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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보다, 마음을 듣다 - 정원을 가꾸며 내면에 귀 기울이는 시간
김현호 지음 / 샘터사 / 2026년 4월
평점 :
[꽃을 보다, 마음을 듣다] 서평
정원을 가꾸며 내면에 귀 기울이는 시간
김현호 지음
저자는 정원과 상담이 참 많이 닮았다고 말합니다. 소통과 공감, 이해와 위로, 그리고 치유의 따뜻함이 그 안에 고스란히 배어 있기 때문이지요. <정원의 위로>의 저자가 '정원을 돌보는 것은 세월을 가꾸는 것'이라 했듯, 이 책의 저자에게 정원은 무의식을 탐색하는 또 하나의 통로입니다. 흙을 만지고 생명을 돌보는 일은 내면 깊은 곳을 깨우고, 신비로울 정도의 평온을 선물합니다.
38년의 직장 생활을 뒤로하고 시골에서 정원을 가꾸며 상담학을 공부하는 70대 은퇴자의 이야기는, 노년을 앞둔 저에게 아주 특별한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나도 이렇게 늙어가고 싶다"라는 기분 좋은 희망이 생겼거든요. 아내가 시골 생활을 낯설어할 때 함께 정원을 만들며 시작된 그들의 노년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그 순간, 누군가 천천히 나에게 다가온다. 아무런 소리도 기척도 없이 조용히 옆자리에 앉는다. (중략) 말을 섞지 않아도 서로의 기분과 생각이 물 흐르듯 통한다. 내가 지금 무엇 때문에 마음이 허전한지... 어떤 위로를 받고 싶어 하는지 그는 다 알고 있는 듯하다."
(p37)
"그는 나의 내면 가장 깊은 곳을 투명하게 보고 있다. (중략) 그렇기에 나는 나에게 진정한 위로를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p38)
저자는 아내와 함께 만든 성소인 오두막에서 첫눈을 기다립니다. 눈밭을 뒹굴고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을 크게 틀고 싶다던 그 낭만적인 꿈이 현실의 한계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그 기다림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달콤해 보입니다. 잔디밭의 잡초를 뽑다 마주한 별꽃, 쇠별꽃, 개별꽃들. 자세히 들여다보면 잡초라 부르기 미안할 만큼 예쁜 꽃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된 저자는 제초제 대신 일일이 손으로 잡초를 뽑는 수고를 선택합니다. 작은 생명에 귀 기울이고 사랑하는 법을 정원에서 배우는 것이지요.
"정원을 가꾸는 일이나 사람의 마음을 돌보는 일이나 결국 본질은 같다. 대상을 향한 깊은 배려, 그러면서도 상대가 스스로 피어날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주는 인내가 필요하다." (p156)
눈이 녹아 땅으로 스며들어 자양분이 되듯, 상담자의 개입도 부드럽게 이어져야 함을 저자는 깨닫습니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가 말했듯 결국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며, 정지해 있는 것은 '죽음을 사는 것'과 같습니다. 이미 고령사회에 접어든 지금, 나의 노년은 어떤 모습일지 이 책을 읽으며 정성껏 설계해 봅니다.
자연을 가꾸며 그 품에서 살아가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삶이 또 있을까요. 계절마다 피어날 꽃과 나무들을 미래의 내 정원 한편에 심어보는 상상을 하며, 참 행복하게 책장을 넘겼습니다.
@isam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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