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제주 신화
김문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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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유달리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노오란 색 표지의 책을 읽게 되는데 이 책은 읽어도 마음에 개나리가 피지 않는다.  제주에 가기 전부터 눈독 들였고, 제주를 다녀온 직후이기도 했고, 기대만발한 마음 가득 펼쳐든 이 책은 에휴~ 실망을 얹어준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작가가 자기가 살아온 고향의 신화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글을 쓴다는 것이 존경스럽다. 부럽다, 굉장하다 여겼다. 그리 하는 것이 자기를 키워준 삶터에 대한 예의란 생각을 처음 했다.

 

내가 나고 자란 곳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특징없는 도시에 으레 갖다붙이는 "교육의 도시" 라는 허울 뿐이다. 사연 많은 이 나라 어느 곳이나 향토의 숨겨진, 많은 이에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재미나고 서글픈 이야기 한 둘 쯤은 있으렸다. 그런 것도 알지 못 하고 여태 남의 동네 떡고물에만 침을 흘렸구나 싶어 반성한다. 책을 읽어가기 전까지는 그랬다.

 

어찌하여 이 좋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이렇게밖에 못 푸는 것인가. 제목도 그렇다. 신화라는 게 판타지 아니냐. 어차피 책 분류를 소설로 잡았다면 굳이 "판타지"라는 말을 붙일 이유가 무언가. 책 내용을 보니, 어쩌면 그 가벼움에 걸맞는 제목이었을지 모르겠다. 개연성도 없이 이리저리 짜맞춘 듯한 이야기들을 마구잡이로 엮어, 신비하고 궁금해했던 제주신화만 아깝게 됐다. 에잇, 내 환상은 어쩌라고. 제주여행 후유증에 한동안 붙들려 있던 내 마음을 가라앉혀 주네. 마침 두 번째 숙소 이용후기를 써서 무료숙박권이 당첨되어 그 핑계로 매년 음력 2월 14일에 열린다는 제주 영등굿 보러 가야지 했더니만 그마저도 당기지 않네. 가까운 이 누구에게나 주어버려야겠다. 한동안 제주생각은 접어둘 수 있겠다. 시도는 좋았다 싶어서 별점 2점 주려다 옛다, 3점이다. 

 

우도에 들렀을 때 여태 다리를 저는 남편을 억지로 끌고 우도봉에 올랐다. 등대 앞에 설문대할망 조각상을 보고 오호~ 이건 무슨 이야기가 담겨있나 호기심을 품고 돌아와 읽은 이 소설에서 거인의 체구에서 나오는 커다란 몸짓으로 제주를 만들었다는 설문대할망 얘기를 전해들었다. 제주의 무슨무슨 신화, 설화를 차라리 옛날옛날에...로 시작하는 겨울밤 화로앞 할머니 이야기로 풀어나갔더라면 좋았겠다. 그랬다면 할머니가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으며 들려주시는 얘기를 듣고 까무룩 졸다, 천년 동안 하늘로 올라가지 못 해 사람들을 괴롭히고 지상의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무시무시한 이무기에게 쫓기는 꿈이라도 꾸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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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7-01-01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제발 돈 되는 일을 하자. 제 올해의 숙제이자 난제인데, 우와, 이용후기로 무료숙박권 당첨이라니, 진아님 능력 전수받고 싶어요.^^

samadhi(眞我) 2017-01-01 19:59   좋아요 0 | URL
1박 밖에 안 된답니다. 거기 아무나 다 주는 것 같아요 으흐흐 참 괜찮은 숙소인데요.

samadhi(眞我) 2017-01-02 04:33   좋아요 0 | URL
알라딘 서재에 쓴 여행기에 숙소이용후기를 덧붙여 썼어요. 컨디션님이 그 숙소에 묵고 난 뒤에 후기를 쓰신대도 당첨될 듯합니다.

2017-01-02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7-01-02 09:40   좋아요 1 | URL
저도 자꾸 북유럽신화랑 비교하게 돼서...
신화만 연구하기엔 역량이 부족해서 그랬을 테고
소설로 쓰기엔 더더욱 역량이 부족한 게 아니었을까 하고 신랄히(?) 비판해봅니다.
 
지식 e - 시즌 1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1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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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끔씩 다음 홈페이지에 뜨는 EBS 지식e채널을 클릭해 보곤 한다. 흥미로운 주제들을 파헤쳐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잠깐 스쳐지나가는 이 방송을 한번도 안 본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우리집엔 TV가 없어 인터넷으로 가끔 찾아본다. 이 책 1권 초판 발행이 2002년이고 책에서 최근이 2007년이라고 언급되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뉴스타파 김진혁 PD가 아직 공중파 방송에서 일할 때였구나.

 

하나의 주제가 짧아서 아쉽지만 그래서 더 좋기도 하다. 독자에게 틈을 주어 하나를 읽고 나면 머릿속에서 이 생각, 저 생각이 가지를 친다. 한국화처럼 여백의 미가 있는 책이다. 각 주제마다 얘기를 풀어놓고 말미에 그 주제에 대한 참고문헌을 적어두었다. 이 책 내용보다도 참고문헌이 더 끌려서 얼른 메모해 둔다. 며칠 전부터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 미국 인디언 멸망사 』라는 책을 사야지 하고서 보관함에 담아두고 온라인서점 마다 중고책 있나 찾아보았는데, 마침 『지식e - 시즌1』맨 처음 이야기가 바로 그 내용이다. 반가워라.

 

여태 모르고 지내왔거나 알면서도 모른척 해온 일들을 이해하는 시간이 된다. 지나온 일들과 지금도 계속되는 세상의 일들를 살펴보고 내 자신을 돌아본다.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다닌 이 책을 읽는 내내 훌쩍거리느라 어깨가 들썩인다. 김진혁 PD가 기획한 것이라 더욱 그랬겠다. 「시속 0km」 라는 일화에 나온 글이 눈에 들어온다.

 

나무는,

태양, 물, 이산화탄소만 있으면

지구 어디에서나 자신의 자리에 서서

다른 생명체를 잡아먹지 않은 채

지구 생명체 중 가장 크게

지구 생명체 중 가장 오래 살 수 있다.

 

시속 0km

다른 생물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영양분을 섭취하고 만들어내는

나무는

지구상에서 가장 독립적인 생명체

 

시속 8000km

갈수록 속도를 높이며

자연을 착취하고 파괴해야 살 수 있는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종속적인 생명체

 

 

욕심없이 살고 싶다. 나무처럼 말없이,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바로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을 우적거리며 스마트폰이 버벅거리기라도 하면 답답해하고 뭐든 조금만 불편해도 투덜거리면서... 아직 난 헛된(?) 꿈을 꾼다. 원시공동체로 돌아가 자연으로 살고 싶다. 조금 불편해도 좋은, 세상을 꿈꾼다.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세상에서 매일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이토록 까무러치게 놀라고 상처받지 않아도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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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11-28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즐겨 보던 1인.. 역시 이비에스죠.. 이명박근 통틀어 가장 볼만한 지상파... 근데 이비에스 지상파 맞나요 ?

samadhi(眞我) 2016-11-28 16:35   좋아요 0 | URL
네 그렇죠. 유선 안 달아도 나오는 방송이니. 당연하다 생각하는데 요즘은 제가 틀리는 일이 많으니 단언하지는 않을게요 ㅎㅎㅎ
 
정청래의 국회의원 사용법
정청래 지음 / 푸른숲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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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있을 모여유 모임(독서모임) 이번 달 책이다. 백남기 농민의 딸인 백도라지씨가 책임편집했다는 얘기에 이 책을 채택했다. 백도라지씨가 김어준,『닥치고 정치』책 편집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다보니 정현민 극본의 [어셈블리] 라는 드라마가 생각나 책을 다 읽어갈 즈음에 예전에 봤던 그 드라마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20부작이나 돼서 다 보느라 꽤 시간이 걸렸다. 작가가 국회보좌관 출신이라 그런지 '입법기관', '국회'라는 뜻을 가진 어셈블리(assembly)라는 드라마 내용이 사실적이고 탄탄하다. 용접공을 하다 해고돼 복직투쟁을 하던 해고노동자 출신의 막가파(?) 국회의원과 국회의원을 꿈꾸던 천재(?)국회의원 보좌관이 좌충우돌하며 국회를 접수(?)하는 내용이다. 내 눈에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정청래를 모델로 한 게 아닌가 싶었다. 지나치게 솔직하게 내뱉는 말들로 모두에게 눈엣가시가 된 것도, 필리버스터에서 최장시간 버틴 열정과 투지도 많이 닮았다. 그 드라마를 보고 이 책을 쓴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만큼 비슷하다.

 

국민은 "이 나라가 나를 절대 버리지 않을 거라 믿는다"는 얘기에 세월호 희생자들이 떠올라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해고노동자가 크레인에 올라 떨어져 끝내 사망하고 만 이야기에는 이 땅의 많은 해고노동자들이 크레인에 올라갔던 일들이 생각났다. 극중 사망 노동자의 아들이 "내가 배달수다" 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할 때 폭력적인 공권력에 쓰러진 백남기씨의 죽음에 시민들이 "내가 백남기다" 라는 피켓을 든 일이 하나로 겹쳐 보여 눈 앞이 흐려졌다. 책 이야기보다 드라마 얘기를 더 하게 되는 것은 그 만큼 드라마 내용이 좋아서이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작가가 국회의원 출신인 정청래보다 국회이야기를 더 잘 풀어나갔다. 이 드라마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다음 대선 승리를 다지는 것이 김어준, 『닥치고 정치』와 이 책의 궁극적 집필의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정치에 뜻을 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국회의원이 되기를 꿈꿀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국회의원이 무능해 보였던 사람에게는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 괜찮은 국회의원도 꽤 많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정청래가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10년 동안 했던 공부와 노력에 놀라고, 자기 전문 분야를 분단 극복과 통일 국가로 정하고 20년 넘게 공부해 오고 있다는 얘기에 뭉클해졌다. 대선에 대한 얘기에도 대선 승리의 목적에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았다. 

 

우리가 어릴 때만 해도 음악교과서에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이라는 노래가 실려 있었을 정도로 통일에 대한 이야기가 늘 사회적 이슈였는데 어느 때부턴가 통일이라는 말조차 잊혀져 버렸다. 작년에 절 수련회에서 내가 자진해 사람들에게 민요를 가르쳐주기로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의미있는 노래를 알려주고 싶어서 [남누리북누리]를 가르쳤는데 남 등쳐먹고 사는 철없는 오빠가 그 노래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통일 대박' 이란 말도 순실이가 한 거라는 복장터지는 얘기에 치가 떨리지만 오래 잊고 지낸 우리의 소원은 여전히 통일이어야 하네.

 

 

안숙선이 부른 게 정말 좋은데 작년까지만 해도 유투브에 있던 영상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정권의 입김인가? 이 노래 부르는 안숙선 목소리에 반했는데 안타깝다. 그때 동영상을 mp3파일로 변환했던 것 같은데 그것도 삭제됐는지 찾기가 어렵네.

 

남누리 북누리

 

어느 누가 이을 건가 어느 누가 이을 건가

남누리 북누리 갈라진 우리 누리

그 누가 찾을 건가 그 누가 찾을 건가

남누리 북누리 빼앗긴 우리 누리

우리 뿐일세 우리 뿐일세

이 땅을 딛고 살 우리 뿐일세

함께 가세 함께 가세 해방의 큰 춤 추며

남누리 북누리 하나되는 그날까지

함께 가세 함께 가세 통일의 큰 춤 추며

남녘땅 북녘땅 통일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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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1-22 0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청래 의원의 책 2권이나 사놓고 아직 읽지를 못했는데 좋은 참고가 될듯합니다^^..공천 짤리고도 당을 위해 발로 뛰는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대부분은 공천 떨어지면 도끼들고 찾아갈려고 하던데 말이죠.

samadhi(眞我) 2016-11-22 15:07   좋아요 3 | URL
책보다 드라마를 꼭 보시라고 권하고 싶네요. 순전히 제 생각이지만 정청래 의원이 거기에 있어요 ㅋㅋㅋ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 1
아베 쓰카사 지음, 안병수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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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심하게 앓아 말 그대로 죽다 살아났다. 아,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다. 안 그래도 아픈데 위경련까지 겹쳐 사흘을 내리 앓고 응급실에 가서 수액 맞고 며칠이 지나서야 사람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후유증이 남아있다. 그러느라 언니 동기인 한의사를 통해 보약을 짓게 됐는데-그 비싼 한약을 먹을 리가 없지만 한약을 지어 먹어도 되는(?) 여건이 생겨서-언니의 약대 동기인 이 사람은 약대를 졸업하고 다시 한의대를 갔다. 그래서 면허가 둘이나 되는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몸조심을 해 좋은 음식만 먹어야 할 시기였는데 정크푸드나 간편음식 같은 것들만 잔뜩 먹어서 탈이 난 게 아니냐면서 '내가 먹은 음식이 내 몸이 된다'고 했던 그 사람의 당연한 말에 새삼 충격을 받았다. 이 책에서도 그 얘기가 나온다. You are what you eat.

 

음식, 요리에 대해 관심이 무척 많은 만큼 식품첨가물도 잘 알고 있을 법한데 일부러 알려고 하지 않았다. 알게 되면 가공식품을 조금도 먹을 수 없게 될까봐, 먹거리에 하나하나 다 신경 쓰고 살다가 스트레스에 받쳐 죽을까봐 모른 체하고 지냈다. 식품첨가물 회사에서 일하다 어린 딸이 식품첨가물 범벅인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놀라 식품첨가물의 해악을 알리는 사람이 되었다니 저자의 인생도 참 극적이다. 내가 알고 있는 식품첨가물은 아질산나트륨, 아스파탐, 안식향산... 정도였다. 그런데 이것들이 위험한 첨가물이었다. 독성이 강하고 사용기준도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는 첨가물이란다.

 

표지에 역한 느낌이 드는 사진이 나와있다. 미트볼 위에 잔뜩 뿌려진 색색의 소스에 몸에 무척 해로울 것 같은 노오란 주사액이 든 주사기가 꽂혀 있어 우리가 이런 음식들을 먹는구나 실감한다. 우리가 잘 몰랐거나 무시해왔던 식품첨가물이 무엇인지, 왜 이런 첨가물들을 쓰는건지, 이런 첨가물들을 알고자 애쓰고 식품을 고를 때 첨가물 정보를 확인하고 가능하면 이런 것을 덜 쓴 식품들을 고르라는 얘기다. 우려와 달리 식품첨가물을 전부 피해 자연식만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식품첨가물 범벅인 가공식품을 먹지 않을 수 없는 현대사회에서 무인도로 들어가 홀로 자급자족할 것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는 먹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니.

 

이 책을 읽는 동안 부엌에 있는 양념들-미림(언니랑 친한 분이 자기 요리의 핵심은 미림 이라고 했다는 얘기에 언니랑 깔깔대며 웃었다가 그게 떠올라 처음으로 사버렸다.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꼭 그게 당기는 이상한 성격이라...), 스팸, 양조간장, 식초, 골뱅이통조림 등등을 가져다 원재료 및 함량에 적힌 첨가물들을 읽어보았다. 그러고는 한번도 쓰지 않은 미림을 개봉해 통째로 개수대에 흘려보냈다. 군만두를 좋아해 간장에 찍어 먹기를 즐기는 남편에게도 여태 간장으로 알고 있었던 간장맛조미료를 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랬더니 이렇게는 못 살겠다며 내가 곧잘 써먹는 탈춤 대사를 읊어댄다."너 하고 나하고 더이상 볼 것이 없으니, 재산이나 나누자~" 미얄과장에서 미얄할미가 바람난 영감탱이에게 하는 말이다.

 

생협에 가입했다가 비용이 부담돼 탈퇴했는데 다시 가입해야겠다. 어차피 우리 부부는 섭취량이 많지 않으니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자연에 가까운, 좋은 음식을 조금씩 먹기로 한다. 늘 그렇게 생각해왔으면서도 막상 값싼 것에 눈이 가고-값이 싼 만큼 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음식이라는 사실을 저자가 여러 번 강조한다. 자본주의 논리라는 게 어딜 가나.- 귀찮아해서 곧잘 사먹고, 간편음식을 후딱 해치우고 손이 많이 가는 요리는 어쩌다 가끔 하게 된다. 겨우 한 끼 식사를 준비하더라도 오랜 시간을 들여 정성껏 음식을 만드는 수밖에 없네. 그게 좋다면서도 자꾸만 게으름을 피워왔는데 이 세상 살아가려면 귀차니즘을 버리고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인식한다. 이럴 때 꼭 우리집 가훈이 '근면·정직' 이라고 하신 아부지 말씀이 떠오를 게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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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1-19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일 좋은 것은 공장에서 만든 음식재료가 아니라 직접 자급해서 만들어 먹는 음식이 제일 좋지요.문제는 도시에 살면서 자급은 불가능하다는 것인라서요. 그래서 언젠가 시골 가고 내손으로 만든 걸 먹고 싶더군요.... 우째 몸은 좀 괜찮아 지셧는지요....

samadhi(眞我) 2016-11-19 07:58   좋아요 1 | URL
네 내가 텃밭을 일구어 먹거리를 직접 수확해야겠지요. 그걸 가까운 이들과 함께 하면 서로 물물교환이 될 수도 있을테고. 옛날같은 공동체를 만들어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아직 회복이 덜 돼서 집회를 못 나가고 있답니다 ㅠㅠ 애가 타네요.

감은빛 2016-11-19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아프셨군요! 이제 괜찮아지신거죠? 건강이 최고 중요하다는 말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 것 같아요.ㅎㅎ 이 말은 제 서재에 늘 이웃분들이 자주 남기는 말씀인대, 제가 여기서 하고 있네요.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 늘 생협을 이용해왔어요. 그런데 저 혼자 나와 사니까 다시 이용하지 않게 되네요. 대충 먹고 살지 뭐. 이런거죠. 가끔 애들이 오는 날에만 음식을 준비할 때 생협을 이용해요


samadhi(眞我) 2016-11-19 08:46   좋아요 0 | URL
그 전에 수도권에 살 때 두레생협을 이용했는데 그게 서울 경기에만 조합이 있나봐요. 제일 큰 아이쿱보다 저렴하고 품질도 좋았는데 광주로 내려오면서 어쩔 수 없이 탈퇴했거든요. 이 지역엔 한살림이랑 아이쿱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해서 두레생협보다 훨씬 못 한 것 같아 내내 망설이기만 했답니다.
몸은 아직 삐약합니다. 아직 더 조리(?)를 하려고 합니다.
 
왕은 사랑한다 세트 - 전3권
김이령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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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몇 년 전에 1권을 읽다 뻔한 내용이라 생각해 읽기를 그만두었는데 요즘 중고로 팔 책들을 살펴보다가 이 책이 눈에 띄어 다 읽고 팔 생각에 꺼내들었다. 읽다보니 팔기가 아깝네. 단순한 로맨스 소설이 아니잖아. 역사적 사실에 아주 조금(?) 허구를 버무려 놓았다. 작가가 실감나게 그려낸 인물들이 지나치게(?) 매력적인 거야. 작가가 쓰는 어휘도 다양해서 부지런히 사전을 찾아가며 읽었다.

 

이를테면 엄부럭(어린아이처럼 철없이 부리는 억지나 엄살 또는 심술), 사날없다(붙임성이 없이 무뚝뚝하다)라는 단어와 앙탈은 잘 알지만 앙살(엄살을 부리며 버티고 겨루는 짓)이라는 단어는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렁저렁(그럭저럭:충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로)이 그럭저럭과 같은 뜻인 것도 알게 됐다. 이응 받침이라 어감이 더 부드럽고 좋다. 일부만 예를 들었지만 책을 읽을 때 이렇게 새로운 단어를 알게 되는 것이 기쁘다. 일일이 사전을 찾아가며 읽는 수고마저 즐겁다.

 

한가지 작가에게 좋지 않은 버릇 또는 문체라고 불러야 하나. 아무튼 문법적으로도 잘 맞지 않는 느낌인데 "~하니 ~하다" 가 상황에 맞지 않게 반복된다. "~하게 ~하다" 라고 해야 맞을 표현들인데 1권부터 3권까지 어색한 문장이 많아 거슬린다. 교정, 교열한 사람은 분명히 알았을 텐데 그런 문장을 그대로 실었다는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깊은 흉터가 뚜렷하니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했다" 얼핏 보면 맞는 것 같지만 어색하기 그지 없다. "깊은 흉터가 뚜렷해~"가 더 자연스럽다. "그는 반듯하니 앞만 본다" 는 "그는 반듯하게~"가 더 어울리고. "두 손이 어정쩡하니 허공에 떴다가~"는 "두 손이 어정쩡하게~"가 맞는 표현이다. 아무튼 옥의 티 라고 할 만한 문장들이 너무 많아 답답하다.

 

등장인물들 이름이 적절하고 성격에 딱 맞아 작가의 작명능력도 뛰어나다 생각했다. 여러 사람의 사랑 얘기들이 나오지만 주인공 세 사람의 얘기보다 무석과 비연의 얘기가 좋았다. 작가가 감당이 안 돼 그런 것인지 무석을 너무 일찍 죽여버린 것이 아쉽다. 현실세계에서 만나는 '남자입네~' 하는 사람들은 유치한 인간형이 많아 가까이 하기 껄끄럽지만 책에서 그려내는 무석처럼 태생이 전사인, 사내다운 인물은 몹시 끌린다. 김혜린, 『불의 검』의 주인공 산마로와 닮았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너무나 원했던 이상세계에서 살게 된 것, 그것이 결말이 될 것임을 암시한 부분부터 작가에게 반해버렸다. 오아시스 마을 얘기를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에서 본 것 같은데 꿈같은 이상향이 이 책에서 나온다. 욕심없이, 최소한의 물건을 가지고 아주 적은 양의 음식을 먹으며 마을공동체와 함께 살아가는 세계. 뉴질랜드 오지에 있다는 어느 원주민 마을같은 곳에서 언젠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살 수 있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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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6-11-18 0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로도도 만들어진다고 하던데.. 재미있나보네요~

samadhi(眞我) 2016-11-18 03:40   좋아요 0 | URL
네. 기대하지 않았는데 예상밖으로 좋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11-18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긴 현실에서는 남자입네, 하는 놈치고 남자인 놈 별로 못 봤습니다..

samadhi(眞我) 2016-11-18 14:54   좋아요 0 | URL
그래서 그런 애들(?)이랑 안 친해요. ㅎㅎ

감은빛 2016-11-18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의 경우 교정교열을 보기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아요.
작가들이 자기 글을 고치는 걸 무지하게 싫어하거든요.
예전에 한 선배 편집자가 의미없이 반복되는 어떤 단어를 고쳤다가,
그 소설가에게 엄청나게 욕을 먹은 적이 있었어요.
결국 고치기 전 상태로 되돌려서 그대로 인쇄했죠.

그런데 웃긴 건 책이 나오고 나서 동료 작가들로부터
그 단어 지적을 받았던 거예요.

자존심만 세울 것이 아니라, 편집자의 조언을 들어야 하는데,
소설가라는 타이틀이 그러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내가 소설간데, 감히 편집자 따위가 내 글을 고쳐? 이런 거죠.

samadhi(眞我) 2016-11-18 16:07   좋아요 0 | URL
네 늘 저자와 싸우는 게 일이지요. 저는 좀 심하게 고쳐버려서 마찰을 많이 빚는데요. 그냥 글쓰기 기본도 안 돼 있는 사람들 글만 고쳐봐서 그나마 큰 저항은 없었지만. 대단한 작가들 교정은 본 적이 없어서 그렇게 막나간 거죠. 교정하는 사람들 고충 이해돼요. 작가라면 자존심을 부릴 게 아니라 수긍해야 하는데 자기글을 객관적으로 보기가 쉽지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