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캠핑왔다. 와서 보니 이곳을 얼마나 그리워했나 느낀다. 캠핑은 스스로 자, 그러할 연, 이라는 한자 뜻 그대로 자연 속에서 애초부터 그러해 온 것들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것. 내 몸과 마음을 조여왔던 것들을 풀어놓는 것. 바로 그 맛이다.

골짜기 곳곳을 흐르는 세찬 물소리, 새소리, 가끔 약한 짐승의 단말마-작년 어느날 남편과, 캠핑짐 싸고 푸는 번거로움이 싫지만 캠핑 자체는 좋아해 우리 캠핑에서 대리만족하는 시누이랑 셋이서 자려고 텐트에 누웠을 때 힘센 짐승이 약한 짐승을 해치는 마지막 숨소리를 듣고 말았다. 그래서 이번엔 시누이가 무섭다며 자고 가지 않겠다고 한다.- 같은 진짜 자연의 소리에 깊이 잠들지 못 하는데도 으레 늦잠 자기 일쑤인 집에서 지내는 주말과 달리 캠핑을 오면 아침에 깬다. 새들이 가만히 놔두질 않아서...

우리부부는 주로 접대캠핑(?)을 한다. 다들 캠핑짐을 싫어해 우리가 캠핑하는 곳에 놀러와 고기 몇 점 얻어먹고 같이 멍하니 있다 간다. 그러고는 주말 즈음이면 언제 오느냐고 전화를 하는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 속에 있노라면 집에 돌아가기가 싫다. 다시 또 일주일 후를 기약해야 하는데 미적미적거리고 있다.

이 좋은 터 곳곳에서 자연을 파헤치는 작업들을 하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 얼마 안 가 다시 이곳으로 오지 못 하게 될까 두렵고, 우리보다 먼저 이 무릉도원을 알던 사람들은 더 그러했겠다 싶다.

어젯밤에 비가 와서 시누이 부부가 걱정하며 여러차례 전화한다. 위험하지 않냐고 떠내려가지 않겠냐고. 우리가 늘 오는 명당(?)은 나뭇잎으로 둘러싸여 자연지붕을 만들어 비도 잘 안 떨어지건만. 텐트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얼마나 운치있는지. 그저 좋다네. 맑으면 맑은대로 비오면 비오는대로 좋은 게 자연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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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6-19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바로 진정한 의미의 캠핑이죠. 재작년 여행갔을 때 보니까.. 캠핑 촌이 따로 있더라고요..
계단식으로 만들어서 캠핑에서 온갖 편리 시설을 갖춘..
경악했습니다. 이게 무슨 캥핑인지... 야외 카페 테이블처럼 다닥다닥 붙은...



samadhi(眞我) 2016-06-19 17:4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아무도 없는 골짜기에서 우리 둘만 있었지요. ㅋㅋㅋ 그래서 울 시누이가 무섭다고 하는거였지요. 우리는 사람 많은 곳은 가질 않아요. 캠핑장이라는 시설(?)이 갖춰진 곳은 피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9 18:53   좋아요 0 | URL
이야. 진짜 무섭던데..
산속이 은근 무섭더라고요. 아무리 든든한 신랑이 버티고 있다고는 하지만
산중 밤이 저는 정말 으스스하고 무섭더라고요..
옛날에 새벽에 개 산책 시키다가 비가 오길래 지름길로 간답시고 야산을 타다가 중간에 다시 내려와서 빙 돌아서 왔던 기억이 나네요.

조낸 무섭더라고요..
이거 귀신 보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리... 대단합니다.

samadhi(眞我) 2016-06-19 20:02   좋아요 0 | URL
아주 산 속이 아니고요. 계곡을 따라 도로가 나 있고 길 끝에는 절이 하나 있어요. 휴가철엔 제법 사람들이 많이 옵니다. 아직 많이 덥지 않아 그런가 낮에만 잠깐 왔다 가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