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는 요리솜씨가 필요없다. 간장과 설탕으로만 양념하기에 누구나 맛있게 할 수 있다. 단짠단짠은 맛없기가 어렵지. 다만(이게 중요한데^^) 다듬기, 씻기, 썰기, 볶기가 반복되는 조리과정이 꽤 빡세 계속 하다보면 팔다리가 아파오고 지친다. 그것을 이겨내면 그럴싸한 요리가 나온다.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서 반찬집이나 잡채를 반찬으로 내는 식당을 제외하고 나보다 잡채를 자주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우리집은 반찬으로 먹지 않고 밥 대신 주식으로 먹어 한번 할 때 대량으로 한다. 그래도 금방 해치우는 잡채 귀신이 있어서 25인분이라고 표기된 500g 당면 한 봉지도 부족해 250g을 더한다.
한번 하려면-조리과정 때문에 엄두가 안나서- 크게 마음 먹고 심호흡하고 여러 번 망설인 끝에 하게 된다. 어느 정도 단련(?)되어도 여전히 잡채는 쉽게 하기 힘들고 요리하는 절대시간이 줄지도 않는다. 어떨 땐 마음만 먹고 하지 않아서 잡채하려고 사둔 요리재료가 그대로 시들어 버리기도 한다. '해야지', '오늘은 꼭 할거야' 했다가 결국 시금치를 버릴 때 눈물이 난다. 잡채가 더 맛있는 계절은 시금치가 달달해지는 겨울이다. 겨울을 기다리는 건 시금치, 섬초 때문이기도 하다.
잡채를 자주 하다보니 지단 마저도 잘 부쳐내게 되었다. 이번엔 처음으로 실패할 걸 감안하고 주물팬에 시도해 보았는데 오른쪽 지단 우와, 내가 했지만 예쁘게 잘 부쳐졌다^^ 내게는 스텐팬 보다 주물팬이 길들이기가 더 쉬웠다. 지단은 잡채를 먹을 때 맨 나중에 고명(지단 본래 기능대로)으로 얹어먹어야 으깨지고 뭉개지지 않는다.
남편 회사 동료들 것도 챙겼다.
이건 그 전에 했을 때인데 남편은 이때가 가장 맛있었다고 한다. 더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것 같다. 요리고수가 아니어서인가 그때그때 맛이 조금씩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