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 이해받지 못하는 고통, 여성 우울증
하미나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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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이 책, 표지부터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제목이 아주~ 길고 크고 붉은 강력한 글씨로 쓰여 있고, 중간에 그림인지 글씨인지 모를 것이 검은 색과 파란 색으로 그려져 있다.

책 구입 후 표지를 한참 들여다 봤지만 그림을 이해하지 못했다. 화산 같기도 하고?? 뭘 그린거지? 무엇을 설명하는 그림이지? 궁금증이 일었다. 프롤로그를 읽고 나서야 이해가 되었다. 사람이었다. 울고 있는 사람들, 같이 손 잡고 울고 있는 여자들, 연대하고 이해하고 서로 돌보는 여자들.

대학원에서 과학사를 공부한 하미나 작가의 우울증에 대한 이론 공부와 본인의 내밀한 이야기와 30명 가량의 젊은 여성 인터뷰이의 솔직한 이야기가 잘 어우러져 있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많은 여자들에게 용기와 위로의 손길을 내미는 책이다. 이제 시작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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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17 01: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저 표지의 그림이 이제야 보이네요. 이해하고 연대하고 돌보는 여자들 좋네요. 보관함에 넣어뒀는데 올해가 가기전에 읽어야겠어요.
 

책에 집을 바치겠습니다

붉은 색 표지에 검은 색 띠지. 서평가 로쟈와 유튜브 겨울서점 김겨울 강력 추천! “책 없이 산다는 건 상상할 수조차 없다!”라는 문구가 적힌 띠지를 보고 사지 않을 수 없다.

바로 그 전날 구매한 정희진 선생님의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 머리말에 ‘좋은 책을 열심히 소개해도 그 서평이 판매에 끼치는 영향은 많아봤자 열 권 내외’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서평(여기서는 추천사)보고 책 산 열 명에 해당되시겠다.

자동차가 말을 대체했듯이 전자책이 책을 대체하는 시대가 올 것임을 부인하지 않고, ‘책이 언젠가 내 곁을 떠나게 되면, 잃어버리게 될 것들’에 대해 얘기한다. 독일 작가 특유의 진지함으로. 톰 라비의 “어느 책 중독자의 고백”에서 느끼는 유쾌함, 위트를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독일인이니깐. 그렇지만, 여전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의 사정과 비교하고 자기만의 책에 얽힌 추억에 빠져들 책이다. 내가 내 소박한 책장을 보며 느끼는 뿌듯함, 행복감에 동의 받는 느낌이다.

아쉬운 점은 작가가 책에서 인용한 책이나 작가가 거의 독일 또는 독일어권이어서 나에게 생소한 그 작가, 그 책에 대한 사랑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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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1-16 00: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01-16 12: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알라디너들은 보통 서평을 보고 구매하지 않나요?? 아닌가???ㅋㅋㅋ
그럼 나도 그 10 명 중 한 명??
그럼 나머지 8 명은 누굴까요?ㅋㅋㅋ

햇살과함께 2022-01-16 14:23   좋아요 3 | URL
여긴 이상한 나라?? ㅎㅎ

mini74 2022-01-16 17: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에 집을 바치겠습니다 ㅎㅎ 이 문장 넘 웃겨요. 저도 북플님들 서평 보고 주문하는 1인입니다 ~~

햇살과함께 2022-01-16 20:00   좋아요 2 | URL
미니님 집은 이미 책에 바쳐졌을 것 같습니다 ㅎㅎ 저도 믿고 보는 작가분들이나 플친님들 추천 보고 구매를 하기 때문에 저 말이 선뜻 이해되지 않기도요~

그레이스 2022-01-17 01:30   좋아요 2 | URL
저는 이미 바친듯, 우리 아이들이 사람보다 책이 더 존중받는 집이라고...ㅋㅋ

바람돌이 2022-01-17 01: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전 집에서 책에 집을 바쳤다가 책쓰레기더미에서 살았습니다. 별로 쾌적하진 않았어요. 지금은 절대로 이미 가진 책장이상의 책을 사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고있다는..... ^^

햇살과함께 2022-01-19 09:11   좋아요 0 | URL
저도 책장을 더 안사려고 아이들 어릴 때 보던 전집을 동생이나 지인에게 넘기고 있어요^^
 

나는 죽으면 모든 게 끝나서 좋은 것도 좋은 건데, 누군가 후회할 거라는 사실이 좋았던 것 같아. 엄마가 후회할 거다. 내 자살이 엄마한테 형벌이 되기를 바랐거든. - P242

아마도 내가 분출할 수 있는 공격성이란 게 나를 향해서만 있어온 것 같아. - P243

난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해. 목숨이 안 아까워 가지고, 여한이 딱히 없어. 그런데 그때랑 지금이랑 다른 건 최고의 한 방을 위해 인생을 사는게 아니라 작은 즐거움이 있기 때문에 산다는 거. 한 방이 끝나도 작은 즐거움의 의미가 없어지는 건 아닌데, 너무 인생 한 방인것처럼 생각했어. 허점 없는 논리라고 생각했던 것에서 내가 발견한 허점이었어. - P243

"우리는 언제나 서로의 짐이고, 또한 힘"이기에. - P252

첫째, 건강의 주체로서 스스로 돌보는 힘을 키우는 자기 돌봄! 둘째, 혼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망을 통해서 함께 건강해지는 서로 돌봄, 셋째, 개인 또는 몇몇지인들의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돌봄을 조직을 통해 협동하여 이루어 내는 함께 돌봄. - P258

이들은 미쳐 있고 괴상하지만, 동시에 오만하며 똑똑한 여자들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들에 대한 말과 글이 아니라 이들에 의한 말과 글이다. 무엇보다 주요한 의사결정권이 이삼십대 여성에게 직접 주어져야 한다. - P261

예전에는 한계를 인정하는 순간 발전의 기회는 영영 사라지고, 저 밑으로 추락해 버리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기를 쓰고 제가 원하는 것들을 성취하려고 했죠. 하지만 어떤 날에 제 능력의 120퍼센트로 살아내고 그다음 날 30퍼센트로 추락하는 것보다, 이틀 동안 75퍼센트로 사는 게 낫다는 걸 경험을 통해 여러 번 확인했습니다. 요즘은 최대한 평균적으로 살기, 즉 최고치와 최저치 사이의 갭을 완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P264

이것은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다. 또한, 이전에는 해낼 수 있던 일이 지금은 해낼 수 없는 일임을 받아들이는 과정이기도 하다. 삶의 양식이 바뀐다. 전보다 천천히 살아야 한다. 스스로를 돌보는 것이 삶의 중심에 놓인다.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자기 돌봄에 숙련되어간다(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돌봄을 중심에 두며 삶이 재편되는 것은 환자 당사자만이 아니다. 이들을 곁에서 돌본 사람도 그렇다. - P264

돌봄은 때때로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본질적으로 양가적이고, 맥락적이고, 관계적이다. 돌봄은 사랑·양육·친절 다정과 같은 속성과 자주 연결되지만, 현실의 돌봄은 불안·상처 억울함·분노·증오와 같은 속성과도 밀접하다. 완벽한 돌봄을 하려고 하면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 P265

맞아요. 돌보는 사람을 돌보는 사람이 필요해요. - P273

그것이 자기 돌봄이든, 서로 돌봄이든, 함께 돌봄이든, 또 의료 제도 안의 돌봄이든 바깥의 돌봄이든 우리는 서로를 돌보는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돌봄의 관계적, 맥락적 속성을 치열하게 사유해야만 한다. 그러면서 돌봄을 어떻게 실현해 나갈지를 구체화하고, 돌봄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끊임없이 다시 시도하고 실험하며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의 모습을 만들어 가야 한다. 질병, 아픔, 고통을 지워야 할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것으로 다시 받아들이는 것처럼, 돌봄의 과정에서도 우리는 다양한 갈등과 미움, 질투와 억울함 등을 지우고 부정하기보다는 함께 머무르며 나아가야 한다. 돌봄은 언제나 종착지가 아니라 과정에 있다. - P292

고통에 관한 다양한 이론이 있지만, 핵심은 비슷하다. 치유를 위해서는 먼저 ‘안전하다‘라는 감각을 회복해야 한다. 그다음, 언어를 통해 지나간 고통의 기억을 애도하고 통합하여, 고통이 파괴한 것과 가르쳐 준 것 모두를 간직한 채로 나를 새롭게 재창조해야 한다.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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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전주곡일 뿐, 책들을 불태우는 곳에서 / 결국에는 사람들도 불태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이 똑같이 반복해서 일어났다. 이런 어처 - P112

구니없고 야만적 행위의 긴 역사 속에서 하필이면 나치가저지른 분서가 불살라진 책의 완벽한 사례가 되었다는 것은 인류의 발전에 대한 모든 믿음에 회의를 품게 만든다. 실제로 분서는 홀로코스트의 상징적인 서곡이었으며, 하인리히 하이네의 비극에 나오는 문장이 옳다는 것을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입증했다. 그것은 100년도 채 되지 않은 일이다. - P113

나는 아내와 결혼해서 신혼집을 차리기 전에 먼저 장서를 서재에만 보관하겠다고 약속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머지않아 책장에 책을 두 줄로 꽂아야 했다. 그 광경을 보면 끔찍하게 분노가 치밀었다. 이제는 벼룩시장에서 가구도 찾아다녔다. 무엇보다도 내 책을 복도와 거실로 몰래 반입할 수 있는, 말하자면 트로이 목마같은 작은 장롱을 찾아다녔다. 성공할 때도 있었고 실패할때도 있었다. - P147

이토록 많은 책들에 둘러싸여 있고 싶은 욕망의 배후에 - P149

는 실제로 무엇이 존재할까?
이 모든 사색과 반성의 결과가 무엇이었을까?
이제 그 대답을 말하려 한다. - P150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읽힌 책은 곧장 친구에게 가거나 쓰레기통으로 직행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책장으로 이동해 - P162

서 다른 책들과 더불어 종이로 만든 담쟁이덩굴처럼 서서히 벽을 무성하게 뒤덮는다. 그 광경을 보는 것 또한 즐거움이다. 나는 읽힌 책이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붙잡을 수 있는 독서 생활의 기록이기 때문에 그 가치를 부여받는다고 믿는다. 여기서 책이 두 번 읽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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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책 챕터 읽다보니, 동생한테 몇년 전(5년 전??) 빌려서 아직 안방 읽지 않은 책장에 꽂혀 있는 ‘칼의 노래’가 생각난다. 다른 빌린 책은 1년 내엔 돌려줬는데,, 주인도 찾지 않고 빌린 사람도 찾지 않는 ‘중간세계’에 갖힌 책..

다시 말해서 우리가 평생 읽는 책의 분량과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에 보관할 수 있는 책의 분량은 어느 정도 일치한다. 우리가 소장하는 책의 분량만큼, 딱 그만큼의 텍스트가 우리의 머릿속에 들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마련하는 모든 - P60

새 책은 그 책들이 우리의 책장을 차지하는 공간만큼 우리의 독서 생활을 차지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알맞은’ 책을 고르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이다. - P61

어쩌면 책 주인은 표지에 이름과 날짜를 기입하는 행위를 통해 독자로서 책에 참여하는 것일 수도 있다. 말하자면 ‘책‘이라는 의사소통 행위를 성공적으로 종결짓는 것이다. 누군가가 펜을 들어 책에 이름과 날짜를 기입할 때는 그가 의도했던 일이 마침내 완수되었음을 알리는 것이다.
〈작가: 토마스 만, 텍스트: 마의 산. 독자: 빌프리트 슈마허. 독서 시작: 1981년 7월 23일.> - P85

그래서 수많은 빌린 책들이 ‘아직도 읽히지 못한’ 중간 세계에 갇힌 채 몇 주, 몇 달, 몇 년을 보낸다. 아직은 읽지 않았지만 곧 읽을 거야. 아직 돌려주지 않았지만 (젠장) 곧 읽고 돌려줄게. 약속할게.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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