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족각본
김지혜 지음 / 창비 / 2023년 8월
평점 :
가족 안에서 우리의 관계와 역할은 왜 성별로 규정되며, 애초에 이 역할이 무엇인지 저자는 성소수자 이슈가 만들어내는 균열을 쫒아 한국의 가족제도를 추적하고 있다. 헌법 제36조 제1항이 보장하는 가족생활이 모든 사람의 권리라면, 가족각본을 고정해놓고 사람을 끼워 맞추라는 뜻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저자는 말한다
한국에 호주제를 도입시킨 일본은 1947년에 폐지했고, 한국은 폐지되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렸다. 저출생과 인구위기를 논한 세월이 20년을 넘는데도 모든 출생을 조건없이 반기지는 않는것 같다. 인구감소가 걱정이라면 부모의 결혼유무에 상관없이 사람이 태어나는 것이 중요할 법한데, 한국사회에서는 아직까지 결혼밖 출산은 금기된 시나리오처럼 느껴진다.
혼외출생자에게 불이익이 있어야 결혼이란 제도가 특별한 의미를 가질 테고, 어쩔수 없이 차별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고 하는데, 이 질서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고 묻고 있다.
결혼은 두 사람이 배우자로서 권리.의무 관계를 성립시키는 법적 행위로, 결혼이 임신. 출산에 관한 능력을 확인하는 자격제도는 아니지 않은가
결혼이나 자녀출산에 관한 결정은 헌법적으로 보면 국가나 제3자가 간섭할 수 없는 사생활의 영역이다. 만약 결혼과 출산의 절대 공식이 해체되고, 비혼가족이 많아지고 동성결혼이 합법화되면 한국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동성결혼을 합법화된 국가들의 상황을 보면, 혼외출생률도 높은데 이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런 나라에서는 사람이 어떻게 태어나든 평등한 삶을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어왔다는 뜻은 아닐까? 가족질서를 위해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고 평등을 위해 가족제도의 변화를 요구할 것인가?
2022년을 기준으로 트랜스젠더를 위한 성별인정 절차를 마련하고 있는 유럽 28개국이 불임수술을 요구하지 않고 성별정정을 허용한다고 한다. 2017년 유럽인권재판소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강제불임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고, 개인의 신체적 온전성을 해치는 일이며 성별에 대한 개인의 정체성을 존중받도록 보장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었다.
얼마전 해외입양인 3백여명이 해외입양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다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조사를 신청했다. 아동을 위한 최선의 길이 입양이었을까? 한국사회는 가부장제를 지키고 경제발전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 아이들을 보냈다.
국가가 강제로 불임수술을 명령하는 제도는 1999년 2월에 폐기되지만, 모자보건법에는 우생항적 조항이 남아 있다고 한다. '우생학적,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한다는 모자보건법 제14조다.
사람의 가치에 우열을 매기는 우생학적 관념은 역사적으로 수많은 소수자 기반의 차별로 인종주의, 장애인차별, 성소수자혐오, 경제적으로 낮은 계층에 대한 낙인 등 집단 사이에 위계를 세우고 열등한 집단을 격리하고 배제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1994년 카이로에서 열린 '유엔 인구및 개발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채택된 행동강령은 재생산 권리를 이렇게 정의한다. [재생산 권리]는 모든 커플과 개인이 자유롭고 책임 있게 자녀의 수와 터울을 결정하고 이를 위한 정보와 수단을 이용할 기본적인 권리와, 최상의 성과 재생산 건강을 유지할 권리를 인정하는데 바탕을 두고 있다. 또한, (...) 차별, 강요, 폭력없이 재생산에 관련된 의사결정을 내릴 권리를 포함한다
2017년 대법원은 강제적인 불임수술과 임신중절수술의 피해를 입은 한센인들에 대해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해외에서는 과거의 트랜스젠더 강제불임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소식이 들려오는데, 한국도 이런 결정을 언젠가 내리게 될까?
재생산 권리를 보장한다는 건 임신, 출산에 관한 개인의 결정을 존중하는 일이고, 출생하는 사람을 존엄하고 평등하게 대우하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저출산시대에 출산을 장려하는 홍보에도 비혼주의가 늘어나고 있는데, 해외에서처럼 한국도 재생산 권리를 존중하여, 출산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적 제도가 마련되면 출산률이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가의 미래가 어디에 있는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위 서평은 창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