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로체스터씨를 만났다! 첫 만남 장면은 뭔가 로맨스의 전형 같은? 보통 로맨스에서는 첫 만남에서 원수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페어팩스 부인으로부터 부인과 나의 고용주에 대해 얻어들은 얘기는 이것이 전부였다. 세상에는 인물이든 사물이든 성격을 묘사하거나 특징을 관찰하여 말로 표현하는 일을 전혀못 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마음씨 좋은 페어팩스 부인은 바로 그러한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나의 질문은 부인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을 뿐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부인의 눈에 로체스터 씨는 바로 로체스터 씨였고 신사이며 지주였을 뿐 그 이상은 아니었다. 부인은 필요 이상 캐묻는 법도 더 알려고 하는 법도 없었고, 그의 인품을 좀 더 분명하게 알고 싶어 하는 나의 의도를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 P189

웃음소리는 낮고 똑똑한 가락으로 되풀이되더니 야릇하게 중얼거리는 소리로 멎어 버렸다.
"그레이스, 그만!" 부인이 소리쳤다.
그레이스와 같은 위인이 대답을 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처럼 비극적이고 그처럼 괴이한 웃음소리를 나는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때마침 시각이 한낮이요, 괴이한 홍소와 함께 귀신이 나옴 직한 분위기도 아니었고 장면이나 시기가 공포를 자아내게 하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않았다면 나는 미신적인 공포에 사로잡히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잠시 놀란 것만 하더라도 어리석은 일이었음이 곧 드러났다.
제일 가까운 쪽의 문이 열리고 하인 하나가 나타났던 것이다. 서른에서 마흔 사이로 보이는 빨간 머리의 여인으로 몸이 딱 바라진 것이 험상궂고 못생긴 얼굴이었다. 이처럼 산문적이고 유령답지 않은 유령은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 P190

사람이란 안온한 생활에 만족해야 하는 법이라고 말해 보았자 그것은 부질없는 일일 것이다. 사람이란 활동을 해야 하 - P194

는 것이고 그것을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엔 필경 만들어 내고야 만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나보다도 평온한 생활에 얽매여 있고 또 수백만의 사람들이 그 운명에 말없이 항거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반란을 제외하고서도 얼마나 많은 반란이 지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격동하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성은 대체로 평온한 존재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그러나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고그들의 오빠나 동생들과 똑같이 자기의 능력과 노력을 발휘할 터전을 필요로 하고 있다. 너무도 가혹한 속박, 너무나 완전한 침체에 괴로워한다는 점에선 여성도 남성과 하등의 차이가 없다. 여성들이란 집 안에 처박혀서 푸딩이나 만들고 양말이나 짜고 피아노나 치고 가방에 수나 놓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보다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는 남성들의 소견 없는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관습에 의해서 여성에게 필요하다고 선고된 일 이상의 것을 하고 또 배우려고 하는 여성을 탓하거나 비웃는것은 소갈머리 없는 짓이다. - P195

"에어 선생에게 앉으라고 하시오." 그가 말했다. 억지로 숙인 듯한 딱딱한 고갯짓, 격식은 갖추었으면서도 성마른 듯한 그의 말씨는 이렇게라도 말하는 것 같았다. ‘에어 선생이 와있든 말든 내게 무슨 아랑곳이란 말인가. 지금은 얘기를 걸고싶은 기분이 아니야‘
나는 마음을 놓고 자리에 앉았다. 나무랄 데 없이 정중하게 나를 맞아 주었다면 나는 곤혹을 느꼈을 것이다. 내 편에서 거기 어울리는 세련되고 우아한 대답이나 반응을 나타내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렇게나 마구 대접받게 되면 내 편에서도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되는대로의 상대방의 거동에 이쪽에서 침착하게 다소곳이 굴면입장이 유리해진다. 그뿐만 아니라 그의 별난 태도가 나의 흥미를 끌었다. 어떻게 나올는지가 두고 볼 만했기 때문이다. - P215

"이리로 온 지가 이제 석 달 되었지요?"
"네."
"그러면 그 전에는..….…."
"OO주의 로우드 학교에 있었습니다."
"아, 그 자선 학교 말이오. 거기선 몇 해나 있었습니까?"
"팔 년입니다."
"팔 년이나! 정말 놀라운 강단입니다. 그런 곳에서 그 반쯤만 있어도 보통 사람이면 녹초가 되기 마련인데! 선생의 혈색이 저세상 사람 같은 것도 딴은 놀라운 일이 아니군요. 도대체 어디서 저런 혈색을 얻어 갖게 된 것일까 하고 궁금히 여겼어요. 어제 저녁, 헤이 소로에서 만났을 때는 어쩐지 옛 요정 얘기가 생각납니다. 내 말에 마술을 건 것이나 아닌지 물어보고 싶은 생각까지 들던걸요. 아직도 홀려 있는 것 같은 기분이오. 부모님은?"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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