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역땅 일본
조선학교 학생이라
절대 트집 잡히지 말라고
항상 착하게 살아라고
긴장, 긴장, 긴장
긴장속에서 자라난 우리

동정도 옷고름도 다 감추고
저고리를 안 입은척 하며
조심조심 학교 다니는 우리 - P90

재일본조선인에 대한 그릇된 력사인식으로 인하여 일어나는 차별, 또한 사실과 어긋나는 보도때문에 가지게 된 편견이 무서운 흉기가 되면서 이것들이 어린 우리 동생의 소박한 꿈이며 피타는 노력과 절대 짓밟히지 말아야 할 자존심을 무자비하게 허물게 한것임을 나는 똑똑히 알았으며 그런 흉기가 우리의 미래를 시퍼렇게 위협하고있다는것도 똑똑히 알게 되였다. - P108

《소나야, 일본에 건너오신 증조할아버지가 제일 처음에 하신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해?… 학교를 세우는 일이야!
자기가 학교를 못 다니고 공부하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또 일본에서 나서자라는 아이들에게 꼭 우리 말, 우리 글, 우리 문화를 배워주기 위해서말이야. 너의 증조할아버지는 정말로애국심이 강한분이시였어.
그후 증조할아버지는 자신이 번 돈을 깡그리 바쳐 이곳 사와다리언덕에 우뚝 솟은 우리 학교를 지키기 위해 한몸을 바치신거야.
당시도 학교재정사업이 어려워 힘든 시기였으니 자기가 할수있는 일은 다 자기 힘으로 하셨으며 평생 교육회에서 비전임으로 사업하시면서 학교에서 전화가 오면 어떤 일이든 가리지 않고 곧 찾아갔다고 해. 작업옷을 입으신 모습으로…》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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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일본에 끌려갔던 동포들이 우리의 말과 글, 그리고 우리 민족의 역사를 교육하기 위해 세운 조선학교, 하지만 조선학교와 재일본조선인 학생들은 우리 사회에서 잊힌 존재였습니다. 남북대립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일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계 학교인 조선학교는 막연한 거부감과 두려움의 대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그들이 우리 땅에 뿌리를 두고 있는 ‘조선인‘이라는 것입니다. - P5

‘우리 학교’에 아들 딸을 보내는 어머니 치고 훌륭하지 않은 분은 없다고 나는 믿는다. 왜냐하면 눈앞의 편안한 삶을 택하기보다 불편하고 고통스럽더라도 자기가 물러설 수 없는 자리를 지켜내는 일, 그러기 위해 저항하고 싸우는 일에 나서는 의지. 이것을 가진 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는 고통스럽더라도 그 길을 간다 하지만 자식은 편안하게 살기를 바라는 게 어미 마음이 아닐까? 내 살아 - P10

온 경험으로는 자식에게까지 고통스럽더라도 정의를 지키라고 가르치는 부모는 못 보았다. 아니 지금 내 둘레를 살피면 참으로 가관이다. 제 자식 잘 되기 위해서 남의 자식 짓밟는 일은 예사이고 더욱이 자식이 정의로운 길로 가고자 해도 애비 어미가 죽을 듯이 막아나서기 때문이다. 정의와 인정은 사라지고 경쟁과 승리만이 인생의 목표가 된 세상. 이게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의 현실이다. - P11

일본정부의 억압과 탄압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1966년부터 1972년까지 7번에 걸쳐 조선학교의 수업 중지, 학교의 폐쇄를 꾀 - P20

하였고, 2010년 이후에는 고교무상화에서 유일하게 조선학교만을 제외하는 노골적인 차별정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고교무상화‘는 수업료의 일부를 정부에서 지원하는 조치로, 다른 재일외국인학교는 지원하면서 조선학교는 지원하지 않는 인권 침해적 교육차별정책입니다. - P21

선생님 말씀이 떠올랐어요.
《지세의 첫 자랑은 무엇이니?》

선생님 래일이면 이야기할래요
나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예요.
나의 첫 자랑은 나를 사랑해주시는
귀중한 사람들이 많다는거예요 - P39

어머니와 한 놀이
종이쪽지로 질문하기
《만약 돈을 많이 가졌다면?》

어머니는 뭐라고 쓰셨을가?
예쁜 옷? 가족려행?
크고큰 우리 집?
슬금슬금 종이쪽지펼쳐봤어요.

(아!!)

그래,
비가 많이 내린 바자날에도
차거운 바닥에 앉아 판매하고계셨지 - P53

낡아진 교사 꽃학교 되라고
꽃밭꾸리기 열심히 하고계셨지

제일 좋은 모든것 학생들에게
언제나 우리들이 선참이였지
그런 어머니가
주신 대답

그것은
《학교에 다 준다》
종이쪽지 보고 또 보았어요.

《어머니!》

어머니의 넓고 따뜻한 품에
꼭 안기였어요.
나는 그런 어머니를 존경합니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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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적이고 파편적인 사실들의 조각에 가깝습니다. 상황은 많이 나아졌지만 모든 산재사망이 언론 등을 통해 가시화되는 것은 아니기에 산재사망 전체를 다 포괄하지도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작업을 지속하는 것은 이러한 조각과 파편으로 ‘조각보‘를 만들고 ‘퍼즐‘을 맞춰주실 분들이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P9

그것은 노동운동에서, 사회운동에서, 학술적 실천에서, 문학 등 예술에서,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일상적 실천에서 시작되고 점점 늘어나 모이고 저 멀리로 흩어져 나아갑니다. 이러한 실천을 통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말해지지 않던 것이 들리고, 감추어졌던 것이 드러날 것입니다. 말 없는 자들의 웅얼거림이 북소리처럼 커질 것입니다. 노동자 산재사망과 관련된 총체적 진실이 ‘사건‘처럼 드러날 것이고, 노동자 죽임의 공고한 구조는 허물어질 것입니다. - P9

저희가 책의 제목을 숫자로만 나타내고자 할 때에는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1년간의 산재사망자 수(2,146명), 사고사망자 및 과로사망자 수(529명)를 내세우는 것은 산재보험으로 인정된 사망자 수만 집계하는 분명한 한계를 갖고있습니다. 현행 산업재해 통계는 ‘노동자이지만 노동자라고 부르지 못하는 이들’ 즉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 화물차주, 자영업자 등의 현황을 파악하지 못합니다. 특히 근래 들어 그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인 플랫폼 노동자들, 근25년간 한국의 중소 제조업종과 농어촌 산업을 지탱해온 이주노동자들이 산업재해에 가장 쉽게 노출됨에도 그 숫자를 정확히 가늠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은 집계 방식입니다. - P10

산업재해에 대한 인식을 이처럼 높일 때에 우리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이들을 숫자로만 기록하지 않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동시에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노동자들의 죽음을 돌아보며 그들이 죽음 직전까지 살아왔던 삶을 구체적으로 복원하는 작업은 지금으로선 너무나 요원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숫자를 인식하는 데에서부터, 그들의 부고를 하나씩 읽어가면서, ‘그들이 곧 우리‘라는 점을 잊지 않는 데서 그 복원은 서서히 시작될 것입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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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30 0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양주에서 매몰사고가 있었네요. 3명이 실종되고 그 중 2분은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합니다. 이번달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 처벌법 대상 1호라는데 그 처리가 어찌될지 지켜보렵니다. 그럼으로써 적어도 업자측의 안전조치 미비로 인해 벌어지는 사고는 막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서요.

햇살과함께 2022-02-01 11:29   좋아요 0 | URL
에휴..설연휴에도 또 집에 돌아가지 못하신 분이 생기다니 너무 안타깝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발 제대로 작동하기를.. 바람돌이님 남은 연휴 잘 보내세요.
 
행복의 기원 - 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서은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해지는 법, "행복"한 인생을 살아라 등등, 어떻게(How) 하면 행복해지는지를 말하는 책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자기계발서이거나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 그런 책 읽어도 행복해지는 시크릿을 찾지 못한다. 읽고나면 허무할 뿐이다.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은 "How"가 아니라 "Why"에 대해 묻는다. "왜 인간은 행복이라는 경험을 할까? 또, 이 경험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역할은 무엇일까?".

 

우리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다분히 목적론적 행복관 - 행복은 인생에서 추구해야 할 최고의 선 - 을 너무나 당연시 하고 있는데, 행복은 목적이나 종착지가 아니라 과정이고 수단이다. 이 책에서는, 표지 부제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진화론적 관점에서 행복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진화의 산물이라는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우리는 인간이 상당히 이성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인류의 시간을 1년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문명생활을 한 것은 365일 중 겨우 2시간이다. 우리는 아직도 여전히 100% 동물이다. 우리의 생각, 선택, 행동 등은 의식이 아닌 곳에서 이루어지며, 동물의 모든 특성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이다. 이러한 관점을 행복과 연결시키면 행복은 삶의 최종적인 이유도 목적도 아니고, 다만 생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신적 도구일 뿐이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상황에서 행복을 느껴야만 했던 것이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거라는 말도 생각난다)

 

책에서 강조하는 것,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우리는 강한 성취를 하면 행복해 질 거라고 착각한다. 특히, 행복을 뒤로 미루는 한국인들, 학창시절 귀 따갑게 들었던 대학가면 하고 싶은 거 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어, 취업하면, 시험 합격하면, 승진하면, 집 사면,,,

그런데 모두들 경험하지만 목표한 것을 이루었다고 행복한 것은 한순간이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한번의 성취로 행복의 상태가 계속 유지되는 것은 생존에 위험하기 때문이라는 흥미론적 관점!

 

그래서, 행복은 아이스크림이다. 행복의 나라에는 냉장고가 없으므로 행복이라는 아이스크림을 오래 쥐고 있을 수 없다. 녹아 없어진다. 아이스크림을 쥔 즉시 먹어야 하며, 조금씩 자주 사먹어야 한다!

 

이 책에서 알게 된 또 새로운 사실, 행복에는 유전의 영향이 크다는 것과 행복한 사람은 사람 관계를 중시한다는 것. 그래서 외향적인 사람이 내향적인 사람보다 행복한 사람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 (나는 하나도 해당되지 않을 것 같다;;)

 

심리학 책에는 주로 외국사례가 많은데, 이 책에는 서은국 교수가 연세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사례도 많아 더 와닿는다. 책 뒷부분에 한국인의 특성에 대한 부분도 흥미롭다. (지금 책이 없어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음^^)

 

200페이지의 분량에 행간도 넓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 금방 술술 읽힌다. 서은국 교수의 썰렁한 농담도 내 취향!

 

이 책은 너무 리뷰를 쓰고 싶었는데, 12월말에 너무 바빠서 쓰다 말다 이제야 마무리.

 

2022년 계획 중 하나. 읽은 책은 100자평이라도 쓰자. 글쓰기 너무 싫어하고 능력도 없어(글쓰기라고는 초딩시절 일기숙제 이후 딱딱한 회사 보고서와 업무용 이메일만 주구장창) 그동안 책만 읽었는데 플친님들의 읽기 능력 뿐만 글쓰기 능력에도 감화되어 막 쓰고 싶네!(마음만;;)

 

여기서 책과 함께 놀고 계신 분들은 행복이 빈도라는 것을 알고, 책이라는 행복의 아이스크림을 자주 먹고 있는(과식!?) 분들이라고 장담한다. 모두 자주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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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1-05 13: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읽은 책은 어떻게든 기록을 남기는게 더 기억에 남고 책을 다시 돌아볼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저도 행복은 how 보다는 why가 방점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소소하지만 자주자주 행복하게~!!

햇살과함께 2022-01-05 13:52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의 부지런한 읽고 쓰기를 따라가보겠습니다 ㅎㅎ

mini74 2022-01-05 16: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햇살과 함께님 글처럼, 책이란 행복의 아이스크림, 함께 맛있다 해주는 책친구들이 있어 북플의 행복지수는 높지 않을까합니다 ㅎㅎ 빈도, 작지만 소소한 행복이 쌓이면 큰 행복이 되는건가요. 뭔가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햇살과 함께님 좋는 글 고맙습니다 ~

햇살과함께 2022-01-05 17:28   좋아요 2 | URL
저도 북플하면서 조금 더 행복해진 거 같아요~~

scott 2022-01-05 16: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번의 성취로 행복의 상태가 계속 유지되는 것은 생존에 위험]하다니 항상 행복해도 문제 ㅋㅋ!햇살님 리뷰에 희망을 얻어 갑니다 ^ㅅ^

햇살과함께 2022-01-05 17:33   좋아요 2 | URL
한번의 큰 사냥으로 행복감이 계속 유지되면 굶어죽는다는. 행복감이 사라져야 또 사냥해서 생존 가능하다고는 하네요^^
 

이 책은 흥미나 과장된 희망보다 행복의 적나라한, 사실적인 측면에 더 관심 있는 독자들을 위해 쓰게 되었다.

마치 하나의 세포나 행성처럼 행복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연구들을 보면 행복에 대한 우리의 많은 직관은 사실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예를 들어 행복의 가장 큰 결정변인이 ‘유전‘이라는 점을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지 궁금하다. - P8

첫째, 여타 많은 책의 주된 관심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가‘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how‘를 묻고 있다. 반면 이 책의 핵심 질문은 ‘why‘다. 왜 인간은 행복이라는 경험을 할까? 또, 이 경험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역할은 무엇일까? 이 중요한 행복의 속성을 이해하기 전에 행복의 비결이나 기술을 찾는 것은 한계가 있다.
또 역으로, 이 본질적 모습을 이해하면 행복이라는 것이 어쩌면 매우 단순한 현상임을 알게 된다. 너무나 똑똑한 현대인들의 실수는 그 단순성을 외면하며 산다는 것이다. 그래서 열심히 돈을 벌고 출세하는 데 삶을 바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오늘이 어제보다 더 행복하지는 않다. 행복의 본성과 궁합이 맞지 않는 삶이기 때문이다.
둘째, 이 책은 행복의 이성적인 면보다 본능적이고 동물적인 면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 P9

간단히 말해,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감을 느끼도록 설계된 것이 인간이다. - P10

특히 지금까지의 행복 연구는 인간의 ‘의식‘ 수준에서 진행되는 상당히 합리적인 모습에만 너무 몰두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런 관점으로 그려진 행복의 청사진에는 정작 결정적인 것들이 빠져 있다. 행복은 본질적으로 감정의 경험인데, 마치 머리에서 만들어내는 일종의 생각 혹은 가치라는 착각이 들게 한다.

불행한 사람은 긍정의 가치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행복은 본질적으로 ‘생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생각을 고치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런식의 행복 지침서를 읽고 행복해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 P16

어쨌든 행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경험이 왜, 언제 뇌에서 발생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이 뇌의 주인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의 유전자에 박힌 가장 큰 욕망은 무엇인지, 그의 뇌는 무엇을 하기 위해 설계된 생물학적 연장인지. - P19

요약하자면 의식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생존에 절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일상의 경험들을 하기 위한 필요조건도 아니다. 최근 많은 학자가 의식적 사고의 중요성이 과대평가되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Gigerenzer, 2007). - P20

우리는 의식적인 부분이 자기 행동의 원인이라고 굳게 믿는다. 큰 오해다. 사실 일상의 수많은 선택과 행동은 의식의 손길이 닿지않는 곳에서 조용히 이루어진다. - P21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팀 윌슨Tim Wilson은 그래서 우리는 자신에게도 ‘이방인‘ 같은 낯선 존재라고 했다(Wilson, 2002).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말 모르는 게 자기자신이라는 것이다. 멍청해서가 아니고, 우리의 많은 선택과 결정은 의식을 거치지 않고 진행되기 때문이다. 의식은 아주 한정된 용량의 값비싼 자원이다. - P23

지금까지의 얘기를 정리해보자. 이성적 사고를 하는 것은 분명 인간의 탁월한 능력 중 하나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모습도 아니고, 그 역할이 생각만큼 절대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의식만이 우리의 눈에 보이기 때문에 생각이 자신의 행동과 결정을 항상 좌우한다고 착각한다. - P27

생각은 그의 모습 중 아주 작은 일부다. 그는 보면 볼수록 동물스럽다. - P28

막연한 숫자다. 이렇게 바꿔보자. 시간을 1년으로 압축한다면, 인간이 문명생활을 한 시간은 365일 중 고작 2시간 정도다. 364일 22시간은 피비린내 나는 싸움과 사냥, 그리고짝짓기에만 전념하며 살아왔다. 동물이기 때문에.
그러나 우리는 1년 중 고작 2시간에 불과한 이 모습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어처구니없게도 우리는 더 이상 동물이 아닌 줄 안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데, 과연 600만 년간 유전자에 새겨진 생존 버릇들이 그렇게 쉽게 사라질까? 절대 그럴 수 없다.
인간은 여전히 100% 동물이다. 바로 이것이 최근 심리학계를 뒤흔드는 연구들의 공통점이다(Kenrick & Griskevicius,
2013; Lieberman, 2013; Sapolsky, 2006). - P37

아리스토텔레스의 인생관 또한 다분히 목적론적이다. 그에게 삶은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추구하며 그것을 향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때 인간이 추구하는 가장 궁극적인 목표를 행복이라고 보았다. 아침 식사는 출근하기 위해, 출근은 돈을 벌기 위해, 돈은 결국 행복해지기 위한 것이다. 인간 행위의 종착지는 결국 행복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행복을 ‘summum bonum‘이라고 단정했다.
라틴어로 ‘summum‘은 ‘최고‘라는 뜻이고 bonum‘은 ‘좋다‘
라는 의미다. 즉, 행복은 최고의 선이 되는 것이다(McMahon,
2006). - P46

인간이 우주뿐 아니라 지구에서조차 그다지 특별한 존재가 아님을 일깨워준 것이다. 자연의 법칙을 따라 존재하게 된 하나의 생명체, 인간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인간은 진화의 산물이며, 모든 생각과 행위의 이유는 결국 생존을 위함이다. - P48

동물의 모든 특성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뚜렷한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다. 특히 ‘모든‘이란 단어에 주목하자. - P55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동물이다. 조금 더 냉정하게 표현하자면 인간은 생존 확률을 최대화하도록 설계된 ‘생물학적 기계’고, 행복은 이 청사진 안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 P64

하지만 이것을 행복과 연결시키면 당연하지 않은 결론이 나온다. 이 새로운 관점으로 보면 행복은 삶의 최종적인 이유도 목적도 아니고, 다만 생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신적 도구일 뿐이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상황에서 행복을 느껴야만 했던 것이다. - P71

행복의 핵심은 부정적 정서에 비해 긍정적 정서 경험을 일상에서 더 자주 느끼는 것이다. 이 쾌락의 빈도가 행복을 결정적으로 좌우한다(Diener, Sandvik, & Pavot, 1991). - P76

미국 다트머트 대학의 마이클 가자니가Michael Gazzaniga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뇌과학자로 꼽힌다. 최근 그는 자신의 책에서 큰 질문 하나를 던졌다. 인간의 뇌는 도대체 무엇을 하기 위해 설계되었을까? 일평생의 연구를 토대로 그가 내린 결론은 ‘인간관계를 잘하기 위해서다 (Gazzaniga, 2008).
그는 인간이 뼛속까지 사회적이다 social to the core‘라는 표현을 썼다. 남을 설득하고, 속이고, 속마음을 이해하고…. 뇌의 최우선적 과제는 사람 간의 이런 복잡 미묘한 일들을 해결하는 것이다. - P85

고통의 역할은 위협으로부터의 보호다. 뇌의 입장에서는 그 위협이 신체적인지 사회적인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뇌는 비슷한 방식으로 두 종류의 고통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이다. 혼자가 되는 것이 생존에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연구다. - P91

우리는 이런 사회적 쾌감을 예민하게 느꼈던 자들의 유전자를 지니고 산다. 그래서 지금도 사람을 절실히 찾는 것이고, 가장 강렬한 기쁨과 즐거움을 사람을 통해 느끼는 것이다. 사람과 무관해 보이는 감정들도 사실 대부분 사람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 P93

행복감을 발생시키는 우리 뇌는 이처럼 사람에 ‘중독’되어 있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래서 사회적 경험과 행복은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 P97

첫째, 행복은 객관적인 삶의 조건들에 의해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둘째, 행복의 개인차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그가 물려받은 유전적 특성,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외향성이라는 성격 특질이다. - P98

우선 감정이라는 것은 어떤 자극에도 지속적인 반응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계속 반응을 해서도 안 된다. 그 이유는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다. 어쨌든 이 ‘적응adaptation‘이라는 강력한 현상 때문에 아무리 감격스러운 사건도 시간이 지나면 일상의 일부가 되어 희미해진다. - P109

하지만 초콜릿을 우습게 생각하는 이들이 꼭 알아야 될 사실이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 자료들을 보면 행복한 사람들은 이런 시시한 즐거움을 여러 모양으로 자주 느끼는 사람들이다(Diener, Sandvik, & Pavot, 1991).
행복은 복권 같은 큰 사건으로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 초콜릿 같은 소소한 즐거움의 가랑비에 젖는 것이다. - P111

영어로 표현한다면, ‘becoming(~이 되는 것)‘과 ‘being(~으로 사는 것)‘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재벌집 며느리가 되는것(becoming)과 그 집안 며느리가 되어 하루하루를 사는 것(being)은 아주 다른 얘기다. 하지만 우리는 화려한 변신의순간에만 주목하지, 이 삶을 구성하는 그 뒤의 많은 시간에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성공하면 당연히 행복해지리라는 기대를 하지만, 실상 큰 행복에 변화가 없다는 사실은 살면서 깨닫게 된다. 그제야 당황한다. 축하 잔치의 짧은 여흥만을 생각했지, 잔치 뒤의 긴 시간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돈이나 출세 같은 인생의 변화를 통해 생기는 행복의 총량을 과대평가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행복의 지속성 측면을 빼놓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P117

쾌락은 생존을 위해 설계된 경험이고, 그것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본래 값으로 되돌아가는 초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적응이라는 현상이 일어나는 생물학적 이유다. 그리고 수십 년의 연구에서 좋은 조건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훨씬 행복하다는 증거를 찾지 못한 원인이기도 하다. 아무리 대단한 조건을 갖게 되어도, 여기에 딸려왔던 행복감은 생존을 위해 곧 초기화돼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행복 연구에서 아직까지도 품고 있는 질문에 대한 간명한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행복은 ‘한 방‘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쾌락은 곧 소멸되기 때문에, 한 번의 커다란 기쁨보다 작은 기쁨을 여러 번 느끼는 것이 절대적이다.
유학 시절, 지도 교수가 쓴 논문을 읽은 적이 있다. 제목은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Happiness is the frequency, not the intensity, of positive affect’. - P123

결국 행복은 아이스크림과 비슷하다는 과학적 결론이 나온다. 아이스크림은 입을 잠시 즐겁게 하지만 반드시 녹는다. 내 손 안의 아이스크림만큼은 녹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 행복해지기 위해 인생의 거창한 것들을 좇는 이유다.
하지만 행복 공화국에는 냉장고라는 것이 없다. 남는 옵션은 하나다. 모든 것은 녹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주 여러 번 아이스크림을 맛보는 것이다. - P125

최근 등장하는 행복 지침들은 이런 식으로 행복의 증상을 원인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좋지만, 긍정성 또한 행복한 사람들이 이미 갖고 있는 증상인 경우가 많다. 누군가를 어느 정도 ‘이미 행복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상당 부분 타고난 기질이다(Archontaki, Lewis, & Bates, 2013). - P137

첫째, 성격. 행복한 사람들은 월등히 더 외향적이고 정서적 안정성이 높았다. 둘째, 대인관계, 행복지수 상위 그룹의 사회적 관계의 빈도와 만족감이 월등히 높았다. 사실 두 가지 특징의 공통분모는 ‘사회성‘이다. 그래서 이 논문의 저자들은 행복을 보장하는 충분조건은 없지만, 없어서는 안 될 필요조건이 사회적 관계라는 결론을 내렸다. - P140

행복 연구에서 문화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국가가 한국과 일본이다.(Suh & Koo, 2008). 높은 경제 수준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행복도는 낮기 때문이다. - P158

이런 획일적인 사고는 행복에 큰 타격을 준다. 마치 행복에도 정답이 있고, 이는 몇 개의 잣대로 압축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좋은 대학 간판, 대기업 명함, 높은 연봉, 이런 조건들을 갖추지 못한 인생은 왠지 ‘행복 시험‘에서 낙제한 것 같은, 그래서 불행한 삶이라는 좌절감을 느끼게 한다. - P166

행복은 나를 세상에 증명하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잣대를 가지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필요도 없고, 누구와 우위를 매길 수도 없는 지극히 사적인 경험이 행복이다. 내가 에스프레소가 좋은 이유를 남에게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고, 그들의 허락이나 인정을 받을 필요도 없다.
하지만 타인이 모든 판단 기준이 되면 내 행복마저도 왠지 남들로부터 인정받아야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행복의 본질이 뒤바뀌는 것이다. 스스로 경험하는 것에서 남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왜곡된다.
이 과정에서 행복의 또 하나의 적이 탄생한다. 과도한 물질주의적 가치. 저 사람 "행복할 만하다"라는 말을 듣기 위해서는 우선 남들이 볼 수 있는 구체적 증거들이 필요하다. - P171

두 가지 생각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서였다. 우선, 행복은 거창한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험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쾌락에 뿌리를 둔, 기쁨과 즐거움 같은 긍정적 정서들이다. 이런 경험은 본질적으로 뇌에서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철학이 아닌 생물학적 논리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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