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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수트라
파탄잘리 지음 / 시공사 / 1997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이에게 툭! 물음을 던진다. 그저 요가에 대한 얘기만은 아니다. 이 책 편역자가 목회자라서 성경을 예로 들어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는데 읽다보니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행과 요가를 이해하려면 종교에 대한 이해가 도움이 되겠다. 아무 배경지식 없이 이 책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테니. 그러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쉽게,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다. 집중도도 꽤 요구되고 여러 번 곱씹어 생각해야 하는 내용이 많다. 자꾸 되뇌어보고 깊이 생각해보면 알랑말랑한 기분이 든단 말이지.
이 책을 권해준 언니가 오랫동안 요가수행을 했고 내게도 권해서 한달 전부터 요가원에 등록해 드.디.어. 요가를 시작했다. 그동안 몸을 움직이지 않아 제 몸 하나 어찌하지 못한다는 현실을 "몸"으로 인식하고 좌악좍 몸을 뻗는 건강한 20대들과 함께 하며 잔뜩 쫄아들었다. 요가를 하고 나면 몸이 쑤시고 아프지만 그 저릿저릿한 기분이 시원하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괜히 뿌듯한 기분으로 가슴이 퍽 벅찼더랬지. 요가를 처음 시작하고 몇 시간 지난 뒤 까지는 그랬는데 그날 밤부터 자다가 온몸이 비명을 질러 몇 번씩 깨고 아침에는 애래(아려) 죽을 것 같았다.
"요가란 고통과 만나는 접촉점을 부수는 것" 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여기저기가 아파서 요가를 시작하는 사람이 꽤 많은 듯하다. 내가 요가수행 하려는 이유가 귀얇은 우리엄마가 늘 말씀하시는 "만병통치" 를 위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수행과 더불어 안아픈 데가 없는 종합병동인 내 몸이 내심 어느 정도 치유될 거라는 믿음도 갖고 있다.
몸이 우라지게(?) 아프다보니 " 요가가 나랑 안 맞는 게 아닐까?", "요가하러 가려고 하면 왜 배가 아프고 어지러운 걸까?" 오래 전 어린이집 가기 싫어서 집을 나설 때면 갑자기 배가 아프다는 둥 똥이 마렵다는 둥 온갖 핑계거릴 만들며 어린이집 버스를 놓치게 만든 조카녀석과 똑같은 증상이다. 지금은 고3이 된 그 아이가 어릴 적에 그랬다는 얘기를 남편에게 들려준 나도 바보지만. 남편이 쿡쿡 웃으며 "넌 어쩜 그렇게 전형적이냐?", "요가에 인생을 걸겠다면서 그렇게 빌빌대면 어쩌란 말이냐.", "화도 안나야지, 배도 안고파야지, 몸도 안아파야지" 하고 놀려댄다. 하지 않을 거면서 일단 던져보는(?) 남편 말투 따라 "있어봐, 금방이야." 라고 말해보지만 근육이완제와 진통제 없이도 요가수행자다운 유연한 생명체가 될 날이 오긴 오겠지? 올거야.
더 많이 열고 비우고 버려 끝내 아무것도 없는 무(無) 상태에서 참 나, 진아(眞我)를 찾기를 바라왔다. 20대 때 마음 수련을 떠나 겨우 알게 된 "내 마음이 우주다" 라는 사실을 머리로만이 아니라 자아전체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그렇다고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난 불교수행자여서 내 속에, 살아있거나 그렇지 않은 만물 속에 불성(佛性)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믿는다. 악인도 무생물도 길바닥에 채이는 돌멩이조차 성불(成佛)할 수 있음을 받아들인다. 그게 말이 되는가 의심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구분지어 놓은 현상계를 인간의식 수준으로 이해하고 판단하지 않으려 늘 경계하고 있다. 이 불성을 요가에서는 아트만이라고 한다. 내가 하는 수행과 요가수행이 닿아있어 이 책이 더욱 절실히 다가온다. 곁에 두고 계속 읽을 책이다. 절판 되어 이제는 구할 수가 없다는 사실에 속이 쓰리다. 요가하는 이들이여, 이 책을 교본으로 삼아 몸매 가꾸기에만 집중하지 말고 수행으로 돌아갑세. 그리하여 이 책이 재발행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