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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던 교장선생과 매우 달라서 부럽기까지 하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보통은)훈시가 짧다니. 영화 [클래식]에서 운동장 조회 때 학생이 일사병으로 쓰러지는 장면이 나올 정도인데. ˝차가고(착하고) 바른 생활~˝ 에서부터 줄줄이 이어지는, 도무지 무슨 얘기였는지는 모르고 길었다는 기억만 남아있는 지긋지긋, 지루지루한 교장선생 훈시가 짧다는게 인상깊다.








헤일셤의 하루는 언제나 조회로 시작되었는데, 대개의 경우 상당히 짧았다. 한두 개의 공지 사항이 발표되고 학생이 시 한 편을 낭독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대개의 경우 에밀리 선생님은 훈시를 길게 하지 않았다. 몸을 꼿꼿이 세운 채 교단에 앉아 이야기하는 사람이 누구든 간에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우리 가운데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 오면 소리 나는 쪽을 향해 엄한 눈길을 보낼 뿐이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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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거 블루스 - 설탕,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독, 개정판 마이너스 건강 3
윌리엄 더프티 지음, 이지연.최광민 옮김 / 북라인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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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가나 살빼는 얘기가 화두다. 오랜만에 만난 동아리 사람들도, 친구들도, 친인척도. 그런 얘기들을 나누면서 확실히 뭔가 잘못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살이 안 쪄서 엄마 애를 태웠던 애들끼리 모여 지금은 피둥피둥 살이 쪄서 도대체 살은 어떻게 빠지는 거냐고 하소연한다. 운동도 해야 하지만 운동만으로는 안 되고 적게 먹는 수밖에 없다. 여태 억울하게 지방이 누명을 써왔지만 순수한 척 새하얗게 치장한 설탕이 우리를 살찌게 하는 주범이라는 것을 이제야 사람들이 인식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사탕수수와 사탕무를 정제해 영양소는 다 빠지고 오직 칼로리만 남아 탄수화물이라 부를 수 없는 흰 가루를 탄수화물로 분류해 표기해 온 일, 가성비 높은 에너지원이라 광고하며 설탕 소비를 부추기던 돈과 이권에 얽혀있는 사람들- 과학자, 영양학자, 의사... - 영양소에 대한 오해, 비만, 특정식품 소비 등등 이런 것은 언제나 거대 기업들 손에서 이뤄져왔다. 그러니까 내가 뚱뚱한 건 순전히 내 탓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얼마나 다행인지? 그래도 분별없이 먹고 안 움직인 니 탓도 커. 눈이 돌아가게 화려한 광고를 보고 광고에 나온 기름진 음식을 먹고 다이어트 소다를 마셨으니 그 보상으로 설탕이 잔뜩 든 음식을 먹어대고 살은 더 찌고 그러면서 왜 살은 안 빠지냐고... 


이 책이 출간된 지 거의 50년이 되어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게 구닥다리 얘기가 아니라 새롭게 알게 되는 설탕 역사가 흥미진진하다. 저자가 인권에 대한 기사를 써 온 기자 출신이어서 그런가. 제국주의 시절부터 시작된 사탕수수 전쟁(?)과 설탕을 둘러싼 기업, 정부와 그 기업들 후원을 받아온 가짜(?)과학자들, 설탕이 독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폭로해온 진짜(?) 과학자들 얘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이권을 둘러싼 싸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보이는 양심없는 행태와 그 틈바구니에서 희생된 무고한 사람들 이야기가 지금 벌어지는 일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게 씁쓸하다. 


내가 좋아하는 빌리 할러데이에 대한 언급부터 마음에 들었다. 작가 자신을 깨운, 시대를 앞서간 배우 글로리아 스완슨에 대해 검색해봤다. 무성영화 시대 배우라면 찰리 채플린 밖에 몰랐으니. 


현대사회에서 설탕을 완전히 끊는게 가능할까. 우유에도 설탕이 들어가 있고. 플레인 요거트에도 설탕이 들어간다. 술과 담배에까지 설탕이 들어간다고 하니 뭐. 생협을 표방하는 오아시스에서 산 파김치에도 단 맛이 많이 느껴져서 김치에도 설탕을 많이 넣는다는 사실에 놀랐다. 더 놀란 건 김을 사려고 후기를 봤더니 김 맛이 너무 달더라는 후기에 그 김에 대해 찾아보니 정말 설탕을 많이 넣었던 거다. 달게 해야 사람들이 맛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모든 가공식품에는 설탕이 꼭 들어간다. 


속세를 버리고 자연인으로 살지 않는 이상 완전한 자연식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저자가 살던 시대와 달리 가공식품, 밀키트, 외식에 노출돼 있는 우리는 어떻게 해도 설탕을 피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단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 나도 설탕을 끊지는 못하겠다. 원하지 않아도, 의도하지 않아도 알게 모르게 먹게 되는 게 설탕이 들어간 음식일테니. 그러고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몸 속에 쌓여서 야금야금 몸을 망가뜨리겠지. 완전히 끊는 대신 설탕 함량을 확인하고 설탕이 적거나 전혀 들어있지 않은 식품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겠다. 전에 담뱃값을 인상한 정부에 대한 저항으로 담배를 끊었다가 스트레스 때문에 죽을 것 같다고 한 사람처럼 설탕을 완전히 끊으려다 신경을 과도하게 사용해서 폭발할 지도 모르니 그냥 안 끊을란다.


이 글을 쓸 당시 저자는 일본 말고는 우리나라를 경험하지 못해 그런가 아시아를 거의 일본으로 이해하고 있다. 마지막 장에 자연식품 조리법도 거의 일본식 식재료 위주이다. 지금처럼 한류가 대세라면 아마도 우리식 나물 무침에 대해 적어놓았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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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3 14: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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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3 14: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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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나오는 번역이다. ˝~는 평소의 면모를 보인다.˝
˝평소 (모습)대로이다, 평소와 같다, 평소와 다를 바 없다 등등˝ 이렇게 쓰면 될 것을 왜 굳이 문어체로 쓰는걸까. 원문이 어떤지 알지 못하고 툴툴거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서문은 더 심각해 문장을 교정해가며 읽다가 도저히 읽어지지 않아서 몇 쪽 건너띄었다. 슬프게도 자크 랑시에르가 쓴 다른 책도 같은 사람이 번역했다.

서문을 살펴볼까.
˝~ 세계의 전복은, 사유하기를 업으로 하지 않는 자들의 평온한 잠을 보통 노동자들이 누려야 했던 시각에 시작된다.~˝
˝ ~ 이 편지들에서 그가 퐁티에게 말하는 것은 자신들의 망가진 유년기, 잃어버린 삶, 평민적인 열광, 예속기계의 힘을 회복시키는 잠으로의 진입을 극단의 한계까지 늦추려 노력하는 바로 이 순간에 아마도 시작될 - 죽음 너머의 - 또다른 실존이다.~˝

내 독해력이 딸려서인가? 안 그래도 쉬운 내용은 아닐텐데 이 책을 끝까지 읽어갈 수 있을까.



1841년 9월의 라 뤼슈 포퓔레르 La Ruche populaire)는 평소의 면모를 보인다. 기이하게도 고딕체로 제목을 단 도제에 관한 이 기사에서 실증적 연구 대신에 여전히 어떤 탄식이 발산되고 있는 것이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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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목통증 없이 산다 - 골프엘보, 테니스엘보, 월상골연화증, 손목건초염까지
이효근 지음 / 건강다이제스트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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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구들이 팔, 다리가 가늘어서인지(허벅지랑 팔뚝은 두껍다.) 손목이 늘 시큰거리기도 하고 약하기도 하다. 뼈대 자체가 얇고 근육도 적은 체형이고 들어가는 부위(, 손목, 발목)가 유독 약해 탈이 자주 난다. 약하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지내다가 대학 때 4년 동안(4학년 땐 거의 활동하지 않았으니 3년이라고 해야겠지) 탈춤을 잘못(?) 춰서 발목 무릎이 이른 나이에 망가졌다. 오른 손목은 컴퓨터 과사용으로 더욱 안 좋았다. 요가 처음 시작할 때 손목을 다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오른손잡이라 습관대로 무게중심을 오른 손목에 주로 두다보니 손목이 성할 리가 있나. 그래서 나와 함께 요가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하면 다치지 않는지 수업 내내 잔소리(?) 하는 게 버릇이 됐다. 제목을 보고 내게 꼭 필요한 책인 줄 알고 후기를 훑어보았다. 얼리어답터가 아니어서 책을 고를 때 반드시 후기를 살펴본다. 후기가 많이 좋기에-이때 의심했어야 했는데, 책까지 그런 식으로 작업할 줄은 몰랐다. 아직도 순진(?)하게 속다니 어리숙하기도 하지-무턱대고 가까운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해두고 신청자 우선으로 빌려주는 이 책을 받아왔다.

 

, 읽다보니 혈압이 확 오르네. 어떻게, 어드렇게, 이럴수럴수 있을까. 뻔뻔하게도 이런 종이, 활자, 잉크... 낭비를 할까. 게다가 추천글을 빼고 나면 100쪽도 안 되는 분량이다. 어르신을 위해 글자 크기를 크게 했다는 헛소리까지 집어넣고는 책값을 1만원이나 책정했다. 이 저자, 양심 어디 갔나. 이러니 우리나라 출판계며 서점이 망하지. 내 돈 주고 산 것도 아닌데 열받고 멍청하게도 이런 슈레기(?)를 도서관에 사달라고 떼써(?) 국민 세금을 낭비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고 창피하다. 몇 년 전부터 거창하게 전 지구까지는 아니어도, 너나없이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내 돈 아니면 괜찮아 가 아니라 네 돈이어도 아깝다. 언니가 심심하다고 서울오라고 할 때마다 평일 내내 근무로 꽉 차 있어서 나랑 놀아줄 것도 아니라서 차비 아까워 못 가겠다고 하면 자기가 차비를 주겠다고 한다. 그러면 내가 한 마디 한다. “언니 니가 차비 내면 안 비싸니? 안 아까워? 똑같지.”

 

이제야 다시 제대로 후기를 보니 진짜 작업 들어간 거였다. 보통 100자평은 경어를 쓰지 않고 자기 느낌을 반말로 편하게 쓰는데 이건 전부 “~습니다일색이고 책 출간일 2주 후, 비슷한 날짜에, 비슷한 내용과 어투. 아휴, 어쩌면 한 사람이 전부 쓴 건지도 모르겠다. 서평 쓴 사람들 서재 들어가 보니 티난다. 이 책 한 권에 대한 서평이 전부이거나 같은 저자 다른 책 서평 하나 더 있거나. 댓글 알바 싸게 썼나보다. 허접하기 이를 데 없네. 그래도 성공했네. 나 같은 바보 하나라도 낚았으니. 이 책은 별점 하나도 안 주고 싶은데 하나도 안 주게 되어 있지 않아서 별 수 없다. 그래도 새 책이고 이왕에 읽기 시작한 거 끝까지 다 볼까 하다가 마지막 몇 쪽 남기고 읽기를 그만 두었다. 추천사부터 넌 너무 잘났어하듯 저자를 과하게 칭찬하는 글에 읽는 내가 낯뜨겁다. 바보처럼 당한(?) 것이 억울하다. 다음부터는 꼼꼼히 후기 읽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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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힘을 다해 길을 나선 이가 이해가 되면서도 당한(?) 사람은 너무나 억울할 일이다. 하지만 숱한 세상 일에 가치판단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고 분명하게 옳고 그름을 가릴 수가 있을까. 누구도 막을 수 없던 일에 분노한다고 해서 일그러진 현실이 다림질한듯 펴질 리가 없잖아. 뭔가 질기고 단단히 얽힌 연으로 일어난 일이었으리라 짐작할 수밖에 없다. 저자가 삶과 죽음과 운명을 늘 생각하는 듯 보인다. 요가처럼 읽힌다. 옳고 그름 너머에 있는 평정과 고요. 그것이 바로 명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생과 우연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죽기 전 마지막 일상을 누린 그를 누가 비난할 수 있는가. 그가 마지막으로 욕심내 누린 하루를 비난해야 하는가. 그에게는 곧 떠나버릴 세상일 뿐이며 죽음 후에 남겨질 세상에 관해 망자는 관심이 없다. 그 세상이 자신 때문에 몇 명이고 죽어버릴 세상이라고 할지라도, 그리고 그에게는 그럴 의도도 없었다. 욕심이 있었을 뿐이다. 자신이 투쟁해서 얻어온 생을 조금이라도 누리고 싶은, 지극히 평범하고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일상을 살아보고자 하는 욕심. 어차피 그것을 비난한다고 해도, 우리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그렇다면 그 비난은 나를 향해 있는가. 아니 그건 우연에 가깝다.
나의 결정이 혹여 또다른 죽음까지 초래한 헛된 격려였다 해도 그것은 도의적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범위의 우연이다. 하지만 모든 죽음이 그렇듯 나는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나는 굴레와 속박속에서 지내야 하므로 이 일에 관하여 두고두고 생각해야 한다.
억울한 한 죽음이 있었고, 다른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도저히 어떠한 책망이 불가능한, 피칠갑한 모습의 잔혹한 죽음이었다. 우리는이 생명들이 얼기설기 위태롭게 얽힌 우연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게 이해하고서도, 실은 어떤 죽음에 관해서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그리하여, 죽음에 관해 쉽게 왈가왈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그것이 타인의 문제이건 혹은 자신의 문제이건 간에 아무도 그런 일을 가볍게 입에 올려서는 안 된다. 고뇌와 고통과 그를 넘어선 우연이 혼재하는 극적이고 거대한 세계, 그 일부만을 핥으며 공감을 표하거나 어면 죽음은 응당 왔어야 했다고 지껄이는 짓거리는 전부 미친 짓이다.
스물네 개의 갈비뼈와 폐부가 전부 으스러진 죽음에 관해서, 그리고 전신이 악성 종괴로 되어드는 죽음에 관해서 우리는 그 처참한 시체만을 눈앞에서 볼 뿐 아무것도 언급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앞으로도 아무것도 알지 못할 것이다. 아마 그 죽음이 자신에게 올 때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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