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로체스터씨를 만났다! 첫 만남 장면은 뭔가 로맨스의 전형 같은? 보통 로맨스에서는 첫 만남에서 원수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페어팩스 부인으로부터 부인과 나의 고용주에 대해 얻어들은 얘기는 이것이 전부였다. 세상에는 인물이든 사물이든 성격을 묘사하거나 특징을 관찰하여 말로 표현하는 일을 전혀못 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마음씨 좋은 페어팩스 부인은 바로 그러한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나의 질문은 부인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을 뿐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부인의 눈에 로체스터 씨는 바로 로체스터 씨였고 신사이며 지주였을 뿐 그 이상은 아니었다. 부인은 필요 이상 캐묻는 법도 더 알려고 하는 법도 없었고, 그의 인품을 좀 더 분명하게 알고 싶어 하는 나의 의도를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 P189

웃음소리는 낮고 똑똑한 가락으로 되풀이되더니 야릇하게 중얼거리는 소리로 멎어 버렸다.
"그레이스, 그만!" 부인이 소리쳤다.
그레이스와 같은 위인이 대답을 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처럼 비극적이고 그처럼 괴이한 웃음소리를 나는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때마침 시각이 한낮이요, 괴이한 홍소와 함께 귀신이 나옴 직한 분위기도 아니었고 장면이나 시기가 공포를 자아내게 하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않았다면 나는 미신적인 공포에 사로잡히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잠시 놀란 것만 하더라도 어리석은 일이었음이 곧 드러났다.
제일 가까운 쪽의 문이 열리고 하인 하나가 나타났던 것이다. 서른에서 마흔 사이로 보이는 빨간 머리의 여인으로 몸이 딱 바라진 것이 험상궂고 못생긴 얼굴이었다. 이처럼 산문적이고 유령답지 않은 유령은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 P190

사람이란 안온한 생활에 만족해야 하는 법이라고 말해 보았자 그것은 부질없는 일일 것이다. 사람이란 활동을 해야 하 - P194

는 것이고 그것을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엔 필경 만들어 내고야 만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나보다도 평온한 생활에 얽매여 있고 또 수백만의 사람들이 그 운명에 말없이 항거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반란을 제외하고서도 얼마나 많은 반란이 지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격동하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성은 대체로 평온한 존재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그러나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고그들의 오빠나 동생들과 똑같이 자기의 능력과 노력을 발휘할 터전을 필요로 하고 있다. 너무도 가혹한 속박, 너무나 완전한 침체에 괴로워한다는 점에선 여성도 남성과 하등의 차이가 없다. 여성들이란 집 안에 처박혀서 푸딩이나 만들고 양말이나 짜고 피아노나 치고 가방에 수나 놓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보다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는 남성들의 소견 없는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관습에 의해서 여성에게 필요하다고 선고된 일 이상의 것을 하고 또 배우려고 하는 여성을 탓하거나 비웃는것은 소갈머리 없는 짓이다. - P195

"에어 선생에게 앉으라고 하시오." 그가 말했다. 억지로 숙인 듯한 딱딱한 고갯짓, 격식은 갖추었으면서도 성마른 듯한 그의 말씨는 이렇게라도 말하는 것 같았다. ‘에어 선생이 와있든 말든 내게 무슨 아랑곳이란 말인가. 지금은 얘기를 걸고싶은 기분이 아니야‘
나는 마음을 놓고 자리에 앉았다. 나무랄 데 없이 정중하게 나를 맞아 주었다면 나는 곤혹을 느꼈을 것이다. 내 편에서 거기 어울리는 세련되고 우아한 대답이나 반응을 나타내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렇게나 마구 대접받게 되면 내 편에서도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되는대로의 상대방의 거동에 이쪽에서 침착하게 다소곳이 굴면입장이 유리해진다. 그뿐만 아니라 그의 별난 태도가 나의 흥미를 끌었다. 어떻게 나올는지가 두고 볼 만했기 때문이다. - P215

"이리로 온 지가 이제 석 달 되었지요?"
"네."
"그러면 그 전에는..….…."
"OO주의 로우드 학교에 있었습니다."
"아, 그 자선 학교 말이오. 거기선 몇 해나 있었습니까?"
"팔 년입니다."
"팔 년이나! 정말 놀라운 강단입니다. 그런 곳에서 그 반쯤만 있어도 보통 사람이면 녹초가 되기 마련인데! 선생의 혈색이 저세상 사람 같은 것도 딴은 놀라운 일이 아니군요. 도대체 어디서 저런 혈색을 얻어 갖게 된 것일까 하고 궁금히 여겼어요. 어제 저녁, 헤이 소로에서 만났을 때는 어쩐지 옛 요정 얘기가 생각납니다. 내 말에 마술을 건 것이나 아닌지 물어보고 싶은 생각까지 들던걸요. 아직도 홀려 있는 것 같은 기분이오. 부모님은?"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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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장 파괴의 천사 조지 엘리엇
<성직 생활의 장면들>
<애덤 비드>
<급진주의자 펠릭스 홀트>
<플로스강의 물방앗간>
<미들마치>
<로몰라>
<대니얼 데론다>
모순, 분노, 파괴의 천사, 살인 본능, 생매장, 바느질, 거미줄..

이번 장 읽은 책도 없고, 너무 많은 책이 언급되어 있고, 그리고 이불 속에서 졸며 읽었네. 이젠 더 모를 ‘시’ 챕터…

성직 생활의 미덕에 대해 쓰려고 하는 불가지론자로서, 아내의 봉사를 찬양하는 ‘타락한‘ 여자로서, 모성을 찬양하는 아이 없는 작가로서, 여성적 감수성을 기꺼워하는 의미로 스스로 ‘삶의 실험’이라[편지 6] 부른 소재를 다루는 지성인으로서, 엘리엇은 모순에 빠지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자기 소설 인물들에게 복수하고(그녀가 고백한 소설가의 의도와 견주면 더 두드러지는) 가혹한 징벌을 내림으로써 그런 모순을 해결할 수 있을 뿐이다. 정신과 마음 사이의 이 긴장이야말로 엘리엇이 초기 필명 중 하나(파괴의 천사 폴리언)의 역할에 헌신했던 이유이며, 또한 매우 다른 미국의 두 동시대인인 마거릿 풀러와 헤리엇 비처 스토에게 매력을 느낀 이유다. 엘리엇은 엘리엇 자신의 예술 안에서 싸우는 충동을 두 사람이 구현했다고 본 것 같다.
조지 엘리엇과 마거릿 풀러는 성취한 업적이 매우 다르긴 하지만 여성적 힘에 대한 불안을 공유했다. 또한 이 둘은 다수의 지적 개인적 목표를 공유했다. 마거릿 풀러의 삶이 엘리엇 자신의 인생에 ‘구원과 같은 것‘이었다고 말했을 때[편지 2], 엘리엇은 그런 사실을 인식했던 것 같다. 엘리엇처럼 무섭고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던 풀러는 부도 사회적 지위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풀러는 돈 때문에 글을 쓰는 경우도 빈번했다. 학식이 높다는 이유로 비정상으로 여겨졌던 풀러는 엘리엇과 마찬가지로 무녀처럼 취급되었다. - P825

‘선머슴’ 같은 조가 발끈하는 성미 때문에 결국 누군가 죽이고 말 거라고 걱정하자 어머니는 자신도 40년 동안이나 못 고친 성질이 있다고 말한다. ‘나는 거의 날마다 화가 나지만, 티를 내서는 안 된다고 배웠지. 그래서 나는 여전히 그것을 느낄 수 없게 하는 법을 배웠으면 해. 그러려면 또 40년이 걸리겠지만‘ 하고 조에게 말한다.

- 작은 아씨들 - P832

만약 그녀가 존재의 평온한 위엄에서 행위의 끊임없는 불안으로 타락한다면 당신은 분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장] - P834

여자 주인공들이 자신의 분노를 누르고 체념의 필요성에 순종하는 동안, 작가는 네메시스가 되어 여자 주인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다. 그것은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그의 창조자를 위해’ 행동했던 방식이나 버사 메이슨 로체스터가 제인 에어를 ‘위해‘ 행동했던 방식과 똑같은 방식이다. 따라서 『성직 생활의 장면들』에서 미친 여자는 바로 (남성 화자가 아니라 장면들 뒤에 있는 여성 작가로서) 소설가라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 P843

『안티고네』 개정판에 대한 소론에서 엘리엇이 ‘자연적인 성향과 수립된 법 사이의 투쟁‘으로 묘사했던 것은 매기 털리버의 비극에 그녀가 기울인 관심의 극히 일부일 따름이다. 엘리엇은 여성 혐오자 크레온 왕에 반항한 안티고네에게 몹시 이끌렸다. 그녀의 반항은 오빠 폴리네이케스에 대한 충절 때문이었고, 그것이 결혼 거부라는 형식을 띠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티고네 - P848

의 반항은 순수한 자신을 자발적으로 매장하는 것이다. 엘리엇은 크레온과 폴리네이케스를 한 인물, 즉 톰으로 결합시켜 여자가 자신을 정의하고 자존감을 갖기 위해서는 남자에게 완전히 의존해야 한다는 여성 노예화를 분석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끌어들이고 있다. 『로몰라』 (1862~1863)에서 콜로노스의 안티고네 초상화 모델을 서는 여자 주인공이나 『미들마치에서 기독교적 의미의 안티고네로 보이는 도러시아의 경우도 분명 이에 해당하며, ‘헤카베와 헥토르 시대 이래‘ 여자들은 ‘성문 안에서 […]멀리 떨어져 세상의 싸움을 바라보고, 길고도 공허한날들을 기억과 공포로 채우고 있는데, 남자들은 밖에서 신과 인간의 일로 격렬하게 투쟁한다‘고 [5부 2장] 『플로스강의 물방앗간』의 화자는 추론한다. 국가의 법적 요구보다는 가족의 사적유대에 더 헌신하는 현대의 안티고네들은 자신의 충절 행위가 늘 자살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고독하고 무력한 존재들이다. - P849

이 화술은 무시할 수도 없고 폄하할 수도 없다. 타락한 여자의 분노는 작가의 플롯에 감추어진 변증법 속에서 미친 여자와 성모 마리아를 연결하며 극화되지만, 결국 화자의 여자 주인공으로 살아남은 자는 이타적인 성모마리아다. - P855

샬럿 브론테가 저항했던 모든 부정적 전형이 조지 엘리엇에 의해 미덕으로 전환된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브론테는 여자가 지적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저주하는 반면, 엘리엇 - P855

은 지적인 결핍이 초래할 무서운 결과는 인정하지만 이 결핍 덕분에 여자에게는 감정적인 삶이 더 풍부해진다고 암시한다. 브론테는 여자가 자기주장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반면, 엘리엇은 남성적 경쟁이 아닌 서로 돕는 동지애에 기초한 고유한 여성 문화의 미덕을 극화한다. 브론테가 여성의 감금이 불러일으키는 숨 막히는 구속의 느낌을 극화한다면, 엘리엇은 『미들마치』의 마지막에 인용한 던의 말마따나 자신의 사랑으로 ‘어디에든 작은 방‘을 만들 수 있는 여성의 창의성을 칭송한다.[83장] 브론테는 남자들이 소유한 권위 있는 자유를부러워하는 반면, 엘리엇은 그 권위 때문에 사실상 남자들이 그들 자신의 육체적 심리적 진정성을 경험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 P856

엘리엇은 자신의 후기 소설 전반을 통해 인자한 여자주인공들에 대한 화자의 존경과 작가의 복수충동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다. 우리가 이 투쟁의 의미 전체를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마도 엘리엇의 가장 위대한 소설 『미들마치』일 것이다. - P857

(로체스터가 제인 에어에게 행실이 의심스러운 프랑스 배우와 사귄 경험에 대해 설명한 것보다 훨씬 더 폭력적이고 플롯전개로 보더라도 불필요하기 짝이 없는 이 이상한 사건을 포함해) 『미들마치』에서 묘사한 결혼 관계와 여자의 연기가 은연중에 드러내는 살인 본능에 대한 엘리엇의 관점은 흥미롭다. 「벗겨진 베일』과 『성직 생활의 장면들과 같이 엘리엇은 근본적으로 자신이 ‘남성적 정신‘과 ‘여성적 가슴‘으로 규정한 대립적인 두 측면에 내재한 폭력 가능성에 관심이 있었다. - P858

그때도 도러시아는 ‘단지 시시한 길들의 미궁처럼 보이는, 어디로 가는지도 알 수 없는 벽으로 꽉 막힌 미로처럼 보이는 사회생활에 에워싸인 채, 편협한 교육의 굴레 속에서 몸부림쳤다.‘ [3장] - P868

도러시아의 딜레마는 한 미국 여자가 겪은 곤경을 기이하게 반향한다. 그녀의 가족은 19세기 후반 미국 인문학을 대표했다. 앨리스 제임스는 자신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을 때‘ 의 감정을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서재에서 책을 읽고 있을 때 나 자신을 창문 밖으로 던져버리거나, 은백색 머리카락의 자비로운 아버지가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쓰고 있을 때 그의 머리를 부숴버리고 싶은 격렬한 충동이 갑자기 온갖 형태로 나의 근육을 덮치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 모든 공포와 고통을 느꼈지만, 다만 광인과 다른 점이라면 내몫의 의사나 간호사의 의무와 구속복이 있다는 것이었다.

- 앨리스 인 베드!! - P877

‘시간이 흐른뒤에는 어떤 이야기도 똑같지 않다. 아니 오히려 그것을 읽는 우리가 더는 똑같은 해설가가 아닌 것이다.‘ [『애덤 비드』 54장] - P888

로저먼드는 어떤 면에서 여성으로서 자기 역할을 수용한다는 표시로 바느질을 한다. 그녀는 이 점에서 엘리엇의 소설에 나오는 대부분의 여자 주인공들과 현저한 차이가 있다. 다른자 주인공들은 기예가 부차적이고 전적으로 보상적이라고 생각하면서 그에 대해 느끼는 혐오감과 싸워야 했기 때문이다. 바늘이나 물레에서 떨어지는 세 방울의 피가 여성적 젠더로 추락하 - P889

는 것을 의미하고, 잠에 빠져들거나 임신하는 상황을 상징하는모든 동화에서 바느질은 여성이 집 안에 갇히거나 축소되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기 털리버는 조각보를 만들기 위해천을 조각조각 찢는 행위를 경멸하면서도 마침내 밋밋한 바느질을 완성시킨다. 그 바느질은 스스로를 고행의 길로 밀어넣고자 하는 열의에서 나온 것이다. 반면에 궨덜린 할레스는 어머니와 자매들과 함께 테이블보나 성찬식 식탁보를 만든다는 생각만으로도 치를 떤다. 매기와 궨덜린은 응접실을 꾸미려고 응접실에서 작업하는 여성적 예술에 반항한다는 점에서 도러시아를닮았다. 그러나 도러시아는 ‘성경 속 여성 인물들을 연구함으로써, [・・・] 그리고 안방에서 수를 놓기보다는 자신의 영혼을 돌봄으로써‘ 축복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에서 ‘배제되어 있다. [3장] - P890

많은 비평가들은 『미들마치』가 사회를 서로 다르지만 서로 관련된 삶들로 짜인 직물로 묘사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예를 들면 이 마을의 역사는 도시적인 마을과 시골 교구 사이에 만들어진 ‘새로운 연결의 실‘이라는 측면으로 묘사된다.[11장] 반면 시골 생활의 개인 관계들은 일종의 실로 꼬아 만든 듯한 창조물이 된다. 화자는 ‘이 대부분의 내면의 삶이란 다른 사람들이 그에 대해 갖고 있다고 믿는 생각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그의견들로 짠 천이 파멸의 위협을 받을 때까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하고 묻는다. [64장] 다만 이보다 덜 명확한 것은 연결의 실을 바느질하는 것이 여자들이기 때문에 공동체를 구성하는 의견의 천을 짜는 사람들도 여자들이라는 점이다. - P892

우리는 앞으로 에밀리 디킨슨이 그녀 자신을 전복적인 주문의 실을 조용히 잣는 거미라고 생각하며, 어떻게 ‘보이지 않는도구로 / 비밀리에 싸우는지‘ 탐색할 것이다. 가장 작은 틈과 균열 안에서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일하는 거미의 모습은 일찍이 매기 털리버가 풍요로운 하얀 가루로 뒤덮인 플로스의 물방앗간에서 만들어진 마술 같은 레이스 세공품을 떠올렸을 때 그녀의 생각을 지배했다. 실제로 거미줄은 자연이 보여주는 기예의 사례이며 누에고치 솜floss도 마찬가지다. 엘리엇이 - P897

그 강을 플로스라 불렀을 때, 그 이름은 강물의 흐름과 실 사이의 은유적인 관계에 우리의 관심을 환기시킨다. 물론 앤 핀치의인용구가 말해주듯 거미줄은 엘리엇과 디킨슨 훨씬 이전부터 중요한 상징으로 쓰여왔다. 상징으로서 거미줄은 여성의 권위추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제로 마거릿 캐번디시는 자신의 시의 서문에서 ‘손가락으로 실을 잣는 일이 시를 공부하거나쓰는 일보다 (이는 두뇌로 실을 잣는 일이다) 여성에게 더 적절하다는 것은 진실‘이라고 인정한다. 그런 만큼 캐번디시가 어느 시에서 ‘거미줄을 잣는 거미의 가사 노동은 자기 옷이 아니라날벌레 잡을 밧줄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쓴 것은 결코 놀랍지 않다. - P898

엘리엇이 『미들마치』에서 분노를 넘어서고, 초기 작품에서 드러나는 남성 역할의 전유를 넘어서 작업하고 있듯, 스토 역시 『톰 아저씨의 오두막에서 해방의 고유한 여성적 형태를 그린다. - P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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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12-21 0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13장 읽었는데 조지 엘리엇 하나도 안읽어서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ㅠㅠ 그래서 <벗겨진 베일>살까 말까 망설이고 있어요 ㅠㅠ

햇살과함께 2022-12-21 09:2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역시 빠르다~! 벌써 13장이요?!
14장은 조지 엘리엇 종합선물세트입니다:;;
벗겨진 베일은 100페이지도 안되서 금방 읽을 수 있으실듯요~
 

아~ 베시 이렇게 대놓고 팩폭을 ㅎㅎ

나는 그동안 방 안을 왔다 갔다 했다. 나는 다만 내가 손실한 것을 섭섭히 여기고 어떻게 하면 그것을 보충할 수 있을까만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오랜 명상 끝에 얼굴을 들었을 때 이미 오후도 지나고 밤이 된 것을 깨닫게 되자 나의 마음에 새로운 것이 떠올랐다. 말하지만 나는이때 변화하는 과정에 있었다. 나의 마음이 선생으로부터 빌리고 있던 것을 버리고 말았다기보다는, 선생의 옆에서 숨 쉬고 있던 그 조용한 분위기가 선생과 함께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타고난 그대로의 나 자신으로 돌아가 버려, 옛날의 불안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말하자면 기둥이 없어져 버렸다기보다는 원동력 그 자체가 없어진 것이다. 평온해 있어야 할 기운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평온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나의 온 세계는 로우드에서 지낸 과거의 몇 년간이었다. 경험한 것이라고는 학교의 규칙이나 제도에 관한 것뿐이었다. 나는 실제 세계는 넓고 넓으며 희망과 두려움, 감동과 흥분 등의 다양한 영역이 그리로 들어가 위험 가운데서 삶의 참된 지식을 찾으려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했다. - P148

"아니, 제인 아가씨, 그렇지도 않아. 고상하고 숙녀같이 보여요. 그 정도는 될 줄 알았으니까요. 아가씬 어렸을 때도 미인은 아니었으니까."
나는 베시의 솔직한 대답을 듣고 미소 지었다. 분명히 베시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으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 말에 무관심할 수는 없었다. 대개의 여성은 나이 열여덟 살이 되면 남의 마음에 들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 용모가 그런 소망을 이루어 주지 못한다고 생각되면 조금도 기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아가씨는 총명하시지"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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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2-12-19 2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잘 읽었습니다!

햇살과함께 2022-12-20 17:15   좋아요 1 | URL
베시 이렇게 솔직할 필요는 ㅋㅋㅋ
제인도 외모에 신경쓸 10대 인데 말입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2-12-20 0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2-12-20 17:15   좋아요 1 | URL
베시랑 대화에서 둘 다 충청도 스탈 사투리 써서 더 웃겼어요 ㅋㅋㅋ
 

Ch. 8 The Great Dynasties of China
Yang Chien united north and south, the Sui Dynasty, 581
His son, Yangdi built the Grand Canal, 과도한 세금과 노동력 차출로 원성, 반란, 40년 만에 멸망
Li Yuan, the Tang Dynasty, 618
the Golden Age of China, 종교 상업의 자유, 인쇄술 예술 보석 의복 음식 탄약 발명 등, 300년 이상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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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주 토요일 이자람 판소리 <노인과 바다>를 보러 LG아트센터에 갔다. 이 공연은 7월 중순에 부지런히 조기 예매한 것으로(나 말고 공연 예매 담당 남편이가^^) 예매할 땐 당연히 역삼아트센터인 줄 알고 예매했으나, 나중에야 LG아트센터가 10월으로 마곡으로 옮긴다는 걸 알았다. 남편은 일정상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고, 남편 대신 늙은 이모랑 항상 잘 놀아주는 큰 조카랑 함께 공연을 보았다. 마곡은 서울식물원 생기고 나서 1년에 1~2번 갔는데, 아직은 나무가 풍성하지 않아 좀 휑하지만 5, 10년 지나면 아주 좋을 것 같다. 식물원 옆 수변 산책코스도 좋고.


LG아트센터 건물이 그 유명한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라고 해서, 공연 전에 미리 가서 건물 구경도 좀 하려고 공연시간보다 일찍 만났다. 마곡나루역과 연결된 지하철입구에서부터 꽃봉오리처럼 벌렸다 오므리는 특이한 장식조명이 보이고(사진이 없네), 건물에 들어 서자마자 강한 향기가 난다. 오픈 기념으로 콜라보 개발한 우디 향이다. 투박하고 심플한 실내 디자인이 좋았다. 외관은 추워서 자세히 보지 못했다. 내년 봄에 서울식물원 갈 때 다시 그 매력을 살펴보아야지(건물 구경보다는 공연 보기 전 졸음을 물리칠 커피가 더 절박했다 ㅎㅎ).







7월초에 나의 출퇴근 메이트 책읽아웃에 이자람님이 신간 에세이와 함께 나와서 그 방송을 들으며 이자람이란 사람 참 멋있구나 생각했고, 판소리 공연도 궁금했었는데, 마침 내가 좋아하는 <노인과 바다>를 판소리로 한다니 반갑기 그지없었고, 12월까지 그 궁금함을 참느라.


판소리 공연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조카가 혹시 눈물이 날지 모르니 하며 손수건을 꺼내길래, ?? 하면서도 나도 가져온 손수건을 꺼내지 뭐 했는데.


공연시간이 되고, 이자람 님이 고수와 함께 나와서 공연 시작 전 인사말을 소리로 하는데, 왜 시작도 하기 전에 벅차오르며 눈물이 나려는 건지.. 조명 이외에 아무 장치도 없는 망망대해 같은 무대에 오로지 부채를 든 소리꾼과 북을 치는 고수만이 소리를 내는 모습만으로 삶의 고독이 진하게 느껴져서 인지.


물론 공연은 아주 재미있기도 하다. 눈물이 나다 가도 갑작스럽게 빵 터지는 웃음을 준다. 판소리는 관객과의 호흡이 중요한 장르라고 설명해 주면서 자진모리 장단에 함께 맞추는 연습도 하고, 박수도 치고, 감탄사도 연발하고, 대답도 주고받으며, 계속 추임새를 넣게 된다. 클래식 공연을 볼 때의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그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고독한 소리꾼의 삶과 망망대해의 어부의 삶이 겹쳐진다. <노인과 바다>를 선택했는지 알 것 같다. 판소리와 너무 잘 어울린다.


노인이 3일 밤낮을 청새치와 대치하는 장면에서,

나는 왜 이 힘든 어부가 되었을까? 외치고,

나는 왜 이 힘든 판소리를 계속 하는 걸까? 외치고.

하다가도, 갑자기 청새치를 어르기 위해 춘향전의 사랑가를 패러디한다. ㅎㅎ


소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판토마임을 하는 것처럼, 낚시줄에 미끼를 끼우고, 청새치와 대치하듯 힘을 주다 끌려가기도 하고, 작살로 청새치와 상어를 찌르고, 이런 다양한 동작들을 달랑 손에 든 부채 하나만으로 멋지게 표현한다.


판소리에서 고수의 역할도 좋다. 북을 치면서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추임새를 계속 넣으면 소리꾼을 격려해 준다. ‘잘한다’ ‘아이구 잘한다를 연발하며. 너무 좋다. 혼자인 것 같지만 혼자이지 않다.


2시간의 공연이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다.


공연이 끝나고 기립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다. 이 공연은 다시 볼 것이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노인과 바다>를 더욱 나의 인생책으로 만들어준 공연이다.










공연 본 후 전통 판소리도 너무 궁금해져서 검색해 보다가 1231일에 하는 안숙선 명창의 만정제 춘향가송년판소리 공연이 있어서 이것도 예매했다. 그런데 이 공연은 120분도 아니고 180분도 아니고 무려 210분이다! 앉아있기도 힘든 시간인데 이 시간 동안 홀로 소리 공연을 하신다고! 무려 일흔이 넘으셨는데!


출처: 국립극장 홈페이지


공연 이후 고픈 배는 닭갈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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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12-19 1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LG아트센터 다니면서도 건축가는 신경도 안 썼는데^^; 이자람님 근황에, 치즈 잔뜩 올라간 닭갈비 사진에 종합선물세트같은 포스팅 감사드려요^^

햇살과함께 2022-12-19 13:39   좋아요 0 | URL
얄라알라님 자주 가셨군요~
치즈 듬뿍 닭갈비는 맛없을 수 없는 메뉴죠^^

Falstaff 2022-12-19 14: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솔이가 이렇게 잘 커서 이제 세계적으로 판소리 판을 깔아버리는 인물이 됐으니 그저 좋습니다. 언제나 ˝네˝하고 대답할 거 같았는데요. ^^

햇살과함께 2022-12-19 15:11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예솔이가 이렇게 멋지게 자라서 너무 좋네요^^

stella.K 2022-12-19 16: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그럼 역삼은 그대로 잘 있는 건가요?
저도 LG 아트센터가 마곡에 있는 줄 몰랐네요.
근데 마곡이 서울에 있나요?
궁금하네요. 판소리 노인과 바다. 이제 예솔이도 제법 나이들어 보이네요.

햇살과함께 2022-12-19 21:34   좋아요 1 | URL
아니요 없어졌어요~ 마곡으로 옮겼어요. 마곡지구는 김포공항 근처에요 LG계열사들 많이 옮겼어요 노인과 바다 강추합니다 기회되심 꼭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