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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 ㅣ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 1
아베 쓰카사 지음, 안병수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5월
평점 :
얼마 전 심하게 앓아 말 그대로 죽다 살아났다. 아,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다. 안 그래도 아픈데 위경련까지 겹쳐 사흘을 내리 앓고 응급실에 가서 수액 맞고 며칠이 지나서야 사람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후유증이 남아있다. 그러느라 언니 동기인 한의사를 통해 보약을 짓게 됐는데-그 비싼 한약을 먹을 리가 없지만 한약을 지어 먹어도 되는(?) 여건이 생겨서-언니의 약대 동기인 이 사람은 약대를 졸업하고 다시 한의대를 갔다. 그래서 면허가 둘이나 되는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몸조심을 해 좋은 음식만 먹어야 할 시기였는데 정크푸드나 간편음식 같은 것들만 잔뜩 먹어서 탈이 난 게 아니냐면서 '내가 먹은 음식이 내 몸이 된다'고 했던 그 사람의 당연한 말에 새삼 충격을 받았다. 이 책에서도 그 얘기가 나온다. You are what you eat.
음식, 요리에 대해 관심이 무척 많은 만큼 식품첨가물도 잘 알고 있을 법한데 일부러 알려고 하지 않았다. 알게 되면 가공식품을 조금도 먹을 수 없게 될까봐, 먹거리에 하나하나 다 신경 쓰고 살다가 스트레스에 받쳐 죽을까봐 모른 체하고 지냈다. 식품첨가물 회사에서 일하다 어린 딸이 식품첨가물 범벅인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놀라 식품첨가물의 해악을 알리는 사람이 되었다니 저자의 인생도 참 극적이다. 내가 알고 있는 식품첨가물은 아질산나트륨, 아스파탐, 안식향산... 정도였다. 그런데 이것들이 위험한 첨가물이었다. 독성이 강하고 사용기준도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는 첨가물이란다.
표지에 역한 느낌이 드는 사진이 나와있다. 미트볼 위에 잔뜩 뿌려진 색색의 소스에 몸에 무척 해로울 것 같은 노오란 주사액이 든 주사기가 꽂혀 있어 우리가 이런 음식들을 먹는구나 실감한다. 우리가 잘 몰랐거나 무시해왔던 식품첨가물이 무엇인지, 왜 이런 첨가물들을 쓰는건지, 이런 첨가물들을 알고자 애쓰고 식품을 고를 때 첨가물 정보를 확인하고 가능하면 이런 것을 덜 쓴 식품들을 고르라는 얘기다. 우려와 달리 식품첨가물을 전부 피해 자연식만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식품첨가물 범벅인 가공식품을 먹지 않을 수 없는 현대사회에서 무인도로 들어가 홀로 자급자족할 것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는 먹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니.
이 책을 읽는 동안 부엌에 있는 양념들-미림(언니랑 친한 분이 자기 요리의 핵심은 미림 이라고 했다는 얘기에 언니랑 깔깔대며 웃었다가 그게 떠올라 처음으로 사버렸다.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꼭 그게 당기는 이상한 성격이라...), 스팸, 양조간장, 식초, 골뱅이통조림 등등을 가져다 원재료 및 함량에 적힌 첨가물들을 읽어보았다. 그러고는 한번도 쓰지 않은 미림을 개봉해 통째로 개수대에 흘려보냈다. 군만두를 좋아해 간장에 찍어 먹기를 즐기는 남편에게도 여태 간장으로 알고 있었던 간장맛조미료를 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랬더니 이렇게는 못 살겠다며 내가 곧잘 써먹는 탈춤 대사를 읊어댄다."너 하고 나하고 더이상 볼 것이 없으니, 재산이나 나누자~" 미얄과장에서 미얄할미가 바람난 영감탱이에게 하는 말이다.
생협에 가입했다가 비용이 부담돼 탈퇴했는데 다시 가입해야겠다. 어차피 우리 부부는 섭취량이 많지 않으니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자연에 가까운, 좋은 음식을 조금씩 먹기로 한다. 늘 그렇게 생각해왔으면서도 막상 값싼 것에 눈이 가고-값이 싼 만큼 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음식이라는 사실을 저자가 여러 번 강조한다. 자본주의 논리라는 게 어딜 가나.- 귀찮아해서 곧잘 사먹고, 간편음식을 후딱 해치우고 손이 많이 가는 요리는 어쩌다 가끔 하게 된다. 겨우 한 끼 식사를 준비하더라도 오랜 시간을 들여 정성껏 음식을 만드는 수밖에 없네. 그게 좋다면서도 자꾸만 게으름을 피워왔는데 이 세상 살아가려면 귀차니즘을 버리고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인식한다. 이럴 때 꼭 우리집 가훈이 '근면·정직' 이라고 하신 아부지 말씀이 떠오를 게 뭐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