키스할때에도 적용하는 원칙이었는데,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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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가 낯익다. 수업시간에 가장 많이 살피는 일이고 늘 얘기하는 내용이다. 내 몸이 아프고 약하고 잘 다쳐서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다치지 않는 것이 내 수업 목표이다. 사람들이 자기 몸을 잘 살피고 아프지 않았으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잘못된 움직임이 통증을 만든다
움직이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들
운동하고 있나요, 근육을 학대하고있나요?
통증을 이겨내며 운동하면 점점 더 아프다
근육통은 알고 보면 대부분 근막통이다.
잘못된 움직임과 자세가 통증을 부른다
부상보다 위험한 것이 일상생활이다.
통증을 줄여주는 움직임 회복 전략
내 몸 가동범위를 파악하라
자신만의 호흡을 되찾아라 -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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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은 없다 - 응급의학과 의사가 쓴 죽음과 삶, 그 경계의 기록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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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고 있는 이 책을 들춰보더니 언니가, "이 책 읽은 것 같은데 도무지 기억이 안 나네." 

나는, "기억나지 않기 어려운 내용인데." 

그렇다. 한번 읽으면 혀를 내두를 만큼 센(?) 얘기들이라 시간이 지나더라도 조금은 기억날 듯하다.


그 바쁜 와중에, 잠잘 시간도 부족한 나날 속에서 어떻게 이런 글들을 써내려 갈 수 있는지 작가가 존경스럽다. 어쩌면 기록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서 일지도 모른다. 매 순간 순간 자신을 옥죄는 긴장감을 달고 사는 삶이 펜을 들게 하는 거겠지. 자기 실존을 느끼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일 수도 있겠고. 


늦은 밤 불 켜진 응급실에서 터지는 비명과 울음소리, 급박하고 요란한 움직임들을 상상하면 역시 갈 곳이 못 되지 하고 발길을 돌리기 마련이다. 실제로 엄마가, 남편이 응급실에 실려갔을 때 기억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으니. 그런 그곳에서 매일매일 치열하게 전투(?)를 치르고 난 뒤에도 자신이-정신이, 신경이- 온전히 살아남은 것을 확인하는 것이 일과라면 하루도 버티기 힘들 것 같다. 온전하다는 말은 잘못이겠다. 어찌 온전할까. 


죽음과 고독과 허무와 끝내 지우지 못하는 상흔과 회한... 이런 것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공간에서 힘겹게 싸우면서도 잠깐씩 웃게 하는 여유가 있다. 책 앞 부분은 온통 처참하게(?) 죽어간 사람들 얘기라 우울한 내용인 줄만 알았다가 중간중간 웃음이 터지는 부분-숨 넘어가게 큰소리로 꺽꺽 웃었더니 조카가 달려와 무슨 일이냐고 해서 그 부분만 읽어보라고 했다.- 을 읽으며 유머를 잃지 않는 작가가 참 고와(?) 보였다. 자신을 붙들 끈을 놓지 않으려면 꽤 많이 노력해야 하고 또 그것이 그 일을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하겠다. 움직이지 않는 사람을 부끄럽게 만드는 글들이다. 


환자 고통을 줄여주고 보살펴주려는 의료인들이 대부분인 줄은 알지만 의료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이 강하다. 말짱하고 따뜻하던 사람도 병원에서 일을 하면 계산이 빠르고 냉정하고 이기적으로 변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주위 사람들이 그렇게 변해가는 것을 보고 굳어진 뒤틀린 생각이다. 작가가 한 자 한 자 처연하게 써내려 간 글이 내 편견을 깨뜨렸다. 모든 의사가 이 사람 같기를 바라는 건 아니다. 그러면 누가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겠냐고.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구나.' 감탄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다. 이 사람이 선택한 인생인데도 내가 괜스레 빚진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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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줌으로 요가수업을 시작했다. 언니가 요가를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지속하는 이유도 언니가 요가를 그만두지 않기 바라서다. 내가 천하뺀질이라는 별명을 붙여줄 만큼 언니는 너무나 뺀들(?)거려서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빠졌다. 대신 성실한 사람들만이 꾸준히 요가를 해왔다. 그분들이 내 요가 스승인 셈이다. 그분들 덕에 이번 요가원 수업도 즐길 줄 알게 되었다. 내가 그분들에게 수업료를 지급해야 할 듯하다.

오랜만에 서울에 와 언니집에서 요가수업을 하다보니 뺀들씨도 수업을 째지 못해서 옆에서 수업을 받았다. 태양경배 자세는 몸풀기로 처음에 여러 번 하는데 꽤 되다. 보통은 첫 회만 같이 하고 다음 회수부터는 사람들 자세를 보는데 언니 혼자 하면 지칠까봐 끝까지 같이 했건만 언니는 ˝하이고 되다˝ 하면서 중간 중간 쉬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이다. 수업 마치고 나서 나도 모르게 ˝왜 그렇게 돌아댕겨?˝라고 했는데 언니가, ˝니가 쉬엄쉬엄 쉬어가면서 하라며?˝ 앗. 언니 말이 맞다. 그러니까 수업할 때마다 ‘무리하지 말라‘고, ‘힘들면 그냥 쉬라‘고 말해놓고.
언니는 자유롭고 나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구나.



누군가에게 자유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유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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