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박완서 작가의 음식 뿐만 아니라, 음식에 엄격하셨던 할머니, 엄격하진 않았지만 음식에 정성을 들인 외할머니의 음식과 호원숙 작가가 만드는 음식 이야기. 호원숙 작가의 어릴 적 음식에 대한 기억이 박완서 작가의 소설이나 에세이에 나온 글과 엮이면서 생생한 추억으로 살아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엄마보다는 외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우리 엄마는 요리를 못해서, 아니 안해서(?) - 가게와 집안 살림과 자식 넷 때문에 요리할 시간도 정신도 없었겠지요... 엄마가 생각나는 음식 추억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엄마가 해준 음식으로 기억나는 건 김치로 만든 음식 밖에. 김치찌개와 두부김치볶음, 김치볶음밥을 엄청 자주 먹었다. 다행히 그것들을 그때도 좋아하는 편이었고(물론 도시락 반찬으로 김치볶음과 멸치볶음 너무 자주 해줘서 짜증 낸 적도 많지만^^), 지금도 좋아한다.
외갓집에 오래 머물지는 않았지만, 중학교 가기 전에는 방학마다 며칠 씩 지내다 왔는데, 외할머니 음식이 정말 정말 맛있었다. 내가 싫어해서 엄마가 해주면 거의 먹지 않던 된장찌개도 외할머니는 어찌나 맛있게 끓이시는지. 밑반찬들도 어찌나 정갈하고 맛있는지. 편식 심해서 집에서 투덜거리며 먹지 않던 야채 반찬도 다 맛있고. 나물무침 왜 이렇게 맛있어? 왜 엄마는 외할머니의 음식 솜씨를 닮지 않은 것인가 하는 원망과 함께(엄마 뿐만 아니라 큰 이모, 작은 이모 모두 그 솜씨를 물려받지 못한 듯). 그 시골 동네는 구멍가게도 없어서 외할아버지가 하루에 한두 번 벽장에서 꺼내주시는 땅콩카라멜 말고는 군것질거리가 없어서 더 밥이 맛있었나?
외할머니 쪽진 머리도 생각난다. 친할머니는 내가 어릴 때부터 뽀글이파마를
하셨는데, 외할머니는 뽀글이파마를 본 기억이 없다. 아침마다 경대를 보며 참빗으로 머리를 정갈하게 빗고 기름을 바르고 비녀를 꽂으시는 걸 항상 신기하게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내가 쳐다보는 걸 인자하고 지긋한 웃음으로 바라보셨지.
엄마의 음식은 나에게는 한끼 한끼 살기 위한 생존의 기억이라면, 외할머니 음식이 나에게는 손자 손녀에 대한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