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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1 ㅣ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1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가끔씩 다음 홈페이지에 뜨는 EBS 지식e채널을 클릭해 보곤 한다. 흥미로운 주제들을 파헤쳐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잠깐 스쳐지나가는 이 방송을 한번도 안 본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우리집엔 TV가 없어 인터넷으로 가끔 찾아본다. 이 책 1권 초판 발행이 2002년이고 책에서 최근이 2007년이라고 언급되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뉴스타파 김진혁 PD가 아직 공중파 방송에서 일할 때였구나.
하나의 주제가 짧아서 아쉽지만 그래서 더 좋기도 하다. 독자에게 틈을 주어 하나를 읽고 나면 머릿속에서 이 생각, 저 생각이 가지를 친다. 한국화처럼 여백의 미가 있는 책이다. 각 주제마다 얘기를 풀어놓고 말미에 그 주제에 대한 참고문헌을 적어두었다. 이 책 내용보다도 참고문헌이 더 끌려서 얼른 메모해 둔다. 며칠 전부터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 미국 인디언 멸망사 』라는 책을 사야지 하고서 보관함에 담아두고 온라인서점 마다 중고책 있나 찾아보았는데, 마침 『지식e - 시즌1』맨 처음 이야기가 바로 그 내용이다. 반가워라.
여태 모르고 지내왔거나 알면서도 모른척 해온 일들을 이해하는 시간이 된다. 지나온 일들과 지금도 계속되는 세상의 일들를 살펴보고 내 자신을 돌아본다.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다닌 이 책을 읽는 내내 훌쩍거리느라 어깨가 들썩인다. 김진혁 PD가 기획한 것이라 더욱 그랬겠다. 「시속 0km」 라는 일화에 나온 글이 눈에 들어온다.
나무는,
태양, 물, 이산화탄소만 있으면
지구 어디에서나 자신의 자리에 서서
다른 생명체를 잡아먹지 않은 채
지구 생명체 중 가장 크게
지구 생명체 중 가장 오래 살 수 있다.
시속 0km
다른 생물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영양분을 섭취하고 만들어내는
나무는
지구상에서 가장 독립적인 생명체
시속 8000km
갈수록 속도를 높이며
자연을 착취하고 파괴해야 살 수 있는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종속적인 생명체
욕심없이 살고 싶다. 나무처럼 말없이,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바로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을 우적거리며 스마트폰이 버벅거리기라도 하면 답답해하고 뭐든 조금만 불편해도 투덜거리면서... 아직 난 헛된(?) 꿈을 꾼다. 원시공동체로 돌아가 자연으로 살고 싶다. 조금 불편해도 좋은, 세상을 꿈꾼다.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세상에서 매일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이토록 까무러치게 놀라고 상처받지 않아도 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