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운동장 상상 동시집 12
김마리아 지음, 김서빈 그림 / 상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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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운동장] 김마리아 시 , 김서빈 그림 서평
울산 방어진이라는 곳이 방어가 많이 잡혀서 방어진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합니다. 방어진 꽃바위에서 김마리아 작가님은 태어났다고 하셨는데, 유년시절의 바닷가에서의 추억들이 눈앞에 그대로 그려지는듯 합니다. 갯벌에서의 기억들을 작가님만의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하셨습니다

" 볼볼볼볼볼볼볼

볼볼볼볼볼볼볼
뾸..
볼볼볼볼볼볼볼
게들이 신났다 "


이 볼볼볼볼이라는 글을 읽고 있으면 작은 게들이 옆으로 볼볼거리며 기어가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갯벌에서 게들이 빠르게 옆으로 기어가는 모습을 보면 마치 바퀴를 단것처럼 보입니다.
바닷가에서는 늘 보는 익숙한 장면이지만, 이렇게 재미있게 익살스럽게 김마리아 작가님의 감성이 느껴집니다. 볼볼거리는 게들은 서로 뒤엉켜서 뒤집어지기도 합니다.

"무서운 소금"
건져 올린 통발 안에서
꼼짝 안 하는
문어
죽은 척 있는 문어
고집 센 문어
나와
밖으로
안 나갈 거야
못 나가
절대로 안 나갈 거야

나오라니까
나와
안나오면
소금 뿌린다
정말로 안 나올래?


통발속의 문어가 꼼짝도 안하고 죽은듯이 있는 모습을 해학적으로 표현하셨는데, 이 대목에서 빙그레 웃으며 한눈 파는사이 문어가 어슬렁 어슬렁 도망치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합니다.

문어가 안나오자 소금 뿌린다 하니까 문어는 소금의 그 짠맛이 무서워서 어슬렁 어슬렁 기어 나올 것만 같습니다.

"공짜집" 에서는 바다에 사는 집게의 부러움을 잘 표현하셨는데요. 저도 읽으면서 이삿짐도 안 꾸려도 되고, 집세도 필요없고, 철마다 다른 공짜집이 있어, 내심 부러웠습니다. 집게들은 조개껍질만 보면 들어가서는 금방 뒤집어서 돌아다니는데, 대단한 적응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른 집게들이 사용한 집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집게는 성격이 정말 좋은가봅니다.

"갈치알에서 아기 갈치 태어나고
대구알에서 아기 대구 태어나고
명태알에서 아기 명태 태어나고
조기알에서 아기 조기 태어나고"

생선을 먹을 때 간혹 알들이 들어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갈치알이란 단어는 그냥 생선의 알이니까 먹을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작가님은 갈치알에서 아기 갈치가 태어난다고 하시며 생명을 불어 넣어 주셨습니다


꼬물꼬물 엄마갈치 따라서 졸졸 헤엄치며 다니는 아기 갈치를 생각만 해도 너무 귀여워요. 어린 치어들은 작고 여리고 힘이 없어서 몰려서 다닙니다. 꼬리를 살랑살랑 꼬물꼬물거리며 바닷속을 헤엄치는 상상을 해봅니다.

"물고기 플라스틱을 먹다" 에선 점점 플라스틱으로 오염되고 있는 바다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재조명하였습니다

"깨워도
깨워도 흔들어도,
일어날 줄 모른다"


가슴이 먹먹하고 안타까웠습니다. 가까운 바닷가에 가더라도 해변에는 플라스틱 조각들이 잘게 부서져서 널려 있습니다. 이것들을 바다 생물들이 삼키고, 몸속에 가득차서 결국 죽게 되는 모습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끔찍하고 무서운 장면들을 재미나는 동시로 표현하시는 김마리아 작가님의 세계를 잠시 상상해봅니다

갯벌뿐만이 아니라 지구의 생태계가 인간의 욕심으로 파괴되고 있는 모습들이 가슴 아프면서도, 김마리아 작가님의 동시속에선 해맑은 모습으로 뭇 생명들이 존재합니다

어렸을때 놀던 바닷가는 새파랗고 바다의 생물들이 언제나 나를 반겨주는데, 이제는 그런 생물들이 인간에 의해서 병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환경을 살려야 하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동시입니다.


"깨워도 깨워도 흔들어도 일어날 줄을 모른다" 는 대목에선 갯벌속의 생명들의 모습에서 벗어나 먼 미래의 우리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싶어 경각심이 생겼습니다.

[갯벌 운동장]이란 상상 동시집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동심의 세계로 돌아갔습니다. 볼볼거리며 갯벌을 기어 다니는 게가 되기도 하고, 통발속에서 죽은척하는 문어가 되기도 하고, 다른 작은 물고기들을 지켜주는 방어가 되기도 했습니다.

갯벌이 놀이터가 되어 자라온 김마리아 작가님의 표현은 인스턴트같은 요즘 시대에 달콤한 향수를 불러 일으킵니다. 갯벌과 바닷속의 생명들과 잠시 즐거운 소풍 다녀온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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