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의 神 - 일본 요식업계의 전설, 술장사의 신, 우노 다카시가 들려주는 장사에 대한 모든 것! 장사의 신
우노 다카시 지음, 김문정 옮김 / 쌤앤파커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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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마 전 갑자기 장사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 일환으로 읽게 된 책이기도 하고. 며칠 만에 장사해보겠다는 마음을 접은 후에야 주문한 이 책이 늦게 도착하긴 했지만. 장사에 관심없는 사람이 읽어도 좋을 꽤 괜찮은, 재미난 내용이다. 사람(소비자) 상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 생각한 업종-모든 걸 "니 알아서(셀프)" 하는 가게-이어서 한번도 감히(?) 생각해 보지 않는 장사에 관심이 생겼다. 직장 내 인간관계로 스트레스 받으며 일하는 것보다 많이 벌지는 못해도 사람 상대 하지 않으면서 생계유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환상을 갖고 막연히 생각해 본 일이다. 그런데 그 일에 대한 정보를 캐낼수록 이건, 대기업만 배불리는 일이었다. 서민들 착취하는 프랜차이즈 구조에 나까지 힘을 보태서는 안된다 생각해 미련을 버렸다.

 

이 책을 읽으니 더욱 장사를 만만히 보면 안되겠다. 저자는 즐거움과 상상력을 갖고 장사해야함을 그리고 오갸크상(최근 몇 년 새 생겨난 "고객" 이라는 말이 일본식인 이 말에서 비롯되었을 거라 생각된다. 그래서 더욱 거부감이 드는 말이다. 예쁜 우리말 "손님"을 쓰는 곳을 찾아보기가 드문 삭막한 세상이 한탄스럽다.)을 어떻게 하면 즐겁게 해서 다시 오게, 그러니까 내 가게의 단골로 만들 것인가. 에 대해 얘기한다. 음식장사를 하면서 음식의 맛(전문적인 솜씨가 필요한) 보다는 전문성이 없는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접객의 중요성을 말한다. 무엇보다도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 그 귀찮은 것을 강조한다. 조금 어릴 때라면 그런 얘기에 의욕이 솟았겠지만 인간 관계에 지친 지금의 내게는 꽤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속되게 말하자면 저자는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노련한 여우 같다. 유머를 갖춘 능청스러운 저자의 여유가 멋지다.

 

내가 생각하는 음식점 개념과 조금 다른데. 맛없는 음식은 안먹는 나라서. 내 식당 선택 기준은 오직 맛이니까. 물론 서비스도 아주 중요하지만, 오늘 갔던 오리집처럼. 그 집은 오리요리가 주메뉴인데 값이 저렴하고 맛있는 김치찌개가 더 잘 팔린다. 그런데 주인아저씨가 손님이 오든 가든 인사 한 마디를 건네지 않는 거다. 가게에 들어갈 때는 신경을 안썼는데, "잘 먹었습니다." 하고 나오는데도 대답은 커녕 잘 가라는 인사도 하지 않아서 놀라며 오리 안먹고 김치찌개 먹어서 그런거냐고 남편에게 말했더니 이 집은 뭘 먹어도 그렇다고 한다. 어떻게 요따구로 장사를 할까 싶어 우리끼리 주인아저씨가 이 책을 읽어봐야 하는데 어쩌고... 했다. 대단한 서비스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사람이 오며가며 인사하는 것 뿐인데도 그 당연한 것을 하지 않는 아저씨의 배짱(?)이 대단한 건지. 죽도록 맛있어서 불친절을 감수하고라도 가고 싶은 만큼은 아니어서 당장은 다시 가게 될 것 같지 않다.

 

저자가 라쿠 코퍼레이션의 사장이라고 한다. 그냥 명칭만 들었을 때는 도대체가 와닿지 않던 낯선 일본말이 책의 마지막 장인 작가 연혁 중간에 "--라쿠야" 괄호 안 '樂' 자를 보고서야 아하! 하고 이해된다. 저자가 내내 강조한 장사의 "즐거움" 을 뜻하는 라쿠(즐거울 락의 일본식 발음)였구나. 뭐든 "재미"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나와 비슷하다. 재미가 없으면 무엇이든 할 마음이 생기질 않으니. 그 재미를 위해 난 그저 생각만 하고 저자는 바로 행동한다는 커다란 차이가 있지만.

 

누구보다도 뭔가를 파는 "자신"이 즐거워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든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저자의 생각이 참으로 옳다. 정성을 기울인 마음이기에 더욱 공감이 간다. 음식점이라기 보다 술집이기에 맛보다는 접객을 우선하는 것 같다. 일본 실정을 반영하여 우리 상황과 맞지 않는 부분도 꽤 있지만 술집을 열어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파오는 "접객"이지만 술안주 몇 가지를 만들 줄 아는 나도 한번쯤 안주가 맛있는 조그만 술집을 열어 언젠가 장사를 해 볼 수도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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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 글논그림밭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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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보면 스무 살에 처음 만나(?) 푹 빠진 김산이 떠오른다. 88올림픽 유치를 위해 해금된 도서였을『아리랑』주인공 김산. 김산이 구술하고 님웨일즈가 받아 적은『아리랑』은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 대학을 다닌 학생들에겐 필독서였을 것이다. 내 또래 학번들은 김산을 잘 몰랐지만 80년대 후반 학번인 언니가 오래 전 책장에 꽂아둔『아리랑』을 뒤늦게 펼쳐보고 김산을 알게 됐다. 김산이 좋아 학부 졸업논문도 김산을 주제로 썼다. 차마 논문이라 부르기 어려운 조잡한 짜깁기 글이었지만. 이 책은 삶의 터전을 되찾으려 목숨 바쳐 싸우는 팔레스타인 김산이 부르는 아리랑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본 표지사진이 칙칙해 보여 몇 번이나 사기를 주저하다가 도서정가제 시행 며칠 전에야 겨우 샀다. 안 샀으면 어쩔 뻔 했나 싶을 만큼 좋다. 만화를 좋아해 만화방에 가면 안 읽은 만화가 거의 없을 정도인데 이 책은 우리나라나 일본 만화와 작풍이 많이 다르다. 꽤 낯선 그림인데 정이 간다. 구석구석 빼곡하게 표현된 사실묘사가 압권이다. 어쩌면 아랍 사람들 특징을 이렇게도 잘 잡아냈는지 신기하다. 만화로는 나이 든 사람 얼굴 표현이 어려워 어색하기 마련인데 이 만화는 딱 노인처럼 그려냈다. 예쁘고 보기 좋은 보여주기식 그림이 아니고 사실성이 강하게 느껴져 마음에 든다. 어쩌면 학습만화라고 볼 수도 있을텐데 무거운 주제를 거부감 없이 녹여냈다. 

 

작가가 아랍, 아프리카, 유럽을 둘러싼 지중해 섬 몰타에서 태어났기에 이런 작품을 그리고 쓸 수 있었겠다. 팔레스타인, 내게는 너무나 먼 이야기라 치부해왔다. 어쩌다 듣는 가자지구, PLO, 끝없는 분쟁, 난민...알아야 하지만 복잡하고 골치아프다 여겨 일부러 관심두지 않았다. 그런데 이건 남 얘기가 아니잖아.

 

가진 자들이 대놓고 드러내는 잔인함은 시대와 민족과 역사를 초월한다. 팔레스타인 상황은 종교를 가장한 폭력, 야만스러운 패권 문제이다. 인간 필요에 따라 생겨난 종교 따위(?)가 절대권력으로 사람을 재단하고 억압한다. 20세기에 끝났다고 믿었던 이데올로기, 종교 싸움이 21세기에도 여전히 계속되어 조상대부터 오래 뿌리내리고 살았던 사람들을 몰아낸다. 제국주의 땅따먹기식 패권다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네들 등쌀에 등 터지는 새우들이 부르는 한스러운 아리랑. 삶터 주인이 도대체 누구인지. 주와 객은 언제 제자리를 찾을까. 치떨리는 식민 시기를 거쳐 온 우리역사와 꼭 닮아 분노가 치민다. 제발 이스라엘군을 지원하는 스타벅스 좀 가지 말라고 해도 갈 사람은 다 간다. 내 일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이겠지. 지금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피흘릴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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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빠 2015-06-06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은 나같은 불면증인 사람만 읽는 줄 알았는데...반갑네요.정 이 책 읽으면서 대놓고 야만스런 종교분쟁과 은근히 우리를 돈이라는 신에 중독되게한 근현대사의 전통신앙과 배금사상 전쟁중 뭐가 더 무서운 걸까 생각해봤습니다.

samadhi(眞我) 2015-06-06 11:04   좋아요 0 | URL
저도 불면증, 수면장애 중증이었어요 지금은 자연치유(?)가 되어버렸지만 가끔씩 불면이 찾아오는 정도구요. 저는 후자가 더 무서워요 인습의 껍데기에 갇힌 전통이 얼마나 큰 해가 될까 싶어요 물론 그게 큰 장벽이 되어 망가진 것들이 많지만 옛날엔 지금처럼 물질만능으로 어린아이까지 병들진 않았으니까요

samadhi(眞我) 2015-06-06 11:08   좋아요 0 | URL
아 종교분쟁이 전자였군요 ㅎㅎ 뭐가 더 잔인한 지 가늠할 수가 없는데요 맹목적인 종교전쟁도 답 안 나오는 일이라서...

보빠 2015-06-06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스에서 치니 글이 엉망이네요..쏘리!대화명이 삼매네요 삼매가 하나의 대상에 집중된 상태라고 원효는 해석하던데..저도 불면증 오면 제가 모르는 분야 책을 봐요... 모르는 분야 책을 보면 마음이 집중되어 기분이 좋거나 아니면 따분하고 졸려서 잠이 잘오더라구요

samadhi(眞我) 2015-06-06 11:23   좋아요 0 | URL
네. 인도 수행자의 글에 공감하게 되어서 정한 이름이에요. 전부터 ˝삼매˝라는 말을 좋아하기도 했구요. 보통 사람들은 자기 전에 책 읽으면 잠 온다는데 저는 오히려 잠이 깨더라구요. 저는 반신욕(게을러서 그마저도 지속적으로 하지 않지만)이 좋더라구요. 한동안 아로마(허브)에 빠져 있기도 했고. 불면엔 정말 답이 없더라구요. 실체가 있기나 한 건지 모를 마음을 놓아버리는 수밖에.

보빠 2015-06-06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잠잘려고 책보는데 재미있어서 계속 잠이 안오면 극강의 수면제 책인 아비달마구사론을 보거나 헤겔의 법철학 봐요 ㅎㅎ
그런데 건강에 좋은 수면법은 자기전에 한시간 산책이더라구요....

samadhi(眞我) 2015-06-06 11:32   좋아요 0 | URL
저도 고런 책을 구비해 두어야겠네요. 맞아요. 이른 아침 햇볕 보며 걷기만 해도 불면에게 자리를 내주는 일은 없을 것인데, 저는 게을러서 생긴 병이에요. 쓸데없는 것까지 예민하게 고민하고. 생각을 줄이고 말을 줄이는 작업이 제겐 필요합니다.

보빠 2015-06-06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여 타타타를 보면 진아가 생긴다고 하던데...그 진여를 볼려면 생각하지 말고 몸으로 느껴보세요..생각은 시뮬라시옹 즉 복제된 이미지 허상에 빠지기 쉬우니.. 걷다모면 온 몸에 전해오는 땅의 감촉이 좋아요..

samadhi(眞我) 2015-06-06 11:40   좋아요 0 | URL
제가 몸으로 하는 것에 많이 약해서. 생각만 저어만큼 가 있죠. 제 움직임이나 표정이 얼마나 어색한가를 보면서 느낍니다. 저도 흙을 밟는 퐁신함이 좋아요. 우리가 사는 거리에서 흙을 밟을 일이 별로 없긴 하지만 콘크리트를 피해서 일부러 흙을 찾아 걷는답니다.
 
도자기 - 마음을 담은 그릇
호연 지음 / 애니북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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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도예를 시작해보려는 사람이나 도자기에 관심이 전혀 없던 사람에게도 스치듯 슬쩍 바라보기 단계-굳이 그런 것이 있다면-에 읽기 좋다. 살짝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어쩌면 너무 과한 것을 기대해서 인지도 모르고. "고고미술"이 붙지 않는 그냥 "사학"을 전공한 나와 달리 전공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진지한 작가에게 부러움 반 질투 반 마음이 생겼다. 그것도 학부생일 때 이 만화를 그렸다면 꽤나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만화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림" 실력은 미흡하다. 얼핏 보면 전혀 만화같지 않다는 느낌마저 드니까. 그렇지만 자신의 삶 속에서 도자기를 이끌어내는 이야기의 힘은 짱짱하다. 상상력이 기발하고 풍부하다. 작가의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다보면 "풉" 웃게 될 것 같다. 풋내도 나면서 상상을 철학으로 이어가는 힘이 있다.

 

전공을 살려 학예사가 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한 적이 있다. 전공을 살리는 가장 그럴싸한 직업군이라는 속물적인 이유로. 박물관이라는 곳은 정적인 공간에서 변화없이 딱딱하게 굳어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박물관에 가면 뛰어다녀서도 안되고 시끄럽게 떠들어도 안되는 답답하고 차분한 곳이어서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도저히 내 본성에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진지하게 열망하며 공부하고 도자기를 생각하는 사학도도 있구나. 심심하고 조용하기만 할 것 같은 공간을 온갖 즐거운 상상으로 뒤바꿀 수도 있구나.

 

아쉬운 것은- 내가 기대했던 것뿐일 텐데- 하나의 도자기에 담긴 일화가 자신의(현대의) 경험만이 아니라 그 도자기가 품고 있을 옛이야기가 없다는 거다. 나라면 천년 전설류로 나아갔을 거다. 어쩌면 내가 더 굳어 있어서 뻔한 상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요즘 일상의 이야기로만 풀어나가려는 것이 작가의 의도일 터인데. 그걸 굳이 옛날 꽃날, 전설의 고향으로 만들어주지 않을 거냐고 항의하는 내 억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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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할 때 한창 음악 틀어주는 카페에 거의 매일 갔다. 그 카페 이름이 "나의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 이다. 친구랑  500cc 생맥주 한 잔 시키고 뮤직비디오를 보며 몇 시간씩 때우곤 했다. 그때만 해도 대형 슬라이드 하나 집에 걸어서 영화도 뮤직비디오도 실컷 보리라는 꿈도 가졌었는데...... 왕가위영화, 중경삼림에서 스크린에 비친 장면도 인상깊었고.

 

대학 때도 띄엄띄엄 가긴 했지만, 딱 스무살 무렵 만큼 자주 가지는 못했다. 몇 년 뒤 촌놈인 우리 남편을  처음 데려갔을 때 연애초기라 신기해하고 좋아하는 것 같더니 가축(?)적인 사이가 된 뒤부터- 굳이 가족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알게 된, 연애를 책으로 배운 어린 친구가 그당시 7년째 연애한다는 내 얘길 듣고, "가족이랑 왜 결혼해요?" 라고 해서이다.)- 나더러 폼생이란다. "설렘"이라는 화학반응의 유효기간은 역시 너무 짧은가. 아주 오랫동안 연애하면서 "안 질리냐?" 는 사람들에게 연애초기의 설렘보다 오래 사귄 은근함이 더 좋다고 잔뜩 으스대곤 했는데 말이지.

 

그때 신청곡으로 자주 들었던 음악이다. ("축제"는 일본식 한자조어라서 잘 쓰지 않으려고 애쓴다. 어차피 일본음악인데 뭐, 할 수도 있겠지만. 내 고집이다. 우리나라 방방곡곡 생겨난 별의별 축제도 잔치로 이름을 바꾸면 참 좋겠다. 농구대잔치는 이름 만큼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참기 힘든건 페스티벌 이라는 말이다.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은 "안동 탈춤페스티벌"이었다. 국제적인 홍보 운운 핑계를 댈 것 같은데, 탈춤에 페스티벌이 뭐냐고! 이런 것이 "보통"-사소한 일에 신경쓰지 않는 무난한- 사람들과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주는 것 같다. 내 까탈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내 속의 기가 꿈틀꿈틀 살아 움직여 흐느적거리게 만드는, 한의사 선생같은 아저씨의 몸짓과 북소리에 빠졌다. 실크로드 배경음악도 Kitaro가 만들었다. 왜곡이 심한 것으로 악명높은 일본의 고대사를 주제로 만들었다는 데에 거부감이 있지만, 음악 자체는 일품인 걸 어쩌랴. Kitaro의 음악은 중독성이 강하다, 적어도 내겐. 전에 외국 음악 싸이트에서 Kitaro 전 앨범을 다 받아놨다가 컴퓨터 고장으로 전부 날아가 버려 찾기 힘들다. 아까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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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길 - 상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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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그대로 짐승이 다니는 길을 짐승길이라 부른다는데, 말만 들어도 오싹해지는 기분이 든다. 어둡고 축축해 언제, 어느 곳에서 번뜩이는 눈을 한 맹수가 튀어나올지 모를 위험에 심장이 바짝 조여오는 기분이 든다. 어두컴컴한 산길을 헤매다 천길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질 것 같은 상상에 오들오들 떨린다.

 

요즘 딴 짓(?)을 많이 하는 바람에 책을 하도 띄엄띄엄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서평은 책을 읽은 직후에 쓰자 주의인데, 내내 미루다가 그래도 꽤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 그냥 넘어가기도 서운해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하는디,

 

주인공이 그여자인지 그남자인지 헷갈린다. 그여자이길 바라는 마음이었으나, 인물이 초반과 달리 주체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아 답답했다. 1960년대의 "여성", 그것도 밑바닥 인생의 입지란 그럴 수밖에 없는가. 초반에 보인 입체적인 모습에 내심 기대가 컸는데 그저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는 못난 순정여인(?) 정도로 전락한 것에 실망이 컸다. 작가의 시각이 지극히 남성적인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전형적인 일본남성의 시각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저 그시대 그곳에선 으레 그러했으려니 하고 무난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일일이 따져대고 있는 내가 더 우스꽝스러운 지도 모르겠다.

 

"치명적인" 매혹에 대한 욕망(?)을 나타내는 짐승길은 두려움으로 넋이 나갈 것 같지만 한번 들어서면 돌이킬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겉잡을 수 없는 느낌. 위험한 줄 알면서도 죽음의 길로 들어서는 발걸음을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내 스스로 원하는 위험이니까.

 

정재계를 움직이는 숨은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접하는 요즘이다. 어쩌면 그런 큰손(?)들의 의도에 따라 이 세상이 움직여 온 건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끔찍하다. 요즘같은 정국엔 더욱 그래왔겠다 싶다. 꼭두각시를 쥐고 흔들며 살아있는 민중을 철저히 밟아버리는 현실. 해도해도 너무해 이게 현실일까 자꾸 의심하게 되는 잔인한 일들의 연속. "사람만이 희망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라는 말들을 새기며 그래도 사람의 힘을 믿고 살아왔고, 여전히 그렇게 살아가고 싶은 소망이 있다.

길로 착각할 때가 많다는 짐승길을 사람길과 구분할 수 있다면 팍팍한 현실에도 빛 한 줄기 비추이려나. 물론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는 단단한 마음이 뒤따라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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