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채식주의자(개정판)
한강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서평
[채식주의자]
한강 장편소설

별로 두껍지도 않은 책을 이렇게도 오랫동안 붙잡고 있는것은 처음이다. 출.퇴근길에 버스에서 야금야금 읽었다. 몇일전 완독하고서 계속 머리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무엇때문일까?
마치 잡히지 않는 안개를 잡으려는 것처럼 머리속이 복잡하고, 뭐라고 형언할 수 없고, 단정지을 수 없는 그 무엇이 나를 괴롭혔다. 어릴때부터 가부장적인 부모님에게 순종적이지 못한 영혜는 학대와 폭력의 대상이었다. 그리고는 꿈을 꾸고서는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런 영혜를 비정상으로 취급하고, 보통 사람들의 주류속에 들지 못하는 것처럼 취급했다.


영혜의 아버지는 급기야 먹지 않겠다는 고기를 영혜의 입안으로 강제로 밀어 넣었다. 가족들이 주변 사람들이 그럴수록 영혜는 더욱 자신만의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형부가 부탁한 비디오 촬영에 허락을 하고 영혜는 그동안 감추어져 있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든다. 그리고 그 장면을 목격한 언니는 두사람을 정신병원에 감금시킨다.


정신병원에 감금된 형부는 정상으로 판결되어 나왔지만, 영혜는 그곳에서 더욱 더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들어간다. 누군가를 원망해도 나약해진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고기를 먹지 않았던 영혜는 이제는 식사마저 거부해서 앙상한 뼈만 남게 된다. 그런 영혜를 바라보는 언니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p241
문득 그녀는 이 순간을 수없이 겪은 듯한 기시감을 느꼈다. 고통에 찬 확신이 마치 오래 준비된 것처럼,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그녀의 앞에 놓여 있었다.
이 모든것은 무의미하다.
더이상은 견딜 수 없다.
더 앞으로 갈 수 없다.
가고 싶지 않다.



p242
봄날 오후의 국철 승강장에 서서 죽음이 몇달 뒤로 다가와 있다고 느꼈을 때, 몸에서 끝없이 새어나오는 선혈이 그것을 증거한다고 믿었을 때 그녀는 이미 깨달았었따. 자신이 오래전부터 죽어 있었다는 것을. 그녀의 고단한 삶은 연극이나 유령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그녀의 곁에 나란히 선 죽음의 얼굴을 마치 오래전에 잃었다가 돌아온 혈육처럼 낯익었다.


이 소설은 영혜, 형부, 언니의 시점에서 쓰여졌다.

p264
꽃과 잎사귀, 푸른 줄기들로 뒤덮인 그들의 몸은 마치 더이상 사람이 아닌 듯 낯설었다. 그들의 몸짓은 흡사 사람에서 벗어나오려는 몸부림처럼 보였다. 그 기묘하고 황량한 영상에 자신의 전부를 걸고, 전부를 잃었을까....

정신병원에서 영혜를 데리고 나오는 언니는 영혜의 귓바람에 한마디 말을 한다.

"꿈속에선, 꿈이 전부인 것 같잖아. 하지만 깨고 나면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알지... 그러니까, 언젠가 우리가 깨어나면, 그때는....."
(본문에서)


영혜는 정말로 삶의 의지를 다 놓아버린 것일까? 그렇다면 무엇 때문일까? 늘 삶에 당당한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었던 것일까? 어릴적부터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억압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발산하지 못한 것일까?

계속해서 머리속에서 맴도는 이 질문들이 나를 괴롭혔다. 어쩌면 우리의 내면에는 이런 영혜가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애써 주류에 들어가고자 몸부림치는지도 모른다. 비주류로 산다는 것은 남들의 시선으로 부터 절대로 자유롭지 않으니까. 그래서 주류의 세상으로 들려고 아둥바둥 그렇게 애쓰는지도 모른다. 보통으로 살아야 하는게 당면한 과제인것처럼....


이렇게 책장을 덮고도 머리속이 복잡하고 석연찮은 책은 처음이다. 한강 작가님이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 어쩌면 작가님 자신의 내면속에 있는 응어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는 심장 한 켠에 작은 응어리를 가지고 살아간다. 어디에서고 표출할 수 없는 그 시뻘건 응어리를 어쩌면 영혜는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걸로 표출한 건지도 모른다. 그런 영혜가 너무 가여워서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메마른 가지처럼 앙상해진 몸으로 이젠 더이상 꿈을 꾸지 않는다는 영혜..,,
더이상 꿈을 꾸지 않기를....


@changbi_in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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