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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경찰관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47
플랜 오브라이언 지음, 이정화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2월
평점 :
🎁도서협찬
[세 번째 경찰관] 서평
플랜 오브라이언 지음/이정화 옮김
1940년 작가는 완고한 출판사들로부터 거절당한 뒤, 원고를 잃어버렸다고 거짓말하며 27년간 서랍 속에 감춰두었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세상에 나온 이 책은 아일랜드 문학의 보석이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게 되면 독자는 단순한 독서를 넘어 '지적인 멀미'와 '기묘한 해방감'을 동시에 경험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물리 법칙이 붕괴된 서사와 드 셀비의 기이한 이론들 때문에 매우 난해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며 마치 토끼 굴에 빠진 앨리스처럼, 상식이 뒤틀린 세계를 여행하는 묘한 해방감과 지적 유희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 당연했던 세상이 '의심'스러워집니다
우리는 밤이 오면 해가 진다고 생각하고, 바람은 그저 공기의 흐름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길가에 부는 바람을 보며 '저건 무슨 색일까?'라고 자문하게 되거나, 밤의 어둠이 정말로 '검은 공기'가 쌓인 것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됩니다. 익숙한 현실의 질서에 균열이 생기는 경험이죠.
p91
"무슨 말인지 압니다. 하지만 법은 지극히 복잡한 현상이에요. 이름이 없다면 시계를 소유할 수 없고, 그럼 도둑맞은 시계도 존재하지 않는 거지요. 그걸 찾는다면 정당한 소유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거고요.
✍️. '나'라는 존재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이름을 잊어버린 주인공이 경찰서에서 겪는 수모를 보며, 독자는 깨닫게 됩니다. 내가 나라고 믿는 근거들이 사실은 이름표, 주민등록번호, 소유한 물건들 같은 '외부의 기호'들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요. 이 책은 "그 모든 껍데기를 벗겨냈을 때,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묵직한 실존적 질문을 던집니다.
p130
"인간성 함량이 높은 자전거의 행동은 굉장히 교활하고 아주 놀랍습니다. 이들이 혼자 움직이는 걸 볼 수는 없지만, 의외의 장소에서 예기치 않게 이들을 보게 되지요.
✍️. 사물과의 관계가 기묘해집니다 (자전거의 유혹)
책의 중반부를 넘어가면 길거리에 세워진 자전거를 예사로 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혹시 저 자전거의 주인은 자전거와 원자를 너무 많이 섞어서 이미 반쯤은 고무와 철로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오브라이언식 유머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게 되거든요. 사물과 인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부조리한 공포와 웃음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p148
"제게 이름이 없으므로, 제가 여기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하신걸 기억하세요? 제 존재가 법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하셨지요?"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어른 버전을 여행한 기분이 듭니다. 앨리스처럼 환상적이지만 그 끝은 훨씬 서늘합니다. 살인이라는 무거운 죄의 대가가 물리 법칙이 붕괴된 기괴한 지옥에서 영원히 반복되는 굴레(뫼비우스의 띠)임을 깨닫는 순간, 독자는 이 책이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라 인간의 운명에 대한 거대한 비유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p177
이봐. 가기 전에 말해 줄게. 난 네 영혼이고, 네 모든 영혼이야. 내가 가면 넌 죽게 돼. 과거의 인류는 새로 태어난 모든 사람에게 깃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사람 안에 실제로 담겨 있어.
✍️ 작가가 독자에게 던지는 핵심 질문
"당신이 믿는 현실은 정말로 실재하는가?"
작가는 우리가 집착하는 이름, 명예, 지식 같은 것들이 이 부조리한 세계 앞에서는 자전거 바퀴살보다 못한 가치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며, 현실에 대한 맹신을 멈추라고 말합니다. 이 모든 기괴한 여행은 결국 살인을 저지른 주인공이 겪는 '영원한 회귀'의 형벌이며, 우리가 벗어날 수 없는 실존의 굴레를 상징합니다.
p239
나도 몰라, 이런 경우 나 같은 존재는 어떻게 되는 건지 나도 모르겠어. 기억이 안 나는 것일 수도 있고. 어떨 땐... 세상의 한 조각이 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 무슨 말인지 알겠어?
📝 결론적으로
읽기 전에는 '난해하고 이상한 책'일 수 있지만, 읽고 나면 '세상을 보는 새로운 렌즈'를 갖게 되는 책입니다. 이 책의 파편화된 괴변들도 결국 '실존의 허무와 죄의 굴레'라는 거대한 그림을 완성해 줍니다. 내 안의 또다른 자아와 종종 대화를 나누지만, 이 책을 통해서 언어유희의 재간에 말문을 잃었다가 정신을 차리기를 반복했습니다.
위 서평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eul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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