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향 시사회. 시사회는 처음 가 봤다. 판소리 고수이기도 하고 국악카페지기 이기도 한 감독님을 카페 때문에 알게(전화통화 몇 번 해 본) 되었다가 페이스북 친구 맺기도 했고. 몇 년 전 혼례 준비할 때 블로그를 통해 아주 독특하고 예쁜 한복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쪽지를 주고 받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감독님 아내였다. 이런저런 우연(?)으로 메시지 주고 받으며 인연이라는 둥 서로 얘기도 하고. 소리 배우고 싶어서 소리선생님 문의도 드리고...

남편이 회사에서 늦어 시사회 시간에 맞추지 못하고 좀 늦어서 부랴부랴 들어갔는데 감독님이 나와 계셨다. 인사 나누고, 첫 장면이랑 초반이 중요하다면서 아쉬워한다. 나도 첫 장면 놓치는 거 괴로운데...
개봉하면 다시 봐야겠다.

위안부 소재 영화가 처음은 아니지만 위안부를 주제로 한 영화는 처음이 아닐까. 이미 지나간 일이라는 둥 위안부들을 자발적인 어쩌고... 정신나간 소리들을 해댄 사람들이 특히 보아야 할 영화이다. 영화 보는 내내 10대 여자아이들이 느꼈을 공포와 처절한 고통을 생각했다. 평생 치유되지 않을 끔찍한 기억. 한없이 어리고 이해받고 사랑받을 나이에 죽음보다 더 한 일을 겪은 그 분들을 우리가 기억해야 한다. 죽임을 당한 그 분들을 추모해야 한다. 이 영화를 모두가 보게 된다면 좋겠다. 우리 뿐 아니라 가해자들도 꼭!

 

영화 후원자를 찾지 못하여 몇 년 동안 영화가 제작되지 못 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이 한 분씩 돌아가실 때마다 감독님이 무척 안타까워하고 가슴아파 하셨다. 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바꿀 꼼수 따위 쓰지 말고 이런 살아있는 역사를 교육하는 것이 진짜 교육이다. 아프지만 우리가 어떻게 당했는지 제대로 알고, 정면으로 마주 서야 할 것이다. 가해자들에게도 똑같이 알려줘야 한다. 그리하여 그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진심이 담긴 사죄를 한다면 지나간 일이 되어버리지 않겠지만 응어리진 한(恨) 한 웅큼이라도 풀을 수 있으리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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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12-15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는 꼭 봐야겠네요...

samadhi(眞我) 2015-12-15 15:09   좋아요 0 | URL
네 곰발님은 꼭 보실 거라 생각해요.
 

"노동은 종교다." 라는 글귀를 나렌드라 자다브, 『신도 버린 사람들』에서 보았는데, 선배에게 얘기해줬더니 너무 좋아했다. 학원 강사를 하다가 건강검진에서 상태 삐악으로 나오는 바람에 건강하지 못 하다는(?) 이유로 일주일 만에 잘렸다. 그러고 나서 당장 급전(?)이 필요해 식당알바를 시작했다. 홀서빙 정도나 하려고 했는데 채용정보에 "주방"이라는 글자가 함께 있다. 통화해보니, 주방일은 아침에 달걀말이 좀 만들고 반찬담고 설거지 하고 채소 썰기 정도라고 한다. 나머지는 서빙이라며. 달걀말이는 내 특기(?)이기도 하고 설거지 또한 그렇고 채소썰기는 자신 없지만...시간도 짧고(5시간) 할 만하다 싶어 시작한 일이다. 김치찌개집 주방 및(?) 서빙.

 

 

같이 서빙하는 언니는 "나는 이런 일 하는 사람이 아닌데..." 가 입버릇이다. 나도 예전에 저런 말들을 했었나 돌아본다. 남의 얘기를 듣는데 내가 부끄러워진다. 그래도 난 초딩 때부터 신문배달도 했는데(겨우 열흘이었지만.) 길게는 저얼대 못 하고 고된 일들을 꽤 여러가지 해봐서 서빙쯤 어느 정도 자신 있었다.

 

어느 곳이나 사장들은 다들 갑질을 해대기 마련인데 이곳은 그러질 않아서 이상할 정도였다. 짧게 일하는 알바에게도 예의를 갖춰 얘기하고 자잘한 잔소리도 없이(그 전에 일한 만화방에서는 사장이 처음부터 그만두는 날까지 잔소리를 해댔다. 노이로제 걸릴 만큼) 웬만한 건 다 배려해주고 서빙만 하는 다른 알바언니도 솔직하고 편했다. 겨우 일주일 하고 며칠 지난 것 뿐인데 워낙 체력이 약해 고된 것 말고는 다 좋았다. "육체노동은 정직해서 좋다."고 했더니, 선배 왈, "니가 아직 고생을 덜 해봤구나" 그것도 노동이라고 깝죽대냐는 것일테지. 맞는 말이기도 하고. 그래도 사무실에서 홀랑헐렁(?)하게 일 할 때는 배도 안 고프면서 밥 때 되면 당연히 밥을 먹었지만 몸쓰는 일을 하고 나면 배가 고프고 밥 맛이 좋다.

명절 대목 때 며칠 동안 10시간 넘게 육체노동의 최고봉(최고가 아니더라도 그 언저리쯤 되는)인 떡집 일을 하고 나서 먹은 저녁밥 맛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손님이 오기 전 조금 느긋한 시간에 세월호 얘기가 나와, 300여 명이 죽고... 이번에 캡사이신 대포에 맞아 쓰러진 백남기씨 얘기까지 하면서 이놈의 정부가 사람 죽이는 정부라고 열을 내 말했더니 싸장님 왈, "공권력에 도전"하는 행위라며 그건 좀 아니지 않냐고 한다. 아, 좋은 사람도 생각은 안 좋을 수 있구나. 싶다. 그러면서 나더러 흥분하지 말란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흥분 안 하게 생겼어요? 하고 말았는데, 그런 사람들이 우리같은(?) 사람을 볼 때 곧잘 쉽게 흥분한다는 둥, 감정적이라는 식으로 몰아가곤 한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로 똑똑한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을 논리로 사로잡을 수 있겠다 싶어 내 무지와 모지람과 약함을 반성했다. 그러고 보니 이 싸장님 채널A 뉴스를 찾아서 보더라. 하다 못해 같은 종편채널인 jtbc뉴스라도 좀 봐주면 안 될까요?

 

몸이 으스러질 것 같은 일주일 노동을 마치고 다음 주인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목이 따갑고 아파 기침을 해댔다. 묵직한 도시가스의 향기(?)에 숨이 막혀왔다. 환기 좀 시키자고 했더니 춥다고 환풍기를 틀지 않는 조리담당 싸장님. 하루종일 목이 아파 기침하고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 하고 밤새 앓았다. 다음날에도 환풍기 좀 틀자고(화력 강한 가스불 위에 냄비를 올려놓을 때만 잠깐 환풍기를 틀었다가 바로 꺼버리는 철저한 그 분) 말하기도 했는데 소용없고 내가 환풍기를 틀어도 어느 새 꺼버리고 만다. 다음날에도 고통을 호소하며 얘기했으나 듣지 않는다. 오늘 아침 진심을 담은 눈빛으로 강렬히(?) 부탁했다. 진지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환풍기 좀 계속 틀어주시면 안 되나요? 했더니

"나랑 안 맞는 사람이랑 일 못 하겠네요" 한다. 학원도 잘리고 알바도 잘렸다. 어딜가나 잘리는 인생이라니 올해 삼잰가? 어차피 환기 안 하겠다고 하면 그만둬야겠다 생각하고 얘기한 거라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계속 부드러운 태도로 웬만한 건 다 이해하고 인정해주던 갑이 갑자기 갑질하는 갑질자로 보인다. 냉정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얘기한다. 저런 표정이 있구나.

 

인간센서나 다름없는 내 목 기능(?)을 빌려서 저도 나도 건강하게 살면 좀 좋은가. 가스에 노출되면 폐가 얼마나 나빠지는지 주부들 폐암발병률 어쩌고 산재가 어떻고 노동법이 어쩌고... 따지고 싶지만 알바라서 그냥. 아니 사실은 채널A 애청자이며 공권력을 신성시 하는 사람이라 따지지 않기로 한다. 나도 나이 들었나보다. 한 살만 어렸어도 디지게 따지고 싸웠을 텐데 지친다. "우리가 지쳤다고 믿는다면 그건 하룻밤의 꿈이라는 걸~" 이런 노래를 부를 때만 해도 안 지친 척이라도 했는데. 사실 따질 힘도 없고 말발도 딸리고. 우라지게 아픈 목을 부여잡고 앞으로 2주를 더 버티기로 한다. 그 다음다음날이 카드사가 수금하는 날이라서. 아픈 것도 잘린 것도 목이네. 아이고 모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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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12-04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성에서도 짤리는 마당에 알바야 알바도 없는 공화국이네요. 아 배려 없는 국민은 언젠가 배려 받지 못할 겁니다. 조금만 섬세히 신경 쓰면 좋으련만...주방의 탁한 공기는 조리할때 나오는 연기..이게 패암이 발생을 돕는다고 하던데 .....조리장 참 안타깝네요.

samadhi(眞我) 2015-12-04 01:23   좋아요 1 | URL
조리장이 주인장이예요. 사장이죠. 위험하다는 사실을 친절히(?) 제 한 몸 희생해서^^ 알려줘도 받아들이지를 않네요. 자기 몸에 탈이 나 봐야 알게 될른지. 그러고 나면 늦어버리는 건데. 답답~합니다. 계속 목이 따가워 2주도 못 버틸 것 같아요. 다음 사람(저보다 예민하지 않은 누군가. 아니면 저처럼 느껴서 사장에게 같은 요청을 할 누군가.) 구해지는 대로 그만둬야겠어요. 단순한 육체노동이 즐거웠는데. 쓸데없는 생각을 가득 채워 불면에 시달리는 제가 아무 생각 없이 일할 수 있어 좋았거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4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널 에이 시청자군요.... 가끔 어쩔 수 없이 식당에서 채널에이와 채널씨`를 보게 되는데
아, 정말 끔찍하더군요. 그중 한 새끼는 단골인데 정말 꼴도 보기 싫은 놈. 내가 알기로는 민주당 국회의원이었는데 아마도 공천권 탈락하니까 복수하는 느낌도 들더군요.... 정말 좆같은 나라예요...

samadhi(眞我) 2015-12-04 15:45   좋아요 0 | URL
채널 씨이 도 있습니까? 그 많은 채널 중에 굳이 그따우 걸 ˝골라˝ 보기도 쉽지 않은데 참 답없는 인생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4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cho- ) 일보이니 뭐 채널 씨 아니것습니까..

samadhi(眞我) 2015-12-04 16:42   좋아요 0 | URL
이름도 꼭 지같네요 ㅋ
 
펀치 - 2013 제37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재찬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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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고3 수준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어른스럽다. 언젠가 환생한다면 끔찍했던 고교시절로 돌아가 어린(?) 친구들에게 그렇게 살 필요 없다는 걸 이해시키며 살아봐야지 하고 뻘 생각을 해 본 적은 있어 그런가 이 책의 주인공이 나이 먹을 만큼 먹은 어른이 환생한 고3쯤 되지 않나 싶다. 이런 친구가 있다면 만날 같이 놀텐데 애들은 왜 몰라볼까. 몇 마디만 해 봐도 알겠구만 너무 똑똑해서 부담이 되었나.

 

세상에는 부모답지(?) 않은 사람이 많다고 하지. 부모노릇이라는게 쉽지 않지만 부모는 그저 사랑만 있어도 할 일을 다 끝내는 거라고 생각되는데. 사랑이 없는 부모 밑에서 끊임없이 상처받은 자아라면 그렇게까지 할 수도 있을까. 평범해지기 싫다고 박박 우기며 살아온, 보통이기만 한 내게는 이해가지 않긴 하다. 세상을 냉정하게 바라볼 줄 아는 비범하게(?) 영특한 그 아이의 선택을 도덕적 잣대로 뭐라 나무랄 생각은 없고. 한 순간도 부모가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준 적이 없었을까 하는 거다. 자식에게 뭐든 다 주려고 하고 늘 자식 생각에 눈가가 촉촉한 엄마의 딸이다 보니 비정상적이고(?) 이름만 부모인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하는가 믿기지가 않는다. 원치 않는 자식이라 해도 함께 살아가다 보면 미운 정이라도 들게 마련인데. 가족이라는 강제적인 울타리가 때로는 신물나도록 끔찍하기도 함을 잘 알지마는.

 

작가가 좋아하는 음악들이리라. 책을 읽다가 음악을 찾아 듣기 좋다. 그런 부분 때문에 더욱 작가 개인의 기록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소녀의 감성을 표현하려고 일부러 그랬는지도 모르겠으나... 가끔씩 들리는 섬뜩한 뉴스를 보면서 이 작품을 구상했나보다. 함께 있어도 소통되지 않는 사이처럼 답답한 것도 없지. 싫다고 떨어져 지낼 수도 없는 사이라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그런데 그 아이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기 보다는 그러고 싶었던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 타자에게 조종당하는 척 해주며 실은 그들을 조종하고 있는 냉철함. 그래서 유진이가 주인공을 괴롭혀보고 싶어했을 거다. 자신은 우월한 존재라며 세상의 기준으로 상대를 밟는 어딘가 고장난 유전자들이 주인공을 구석으로 몰아댄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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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의 인형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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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항우와 유방이 나와서 중국사 얘긴가? 했다. 진시황과 불로초, 화가 창애와 그 아들 담멸(이 부분은 허구같지만), 남사당 꼭두쇠에게만 전해지는 비밀 등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뒤섞어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기 어려워 전부 사실로 믿게 만드는 묘미가 있다. 생자필멸이거늘, 영생이라는 불가능의 욕망, 근친의 사랑(?) 등 금기를 이야기해 더욱 매혹적인 작품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책표지의 인형 사진을 여러 번 다시 치어다보게 된다. 볼수록 매력적인 인형이다. 나무로 만든 조각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까. 이 조각품이 초등학교 때 수학여행지에서 천원, 이천원에 파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모조품이라도 갖고 싶다. 오똑한 코에 그린 듯한 입술, 황금비율을 가진 아름다운 조각상은 두 번 보게 되지 않지만 이 작품(?)-실재하는 지 모르겠지만. 실재하기에 작가가 이 조각품을 보고 소설을 쓰게 된 것이 아닐까?-은 그 불균형 때문에 자꾸만 눈이 간다.

 

진시황의 불로초는 인간욕망의 절정(?), 애써 감추려하지만 감출 수 없는 인간의 궁극적이고 솔직한 바람을 대변하는 게 아닐까. 쪼글쪼글해지고 약해져서 노약자석에 앉고 싶은 사람은 없을테니. 봄바람 부는 날 대학에 풍겨나는 설렘가득 청춘이고 싶을테니. 오쇼 라즈니쉬,『뱀에게 신발신기기』속 일화에서도 모든 것을 다 이룬 왕의 소망은 오직 회춘이었다. 영생을 꿈꾸지는 않지만 불로는 소망하지 않는가. 늙는 것이 두려워 요절하는 이도 있었고. 어릴 때부터 지긋지긋하게 들어왔던 생로병사가 한 살씩 먹어갈수록 더욱 와닿는구나. 이렇게 추운 계절이나 한 여름 복더위에 나이드신 분들의 부고를 접할 때면 잊고 있던 죽음을 기억한다.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이 책을 계속 읽게 만드는 힘이다. 중간중간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허술해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상상력하면 떠오르는 김영하의 단편을 읽는 듯 기발하다. 근데 기발함 정도가 다 인 것 같기도 하고. 결론으로 쓴 글귀가 너무 유치해서 한숨이 나올 정도다. 그런 뻔한 한 줄의 글로 끝을 맺는 바람에 지금까지 치밀하게 구성한 이야기가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리는 기분은 쓸데없이 예민한 나만 느끼는 걸까. 빠른 전개와 시공간을 넘나드는 화려한 배경을 재미로 꼽는 오락영화 한 편 같기도 하고. 조금 더 확실하게 개연성을 갖추었다면 좋았을거라는 아쉬움이 드는 건 삐딱한 내 시선이 문제일까. 결말에 이르러 작가가 마감시한의 압박에 빠르게 짜맞춘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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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11-29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력의 최정점에 다다르면 그때부터 욕망은 회춘으로 방향을 틀더라고요.....

samadhi(眞我) 2015-11-29 16:32   좋아요 0 | URL
그쵸 다 가진 할배가 꿈꾸는 마지막 소망.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9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때부터 노망이 나서 뱀 잡아먹고 구러는 거죠... 뭐.. 정력이라면 뭐든지 먹으마.. 이런 마인드.. 캬, 진짜 끔찍함.....

samadhi(眞我) 2015-11-29 17:03   좋아요 0 | URL
그런 거 진짜진짜 무서워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끝까지 남아있는 징글징글한 욕망에 타오르는 느글느글한 웩.
 
홍합
한창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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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냄새 폴폴 나는 똥을 싸고 싶어지는 소설이다. 제목만 봤을 땐 전혀 끌리지 않는다. 지저분한 데에서 자생(?)한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어서 홍합에 대한 선입견이 강했다. 게다가 그 생김새 때문에 남자들이 몹시도 좋아한다는 얘기가 소름(?) 돋아 먹기가 더 꺼려졌다. 소주를 즐길 만큼 술을 잘 마시지도 못 하는데도 이 소설을 읽노라면 호기롭게 홍합 안주에 소주를 털어넣고 싶단 말이지.

 

홍합 공장 사람들의 애환을 그려낸 이 소설은 작가의 실제 경험이 녹록하게 녹아있다. 명절 대목 때 몇 번 일해보았던 떡집 일과 무척 비슷해 대충 일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대차 나오고 급속으로 얼렸다 냉장했다 등등 재료만 다를 뿐 일의 내용은 퍽 닮아있어서 소설 속 인물들의 고단함이 살 속으로 파고든다.

 

작가의 묘사는 얼마나 뛰어난지. 인간미가 진하게 녹아있어 문장에서 금세라도 물기가 배어나올 만큼 촉촉하다. 작가들의 묘사가 으레 작위적이거나 억지스럽기 마련인데 이 작가의 묘사는 그 풍경 속에 자연스레 빠져들게 하는 맛이 있다. 살아있는 문장력이란 이런 것이구나. 삶의 밑바닥을 온 몸으로 체험한 생활인의 냄새는 마음을 일렁이게 하지.

 

신풍이라는 공간적 배경은 신풍으로 시집간 신풍이모를 생각나게 한다. 그 이모도 남편의 폭력 때문에 청력을 잃어서 강제로 사오정이 되어버렸다. "이빨에 고춧가루 꼈어" 를 "뭐 이쁘다고?"로 듣는 이모의 말은 서글픈데도 몹시도 우스워 커다랗게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굉장히 잔인한 짓인 줄 알면서도 모지리같이 웃어댄 것이 미안하다. 폭력의 피해자가 우스꽝스러운 존재가 되어버리는 세상은 불공평하고 참혹하기 이를 데 없다. 누가 그이의 마음과 고통을 진심으로 알아주랴. 

 

작가는 남편에게 맞고 사는 여자들에게 연민을 드러낸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똑똑 묻어나는 마음이 따사로워 가만히 눈을 감는다. 그저 화를 내고 따져들고 말 얄팍한 내 수준을 넘어 어떻게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 나아가는 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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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11-23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따봉이죠. 솔까말 소주에 홍합 국물만하나 게 있게씆니다.
전 소주의 최고 안주는 오댕탕 아니면 홍합탕입니다.

samadhi(眞我) 2015-11-23 16:49   좋아요 0 | URL
추워지면 생각나지요. 근데 크기가 작고 껍질이 까맣고 반질반질한 것은 담치라고 해서 지중해산인가 그렇다고 하고 손바닥 만 한 크기에 표면이 거칠고 까맣지 않은 것이 국내산이라더군요. 강원도에서 먹어 본 섭국에 들어가는 섭. 이라고 하더군요.
이 소설 정말 좋습니다. 꼭 읽어보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3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겠스비다. 야다 님인가 그분도 이 소설이 좋다고 하더군요,

지나 2016-07-05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ㅎㅎㅎ 홍합탕~* 좋지~ 언젠가 우리 홍합탕에다가 소주한잔?!
아니면 물에서 소주맛나게 거나하게 마셔볼까?^^
작가의 세밀한 묘사가 궁금하군^^

samadhi(眞我) 2016-07-05 10:15   좋아요 0 | URL
그러자. ㅋ 나이드니까 비싼 술 먹고 싶다. 안동소주같은 질 좋은 술 ㅋㄷ. 나이 들어 좋은 거라고는 한없이 열어두는 가슴 뿐인데 못 된 것만 갖고 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